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5,443자)

교대

육아휴직 S급 헌터 · 문채겸

8월 26일 오후 네 시⁠, 서교동 주민센터 강당에 에어컨 두 대가 들어왔다⁠. 협회 트럭이 싣고 왔다⁠. 트럭에서 내린 협회 직원 둘이 에어컨을 설치하고⁠, 이불 스무 채와 아기 매트 열두 장을 내려놓고⁠, 서류 한 장을 결희에게 내밀었다⁠. 「⁠돌봄방 운영 협조 — 작전부⁠」 서명란에 석주완이라고 적혀 있었다⁠.

결희가 서류를 들고 한참 보았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서류를 찍었다⁠. 단톡방에 올렸다⁠. 방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물빛놀이터(⁠임시⁠) 엄마들⁠」 공지는 짧았다⁠. 「⁠검은 양복 아저씨가 에어컨 보냄⁠. 검토 끝난 듯⁠.⁠」

다섯 시⁠, 아이들이 오기 시작했다⁠. 부모 헌터 열둘의 아이 열일곱⁠. 엄마 품에서⁠, 아빠 아기 띠에서⁠, 할머니 손에서⁠. 강당 입구에서 부모와 아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열일곱 번 났다⁠. 우는 소리⁠, 안 우는 소리⁠, 울다가 그치는 소리⁠. 결희가 입구에 서서 아이마다 이름과 우유 시간과 못 먹는 음식을 받아 적었다⁠. 「⁠사과 퓌레 금지⁠」가 두 명 더 늘었다⁠.

여섯 시⁠, 강당 문이 열리고 목발 소리가 들어왔다⁠. 장모님이었다⁠. 대구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 무릎 보호대를 찬 다리로 목발을 짚고⁠, 등에는 배낭을 메고 있었다⁠. 배낭에서 손뜨개 모자가 한 개 더 나왔다⁠. 분홍이었다⁠.

“⁠엄마⁠! 오지 말랬잖아⁠!⁠” 혜결이 달려갔다⁠.

“⁠엘리베이터 없는 데 아이가⁠. 강당은 일 층이라며⁠.⁠” 장모님이 숨을 몰아쉬었다⁠. 목발 끝으로 나를 가리켰다⁠. “⁠사위⁠. 업어 줄 거 아니면 비키라⁠.⁠”

“⁠업어 드릴까요⁠?⁠”

“⁠됐다⁠. 오늘 밤 업을 사람 많다며⁠.⁠”

장모님이 매트에 앉아 예봄이를 무릎에 앉혔다⁠. 예봄이가 할머니 얼굴을 보고 이마에 손바닥을 붙였다⁠. 장모님이 영문을 몰라 같이 경례를 했다⁠. 대구 노인정 할머니들이 영상 통화 화면 너머에서 박수를 쳤다⁠.

혜결은 강당 구석에 발표 자료를 펼쳤다⁠. 내일 아침 아홉 시였다⁠. 오늘 밤은 강당에서 예봄이와 잔다⁠. 아침 일곱 시 반에 내가 강당으로 와서 예봄이를 받으면⁠, 혜결은 여덟 시에 여의도로 간다⁠. 우리는 일곱 시 반이라는 시각을 서로에게 세 번씩 말했다⁠.

*

저녁 일곱 시 오십 분⁠, 균열 문 앞에 여섯 조가 모였다⁠.

조끼 주머니가 이상했다⁠. B급 아빠 헌터의 가슴 주머니에서 쪽쪽이가 비죽 나와 있었다⁠. C급 엄마 헌터의 허리 주머니에는 젖병이 꽂혀 있었다⁠. 한 사람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웃고 있었다⁠. 결희가 강당에 세워 둔 휴대전화 카메라 화면이었다⁠. 단톡방 공지 제목은 「⁠돌봄방 생중계(⁠얼굴 안 나옴⁠)⁠」 이불 밑으로 발바닥만 열일곱 개가 보였다⁠.

“⁠다들 쪽쪽이는 빼고 들어가세요⁠.⁠” 내가 말했다⁠.

“⁠부적이에요⁠.⁠” B급 아빠가 말했다⁠. “⁠떡뻥 부적 효과 있다던데요⁠.⁠”

떡뻥 부적을 가진 B급이 뒤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상임이사가 작전 천막 앞 의자에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총회 표결이 오늘 밤에 달려 있었다⁠. 상임이사는 탁자가 없어 무릎을 두드렸다⁠. 들숨보다 짧은 박자였다⁠. 무릎 위의 휴대전화에 일본 협회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마포 결과를 오늘 밤 기다리겠습니다⁠.⁠」 오사카는 아직 닫히지 않았다⁠.

주완이 문 앞으로 왔다⁠. 정장 대신 작전복이었다⁠. 다섯 해 만에 입는 작전복이었다⁠. 왼쪽 무릎에 보호대를 찼고⁠, 등에 낡은 방패를 멨다⁠. 방패 가장자리에 이빨 자국이 줄지어 있었다⁠.

“⁠권 헌터⁠. 첫 조 끝나고 나오시면 다섯 시 반까지 문 앞에서 무전만 하십시오⁠. 들어가지 마십시오⁠.⁠”

“⁠알고 있습니다⁠.⁠”

“⁠가운데 조가 길을 잃어도요⁠.⁠”

나는 주완을 보았다⁠. 주완은 공손했다⁠.

“⁠가운데 조가 길을 잃었다고 권 헌터가 들어가시면⁠, 다섯 시 반에 지쳐 있는 S급 하나가 남습니다⁠. 핵 앞에 지친 S급을 세울 수는 없습니다⁠. 그것도 교대입니다⁠. 쉬는 것도 교대입니다⁠.⁠”

주완이 시계를 보았다⁠. 여덟 시 정각⁠.

“⁠첫 조⁠, 들어가십시오⁠.⁠”

*

첫 조는 나와 B급 엄마 헌터⁠, 떡뻥 부적의 B급이었다⁠. 재련이 잡아 온 길을 따라 북쪽으로 꺾었다⁠. 둔치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들숨 이십이 초⁠, 멈춤 이십 초⁠, 날숨 십일 초⁠. 멈춤 한가운데서 핵이 천천히 뛰었다⁠. 아래로⁠, 아래로⁠. 핵은 멈춰 있었고⁠, 대신 가라앉고 있었다⁠.

두 시간 동안 길을 열었다⁠. 괴수를 베는 일은 둘에게 맡기고⁠, 나는 바닥에 귀를 대고 핵이 내려가는 방향을 들었다⁠. 접힌 골목마다 분필로 화살표를 그렸다⁠. 하얀 화살표가 검붉은 바닥 위에서 이상하게 밝았다⁠.

아홉 시 반⁠, 괴수 둘을 베고 숨을 고를 때 B급 엄마 헌터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균열 안이라 생중계는 멈춰 있었다⁠. 멈춘 화면에 이불 밑 발바닥 열일곱 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B급 엄마 헌터가 그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게 우리 애 발이에요⁠. 왼발 엄지발가락이 좀 길어요⁠. 저 닮아서⁠.⁠”

“⁠발만 보고 아십니까⁠?⁠”

“⁠발만 보고 알아요⁠. 넉 달 동안 휴직 신청서 들고 다니면서 그 발만 봤어요⁠.⁠” B급 엄마 헌터가 휴대전화를 조끼에 넣었다⁠. 젖병 옆에⁠. “⁠답장 오면 제일 먼저 그 발한테 말해 주려고요⁠.⁠”

열 시⁠, 접힌 골목 어귀에서 재련의 조를 만났다⁠. 재련은 발목에 테이프를 감고 왔다⁠. 하솜이 말렸고⁠, 재련은 콧노래로 대답했다고 했다⁠.

나는 결희가 하던 대로 했다⁠. 앞 조가 뒤 조에게 남은 것을 넘겼다⁠.

“⁠북쪽 꺾임 둘째 골목부터 분필⁠. 들숨 이십이 초⁠. 멈춤 이십 초⁠, 멈춤 한가운데 박동⁠. 괴수는 들숨에 옵니다⁠. 왼쪽 벽이 무릅니다⁠.⁠”

“⁠사과 퓌레는요⁠?⁠” 재련이 물었다⁠.

“⁠금지입니다⁠.⁠”

재련이 웃었다⁠. 발목에 무게를 싣지 않으려고 반만 웃었다⁠. 그러고는 내 어깨를 손바닥으로 밀었다⁠.

“⁠가요⁠. 쉬는 것도 교대라면서요⁠. 아빠가 그랬다며⁠.⁠”

*

열 시 이십 분⁠, 나는 문 앞 의자에 앉아 있었다⁠. 열 시 반 전에 나왔다⁠. 반일 시범이 끝난 뒤에도 나는 열 시 반 전에 나왔다⁠. 하솜이 문 옆의 의무 천막에서 손을 닦고 있었다⁠. 주완은 작전 천막에서 지도를 보고 있었다⁠. 나는 무전기를 쥐고 눈을 감았다⁠.

밖에서 듣는 균열의 숨은 안에서 듣는 것과 달랐다⁠. 더 크고 더 둔했다⁠. 물속에서 듣는 북소리 같았다⁠. 그래도 박자는 같았다⁠. 멈춤 한가운데의 박동도 들렸다⁠. 나는 박자를 무전으로 불렀다⁠.

“⁠들숨 시작⁠. 이십이 초⁠. 왼쪽 벽 조심⁠.⁠”

「⁠알았어요⁠.⁠」 재련이었다⁠.

자정에 재련의 조가 세 번째 조에게 길을 넘겼다⁠. 재련이 문을 나오면서 내 옆 의자에 털썩 앉았다⁠. 발목 테이프가 피에 젖어 있었다⁠. 하솜이 달려와 손바닥을 댔다⁠. “⁠가만⁠.⁠” 재련이 가만히 있다가⁠, 잠깐 뒤에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었다⁠. 콧노래 없이 잠들었다⁠.

자정 사십 분⁠, 주완이 작전 천막에서 나와 내 옆 의자에 앉았다⁠. 재련이 내 어깨에 기대 자는 것을 보았다⁠. 주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작전복 웃옷을 벗어 재련의 무릎에 덮었다⁠. 재련은 깨지 않았다⁠. 주완의 손이 웃옷 자락을 한 번 펴고 떨어졌다⁠.

“⁠따님은 걷습니까⁠?⁠” 주완이 물었다⁠. 무전기 잡음보다 작은 소리였다⁠.

“⁠아직요⁠. 소파 잡고 일어나서 옆으로 몇 걸음 갑니다⁠.⁠”

“⁠곧 걷겠군요⁠.⁠”

“⁠곧요⁠.⁠”

주완이 시계를 보았다⁠. 시계를 보는 것으로 다음 말을 미뤘다⁠. 한참 뒤에 말했다⁠.

“⁠재련이는 열한 달에 걸었답니다⁠. 전처가 편지로 알려 줬습니다⁠. 저는 그때 울산 균열에 석 달 있었습니다⁠. 편지는 나와서 읽었습니다⁠. 걸은 지 두 달 지난 편지였습니다⁠.⁠” 주완이 재련의 무릎 위 웃옷을 보았다⁠. “⁠편지에 사진이 있었는데⁠, 사진 속에서 재련이가 이렇게 손을 이마에 붙이고 있었습니다⁠. 경례를⁠. 전진기지에서 누가 가르쳤겠지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균열이 숨을 들이쉬었다⁠. 이십육 초⁠. 주완이 일어났다⁠. 무릎이 소리를 냈다⁠.

“⁠다섯 시 반에 뵙겠습니다⁠. 그 전에 들어가시면⁠, 저는 다시 명령합니다⁠.⁠”

새벽 두 시⁠, 세 번째 조가 네 번째 조에게 길을 넘기는 자리에서 무전이 끊겼다⁠.

「⁠…⁠…북쪽⁠…⁠…째 골목⁠…⁠…⁠」

지지직⁠. 잡음만 남았다⁠. 들숨이 이십오 초로 길어졌다⁠. 핵이 한 번 크게 내려가는 숨이었다⁠. 균열 벽이 두꺼워지고⁠, 무전이 벽에 먹혔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무전기에 대고 박자를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네 번째 조의 발소리가 들렸다⁠. 문 너머 멀리서⁠, 접힌 골목 어귀에서⁠. 발소리가 멈췄다가⁠, 왼쪽으로 갔다가⁠, 다시 멈췄다⁠. 길을 잃은 발소리였다⁠.

일 분⁠. 핵이 내려가는 일 분⁠.

나는 문으로 한 걸음 걸었다⁠. 작전 천막에서 주완이 나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를 보기만 했다⁠. 들어가지 마십시오⁠. 주완의 얼굴이 말했다⁠. 지친 S급을 핵 앞에 세울 수는 없습니다⁠.

내 어깨에서 미끄러진 재련이 눈을 떴다⁠. 잡음을 들었다⁠. 내 얼굴을 보았다⁠. 재련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목발을 짚고 일어나 문으로 걸어갔다⁠.

“⁠팀장님⁠!⁠”

“⁠안 깊이 가요⁠. 문 안쪽 열 걸음⁠.⁠” 재련이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거기선 S급님 목소리가 들리잖아요⁠. 나는 S급님 목소리 듣고⁠, 그걸 노래로 부를게요⁠. 네 번째 조 B급 걔⁠, 우리 대체 팀이었어요⁠. 내 콧노래 알아요⁠. 엉망인 거⁠.⁠”

재련이 문 안으로 들어갔다⁠. 열 걸음⁠. 내 귀에 재련의 발소리가 멈추는 것이 들렸다⁠. 나는 문 앞에서 박자를 불렀다⁠. 무전기 말고 목소리로⁠.

“⁠들숨⁠, 이십오 초⁠. 북쪽 꺾임⁠, 둘째 골목⁠, 분필 화살표 따라⁠.⁠”

재련이 콧노래를 시작했다⁠. 곡조가 엉망인 콧노래가 균열 안쪽으로 퍼졌다⁠. 내 박자에 맞춰 길어졌다가 짧아졌다⁠. 들숨에는 길게⁠, 날숨에는 짧게⁠. 북쪽으로 꺾일 때는 소절이 한 번 올라갔다⁠.

멀리서 길을 잃었던 발소리가 멈췄다⁠. 그러고는 콧노래 방향으로 걸었다⁠. 북쪽으로 꺾었다⁠. 둘째 골목으로 들어갔다⁠. 분필 화살표를 따라⁠.

작전 천막 앞에서 상임이사가 무릎 두드리기를 멈추고 있었다⁠. 주완은 문 안쪽을 보고 있었다⁠. 콧노래가 들릴 리 없는 귀로⁠, 문 안쪽 열 걸음에 서 있는 딸의 등을 보고 있었다⁠.

*

새벽 네 시 반⁠, 단톡방이 울렸다⁠.

「⁠돌봄방 보고⁠. 애들 열일곱 다 잠⁠. 예봄이 열 없음⁠. 쌍둥이 동생 사과 퓌레 안 먹음⁠. 장모님 코 고심⁠. 크게⁠.⁠」

혜결의 개인 메시지도 왔다⁠. 「⁠일어났어⁠. 발표 연습 중⁠. 속으로⁠. 엄마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속으로도 잘 안 들려⁠.⁠」 이어서 주먹 쥔 토끼 이모티콘⁠. 나는 토끼를 하나 보냈다⁠. 예봄이가 옆에 없어서 하나만 보냈다⁠.

다섯 번째 조가 들어갔고⁠, 네 번째 조가 나왔다⁠. 네 번째 조의 B급이 문을 나오자마자 재련을 찾았다⁠. 재련은 의무 천막에서 하솜에게 발목을 맡기고 있었다⁠. B급이 재련에게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만 숙였다⁠. 재련이 콧노래를 한 소절 불러 주었다⁠. 엉망인 곡조였다⁠. B급이 웃었다⁠. 울면서 웃었다⁠.

새벽 다섯 시 이십 분⁠, 들숨이 이십팔 초까지 늘었다⁠. 멈춤 한가운데의 박동이 문 밖에서도 뚜렷했다⁠. 핵이 가장 깊은 데에 닿기 직전이었다⁠. 다섯 번째 조가 무전으로 알려 왔다⁠. 「⁠여기서부터 길이 하나예요⁠. 핵 빛이 보여요⁠. 밑에서⁠.⁠」

다섯 시 반⁠. 작전 천막의 자락이 걷혔다⁠. 주완이 나왔다⁠. 무릎 보호대의 끈을 한 번 더 조였다⁠. 등의 방패를 내려 왼팔에 끼웠다⁠. 이빨 자국이 줄지어 있는 방패였다⁠. 주완은 나를 보았다⁠. 공손했다⁠. 다섯 해 만에 작전 천막 밖에서 보는 공손함이었다⁠.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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