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6,348자)
우상의 황혼
니체의 삶 · 네오
그해 여름 질스마리아에는 비가 많았다.
6월에 올라갔는데 7월까지 추웠고, 호수 위에 안개가 걷히지 않는 날이 이어졌고, 두리슈 부인이 난로에 불을 넣어 주었다. 7년째 같은 방이었다. 창 쪽으로 반 뼘 옮겨진 책상. 두리슈의 딸은 이제 아홉 살이었고 빵을 올려 주고 가면서 날씨 이야기를 했다. 교수님, 오늘도 비예요. 그는 그렇다고 했다. 아이는 그가 교수가 아니라는 것을 몰랐다. 그는 고치지 않았다. 마을에서 자기를 교수라고 부르는 사람이 그 아이 하나였다.
책상 위에 종이 더미가 있었다. 목차였다.
큰 책의 목차. 그는 그것을 3년째 쓰고 있었다. 제목은 힘에의 의지. 부제는 모든 가치의 전도를 위한 시도. 네 권. 첫째 권은 유럽의 허무주의, 둘째 권은 지금까지의 최고 가치 비판, 셋째 권은 새로운 가치 정립의 원리, 넷째 권은 훈육과 양육. 그는 그 목차를 썼다. 그리고 지웠다. 그리고 다시 썼다. 권의 순서를 바꾸고 제목을 바꾸고 장을 나누었다. 종이 더미가 손가락 두 마디 두께가 되었다. 열 번 넘게 쓴 목차. 책은 한 줄도 없었다. 노트는 수백 장이었다. 질스마리아와 니스와 토리노에서 쓴 단편들. 그것을 네 권에 넣으려고 할 때마다 네 권이 무너졌다.
8월 26일에 그는 마지막 목차를 썼다. 쓰고 나서 종이를 보았다. 그리고 그 위에 줄을 그었다. 네 줄. 네 권에 하나씩.
이 책은 쓰이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그날 알았다. 힘에의 의지라는 제목의 체계서. 자기 평생을 한 체계에 넣는 책. 그런 것을 자기가 쓸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체계는 자기가 15년 동안 뜯어본 것이었다. 체계를 세우면 자기가 또 하나의 사제가 되었다. 그는 며칠 뒤에 그것을 잠언으로 적는다.
「나는 모든 체계가들을 불신하고 그들을 피한다. 체계를 세우려는 의지는 정직성의 결핍이다.」[주 33-04]
정직성의 결핍. 자기가 3년 동안 하려던 것의 이름이었다. 그는 수백 장의 노트를 보았다. 그것들은 노트로 남을 것이었다. 생각의 실험실. 그는 그것이 슬픈지 보았다. 슬프지 않았다. 네 권 대신 다른 것을 쓸 것이었다. 체계가 아니라 전도. 짧고 빠르고 날카로운 것. 그는 새 종이에 적었다. 모든 가치의 전도. 그 밑에 첫째 권의 제목. 안티크리스트. 그것은 가을에 쓸 것이었다.
그 전에 한 가지를 하기로 했다. 쉬는 것.
8월 18일부터였다. 큰 책을 지우기 전에 이미 시작한 것이었다. 그는 공책에 제목을 적었다. 어느 심리학자의 한가로움. 농담이었다. 한가로움. 스무 날이 아니라 보름 동안 그는 한가롭게 썼다. 짧은 것들. 화살 같은 것들. 큰 책의 노트에서 날카로운 것만 골라내어 다듬었다. 체계가 무너진 자리에서 화살이 나왔다.
첫 장은 잠언이었다. 44개. 그는 그것을 비 오는 아침마다 몇 개씩 적었다. 어느 아침에는 이것을.
「삶의 「왜」를 가진 사람은 거의 모든 「어떻게」를 견딘다.」[주 33-05]
왜. 그는 그 낱말을 적고 자기 왜를 생각했다.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를 견뎠다. 118일을. 어느 아침에 일어서지 못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다 다시 누웠다. 머리가 아니라 다리였다. 다리에 힘이 없었다. 그는 누운 채로 공책을 당겨 적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주 33-01]
적고 나서 그는 그 줄을 보았다. 누워서 적은 줄.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이 적은 줄. 그는 그것이 거짓인지 보았다. 거짓은 아니었다. 그러나 보증도 아니었다. 모든 고통이 강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를 죽인 것은 아버지를 강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는 그 줄을 지우지 않았다. 지우지 않고 그 줄이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생각했다. 자기에게. 누워 있는 자기에게 던지는 말. 던지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누워 있었다. 그는 그날 오후에 일어났다. 줄 때문이 아니었다. 다리가 돌아와서였다. 그래도 줄은 거기 있었다.
다른 아침에 그는 음악에 대해 적었다.
토리노의 피아노. 피노의 딸이 계단에서 듣던 것. 그리고 「카르멘」 스무 번. 그리고 아버지. 그는 그것들을 한 줄에 넣었다.
「음악이 없다면 삶은 하나의 오류일 것이다.」[주 33-02]
오류. 그는 그 낱말을 골랐다. 지옥도 아니고 사막도 아니고 오류. 틀린 계산. 음악이 있어야 계산이 맞았다. 그는 바그너를 병이라고 썼고 그 병이 음악이라는 것을 알았다. 음악 없이는 삶이 틀렸다. 그 둘이 모순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이제 설명할 수 있었다. 설명하지 않았다. 잠언은 설명하지 않는 것이었다.
둘째 장은 소크라테스였다. 18년 전 바젤 강당에서 공포와 오해를 일으킨 그 사람. 그는 그를 다시 썼다. 짧게. 첫 줄부터 그 사람들 전부를 겨누었다.
「삶에 대해 모든 시대의 가장 지혜로운 자들은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것은 쓸모없다고.」[주 33-06] 추한 사람, 논증으로 본능을 이긴 사람, 죽을 때 닭 한 마리를 빚졌다고 한 사람. 삶이 병이라고 생각한 사람. 그는 그것을 적으면서 18년 전의 자기를 생각했다. 그때는 소크라테스를 비극의 살해자라고 했다. 지금은 삶을 병으로 본 환자라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같았다. 보는 사람이 달랐다. 그는 그것을 적지 않았다.
셋째 장에서 그는 문법을 쳤다.
철학에서의 이성. 철학자들이 어떻게 세계를 거꾸로 세웠는가. 변하는 것을 거짓이라 하고 변하지 않는 것을 참이라 한 것. 감각을 믿지 않고 개념을 믿은 것. 그 개념이 어디서 왔는가. 그는 20년 전에 게르스도르프에게 구술한 것을 생각했다. 진리는 비유의 군대. 움직이는. 그는 이제 한 걸음 더 갔다. 비유가 아니라 문법. 주어와 술어. 내가 생각한다. 그러면 내가 있다. 그렇게 믿게 만드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문장의 구조였다. 모든 문장에 주어가 있으니 세계에도 주어가 있어야 한다고 믿게 된 것. 그 주어의 가장 큰 이름이 신이었다.
「나는 두렵다. 우리가 아직 문법을 믿고 있는 한, 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할까 봐.」[주 33-03]
그는 그 줄을 적고 펜을 놓았다. 문헌학자였다. 20년 동안 문법을 가르쳤다. 라틴어 문법, 그리스어 문법. 그 사람이 지금 문법이 신의 마지막 은신처라고 적었다. 자기 직업이 섬긴 것의 이름을 적었다. 바젤의 취임 강연에서 문헌학이 철학이 되었다고 선언했을 때 그가 몰랐던 것이 이것이었다. 문헌학이 철학이 되면 문법을 치게 된다는 것. 그는 그 줄을 쓰면서 자기 문장에도 주어가 있다는 것을 보았다. 나는 두렵다. 나. 밖이 없었다. 그는 밖이 없는 자리에서 밖을 가리켰다. 익숙한 자리였다.
사이사이에 그는 다른 것들을 적었다. 어느 시대에도 맞지 않는 사람의 산책. 거기 작년 2월 니스의 서점에서 집은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도스토옙스키, 내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던 유일한 심리학자.」[주 33-09]
유일한. 지하에서 벽을 두드리던 사람에게 그는 그 낱말을 주었다.
넷째 장은 짧았다. 한 쪽. 참된 세계가 어떻게 우화가 되었는가. 그는 그것을 하루의 시간으로 썼다. 플라톤의 아침. 기독교의 안개. 칸트의 회색빛. 실증주의의 새벽. 자유정신의 아침 식사. 그리고 정오.
「참된 세계를 우리는 없앴다. 어떤 세계가 남았는가? 가상 세계인가? 아니다! 참된 세계와 함께 우리는 가상 세계도 없앴다!」[주 33-07]
참이 없으면 가상도 없다. 정오. 그림자가 가장 짧은 시간. 그는 마지막 줄에 적었다. 차라투스트라가 시작된다. 그 사람의 이름을 라틴어로. 그는 그 한 쪽을 쓰고 웃었다. 2천 년의 철학사를 하루에 넣었다. 아침에서 정오까지. 그는 자기가 지금 몇 시에 있는지 생각했다. 정오였다. 정오라고 믿고 싶었다.
쾨젤리츠가 원고를 받고 편지를 보냈다.
제목이 너무 겸손하다고 했다. 어느 심리학자의 한가로움. 이 책은 한가로움이 아니라고. 이 책은 때리는 책이라고. 그는 그 편지를 읽고 책상 위의 지운 목차를 보았다. 네 줄이 그어진 종이. 그 밑에서 나온 책이 때리는 책이었다. 쾨젤리츠가 맞았다. 그는 새 제목을 적었다.
우상의 황혼. 그리고 부제. 또는 어떻게 망치로 철학하는가.
황혼. 그는 그 낱말을 적으면서 웃었다. 신들의 황혼.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 「반지」의 네 번째 밤. 세계가 불타고 라인이 넘치는 것. 12년 전 바이로이트의 어두운 객석에서 알기만 하고 듣지 못했던 것. 그는 그 제목에서 신들을 빼고 우상을 넣었다. 농담이었다. 농담이 아니었다. 바그너의 제목으로 바그너가 섬긴 것들을 치는 책.
망치는 서문에서 설명했다. 사람들은 망치를 부수는 것으로 알 것이었다. 아니었다.
「여기서는 우상을 소리굽쇠를 다루듯 망치로 두드린다. 그 속이 빈 유명한 소리를 듣기 위해.」[주 33-08]
소리굽쇠. 우상을 두드려 소리를 듣는 것. 속이 빈 것은 빈 소리를 낸다. 그는 그것을 적으면서 책상을 두드려 보았다. 나무 소리. 그다음에 유리잔을 두드렸다. 맑은 소리. 두리슈 부인이 아래층에서 올려다보았을 것이었다. 그는 피아노를 생각했다. 조율사가 소리굽쇠로 음을 맞추는 것. 아버지의 피아노는 조율된 적이 없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소리. 그는 지금 2천 년의 우상들을 조율하고 있었다. 하나씩 두드려서. 빈 소리가 나는 것을 적어 두면서.
9월 3일에 끝냈다. 보름. 원고는 라이프치히로 갔다. 나우만이 11월에 찍기로 했다. 그는 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 사이에 가을의 책을 쓸 것이었다. 전도의 첫째 권. 그는 「안티크리스트」라고 적은 종이를 가방에 넣었다.
9월 20일에 그는 산을 내려왔다.
두리슈 부부가 문 앞에 섰다. 딸이 그 옆에 섰다. 그는 내년에도 이 방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두리슈가 고개를 끄덕였다. 산골 사람의 끄덕임. 7년 동안 같은 끄덕임이었다. 아이가 말했다. 교수님, 내년에는 비가 안 올 거예요. 그는 그렇기를 바란다고 했다. 마차가 왔다. 그는 가방을 올렸다. 책 아홉 상자가 아니었다. 가방 하나. 가방 안에 「안티크리스트」라고 적은 종이가 있었다.
마차가 호숫가 길로 접어들었다. 수를레이 쪽으로. 바위가 길가에 있었다. 7년 전 그 오후의 바위. 그는 마차 안에서 그것을 보았다. 손을 짚지 않았다. 마차는 멈추지 않았다. 바위가 뒤로 지나갔다.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내년에 또 올 것이었다.
후주
[주 33-01] 니체, 『우상의 황혼』 「잠언과 화살」 8절. eKGWB GD-Sprüche-8. 한국어 작업 번역. 모든 고통이 자동으로 강함을 준다는 서술자의 보증으로 쓰지 않았다. 누워서 적었다는 것은 소설의 창작이다.
[주 33-02] 같은 책 「잠언과 화살」 33절. eKGWB GD-Sprüche-33. 한국어 작업 번역.
[주 33-03] 같은 책 「철학에서의 이성」 5절. eKGWB GD-Vernunft-5. 한국어 작업 번역.
[주 33-04] [주 33-05] 니체, 『우상의 황혼』 「잠언과 화살」 26절과 12절. eKGWB GD-Sprüche-26, GD-Sprüche-12. 한국어 작업 번역.
[주 33-06] 같은 책 「소크라테스의 문제」 1절. eKGWB GD-Sokrates-1. 한국어 작업 번역. 장의 첫 문장이다.
[주 33-07] 같은 책 「어떻게 「참된 세계」가 마침내 우화가 되었는가」 6절. eKGWB GD-Welt-6. 한국어 작업 번역. 「차라투스트라가 시작된다」 바로 앞이다.
[주 33-08] 같은 책 서문. eKGWB GD-Vorwort. 한국어 작업 번역.
[주 33-09] 같은 책 「어느 반시대적 인간의 산책」 45절. eKGWB GD-Streifzuege-45. 한국어 작업 번역.
[근거 33-10] 1888년 6월 6일부터 9월 20일까지 질스마리아에 머물렀고 이것이 마지막 여름이었다. 그해 여름은 춥고 비가 많았다. 「힘에의 의지」라는 제목의 네 권짜리 책 계획은 1885년부터 여러 차례 목차를 바꾸며 이어지다가 1888년 8월 말에 포기되었고, 그 자리에 「모든 가치의 전도」 계획이 들어섰다. 사후에 편집자들이 『힘에의 의지』라는 제목으로 묶어 낸 책은 니체가 완성한 책이 아니며 이 소설은 그것을 니체가 포기한 계획으로 썼다.
[근거 33-11] 『우상의 황혼』은 1888년 8월 18일부터 9월 3일 사이에 「어느 심리학자의 한가로움」이라는 제목으로 썼고, 쾨젤리츠가 제목이 너무 겸손하다고 하자 「우상의 황혼, 또는 어떻게 망치로 철학하는가」로 바꾸었다. 바그너의 「신들의 황혼」을 비튼 제목이다. 서문에서 망치를 소리굽쇠에 비유해 우상의 속 빈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썼다. 1888년 11월에 인쇄되어 1889년 1월 24일에 나왔다. 집필 완료와 출간을 구별했다.
[근거 33-12] 「참된 세계가 어떻게 우화가 되었는가」는 철학사를 하루의 시간으로 쓴 한 쪽짜리 장이며 「차라투스트라가 시작된다」로 끝난다.
두리슈 딸과의 대화, 네 줄을 그은 날짜, 책상과 유리잔을 두드린 것, 마차에서 본 바위는 소설의 창작이다. 니체는 이듬해 질스마리아에 돌아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