17화(5,196자) · 팡 웨이 · 7월 15일(목)

역추적

독침 (3차대전 3부작 제3부) · 네오

7월 15일 0620, 산둥반도 비행단 3번 격납고는 지붕이 반쯤 없었다. 열사흘 전에 주저앉은 철골을 다 걷어 내지 못해서, 무너진 지붕 틈으로 아침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와 바닥에 긴 사다리꼴을 그리고 있었다. 팡 웨이 대령은 그 빛 한가운데 놓인 작업대 앞에 섰다. 작업대 위에 검게 그을린 금속 조각이 여섯 개 있었다.

한국 순항미사일의 잔해였다. 가장 큰 것은 손바닥 두 개만 했고, 한쪽 면에 한글 몇 글자와 숫자가 반쯤 녹아 남아 있었다. 팡 웨이는 한글을 읽지 못했다. 숫자는 읽었다. 부품 번호였다. 부품 번호로는 그것이 무엇인지까지만 알았고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디서 왔는지는 하늘이 알았다. 그는 작업대 옆에 해안 레이더 기록을 펼쳤다. 그날 0458부터 0501 사이, 서해 위로 낮게 들어온 점 두 개가 찍혀 있었다. 바다 위를 거의 수면에 붙어서 왔고, 해안에서 갑자기 솟아 표적을 쳤다. 레이더가 잡은 것은 마지막 90킬로미터뿐이었다. 그 앞은 수평선 아래라 비어 있었다.

“빈 데를 이어 봐.”

분석관 쑨 상위가 자와 각도기를 꺼냈다. 순항미사일은 한 번 정한 길을 가지만 곧게 가지는 않는다. 산과 골짜기를 짚어 가며 꺾인다. 잡힌 90킬로미터의 꺾임을 거꾸로 펴면, 들어오기 전 어디서 몸을 틀었는지가 대강 나왔다. 대강이 쌓이면 넓은 원이 됐다.

쑨 상위가 지도 위에 원 하나를 그렸다. 한반도 서해안을 넘어 내륙으로 한참 들어간 자리였다. 원은 충청도 북쪽의 산들을 덮고 있었다. 반지름이 40킬로미터였다.

“이 원 안에서 쐈습니다. 원을 더 줄이려면 사진이 필요합니다.”

“사진은 있다.”

*

0900, 작전실 벽의 두 시계는 여전히 한 시간씩 어긋나 있었다. 팡 웨이는 내륙 미분류 폴더를 통째로 열게 했다. 여섯 주 동안 무인기가 돌아오는 길에 찍어 온 사진들이었다. 누구도 그것을 한 번에 겹쳐 본 적이 없었다. 그 자신도 두 번 넘긴 적이 있었다. 서랍 속의 한 장을 꺼내 폴더 맨 위에 올렸다. 산 아래 도로, 도로 끝의 긁힌 흙.

기계가 사진을 겹쳤다. 날짜가 다른 같은 자리의 사진 둘을 포개면 달라진 곳만 밝게 떴다. 쑨 상위는 먼저 원 안에서 대형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를 골랐다. 경사가 완만하고, 진입로가 있고, 다리가 무게를 버티는 자리였다. 서른여덟 곳이 나왔다. 그다음 그 서른여덟에 여섯 주 치 사진을 한 장씩 얹었다.

오전 내내 숫자가 줄었다. 한 번도 달라지지 않은 자리가 지워졌다. 늘 달라지는 자리, 논과 공사장이 지워졌다. 가끔 달라지는 자리만 남았다. 비 온 다음 날 흙이 긁히고, 며칠 뒤 풀이 덮고, 다시 긁히는 자리였다.

“열하나입니다.”

1140에 쑨 상위가 말했다. 팡 웨이는 열한 곳의 사진을 화면에 나란히 띄웠다. 그중 하나에서 오래 멈췄다. 도로 끝의 긁힌 자국이 비 온 뒤 다 지워지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긁은 사람이 서둘렀다는 것이 사진으로도 보였다. 흙을 한 방향으로만 쓸었다. 급한 사람의 손이었다. 그 손이 누구의 것인지 팡 웨이는 궁금하지 않았다. 그가 세는 것은 손이 아니라 자리였다.

*

1210, 비행단 식당에서 가오 쥔 중령이 식판을 들고 팡 웨이 맞은편에 앉았다. 오후 초계를 앞둔 편대장이었다. 그 옆 식탁에 윙맨 둘이 앉아 있었다. 샤오 윈은 스물일곱이었고 밥을 두 그릇 먹는 것으로 유명했다. 두 칭은 입대 전에 바둑 기원을 드나들었다고 했고, 식사 중에도 손가락으로 식탁 위에 돌을 놓는 시늉을 했다. 둘은 무언가로 내기를 하고 있었다. 지는 쪽이 다음 주 초계 전날 당직을 서는 내기라고 했다.

“대령님, 요즘 산을 보신다고 들었습니다. 활주로가 아니라.”

“한국이 우리를 친 자리를 찾고 있다.”

“찾으면 칩니까?”

“찾는 데까지가 내 일이다.”

가오 쥔이 국을 떴다. 그는 남쪽의 전파 방해가 요즘 달라졌다고 했다. 전에는 넓게 뿌렸는데 요즘은 좁고 세게 쏜다고 했다. 한 편대만 골라서 눈을 가리는 방식이었다. 화면이 얼면 옛날처럼 목소리로 가면 된다고 가오 쥔은 말했지만, 그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조종사들은 화면을 믿도록 몇 해를 훈련받았다. 믿던 것이 꺼지는 순간에 손이 먼저 멈췄다.

옆 식탁에서 샤오 윈이 두 칭의 식판에서 만두 하나를 집어 갔다. 두 칭이 항의했고, 샤오 윈은 내기 선불이라고 했다.

*

1300에 가오 쥔 중령의 J-16 넷이 떴다. 매일 이 시각 서해 중간선까지 내려갔다 오는 초계였다. 팡 웨이는 작전실 상황판 앞에 앉았다. 한국 시계로는 1400이었다. 편대 넷의 점이 데이터링크(비행기와 지상, 비행기끼리 표적과 위치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통신망)로 상황판에 실시간으로 떴다. 조기경보기가 보는 것을 편대가 같이 보고, 편대가 보는 것을 작전실이 같이 봤다. 그것이 이 비행단이 남쪽보다 앞선다고 믿는 한 가지였다.

1331에 상황판의 점 넷이 한꺼번에 멈췄다. 움직이다가 멈춘 것이 아니라 화면이 그 자리에서 얼어 버렸다. 통신 담당이 헤드셋을 누르며 소리쳤다. 링크 두절, 남쪽에서 강한 방해 전파. 상황판 위의 네 점은 그대로 서 있었고, 실제 네 대는 그 사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음성으로 불러.”

음성 무전은 살아 있었지만 잡음이 반이었다. 가오 쥔의 목소리가 끊겨 들어왔다. 윙맨이 안 보인다고 했다. 화면이 꺼져서 서로의 위치를 눈으로 찾고 있다고 했다. 한 대는 서쪽으로 너무 벌어졌고 한 대는 구름 속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경보음이 섞였다. 저쪽이 쐈다고 했다.

팡 웨이는 상황판을 보지 않았다. 얼어 있는 화면은 거짓말이었다. 그는 무전기 스피커를 봤다. 소리만이 지금이었다. 1334에 한 목소리가 탈출을 외쳤다. 1336에 다른 목소리가 이름을 불렀다. 샤오 윈. 대답이 없었다. 1338에 또 불렀다. 두 칭. 대답이 없었다.

1352에 링크가 돌아왔다. 상황판의 점들이 한꺼번에 제자리를 찾아 튀었다. 둘이었다. 1440에 둘이 내렸다. 팡 웨이는 활주로 끝에 나가 착륙하는 순서대로 셌다. 하나, 둘. 셋째를 기다리며 활주로 끝 아지랑이를 봤다.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1520에 결산실에서 가오 쥔이 보고를 했다. 링크가 얼고 나서 음성으로 위치를 다시 잡는 데 1분 넘게 걸렸다고 했다. 그 사이에 넷이 넷으로 흩어졌다고 했다. 서쪽으로 벌어진 것이 샤오 윈이었고 구름 속에 있던 것이 두 칭이었다. 누구의 미사일이 둘을 맞혔는지는 몰랐다. 저쪽 전투기를 본 사람은 없었다. 팡 웨이는 비행단 출격 기록부를 펴서 7월 칸을 셌다. 초계 쉰한 번, 돌아온 기체 수에서 빠진 것 셋. 오늘이 둘이었다.

가오 쥔은 헬멧을 벗지 않고 사다리를 내려왔다. 팡 웨이 앞에 서서 경례를 했다. 팡 웨이는 답례만 하고 묻지 않았다. 물을 것이 없었다. 둘은 서로 먼저 쏘지 않는 30초를 지키다가, 눈이 멀자 30초를 셀 수 없게 됐다. 남쪽이 이번에는 쏘기 전에 눈부터 가렸다.

*

1700에 전구 공군 부사령관이 헬기로 왔다. 작전실 문을 닫게 하고, 탁자 위에 두꺼운 문서철 하나와 얇은 교범 하나를 내려놓았다. 교범은 해마다 하는 대만 봉쇄 연습의 요약본이었다. 팡 웨이는 표지를 넘겼다. 첫 장 머리말에 기정사실이라는 말이 있었다. 미국이 결심하기 전에 끝낸다. 마지막 장 결론에도 같은 말이 같은 글씨로 한 번 더 인쇄돼 있었다. 두 번 인쇄된 말은 두 번 믿으라는 뜻이었다.

“해협이 늦어지고 있다. 기정사실이 안 되고 있어. 8월 말에 한꺼번에 간다. 서해도 같이.”

“부사령관님, 한국을 치면 한국이 쏩니다. 지난달 우리가 서해안을 친 건 미국을 묶으려고 흔든 겁니다. 한국은 3주 동안 쏘지 않았습니다. 흔들기만 하면 한국은 계속 맞은 나라로 남으려 합니다. 그게 우리한테 제일 싸게 먹힙니다.”

“이미 쐈어. 자네 격납고가 그 증거야.”

“그 좌표가 어디서 왔는지 아직 모릅니다. 한국이 스스로 결심한 건지…”

“그건 자네 일이 아니라고 했지.”

부사령관이 두꺼운 문서철을 팡 웨이 쪽으로 밀었다. 표지에 작전명 대신 8월이라는 두 글자만 적혀 있었다.

“8월 공세의 서해 부분은 자네가 짜. 한국 서해안을 넣는다. 첫 타격 표적은 자네가 정해서 올려.”

팡 웨이는 문서철을 받았다. 무거웠다. 그 무게만큼의 사람이 이미 어딘가에서 정해져 있을 것이었다. 부사령관은 교범을 탁자에 그대로 두었다. 가져가라는 뜻이었다. 부사령관은 나가다가 문간에서 한 번 돌아봤다.

“오늘 둘 잃었다며. 안됐군.”

문이 닫혔다. 팡 웨이는 문서철을 열지 않고 탁자 위에 올려 둔 채 한동안 앉아 있었다.

*

2100, 조종사 대기실 옆 사물함 방에는 형광등이 하나만 켜져 있었다. 부관이 서류 상자 둘을 들고 따라 들어왔다. 돌아오지 않은 조종사의 사물함을 비우고 이름표를 떼어 가족에게 보낼 물건과 부대에 반납할 물건을 나누는 것은 규정상 부관의 일이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대령님.”

“상자만 두고 가.”

부관이 망설이다가 상자를 내려놓고 나갔다. 팡 웨이는 첫째 사물함 앞에 섰다. 샤오 윈. 이름표는 얇은 금속판이었고 나사 두 개로 박혀 있었다. 그는 주머니칼 끝으로 나사를 풀었다. 첫째 나사는 쉽게 돌았다. 둘째는 녹이 슬어 칼끝이 두 번 미끄러졌다. 세 번째에 돌았다. 금속판이 손바닥에 떨어졌다. 차가웠다. 사물함 안에는 비행복 한 벌과 세면도구, 사진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사진 속에서 젊은 조종사가 늙은 여자의 어깨를 안고 있었다.

둘째 사물함은 두 칭이었다. 그 나사는 둘 다 쉽게 돌았다. 팡 웨이는 이름표 두 장을 겹쳐 가슴 주머니에 넣었다. 상자에는 넣지 않았다. 나머지 물건은 부관이 적어 둔 목록대로 나눠 담았다. 목록 맨 아래 칸에 확인자 서명란이 있었다. 그는 부관의 이름 대신 자기 이름을 적었다. 상자 둘에 테이프를 붙이고 받는 사람 칸을 적는 것까지 그는 부관에게 넘기지 않았다. 샤오 윈의 상자는 남쪽 내륙의 작은 도시로, 두 칭의 상자는 북쪽 항구 도시로 갔다. 두 칭의 사물함 문 안쪽에는 바둑판 그림이 작게 그려진 종이가 붙어 있었고, 흰 돌 하나가 연필로 놓다 만 자리에 있었다.

*

2340, 팡 웨이는 혼자 작전실에 남아 8월이라고 적힌 문서철을 열었다. 첫 장은 비어 있었다. 첫 타격 표적란이었다. 그는 그 칸을 비워 둔 채 옆에 쑨 상위가 두고 간 사진 열한 장을 폈다. 하나를 뽑아 한국 지도 위에 올렸다. 충청도 북쪽 산 아래 도로, 도로 끝의 긁힌 흙이었다.

그는 연필로 사진 귀퉁이에 두 줄을 적었다. 진천. 이 도로 끝.

연필을 내려놓자 가슴 주머니 속에서 금속 이름표 두 장이 서로 부딪혀 작은 소리를 냈다.

17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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