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5,473자)

양심의 가책

니체의 삶 · 네오

같은 스무 날 안의 둘째 주였다.

첫 논문을 끝내고 그는 하루를 쉬지 않았다. 둘째 논문은 첫째 논문 밑에 있었다. 원한 밑에 무엇이 있는가. 그는 그것을 알았다. 빚이었다. 그는 아침에 호숫가를 걷고 돌아와 첫 줄을 썼다.

「약속할 수 있는 동물을 길러 내는 것.」[주 30-01]

그것이 자연이 인간에게 낸 과제였다고 그는 적었다. 약속하는 동물. 내일도 오늘의 나일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동물. 그러려면 기억이 필요했다. 잊지 않는 것. 그런데 인간은 원래 잊는 동물이었다. 소처럼. 잊어야 살 수 있었다. 그러면 어떻게 잊지 않는 동물을 만드는가. 그는 적었다. 아프게 해서.

「아픈 것을 그치지 않는 것만이 기억에 남는다.」[주 30-03]

아픈 것만 남는다. 불로 지지고 돌로 치고 피를 내서, 그렇게 몇 가지를 머리에 박아 넣었다. 기억은 상처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는 그 줄을 적고 자기 기억을 보았다. 날짜와 글씨와 목소리까지 기억하는 것들. 전부 아픈 것이었다. 아프지 않은 것은 기억에 없었다. 메시나의 빛은 흐릿했고 바이로이트의 거부는 또렷했다. 자기가 그 동물이었다. 아프게 해서 만든 동물. 누가 만들었는가. 그는 그것을 적지 않았다. 적으면 누군가를 고발하는 것이 되었고, 고발은 원한이었다.

약속에 대해 그는 자기가 한 약속들을 세었다.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겠다는 약속. 쾨젤리츠에게 돈을 주겠다던 약속. 두리슈에게 내년에도 오겠다는 약속. 오버베크에게 편지하겠다는 약속. 작은 약속들. 그는 그것을 대개 지켰다. 지킨 것이 자기를 자기로 만들었다. 그는 그것을 적었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자기에게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책임은 특권이다. 그런데 그 특권이 어디서 왔는가. 상처에서. 그는 그 두 줄 사이에 있었다.

낱말 하나가 다음 문을 열었다.

슐트. 독일어로 죄. 그리고 슐덴. 빚. 같은 낱말이었다. 그는 20년 동안 가르친 문헌학으로 그것을 보았다.

「도덕의 저 중심 개념 「죄」는 아주 물질적인 개념 「빚」에서 그 유래를 가져왔다.」[주 30-04]

죄라는 도덕의 낱말이 빚이라는 장사의 낱말에서 왔다. 채권자와 채무자. 갚지 못하면 몸으로 갚는다. 살을 베어 낸다. 그 베어 내는 즐거움이 벌의 기원이었다. 그는 그것을 적었다. 적으면서 좋지 않았다. 좋지 않은 채로 적었다. 「그리스 국가」를 쓸 때처럼. 아름답게 쓸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기 장부를 폈다.

머릿속에서였다. 채권자들. 어머니. 제노바로 보낸 돈. 서랍에 넣고 쓰지 않은 돈. 쓰지 않았다고 빚이 없어지지 않았다. 받은 것이 빚이었다. 오버베크. 10년 동안 연금을 받아 바젤에서 니스로, 질스마리아로, 베네치아로 보내 주는 사람. 수수료도 받지 않고 편지도 짧게 쓰는 사람. 쾨젤리츠. 12년. 쉼표. 생선. 오페라. 바젤.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해마다 3천 프랑을 주는 도시. 가장 큰 채권자. 그는 그 도시를 떠나는 날 처음 사랑했다. 사랑이 빚이었다. 그는 전부 세었다. 세고 나서 자기가 무엇으로 갚았는지 보았다. 책. 아무도 읽지 않는 책. 자기 돈으로 찍은 책. 그것이 그가 가진 전부였고, 채권자들은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읽지 않았다. 오버베크는 읽고 믿지 않았다. 쾨젤리츠는 읽고 쉼표를 지웠다. 바젤은 읽고 그를 내보냈다.

그는 그것을 책에 적지 않았다. 책에는 채권자와 채무자와 벌을 적었다. 2천 년 전의 장부. 자기 장부는 공책 밖에 두었다. 그런데 2천 년 전의 장부를 적는 손이 자기 장부를 아는 손이었다. 그 손이 아니면 그 줄들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었다.

슐포르타의 밤이 왔다.

쾨젠의 맥주. 넉 잔. 수석을 잃은 날. 어머니에게 쓴 편지. 네 아버지라면 무어라고 했겠니. 그것이 첫 빚이었다. 갚을 수 없는 빚. 아버지는 죽었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끌어왔고 그는 열여덟이었다. 그는 그 밤에 처음으로 자기를 벌주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교장도 어머니도 벌을 다 주었는데 그 뒤에 자기가 또 주었다. 밤에, 혼자, 네 가지 부끄러움을 세면서. 그는 지금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았다. 양심의 가책. 밖에서 들어온 벌이 안에서 계속되는 것.

열여섯째 절에서 그는 그것의 기원을 적었다.

인간이 울타리 안에 갇혔을 때. 사회라는 것이 생겨 더 이상 밖으로 싸우고 사냥하고 찢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힘들이 어디로 갔는가. 없어지지 않았다. 안으로 갔다. 자기를 사냥하고 자기를 찢었다.

「밖으로 발산되지 못하는 모든 본능은 안으로 향한다.」[주 30-02]

그는 그 줄을 적고 저녁까지 더 적지 않았다. 호숫가로 갔다. 걸었다. 걸으면서 라팔로의 밤들을 생각했다. 루에게 쓴 편지. 레에게 쓴 편지. 보내지 못한 것들. 보낼 수 없었던 분노가 어디로 갔는가. 서랍으로. 그리고 서랍에서 다시 자기에게로. 그 겨울에 그는 밤마다 자기를 재판했다. 네가 잘못했다. 네가 너무 빨리 말했다. 네가 수레에 채찍을 쥐여 주었다. 재판관도 자기였고 피고도 자기였고 집행인도 자기였다. 그것이 양심의 가책이었다. 그는 그것을 2천 년 전 울타리 안의 인간에게서 끌어내 적었다. 그런데 그 울타리를 그는 알았다. 라팔로의 여관방이었다.

그는 저녁에 돌아와 그 다음 절들을 적었다. 안으로 향한 잔인함이 어떻게 자라는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가장 커지는가. 신. 채권자 가운데 가장 큰 채권자. 조상에게 진 빚이 신에게 진 빚이 되고, 그 빚은 갚을 수 없어진다. 그리고 기독교가 한 일. 채권자가 채무자를 위해 자기를 희생한다. 신이 사람의 빚을 갚으려고 자기를 내준다. 그는 그것을 적었다. 천재적인 수법이라고. 적으면서 뢰켄의 교회를 생각했다. 아버지가 설교하던 것이 그것이었다. 빚을 갚아 주신 분. 그 설교를 듣고 자란 아이가 지금 그것을 장부의 수법이라고 적고 있었다. 그는 그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미안한 것은 또 하나의 가책이었다. 그는 그것을 들이지 않기로 했다. 들이지 않는 것이 되는지는 몰랐다.

어머니를 생각했다. 어머니는 아직 그를 위해 기도했다. 아들의 빚을 대신 갚아 달라고. 그는 어머니의 기도가 자기를 채무자로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기도를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멈추라고 하면 어머니가 울 것이고 그 울음이 또 빚이었다. 그는 둘째 논문을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마지막 절에 다른 사람을 적었다. 언젠가 올 사람.

「이 미래의 인간, 이 안티크리스트이자 반허무주의자, 신과 무를 이긴 자, 그는 언젠가 와야 한다.」[주 30-05]

신 없는 사람. 빚 없는 사람. 차라투스트라. 그는 그 사람의 이름을 거기 적었다. 자기가 아니라서 적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뒤에 적었다. 그만, 그만. 이 자리에서 자기에게 어울리는 것은 침묵뿐이라고. 그것은 더 젊은 사람, 더 미래에 속한 사람에게만 허락된 것이라고.

7월 셋째 주가 끝나고 그는 둘째 논문을 덮었다.

가을이 되었다. 니스. 펜션 드 주네브. 같은 방. 주인 여자가 그를 알아보고 작년의 방을 내주었고, 창가의 책상이 작년 그대로였으며, 그는 가방을 풀기 전에 창부터 열었다. 바다. 220일 가운데 하루. 11월 10일에 책이 왔고 그는 그것을 보냈다. 보내고 기다렸다. 기다리는 것이 빚을 지는 것과 같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답장을 받으면 갚아야 했다.

11월 말에 편지가 하나 왔다.

코펜하겐이었다. 모르는 이름. 게오르 브란데스. 덴마크의 비평가. 그는 그 이름을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 편지는 독일어였고 길지 않았다. 「선악의 저편」과 「도덕의 계보」를 읽었다고 했다. 어떤 출판사에서 보내 준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당신의 사상을 한 마디로 부른다면 귀족적 급진주의라고 부르겠다고.

그는 그 편지를 들고 창가로 갔다. 니스의 11월. 빛이 있었다. 귀족적 급진주의. 그는 그 말을 입속에서 굴려 보았다. 자기 책을 읽고 자기에게 이름을 지어 준 사람. 비트만은 위험하다고 했다. 부르크하르트는 자기는 철학자가 아니라고 했다. 텐은 정중했다. 이 사람은 이름을 지었다. 틀린 이름이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바로 알았다.

그리고 다른 것도 알았다. 이 사람은 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동정도 걱정도 돈도 사흘도. 읽고 썼을 뿐이었다. 그는 자기 장부를 폈다. 머릿속에서. 이 편지는 어느 칸에 들어가는가. 채권자가 아니었다. 채무자도 아니었다. 그는 그 칸을 찾지 못했다.

그날 밤 그는 답장을 썼다. 당신이 쓴 귀족적 급진주의라는 말은 지금까지 나에 대해 읽은 가장 영리한 말이라고. 쓰면서 그는 자기 목소리가 들떠 있는 것을 들었다. 들뜬 채로 두었다. 그리고 책 몇 권을 더 보내겠다고 적었다. 적고 나서 그는 그것이 빚을 지우는 일인지 보았다. 아니었다. 읽을 사람에게 책을 보내는 것은 빚이 아니었다. 그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봉투를 봉하고 그는 창을 열었다. 바다가 어두웠다. 그는 자기가 마흔세 살이 되어 처음으로 갚지 않아도 되는 편지를 받았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 생각이 자기를 얼마나 작게 만드는지도 보았다. 처음이라는 것이. 그는 그 작음을 받았다. 받고 창을 닫지 않았다.

후주

[주 30-01] 니체, 『도덕의 계보』 제2논문 1절. eKGWB GM-II-1. 한국어 작업 번역. 책임·기억·망각·약속의 문제를 여는 구절이다. 기억이 고통으로 만들어진다는 것(3절), 죄와 빚이 같은 낱말이라는 것(4절), 벌의 잔인함(5~6절)은 원문의 논지다.

[주 30-02] 같은 책 제2논문 16절. eKGWB GM-II-16. 한국어 작업 번역. 내면화와 양심의 가책의 기원을 논하는 대목이며 감정 해소의 조언이 아니다. 신에 대한 빚과 채권자의 자기희생(19~21절), 마지막 절의 「신 없는 사람」 차라투스트라(24~25절)는 원문에 있다.

[주 30-03] 니체, 『도덕의 계보』 제2논문 3절. eKGWB GM-II-3. 한국어 작업 번역.

[주 30-04] 같은 책 제2논문 4절. eKGWB GM-II-4. 한국어 작업 번역.

[주 30-05] 같은 책 제2논문 24절. eKGWB GM-II-24. 한국어 작업 번역. 이어지는 25절의 「그만, 그만」과 침묵은 취지로 옮겼다.

[근거 30-06] 『도덕의 계보』 세 논문은 1887년 7월 10~30일 질스마리아에서 함께 쓰였다. 이 소설은 자료집의 지시대로 논문마다 장면을 따로 두었고, 둘째 논문의 집필을 같은 스무 날의 둘째·셋째 주에 두었다.

[근거 30-07] 오버베크가 니체의 연금 수령과 송금을 오랫동안 맡았고, 어머니가 돈을 보냈으며, 쾨젤리츠가 보수 없이 정서와 교정을 했고, 니체가 1885년 이후 책을 자비로 찍은 것은 사실이다. 머릿속 장부의 항목과 액수는 사실로 제시하지 않았다.

[근거 30-08] 게오르 브란데스가 1887년 11월 26일 코펜하겐에서 처음 편지를 보내 니체의 사상을 「귀족적 급진주의」라 불렀고, 니체가 12월 2일 답장에서 그것을 「지금까지 나에 대해 읽은 가장 영리한 말」이라고 쓴 것은 두 사람의 편지에 전한다.

슐포르타의 밤을 양심의 가책의 첫 경험으로 둔 것, 라팔로의 여관방을 울타리로 읽은 것, 장부에 칸이 없다는 것은 소설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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