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370자)
대체 투입
육아휴직 S급 헌터 · 문채겸
8월 첫 주 내내 재련은 밤 진입에 나오지 않았다. 주완이 재련을 마포 북쪽 경계선 순찰로 돌렸다. 대신 B급 둘과 하솜이 문 앞에 모였다. 하솜은 매일 밤 여덟 시 이십 분에 운비를 결희네 현관에 맡기고 택시를 탔다. 결희네 쌍둥이와 운비는 사흘 만에 한 팀이 되었고, 나흘째 밤에는 결희네 거실 커튼을 셋이서 뜯었다. 결희의 공지는 짧았다. 「커튼 뜯김. 범인 셋. 주범 미상.」
핵은 매일 이백 미터씩 물소리를 따라갔다. 8월 4일 밤에는 망원 유수지 근처까지 왔다. 핵이 오는 방향으로 경계선이 따라 넓어졌고, 3단지 정문에서 경계선까지 육백 미터가 남았다.
8월 5일 아침 여덟 시, 혜결이 오전 반차를 냈다. 내가 용산에 가는 동안 예봄이를 볼 사람이 없었다. 반차를 올리자마자 사내 메신저가 울렸다. 「본부장: 한 과장, 반차네? 심사 한 달 전인데 바쁘구나^^」 혜결이 화면을 보여 주며 웃었다. 웃음이 입에서만 났다.
“이 웃음 표시 두 개를 차장 되면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뭐라고 부르는데?”
“나도 몰라. 차장 돼 보고 알려 줄게.” 혜결이 예봄이를 받아 안았다. “징계위원회에서 안 됩니다는 몇 번 할 거야?”
“필요한 만큼.”
“한 번만 해. 많이 하면 싼 말이 돼.”
현관을 나서는데 혜결이 신발장 위의 남색 아기 띠를 집어 내밀었다.
“이거 메고 가.”
“빈 걸?”
“빈 거. 영상에서처럼. 상징이야.”
“징계위원회에 빈 아기 띠를 메고 가면 반성 안 하는 걸로 보여.”
“반성할 거야?”
“아니.”
“그럼 메고 가.” 혜결이 아기 띠를 내 가슴에 대 보았다가 도로 거두었다. “아니다. 메지 마. 당신 그거 메면 버클 못 풀어서 또 부장님이 풀어 줘야 돼.”
버클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느냐고는 묻지 않았다.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하솜이 결희에게, 결희가 단톡방에, 단톡방이 혜결에게. 놀이터의 소문은 균열의 숨보다 빨랐다.
*
용산 협회 본부 앞 광장에서 매미 소리보다 큰 소리가 났다. 사람들 소리였다.
아기 띠를 맨 헌터들이 본부 정문 앞에 서른 명 넘게 모여 있었다. 남색, 회색, 꽃무늬, 호랑이 무늬. 아기 띠 색깔이 제각각이었다. 띠 안에서 아기들이 저마다 다른 박자로 칭얼거렸다. 피켓을 든 사람도 있었다. 「우리도 아빠다」 「엄마 헌터도 엄마다」 「휴직 신청서 마흔 장, 답장은 언제?」 마지막 피켓을 든 사람은 B급 엄마 헌터였다. 주완의 서랍 속 마흔 장 가운데 한 장이 피켓을 든 엄마 헌터의 것이었다.
피켓 옆에 유모차 여섯 대가 있었다. 결희였다. 결희는 오자마자 아기 띠 헌터들의 줄을 다시 세웠다. 그늘이 있는 데로 아기 있는 사람을, 해 드는 데로 피켓만 든 사람을. 그러고는 아이스박스를 열어 미숫가루를 돌렸다.
“다들 아시죠. 시위도 수분 보충이 먼저예요.”
아기 띠 헌터들이 영문도 모른 채 미숫가루를 받아 마셨다. B급 엄마 헌터가 결희에게 물었다. “누구세요?”
“물빛놀이터 방장이요.”
“그게 뭔데요?”
“지금부터 알게 되실 거예요.”
방송국 카메라가 결희를 비췄다. 결희는 카메라를 피하지 않고 쌍둥이 유모차 덮개를 내렸다. 아이 얼굴은 안 찍힌다는 뜻이었다.
나를 알아본 헌터들이 길을 텄다. 몇이 경례를 했다. 예봄이가 없어서 답례할 사람이 없었다. 나는 어색하게 고개만 숙였다. 아기 띠 없이 걷는 것이 넉 달 만이었다. 가슴이 허전했고, 허전한 자리로 에어컨 바람이 들어왔다.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주완이 먼저 타 있었다. 문이 닫히자 둘만 남았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소리 위로 주완의 무릎이 한 번 딸깍했다.
“오늘은 개인적인 감정 없습니다.” 주완이 말했다. 층수 표시만 보고 있었다.
“밖에 마흔 장 가운데 한 장이 피켓 들고 서 있습니다.”
“압니다. 그 사람 남편도 헌터입니다. B급 방패. 둘 다 쉬면 누가 들어갑니까?”
“둘 다 안 쉬면 아이는 누가 봅니까?”
주완이 처음으로 나를 보았다. 엘리베이터 거울 속에서 보았다.
“변 선생이 밤마다 들어간다면서요.”
“운비 엄마로 들어갑니다.”
“수석 힐러 자리를 비워 두었는데 운비 엄마로 들어가신답니다.” 주완이 거울 속에서 눈을 돌렸다. “권 헌터 주변 사람들은 다들 자리를 마다하는군요. 자리가 사람을 지키는 겁니다. 자리가 없으면 다쳐도 아무도 책임을 안 집니다.”
“자리에 있는데도 다치는 사람은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주완은 대답하지 않고 먼저 내렸다. 왼쪽 무릎을 끄는 발소리가 복도의 리놀륨 바닥에서 유난히 크게 울렸다.
*
징계위원회실은 지하 일 층이었다. 형광등 소리가 났다. 긴 탁자 너머에 이사 다섯이 앉아 있었다. 가운데가 협회장이었다. 영상을 보고 시범으로 하라던 목소리의 주인이었다. 협회장 오른쪽에 상임이사가 앉아 있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여자였고, 손가락으로 탁자를 일정한 박자로 두드렸다. 들숨보다 짧은 박자였다.
주완이 작전부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류를 들고 있었지만 보지 않고 말했다.
“7월 20일 밤 열 시 십 분, 권창해 헌터는 핵을 삼백 미터 앞에 두고 철수를 지시했습니다. 반일 시범의 조건인 열 시 반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조건을 지킨 거네요.” 협회장이 말했다.
“조건을 지키느라 작전을 버렸습니다.” 주완이 협회장을 보았다. 공손했다. “핵을 쫓는 작전에서 철수를 정하는 사람은 작전부입니다. 헌터 본인의 시계가 정하지 않습니다.”
주완이 서류를 한 장 넘겼다. 이번에는 보았다.
“권 헌터가 휴직한 넉 달 동안 대체 투입한 헌터는 둘입니다. 둘 다 상암 3등급에서 다쳤습니다. 한 사람은 방패를 맡은 B급으로, 오늘까지 병원에 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A급 팀장으로, 갈비뼈 세 대에 금이 갔습니다. S급이 들어갔다면 두 사람 모두 다치지 않았을 겁니다.”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내가 말했다.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S급이 필요합니다. 모르는 일을 줄이려고.” 주완은 나를 보지 않고 이사들을 보았다. “S급이 아홉뿐인 나라에서 S급의 휴직은 다른 헌터의 몸으로 갚습니다. 저는 작전부장으로서, 그 몸을 넉 달 동안 셌습니다.”
상임이사가 탁자 두드리기를 멈췄다.
“S급 아홉 가운데 셋이 오사카와 부산에 나가 있습니다. 일본 협회는 한 사람을 더 보내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사회는 다음 총회에 안건을 하나 올리려 합니다.” 상임이사가 말했다. “S급 헌터의 휴직 제한안. 국가 재난 등급 균열이 열려 있는 동안 S급은 휴직할 수 없다. 권창해 헌터의 경우가 계기가 됐습니다.”
정문 밖의 아기 띠 헌터들 소리가 지하 일 층까지 내려왔다. 다른 사람에게는 안 들렸겠지만 나에게는 들렸다. 「우리도 아빠다.」 구호가 세 번 되풀이되고, 아기 하나가 구호에 놀라 울었다.
이사 하나가 안경을 내리고 물었다. “권 헌터, 아이가 몇 살입니까?”
“십삼 개월입니다.”
“그럼 어린이집에 보내면 되지 않습니까?”
“대기 번호 마흔한 번입니다.”
“마흔한 번?” 다른 이사가 끼어들었다. “우리 손주는 쉰여섯 번이었어. 이 년 기다렸어.”
“쉰여섯이면 양반이지. 우리 딸네는 아예 번호를 못 받았어.”
이사 둘이 어린이집 대기 번호로 잠깐 다투었다. 협회장이 헛기침을 했다. 상임이사가 탁자를 세게 한 번 두드렸다. 이사 둘이 입을 다물었는데, 한 사람은 다물기 전에 “그러니까 하는 말이지”라고 중얼거렸다. 무엇을 하는 말인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권 헌터, 하실 말씀 있습니까?” 협회장이 물었다.
“핵은 깨다 말면 더 깊이 숨습니다. 협회 교범 사십 쪽에 있습니다. 7월 20일 밤에 삼백 미터를 가서 핵을 건드렸으면, 핵은 지금쯤 망원동이 아니라 한강 밑에 있을 겁니다.” 나는 숨을 한 번 골랐다. “그리고 대체 팀 두 사람이 다친 건 압니다. 매일 압니다. 휴직을 내기 전에도 알았고, 내고 나서도 압니다. 압니다만, 아빠가 넉 달 쉬는 동안 남이 다쳤으니 아빠는 쉬면 안 된다는 말이 맞다면, 이 나라에서 아빠는 아무도 쉬면 안 됩니다. 다들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자리를 비우니까요.”
상임이사가 다시 탁자를 두드렸다. 이번에는 조금 빨랐다.
“보고서 작성자를 부르겠습니다.” 협회장이 말했다.
기다리는 동안 정문 밖의 구호가 바뀌었다. 결희의 목소리였다. 결희가 확성기도 없이 지게차 소리를 이기던 목소리로 새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휴직은 권리, 미숫가루는 의리.」 아기 띠 헌터들이 따라 외쳤다. 뜻은 몰라도 박자가 좋았다. 나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입술을 깨물어 막았다. 상임이사가 나를 보았다. 상임이사 귀에는 안 들리는 구호였다.
*
재련이 들어왔다. 문이 열리는 소리보다 구두 굽 소리가 먼저 들렸다. 일정하고 단단한 굽 소리였다. 정복이었다. 머리를 뒤로 바짝 묶었고, 옆구리가 다 나은 사람처럼 허리를 폈다. 증언석에 앉으면서 주완을 보지 않았다. 주완도 재련을 보지 않았다. 두 사람이 서로를 안 보는 방식이 똑같았다.
“유재련 팀장. 7월 20일 보고서, 본인이 쓴 것이 맞습니까?”
“네.”
“보고서 내용대로입니까?”
“네. 삼백 미터 앞이었어요. 권창해 씨가 시계 보고 나가자고 했어요.” 재련이 숨을 들이켰다. 끝까지 들어갔다. 하솜이 붙여 놓은 갈비뼈였다. “그런데 보고서에 안 쓴 게 있어요.”
상임이사의 손가락이 멈췄다.
“권창해 씨 말이 맞았어요. 다음 날 핵은 이백 미터 더 갔어요. 그날 깨다 말았으면 지금 핵은 한강 밑에 있었을 거예요. 그건 제가 들은 게 아니라 권창해 씨가 들은 건데, 다음 날 제가 가서 확인했어요. 귀 대신 발로.”
“유 팀장.” 상임이사가 말했다.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본인 부상 얘기를 해 봅시다. 상암에서 갈비뼈를 다친 건, 권창해 헌터가 휴직으로 빠진 자리에 대신 들어갔기 때문 아닙니까?”
재련이 대답하지 않았다. 지하 일 층의 형광등이 지지거렸다. 정문 밖 구호가 한 번 더 내려왔다. 「엄마 헌터도 엄마다.」
재련이 처음으로 주완을 보았다.
“제가 다친 건 권창해 씨가 없어서가 아니에요.”
“그럼요?”
“상암에 저를 넣은 사람이 있어서예요.” 재련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대신 콧노래가 나올 것처럼 목이 한 번 울렸다가 멈췄다. “원래 대체 팀에 들어갈 사람은 다른 A급이었어요. 그 사람이 애가 둘이라서 빠지겠다고 하니까, 작전부장님이 제 이름을 넣었어요. 직접요. 제 서명도 받기 전에.”
탁자 너머의 이사들이 서로를 보았다. 협회장이 주완을 보았다. 주완은 앞만 보고 있었다. 무릎 위에 올린 손이 서류 귀퉁이를 접었다 폈다.
“작전부장이 왜 유 팀장을……”
“저는 유재련이에요. 엄마 성 써요. 부모님이 이혼하고 나서요.” 재련이 말했다. “작전부장님은 석주완이고요.”
방 안이 조용해졌다. 형광등 소리만 남았다. 나는 주완의 숨을 들었다. 들이쉬지 못하고 있었다. 칠 초가 지나도, 십일 초가 지나도.
재련이 주완을 똑바로 보았다. 그러고는 이 방에서 아무도 쓰지 않던 말로 주완을 불렀다.
“그렇죠,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