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6,074자)

안티크리스트

니체의 삶 · 네오

토리노의 가을은 빛이 다른 데서 왔다.

9월 21일에 돌아왔다. 피노의 집, 5층, 같은 방. 피아노가 있었고 피노의 딸이 계단에서 그를 보고 뛰어 올라가 어머니에게 알렸다. 창을 열자 광장이 있었고 궁전이 있었고 그 너머에 알프스가 있었다. 봄에 본 것과 같은 것이었는데 빛이 달랐다. 봄의 빛은 위에서 왔다. 가을의 빛은 옆에서 왔다. 낮게, 길게, 금색으로. 그는 그것을 편지에 클로드 로랭의 날들이라고 적었다. 17세기 프랑스 화가가 그린 저녁 하늘. 그 하늘 아래 그는 걸었다. 매일. 아팠던 날을 세지 않았다. 셀 것이 없었다.

그는 그것을 믿지 않으려 했다. 10년 동안 믿지 않는 법을 배웠다. 좋은 날은 나쁜 날의 앞이었다. 그런데 좋은 날이 계속되었다. 그는 믿지 않으면서 썼다.

가방 안의 종이. 안티크리스트. 전도의 첫째 권.

그는 9월 초 질스마리아에서 시작한 것을 토리노에서 이어 썼다. 아침마다. 창을 열어 두고. 광장 건너 어딘가에서 종이 울렸다. 토리노에는 교회가 많았고 아침마다 종이 겹쳐 울렸으며, 그는 그 종소리 속에서 기독교에 대한 책을 썼다. 그것이 우스운지 보았다. 우습지 않았다. 종소리는 그가 아는 가장 오래된 소리였다. 뢰켄의 종. 아버지의 종. 세다가 잊고 다시 세던 종.

첫 절의 첫 줄은 이것이었다.

「우리 얼굴을 마주 보자. 우리는 히페르보레오스인이다.」[주 34-03]

북풍 너머에 산다는 전설의 사람들. 어느 시대에도 닿지 않는 데. 그는 자기 독자를 그렇게 불렀다. 두려움 없는 자들, 고향 없는 자들, 그리고 이제 북풍 너머의 사람들.

둘째 절에서 그는 행복을 적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힘이 커지고, 하나의 저항이 극복되고 있다는 느낌이다.」[주 34-01]

그 앞에 적은 것이 있었다.

「만족이 아니라 더 많은 힘. 평화 일반이 아니라 전쟁. 덕이 아니라 유능함.」[주 34-04]

적고 나서 그는 그 줄을 보았다. 행복. 자기가 그것을 정의하고 있었다. 「아침놀」의 힘의 감정에서 7년. 쾨젤리츠의 생선에서 8년. 그는 지금 그것을 가장 짧게 적었다. 저항이 극복되고 있다는 느낌. 되고 있다는. 극복된 것이 아니라 되고 있는 것. 그는 그 진행형을 지켰다. 극복된 것은 행복이 아니었다. 도착한 데가 없는 새들. 그는 그 줄을 쓰면서 자기가 지금 행복한지 보았다. 종이 울리고 있었다. 저항이 있었다. 그는 극복하고 있었다. 그러면 행복이었다. 그는 그것을 적지 않았다.

일곱째 절은 연민이었다.

기독교를 연민의 종교라고 그는 적었다. 연민이 무엇을 하는가.

「연민은 삶의 느낌을 높이는 정동들과 반대된다. 연민할 때 사람은 힘을 잃는다.」[주 34-05]

고통받는 사람 옆에서 함께 고통받는다. 그러면 고통이 둘이 된다. 세계에 고통이 늘어난다. 연민은 삶을 부정하는 것을 지키고 늘린다. 그는 그것을 허무주의의 실천이라고 적었다. 적으면서 화차 안의 병사를 생각했다. 턱이 깨진 사람. 눈을 감겨 준 사람. 그것이 연민이었나. 그는 몰랐다. 그 사람 옆에서 함께 아팠다. 그 사람은 죽었다. 자기는 이질에 걸렸다. 고통이 둘이 되었다. 그는 자기 문장이 맞는지 보았다. 맞았다. 그런데 그 화차에서 자기가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몰랐다. 그는 그 모름을 적지 않았다. 안티크리스트는 모름을 적는 책이 아니었다. 저주하는 책이었다. 부제를 그렇게 적었다. 기독교에 대한 저주.

그런데 가운데에 다른 것이 있었다.

예수. 그는 그 사람을 적을 때 저주하지 않았다. 적을 수 없었다. 그는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심리학으로 적었다. 저항하지 않는 사람. 모든 적대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 천국이 어디 있는가, 마음 안에. 교리가 아니라 사는 법.

「「기쁜 소식」이란 바로 더 이상 대립이 없다는 것이다. 하늘나라는 아이들의 것이다.」[주 34-06]

기쁜 소식. 그 사람은 죽는 법으로 그것을 보여 주었다. 십자가에서 저주하지 않고 기도하면서. 그는 그것을 적으면서 손이 느려졌다.

아버지였다.

그는 그것을 알았다. 자기가 적는 예수의 얼굴이 어디서 왔는지. 서른다섯에 죽은 목사. 덧문을 닫은 방. 아이의 손을 잡고 고개만 끄덕인 사람. 저항하지 않은 사람. 그는 「이 사람을 보라」를 아직 쓰지 않았지만 그 책에서 아버지를 어떻게 적을지 알았다. 지나가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그 사람의 얼굴로 예수를 적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틀린지 보았다. 틀리지 않았다. 심리학은 어디선가 와야 했다. 자기 심리학은 뢰켄에서 왔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 사람을 죽인 자들을 적었다.

교회. 바울. 그는 바울에게 새 이름을 지어 주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자의 반대. 불쾌한 소식을 전하는 자.[주 34-07] 그 사람이 산 것을 교리로 바꾼 사람들. 그 사람이 보여 준 것을 믿음으로 바꾸고, 그 믿음을 권력으로 바꾸고, 그 권력으로 2천 년을 다스린 사람들. 그는 그것을 저주했다. 저주할 수 있었다. 그 사람과 그 사람의 교회는 달랐다. 그는 그 차이를 서른아홉째 절에 적었다.

「근본적으로 그리스도인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십자가에서 죽었다.」[주 34-02]

그는 그 줄을 적고 창가로 갔다. 종이 울리고 있었다. 정오였다. 열두 번. 그는 세었다. 잊지 않고 세었다. 그리고 세는 동안 다른 것이 올라왔다. 말이었다. 자기 입에서가 아니라 머리에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목소리로. 뢰켄의 교회에서 매주 듣던 목소리. 그는 그것을 밀어내지 않았다. 끝까지 두었다.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 아버지의 목소리가 기도를 끝까지 했다. 아멘까지.

그는 책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다음 절을 적었다. 바울에 대해. 저주를. 아버지의 목소리가 아직 방에 있는 채로. 그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목소리와 이 저주가 한 방에 있는 것. 그 목소리는 그 사람의 것이었다. 이 저주는 그 사람을 죽인 자들의 것이었다. 그는 둘을 구별했다.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가을에 그가 가진 것이었다.

9월 30일에 끝냈다.

예순두 번째 절이 저주였다.

「나는 기독교를 하나의 큰 저주라고 부른다, 하나의 큰 가장 내적인 타락, 하나의 큰 복수 본능이라고. 그것에게는 어떤 수단도 충분히 독하지 않고, 은밀하지 않고, 지하적이지 않고, 작지 않다. 나는 그것을 인류의 하나의 불멸의 오점이라고 부른다.」[주 34-08]

그는 그것을 적고 손을 멈추었다. 아버지의 교회. 어머니의 기도. 불멸의 오점. 그는 그 둘을 한 방에 두었다. 둘 수 있었다.

마지막에 그는 법을 적었다. 기독교에 반대하는 법. 일곱 조항. 사제는 범죄자다, 기독교의 설교는 범죄다, 그런 것들. 그리고 그 밑에 날짜를 적었다. 구원의 해 첫날. 1888년 9월 30일. 거짓 달력으로는.

그는 그 날짜를 적고 웃었다. 새 달력. 자기가 새 시대의 첫날을 선언하고 있었다. 과장이었다. 과장이라는 것을 알면서 적었다. 과장이 아니면 저주할 수 없었다. 그런데 웃음 끝에 그는 자기가 정말로 그렇게 믿는지 보았다. 조금 믿었다. 조금 믿는 것이 전에 없던 일이었다. 그는 그것을 적지 않았다. 적지 않은 것이 많아지고 있었다.

책은 짧았다. 62절과 법. 그는 그것을 전도의 첫째 권이라고 적었다가 며칠 뒤에 다른 생각을 했다. 이것이 전도의 전부일 수도 있었다. 네 권이 아니라 한 권. 질스마리아에서 줄을 그은 목차가 또 줄어들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슬픈지 보았다. 슬프지 않았다. 짧은 것이 맞았다. 저주는 길면 설교가 되었다.

10월에 「바그너의 경우」의 답들이 왔다.

9월 22일에 나온 책. 50쪽. 답은 책보다 길었다. 바이로이트 사람들이 화를 냈다. 신문에 글이 실렸다. 죽은 사람을 치는 비겁함. 은혜를 모르는 제자. 그는 그것들을 읽고 치우지 않았다. 책상에 두었다. 그리고 다른 편지가 왔다. 말비다였다.

로마에서. 소렌토의 식탁을 차린 사람. 교수님은 결혼하셔야 해요, 하던 사람. 바그너의 오랜 친구. 말비다는 「바그너의 경우」를 읽고 썼다. 길고 슬픈 편지였다. 이 책은 당신답지 않다고.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이렇게 쓸 수는 없다고. 당신 안의 무엇인가가 아픈 것 같다고. 그는 그 마지막 줄을 두 번 읽었다. 아픈 것 같다. 연민이었다. 소렌토의 식탁이 연민을 보내왔다.

그는 답장을 썼다. 차갑게. 당신은 내 책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12년 동안 한 권도. 소렌토에서 읽어 준 것은 남의 책들이었고 내 책은 읽지 않았다고. 바그너를 사랑했기 때문에 이 책을 쓴 것이라고. 사랑하지 않았으면 쓸 필요가 없었다고. 그는 그것을 적으면서 자기 손이 빠른 것을 보았다. 남을 치는 손은 빨랐다. 15년 전에 안 것이었다. 그는 봉했다. 보냈다. 말비다는 답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소렌토의 식탁에 앉았던 넷 가운데 레가 갔고 브레너가 죽었고 이제 말비다가 갔다. 그는 혼자 식탁에 남았다. 식탁은 12년 전 것이었고 그는 지금 토리노에 있었다.

10월 15일에 그는 마흔넷이 되었다.

어머니의 소포가 왔다. 나움부르크에서. 소시지와 햄과 양말. 그리고 편지. 어머니는 그가 토리노에서 잘 먹는지 물었고 날씨를 물었고 눈을 물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 너를 위해 기도한다, 내 늙은 아들아.

그는 그 줄을 읽었다. 기도한다. 어제 바울을 저주한 사람에게 어머니가 기도한다고 썼다. 그는 그 둘을 한 방에 두었다. 둘 수 있었다. 그 목소리와 이 저주. 그는 소시지를 잘랐다. 나움부르크의 소시지. 어릴 때 먹던 것과 같은 맛이었다. 그는 그것을 먹으면서 답장을 생각했다. 잘 먹는다고 쓸 것이었다. 날씨가 좋다고. 눈은 그대로라고. 기도에 대해서는 쓰지 않을 것이었다. 쓰지 않는 것이 그가 어머니에게 줄 수 있는 것이었다.

창밖에서 종이 울렸다. 저녁 여섯 시. 그는 세지 않았다. 소시지를 먹었다. 맛이 있었다.

후주

[주 34-01] 니체, 『안티크리스트』 2절. eKGWB AC-2. 한국어 작업 번역. 「되고 있다」는 진행형이 원문에 있다.

[주 34-02] 같은 책 39절. eKGWB AC-39. 한국어 작업 번역. 예수와 교회·바울에 대한 평가의 차이가 책의 구조에 있으며(29~35절의 「구원자의 심리학」, 42절의 바울), 이 소설은 그 차이를 보존했다. 7절의 연민 비판, 62절의 저주, 끝의 「기독교에 반대하는 법」과 「거짓 달력으로 1888년 9월 30일」이라는 날짜 표기는 원문에 있다.

[주 34-03] [주 34-04] 니체, 『안티크리스트』 1절과 2절. eKGWB AC-1, AC-2. 한국어 작업 번역. 34-04는 34-01의 바로 앞 문장이다.

[주 34-05] 같은 책 7절. eKGWB AC-7. 한국어 작업 번역.

[주 34-06] 같은 책 32절. eKGWB AC-32. 한국어 작업 번역. 「구원자의 심리학」 대목이다.

[주 34-07] 같은 책 42절. eKGWB AC-42. 바울을 「불쾌한 소식을 전하는 자」라 부른 조어의 취지이며 직접 인용이 아니다.

[주 34-08] 같은 책 62절. eKGWB AC-62. 한국어 작업 번역. 책의 마지막 절이다.

[근거 34-09] 『안티크리스트. 기독교에 대한 저주』는 1888년 9월 3일부터 30일 사이에 질스마리아와 토리노에서 썼다. 「모든 가치의 전도」 첫째 권으로 계획했다가 뒤에 전도의 전부로 여겼다. 생전에 출간되지 않았고 1895년 동생이 일부를 삭제해 처음 냈다. 이 소설은 1888년의 집필만 다루었다.

[근거 34-10] 1888년 9월 21일 토리노로 돌아와 피노의 집에 다시 들었다. 그해 가을 토리노의 날씨를 「클로드 로랭의 날들」이라 적은 것은 편지에 전한다. 「바그너의 경우」는 9월 22일 출간되어 바그너 추종자들의 분노를 샀다. 말비다 폰 마이젠부크가 항의 편지를 보냈고 니체가 10월 20일 냉혹한 답장을 보내 우정이 끝난 것은 사실이다. 편지의 문구는 그 취지를 옮긴 것이다.

[근거 34-11] 1888년 가을 어머니가 나움부르크에서 소시지와 햄을 보냈고 니체가 식사와 날씨를 다정하게 적어 보낸 것은 모자의 편지에 전한다. 「내 늙은 아들아」는 어머니가 아들을 부르던 말이다.

종소리 속의 집필, 예수의 얼굴을 아버지에게서 가져왔다는 것, 정오에 떠오른 주기도문, 「조금 믿었다」는 소설의 해석과 창작이다. 기독교 비판은 니체의 목소리이며 이 소설이나 작가의 선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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