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6,130자)

디오니소스 송가

니체의 삶 · 네오

시장 여자들이 그에게 가장 단 포도를 골라 주었다.

12월의 토리노. 그는 오버베크에게 그렇게 썼다. 과일 가게 여자들이 자기가 오면 가장 좋은 송이를 꺼내 준다고. 식당에서 자기 자리를 비워 두는 것은 봄부터였고, 지금은 거리의 아이들이 그에게 인사했다. 그는 그것을 적으면서 자기가 이 도시에서 어떤 사람인지 보았다. 왕자처럼 대접받는 사람. 그는 그렇게 적었다. 적으면서 그것이 과장인지 보았다. 과장이었다. 그런데 포도는 정말로 달았다.

그는 12월에 거울을 자주 보았다. 쾨젤리츠에게 적었다.

「방금 거울을 보았네. 이렇게 보인 적이 없었어.」[주 36-01]

좋아 보인다는 뜻이었다. 눈이 밝고 얼굴에 색이 있고 걸음이 빨랐다. 10년 동안 없던 일이었다. 그는 그것을 믿지 않으려 했고, 믿지 않으면서 거울을 또 보았다. 피노의 아내가 그가 거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성호를 그었다. 그는 몰랐다.

12월 중순에 그는 바그너를 마지막으로 정리했다.

「니체 대 바그너. 어느 심리학자의 문서들.」 새로 쓴 것이 아니었다. 10년 동안 자기 책들에 바그너에 대해 쓴 것을 뽑아 순서대로 놓은 것. 「인간적인」에서, 「즐거운 학문」에서, 「선악의 저편」에서, 「도덕의 계보」에서. 그 문장들이 한 줄로 서자 다른 것이 보였다. 10년 동안 자기가 한 사람에 대해 쓴 것이 한 권이 되었다. 그는 서문에 적었다.

「우리는 서로의 대척점에 서 있다.」[주 36-02]

대척점. 지구의 반대편. 한 사람이 서 있으면 다른 사람은 그 발밑 반대쪽에 거꾸로 서 있는 것. 그는 그 그림이 맞다고 생각했다. 둘은 같은 지구에 있었다. 떨어질 수 없었다. 그래서 대척점이었다. 그는 그 책의 끝에 후기를 붙였다. 자기 병에 대해. 병이 자기에게 가르쳐 준 것에 대해.

「커다란 고통에 이르러서야 정신은 마지막 해방을 얻는다.」[주 36-03]

그리고 이어서 적었다.

「그런 심연에서, 그런 무거운 병에서 사람은 새로 태어나 돌아온다. 기쁨 속에 두 번째의, 더 위험한 순진함을 가지고.」[주 36-04]

두 번째 순진함. 그는 그 말을 적고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 사람이 그것을 가졌는지. 가진 것 같았다. 위험한 것인지는 몰랐다. 더 위험한. 그는 그 낱말을 자기가 왜 넣었는지 생각했다. 넣은 손이 알았다. 머리는 몰랐다.

그는 원고를 나우만에게 보냈다. 「이 사람을 보라」보다 먼저 찍으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며칠 뒤에 다시 편지를 썼다. 「이 사람을 보라」를 먼저. 그러고 나서 또. 나우만은 어느 쪽을 먼저 찍어야 할지 몰랐다. 그도 몰랐다. 두 책이 서로 먼저 나가려고 했다.

그리고 시를 묶었다.

디오니소스 송가. 아홉 편. 어떤 것은 「차라투스트라」 4부의 늙은 마술사가 부른 노래를 꺼내 다시 쓴 것이었고 어떤 것은 새로 쓴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밤에 했다. 피노의 피아노 옆에서. 시를 고치다가 피아노를 치고 피아노를 치다가 시를 고쳤다.

마술사의 노래였던 것에 그는 새 제목을 붙였다. 아리아드네의 탄식. 마술사가 부를 때 그것은 거짓 고통의 노래였다. 지금 그는 그것을 여자의 입에 두었다. 테세우스에게 버려진 여자.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누가 나를 덥혀 주나, 누가 아직 나를 사랑하나? 뜨거운 손을 다오!」[주 36-05]

그는 그 줄을 적고 손을 보았다. 자기 손. 12월인데 따뜻했다. 토리노의 겨울은 니스보다 추웠는데 손이 따뜻했다. 그는 누구에게 뜨거운 손을 달라는 것인지 생각했다. 아리아드네가. 코지마. 그는 그 이름을 적지 않았다. 20년 전 트립셴에서 그 여자가 자기를 아리아드네라고 부른 적이 있던가. 없었다. 자기가 그렇게 불렀던가. 머릿속에서. 그는 몰랐다. 모르는 채로 시의 끝에 디오니소스를 등장시켰다. 신이 번개 속에서 나타나 버려진 여자에게 말한다.

「현명해져라, 아리아드네! 나는 너의 미궁이다.」[주 36-06]

미궁. 테세우스가 실을 따라 빠져나온 곳. 신은 자기가 그 미궁이라고 했다. 빠져나올 곳이 아니라 사랑할 곳. 그는 그 줄을 적고 펜을 놓았다. 그 줄을 누가 적었는지 그는 몰랐다. 자기가 적었다. 그런데 자기가 디오니소스인지 아리아드네인지 미궁인지 몰랐다. 셋 다였다. 셋 다라는 것이 12월에는 이상하지 않았다.

다른 시는 새로 썼다. 해가 진다.

「오래지 않아 너는 더 목마르지 않으리, 불탄 심장이여!」[주 36-07]

그리고.

「명랑함이여, 금빛의, 오라!」[주 36-08]

금빛. 클로드 로랭의 하늘. 그는 창밖을 보았다. 12월의 광장에 저녁 빛이 금색으로 누워 있었다. 그는 그 빛을 시에 넣었다. 자기가 쓴 가장 가벼운 시였다. 가볍다는 것이 얕다는 뜻이 아니었다. 피상적인 그리스인들. 깊이에서. 그는 그것을 시로 했다. 노래했어야 했다고 2년 전 서문에 썼다. 지금 노래했다.

가장 긴 것은 가장 부유한 자의 가난이었다.

주는 사람의 노래. 밤의 노래의 다른 모양. 5년 전 로마의 로지아에서 분수 소리를 들으며 쓴 것. 주기만 하는 사람. 받는 법을 모르는 사람. 그는 그것을 다시 썼다. 이번에는 그 사람이 자기에게 말하게 했다.

「사랑받고 싶다면 너는 더 가난해져야 한다, 지혜로운 어리석은 자여!」[주 36-09]

더 가난해져야 한다. 가진 것을 주어서는 사랑받지 못한다. 가진 것이 없어야 한다. 그는 그 줄을 적으면서 자기가 지금 얼마나 부유한지 보았다. 열 권의 책. 코펜하겐의 300명. 토리노의 포도. 거울 속 얼굴. 그 모든 것이 그를 가난하지 못하게 했다. 그는 지혜로운 어리석은 자였다. 자기가 자기에게 그렇게 불렀다.

그리고 어릿광대의 노래. 늙은 마술사가 불렀던 것. 오직 어릿광대. 오직 시인.

「오직 어릿광대! 오직 시인!」[주 36-10]

그는 그 후렴을 적으면서 「이 사람을 보라」의 줄을 생각했다. 성자이기보다 차라리 어릿광대. 그 말을 한 달 전에 적었다. 지금 그 말이 시에서 돌아왔다. 같은 것이 돌아온다. 그는 그것이 우스웠고, 우습다는 것이 어릿광대의 증거였다.

12월에 편지들이 오갔다.

스트린드베리. 스웨덴의 극작가. 브란데스가 소개했다. 둘은 11월부터 편지를 썼다. 스트린드베리는 그의 책을 읽고 미쳤다고 했다. 좋은 뜻으로. 그는 스트린드베리의 희곡을 읽고 답했다. 둘은 서로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12월 31일에 그는 스트린드베리에게 썼다. 자기가 로마에 군주 회의를 소집했다고. 젊은 황제를 총살시키겠다고. 서명을 니체 카이사르라고 했다.

스트린드베리가 답했다. 라틴어와 그리스어로. 당신의 편지를 동요 없이 받지는 못했다고. 그리고 한 줄.

「때로는 미치는 것이 즐겁다.」[주 36-11]

그는 그 편지를 읽고 웃었다. 스트린드베리가 자기를 알아본 것인지 자기를 걱정한 것인지 몰랐다. 둘 다였다. 그는 둘 다를 받았다.

오버베크에게는 다른 것을 썼다. 유럽의 궁정들에 보낼 각서를 쓰고 있다고. 반독일 동맹을 위해.

「나는 제국을 쇠 셔츠 속에 졸라매고 싶네.」[주 36-12]

제국. 비스마르크의 것. 20년 전 뵈르트의 들판에서 프로이센 군인들을 씻어 준 사람이 지금 그 제국을 쇠 셔츠에 넣겠다고 썼다. 그는 그것이 과장인지 보지 않았다. 12월 말에 그는 과장인지 보는 것을 그만두었다. 보는 사람이 없어졌다. 혹은 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 디오니소스, 아리아드네, 미궁, 카이사르, 어릿광대. 그들이 전부 한 방에 있었고, 그는 그 방의 주인이었다.

쾨젤리츠에게는 음악 이야기를 했다. 쾨젤리츠가 베네치아에서 「삶에의 찬가」를 다시 편곡하고 있었다. 그는 그 편지에 자기 피아노 이야기를 적었다. 밤마다 친다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채로. 아버지처럼. 그 말은 적지 않았다. 피노의 가족이 듣는다고 적었다. 그들이 듣는다는 것이 좋다고.

피노의 가족은 듣고 있었다. 저녁마다. 처음에는 좋은 소리였다. 12월 말부터 소리가 달라졌다. 밤에도 쳤다. 노래가 섞였다. 피노의 아내가 천장을 보며 성호를 그었다. 피노가 말했다. 내버려 둬요. 저이는 집세를 밀린 적이 없어요. 그는 그 말을 듣지 못했다.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1월 1일에 그는 쾨젤리츠에게 짧게 썼다. 「디오니소스 송가」를 끝냈다고. 「이 사람을 보라」의 마지막에 넣을 시 두 편을 나우만에게 보냈다고. 그리고 「이 사람을 보라」와 「니체 대 바그너」 가운데 무엇을 먼저 낼지 결정했다고. 적고 나서 그는 무엇을 결정했는지 다시 적지 않았다. 적지 않아도 되었다. 둘 다 나올 것이었다. 혹은 둘 다 나오지 않을 것이었다.

1월 2일 밤에 그는 교정쇄를 읽었다.

「니체 대 바그너」. 나우만이 보낸 첫 교정쇄. 책상 위에 세 더미. 그는 붉은 잉크로 고쳤다. 쉼표. 낱말. 그리고 후기에 이르러 자기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커다란 고통에 이르러서야. 왜 그었는지 그는 몰랐다. 그은 손이 알았다.

밤이 깊었다. 피노네는 자고 있었다. 그는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치지 않았다. 손을 얹었다. 건반이 차가웠다. 손이 따뜻했다. 그는 그 둘 사이에 한참 있었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내렸다. 소리가 나지 않게. 창을 열었다. 광장이 어두웠다. 궁전의 윤곽. 하늘에 별이 있었다. 1월의 별. 그는 아리아드네를 생각했다. 디오니소스가 아리아드네를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는 옛이야기. 그는 그 별자리가 어디 있는지 몰랐다. 보이지 않았다. 토리노의 하늘에는 없었다.

그는 창을 닫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 교정쇄가 책상 위에 있었다. 붉은 밑줄 하나. 내일 아침에 산책을 나갈 것이었다. 광장을 건너서. 늘 그랬듯이.

후주

[주 36-01] 니체가 하인리히 쾨젤리츠에게 보낸 편지, 1888년 12월. eKGWB BVN-1888(번호는 비평판에서 재확인). 한국어 작업 번역. 같은 달 오버베크에게 보낸 편지에 시장 여자들이 가장 단 포도를 골라 준다는 말이 있다.

[주 36-02] 니체, 『니체 대 바그너』 서문. eKGWB NW-Vorwort. 한국어 작업 번역. 원문은 「우리는 대척자다」에 가깝다.

[주 36-03] [주 36-04] 같은 책 「후기」 1절. eKGWB NW-Epilog-1. 한국어 작업 번역. 두 인용은 같은 절에서 이어진다. 이 책은 1888년 12월 중순 옛 저작의 바그너 관련 대목을 뽑아 엮은 것으로, 1889년 1월 소수가 인쇄되었고 일반 공표는 1895년이다. 사가 인쇄와 공표를 구별했다.

[주 36-05] [주 36-06] 니체, 『디오니소스 송가』 「아리아드네의 탄식」. eKGWB DD-Klage. 한국어 작업 번역. 『차라투스트라』 4부에서 늙은 마술사가 부른 노래를 고쳐 쓴 것이며, 끝에 디오니소스가 나타나 말하는 대목은 새로 붙인 것이다. 코지마 바그너를 아리아드네로 보는 것은 해석이며, 본문도 그렇게 썼다.

[주 36-07] [주 36-08] 같은 책 「해가 진다」. eKGWB DD-Sonne. 한국어 작업 번역.

[주 36-09] 같은 책 「가장 부유한 자의 가난」. eKGWB DD-Armut. 한국어 작업 번역.

[주 36-10] 같은 책 「오직 어릿광대! 오직 시인!」. eKGWB DD-Narr. 한국어 작업 번역. 『차라투스트라』 4부 「우울의 노래」를 고친 것이다.

[주 36-11]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가 니체에게 보낸 편지, 1888년 12월 31일 또는 1889년 1월 1일. 라틴어 「Interdum juvat insanire」. 한국어 작업 번역. 니체가 12월 31일 보낸 편지에 로마의 군주 회의와 젊은 황제의 총살을 적고 「니체 카이사르」로 서명한 것은 사실이다.

[주 36-12] 니체가 프란츠 오버베크에게 보낸 편지, 1888년 12월 말. eKGWB BVN-1888(번호 재확인). 한국어 작업 번역. 유럽 궁정에 보낼 반독일 동맹 각서를 쓰고 있다는 말이 함께 있다.

[근거 36-13] 『디오니소스 송가』는 1888년 12월부터 1889년 1월 초 사이에 아홉 편으로 정리되었다. 1889년 1월 1일 쾨젤리츠에게 송가 완성과 『이 사람을 보라』 끝에 넣을 시를 알렸다. 1월 2일 밤 『니체 대 바그너』 교정쇄를 읽고 있었던 것은 1월 8일 오버베크가 도착했을 때의 증언과 이어진다. 피노 가족이 12월 말부터 밤의 피아노와 노래를 들었다는 것은 피노 가족의 전승이다.

이 대목은 1889년 1월의 정신적 붕괴 직전을 다루며 병명을 쓰지 않았다. 편지들을 농담으로만 읽지도, 완성된 철학적 선언으로 읽지도 않았다. 거울 앞의 피노 부인, 두 책이 서로 먼저 나가려 했다는 것, 별자리를 찾는 밤은 소설의 창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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