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5,059자) · 맡기고 나간다

입에 있는 열여섯

망각검 · 한도윤

— 서하

나는 그 물음을 사형한테 가져갔다.

“사형, 위패가 갈라지는 것이 버릴 때입니까, 주울 때입니까?”

사형이 붓을 놓았다.

“…무슨 말이냐.”

“어제 제가 버렸고 위패가 갈라졌습니다.”

“그렇지.”

“그런데 버린 것이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

“누가 주우면 그때 갈라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형이 한참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럼 어제 누가 주웠다는 거냐.”

“그렇습니다.”

사형이 말했다.

“누가 줍는지 어떻게 아느냐?”

나는 말했다.

“주운 자는 그 박자를 씁니다.”

“…”

“박자를 보면 압니다.”

사형이 나를 봤다.

“밖에 나가겠다는 거냐.”

“나가겠습니다.”

사형이 붓을 들었다.

“문하가 나가려면 문주 허락이 있어야 한다.”

“…”

“그리고 나가면 셋을 다 두고 가야 한다.”

나는 그 말을 처음 들었다.

“…두고 갑니까?”

사형이 말했다.

“망각검은 밖에서 못 쓴다. 그것이 법도다.”

“…그럼 버리고 갑니까?”

사형이 고개를 저었다.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맡기고 간다.”

“…”

“대전에 맡기고 나갔다가 돌아와서 찾는다.”

나는 물었다.

“맡기면 어디 있습니까?”

사형이 말했다.

“외우는 사람한테 있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사람한테요?”

사형이 말했다.

“그래서 아침마다 소리 내어 외우는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두 해 동안 나는 대전에서 소리 내어 외웠다.

여든셋이 동시에 외운다.

제 것만 외우는 줄 알았다.

사형이 말했다.

“네가 외우는 것 중에 네 것이 셋이다.”

“…”

“나머지는 남의 것이다.”

나는 물었다.

“…몇을 외웁니까?”

사형이 말했다.

“너는 열아홉을 외운다.”

나는 셈이 안 맞았다.

“열아홉이요?”

사형이 말했다.

“네 것 셋에 남의 것 열여섯이다.”

“…”

“두 해 동안 네가 소리로 받아 외운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두 해 동안 나는 무슨 소린지 모르고 따라 외웠다.

사형이 말했다.

“외우는 것은 제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이다.”

나는 그날 저녁에 부엌에 갔다.

할머니가 솥을 닦고 있었다.

“할머니.”

“…왜?”

“할머니는 몇을 외우십니까?”

할머니가 솥에서 손을 안 뗐다.

“나는 문하가 아니다.”

“…그런데 사십 해 들으셨잖습니까?”

할머니가 그 말에 손을 멈췄다.

“…들었지.”

나는 물었다.

“그럼 입에 남지 않습니까?”

할머니가 솥을 닦았다.

한참 닦다가 말했다.

“남는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몇이요?”

할머니가 말했다.

“모른다.”

“…”

“세어 본 적이 없다.”

나는 물었다.

“…한 번도요?”

할머니가 주걱을 들었다.

“세면 내 것이 되잖냐.”

“…”

“내 것이 아닌 것을 세면 욕심이 든다.”

나는 물었다.

“할머니, 그러면 남의 것을 사십 해 지고 계신 겁니다.”

할머니가 웃었다.

“밥도 사십 해 폈다.”

“…”

“밥은 지는 게 아니냐?”

나는 대답을 못 했다.

할머니가 말했다.

“나는 밥이나 초식이나 같다고 본다.”

“…어째서요?”

할머니가 말했다.

“먹으면 없어지는데 안 주면 굶어 죽는다.”

할머니가 솥뚜껑을 덮었다.

“그러니 아까워하는 건 주는 사람 몫이 아니라 옆에서 보는 사람 몫이다.”

“…”

“제 것은 몸에 있고 남의 것은 입에 있다.”

나는 물었다.

“그러면 제 입에 있는 열여섯은 누구 것입니까?”

사형이 말했다.

“나간 사람 것이다.”

나는 물었다.

“몇이 나가 있습니까?”

사형이 말했다.

“지금 마흔둘이다.”

나는 셈을 했다.

마흔둘이 나가 있고 여든셋이 안에 있다.

문하가 백스물다섯이다.

여든셋이 마흔둘 몫을 나눠 외운다.

나는 물었다.

“사형, 외우는 사람이 잊으면 어찌 됩니까?”

사형이 붓을 놓았다.

“…그럼 그 사람이 못 찾는다.”

“…”

“돌아와도 없다.”

나는 물었다.

“그런 적이 있습니까?”

사형이 말했다.

“있다.”

“…몇이나요?”

사형이 말했다.

“위패 벽에 적혀 있다.”

나는 그날 밤에 위패 벽으로 갔다.

노인이 있었다.

“어르신.”

“왔느냐?”

“위패 이백스물넷 가운데 죽은 사람이 몇입니까?”

노인이 말했다.

“다 죽은 사람이다.”

나는 말했다.

“아닐 것입니다.”

노인이 나를 봤다.

나는 말했다.

“나갔다가 못 찾은 사람도 여기 있을 것입니다.”

노인이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말했다.

“…스물셋이다.”

나는 물었다.

“…스물셋이요?”

노인이 말했다.

“이백스물넷 가운데 스물셋은 시신이 없다.”

“…”

“나갔다가 못 찾고 그냥 위패만 세운 사람이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노인이 말했다.

“그 스물셋은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날 밤에 대전에 혼자 가 봤다.

아무도 없었다.

여든셋이 아침에 내는 소리가 벽에 남아 있을 리 없는데, 서 있으니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열여섯을 하나씩 소리 내어 봤다.

내 것 셋은 몸이 같이 움직였다.

남의 것 열여섯은 입만 움직였다.

같은 소리인데 다르다.

나는 그것을 두 해 동안 몰랐다.

나는 대전에 서서 그 말을 셈해 봤다.

여든셋이 아침마다 외운다.

한 사람이 열아홉씩 외운다고 치면 천오백일흔일곱이다.

같은 것을 여럿이 외우니 겹친다. 겹치는 것을 빼면 얼마인지 모른다.

다만 하나는 안다.

여든셋 가운데 하나가 죽으면 그 사람 입에 있던 것이 같이 간다.

죽은 사람 입에 있던 것을 다른 사람도 외우고 있으면 안 없어진다.

혼자만 외우고 있었으면 없어진다.

그러면 하나를 몇이 외우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그것을 세어 보기로 했다.

세는 법은 하나다. 물어보는 것이다.

여든둘한테 하나씩 물었다.

“너 무엇무엇 외우느냐?”

묻는 데 열흘이 걸렸다.

열흘 뒤에 나온 셈이 이렇다.

제일 많이 외우는 것은 일 초식이다. 여든둘이 다 외운다.

제일 적게 외우는 것이 셋 있었다.

하나씩만 외운다.

한 사람만 외우고 있는 것이 셋이다.

그 셋 가운데 둘을 대사형이 외우고 있었다.

하나를 위패 노인이 외우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사형한테 말했다.

사형이 붓을 놓았다.

“…그럼 내가 죽으면 둘이 없어지는구나.”

나는 말했다.

“없어집니다.”

사형이 물었다.

“그 둘이 누구 것이냐?”

나는 말했다.

“나간 사람 것입니다.”

“…”

“열두 해 전에 나가서 아직 안 돌아온 사람 둘입니다.”

사형이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럼 그 둘은 내가 살아 있어야 찾는구나.”

나는 말했다.

“그렇습니다.”

사형이 말했다.

“…내가 오래 살아야겠다.”

사형이 웃었다.

웃는 것을 나는 처음 봤다.

— 열한 살

나는 작년 봄에 들어왔다.

들어온 지 한 해가 안 됐다.

나는 아직 초식이 하나다. 일 초식이다.

아침에 대전에 나가면 여든셋이 같이 외운다.

나는 무슨 소린지 모르고 따라 한다.

따라 하면 입에 남는다.

지금 내 입에 아홉이 있다.

한 해에 아홉이면 서하 형이 두 해에 열여섯이라니까 비슷하다.

어제 서하 형이 나한테 왔다.

“너 몇을 외우느냐?”

“아홉입니다.”

“하나 해 봐라.”

나는 하나를 했다.

하나 · 둘 · 넷 · 넷.

형이 그 자리에 섰다.

“…그거 누구 것이냐?”

“모릅니다.”

“어디서 배웠느냐?”

“대전에서요.”

형이 물었다.

“누구 옆에 서느냐?”

“맨 뒤에 섭니다.”

형이 말했다.

“맨 뒤면 앞소리가 다 섞여서 들린다.”

“…예.”

“그런데 하나 · 둘 · 넷 · 넷은 여기 없는 박자다.”

나는 물었다.

“…없습니까?”

형이 말했다.

“스물넷 가운데 없다.”

나는 그 자리에 섰다.

형이 물었다.

“언제부터 그것이 입에 있었느냐?”

나는 셈을 했다.

“…가을부터입니다.”

형이 물었다.

“가을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

나는 말했다.

“문 앞에 사람이 왔습니다.”

형이 고개를 들었다.

“…누가 왔느냐?”

나는 말했다.

“모릅니다. 안 들어왔습니다.”

“…”

“돌계단 아래에서 사흘 서 있다가 갔습니다.”

형이 물었다.

“무엇을 했느냐?”

나는 말했다.

“소리를 냈습니다.”

형이 그 자리에 앉았다.

“…무슨 소리냐.”

나는 그 소리를 냈다.

하나 · 둘 · 넷 · 넷.

형이 나를 봤다.

나는 말했다.

“사흘 동안 그 소리만 냈습니다.”

형이 물었다.

“그것을 들은 사람이 몇이냐?”

나는 말했다.

“문하가 다 들었습니다.”

형이 일어섰다.

“…여든셋이 다 들었느냐?”

나는 말했다.

“예.”

형이 물었다.

“그럼 여든셋 입에 그것이 다 있겠구나.”

나는 말했다.

“아마요.”

형이 그 자리에 섰다.

나는 물었다.

“형, 그게 나쁜 것입니까?”

형이 말했다.

“모르겠다.”

“…”

“그런데 하나는 알겠다.”

나는 물었다.

“무엇입니까?”

형이 말했다.

“밖에서 소리를 내면 안으로 들어온다.”

형이 가고 나서 나는 그 박자를 혼자 해 봤다.

하나 · 둘 · 넷 · 넷.

해 보니 손이 안 따라왔다.

입에만 있고 몸에는 없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세 번 소리로 내 봤다.

세 번 내면 몸으로 들어간다고 형이 말했다.

두 번까지 내고 그만뒀다.

그만둔 까닭은 하나다.

이것이 누구 것인지 모른다.

모르는 것을 몸에 넣으면 그 사람이 잃는다.

나는 열한 살인데 그것은 안다.

밥도 남의 밥그릇에서 안 떠먹는다.

나는 그 밤에 부엌 문턱에 앉아 있었다.

할머니가 안에서 물었다.

“…안 자고 뭐 하냐.”

나는 말했다.

“셈을 합니다.”

할머니가 말했다.

“셈은 아침에 해라. 밤에 하면 틀린다.”

“…왜 틀립니까?”

할머니가 말했다.

“밤에는 없는 것부터 세게 된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아무 대답도 못 했다.

할머니가 문턱으로 나왔다.

“무엇을 세느냐?”

나는 말했다.

“하나만 외우고 있는 것이 셋 있습니다.”

할머니가 말했다.

“그럼 넷째를 만들면 되지.”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할머니가 말했다.

“하나가 외우면 셋이 되게 하고, 셋이 외우면 열이 되게 해라.”

“…”

“밥도 그렇게 짓는다. 한 솥이 모자라면 두 솥을 짓지, 먹는 사람을 줄이지는 않는다.”

2화는 어땠나요?

댓글 0

로그인하면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