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6,037자)
자기비판
니체의 삶 · 네오
옛 책들이 돌아왔다.
라이프치히의 프리치가 편지를 보냈다. 「비극의 탄생」을 처음 찍은 사람, 바그너의 출판업자. 그가 슈마이츠너에게서 니체의 옛 책들의 권리를 전부 되샀다고 했다. 「비극의 탄생」, 「인간적인」 두 권, 「아침놀」, 「즐거운 학문」. 새 판을 찍겠다고 했다. 그리고 부탁했다. 책마다 새 서문을 써 달라고. 지금의 당신이 그때의 책을 소개해 달라고.
그는 그 편지를 질스마리아의 창가에서 읽었다. 1886년 8월. 마흔한 살. 두리슈의 딸이 빵을 올려 주고 갔다. 그는 편지를 내려놓고 책장을 보았다. 거기 그 책들이 있었다. 열네 해에서 네 해 사이의 거리에 있는 책들. 그는 가장 오래된 것을 꺼냈다.
「비극의 탄생」. 사슬에서 풀려나는 프로메테우스. 그는 표지를 넘겼다. 바그너에게 바치는 서문. 그는 그것을 읽었다. 스물일곱이 쓴 글씨가 아니라 활자였다. 활자라서 읽을 수 있었다. 글씨였다면 덮었을 것이다.
그는 한 시간 동안 읽었다. 그리고 공책을 폈다.
자기비판의 시도. 그렇게 제목을 적었다. 시도. 비판이 아니라 시도. 그는 그 낱말을 골랐다. 자기를 비판하는 것은 되지 않았다. 시도만 되었다.
그는 그 책이 무엇이었는지를 썼다. 전쟁 중에 쓴 책. 뵈르트의 들판과 화차의 사흘을 지나 쓴 책. 그런데 그 책은 전쟁에 대해 한 줄도 쓰지 않았다. 그리스 비극을 썼다. 그는 그것을 적으면서 스물일곱의 그가 무엇을 피하고 있었는지 보았다. 그리고 그 책이 붙잡은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적었다.
「내가 그때 붙잡은 것은 무섭고 위험한 것, 뿔 달린 문제였다.」[주 27-06]
뿔 달린 문제. 그는 그 비유를 적고 웃었다. 소. 라인 강변의 소. 뿔이 있었다. 열네 해 전에 소를 부러워하던 사람이 자기 첫 책을 뿔 달린 문제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책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적었다.
「오늘 나는 이 책을 불가능한 책이라고 본다. 서투르게 쓰였고, 둔하고, 민망하고, 이미지에 미쳐 있고 이미지에 뒤엉켜 있다.」[주 27-01]
적고 나서 그는 그것이 맞는지 보았다. 맞았다. 그래서 다음 줄을 적었다. 그래도 이 책에는 무엇인가 있었다고. 처음으로 묻기 시작한 사람의 목소리가. 그 목소리가 말을 잘못 골랐다. 그는 그것을 이렇게 적었다.
「그 새로운 영혼은 노래했어야 했다. 말하지 말고!」[주 27-02]
노래했어야 했다. 그는 그 줄을 적고 피아노를 생각했다. 피아노 밑의 아이. 그 아이가 들은 것을 스물일곱이 철학으로 말하려 했다. 노래로 했어야 했다. 그 사람이 11년 뒤에 노래했다. 차라투스트라. 그는 그 둘 사이의 거리를 보았다. 그 거리가 자기 생애였다. 그래서 서문의 끝에 그 사람의 말을 빌려 적었다. 스물일곱에게, 그리고 그 책을 읽을 사람들에게.
「너희는 먼저 웃는 법을 배워야 한다.」[주 27-07]
그는 서문을 끝내고 책을 책장에 꽂지 않았다. 책상에 두었다. 스물일곱의 책이 마흔한 살의 책상에 있었다. 그는 그것을 버릴 수 없었다. 그 책의 모든 말이 틀렸다고 쓸 수는 있었다. 그 책을 쓴 사람이 자기가 아니라고 쓸 수는 없었다. 그 사람이 트립셴의 계단 아래 서 있었고 그 사람이 화차 안에서 병사의 눈을 감겨 주었다. 그는 그 사람을 비판했다. 버리지 않았다. 둘이 다르다는 것을 그는 이 서문에서 배웠다.
「인간적인」의 서문은 다른 방식으로 어려웠다.
그 책은 그가 자유정신을 위해 쓴 책이었다. 자유정신들을 위한 책. 그는 10년 전 그 부제를 쓸 때 누구를 생각했는지 떠올렸다. 레. 소렌토의 식탁.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그는 서문에 그것을 적었다. 솔직하게.
「나는 자유정신들을 지어냈다. 그런 정신은 없었으니까.」[주 27-03]
없었으니까. 그는 그 줄을 적으면서 10년 전의 외로움을 다시 느꼈다. 느끼면서 그것이 지금의 외로움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는 없어서 지어냈다. 지금은 지어낸 것들이 책 안에 있었다. 책 안에 있는 것은 밖에 없는 것보다 나았다. 조금. 그는 그 조금을 적지 않았다.
서문은 길어졌다. 그는 그 서문에서 자기 10년을 적었다. 큰 분리. 묶여 있던 것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
「큰 분리는 그렇게 묶여 있던 사람에게 갑자기 온다, 지진처럼.」[주 27-08]
지진처럼. 그는 그것을 적고 바이로이트의 어두운 객석을 생각했다. 극장 입구의 책 가판대. 숲으로 가는 기차. 그다음의 병. 그다음의 회복. 서문이 아니라 전기였다. 그는 그것을 알았고 멈추지 않았다. 프리치가 서문을 달라고 했지 전기를 달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 자기 책을 소개하려면 자기를 소개해야 했다. 「선악의 저편」 6절에 그렇게 적었다. 모든 철학은 고백이다. 그러면 서문도 고백이었다.
가을에 그는 산을 내려와 바다로 갔다. 루타. 제노바에서 동쪽으로, 포르토피노 곶의 반대편 기슭. 소나무가 바다로 기울어진 작은 마을. 그는 거기서 「아침놀」의 서문을 썼다.
「아침놀」. 제노바의 다락방. 164개의 계단. 가장 행복한 겨울. 그는 그 책을 폈다. 575개의 문장. 도덕의 편견. 그는 그 책이 무엇을 했는지를 다시 보았다. 도덕 밑을 팠다. 밑을 파는 것은 위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는 서문에 그것을 적었다.
「이 책에서 사람들은 지하에서 일하는 사람을 본다. 뚫고 파고 밑을 파헤치는 사람을.」[주 27-04]
두더지. 그는 그 낱말을 적고 웃었다. 정신의 하늘을 항해하는 우리여, 라고 그 책의 마지막에 썼었다. 새. 그런데 지금 그 책의 처음에 두더지를 적고 있었다. 새와 두더지. 같은 책. 그는 둘 다 맞다고 생각했다. 하늘을 날려면 먼저 땅 밑을 파야 했다. 혹은 그 반대였다. 그는 어느 쪽인지 적지 않았다.
서문의 끝에 그는 독자에게 부탁을 적었다. 이 책을 천천히 읽어 달라고.
「나는 느리게 읽기의 선생이다.」[주 27-09]
적고 나서 그는 자기가 어떻게 썼는지를 생각했다. 하루에 한 문장. 아프고 나서 한 줄. 그렇게 쓴 책을 빨리 읽으면 안 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자기 책을 빨리 읽은 사람이 지금까지 몇이나 있었나. 그는 그 생각을 하고 웃었다. 읽은 사람 자체가 몇 없었다. 느리게 읽으라는 부탁은 사치였다. 그는 사치를 적었다.
파라과이에서 편지가 왔다.
동생이었다. 반년 만이었다. 땅을 샀다고 했다. 식민지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새 독일. 농민 가족들이 도착했다고 했다. 그리고 돈 이야기가 있었다. 식민지에 투자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어머니도 돈을 넣었다고. 오빠도. 그는 그 편지를 두 번 읽었다. 그리고 답장을 썼다. 짧게. 자기는 그 땅에 넣을 돈이 없다고. 연금으로 책을 찍는다고. 다른 말은 쓰지 않았다. 유대인이 없는 땅에 돈을 넣을 수 없다고는 쓰지 않았다. 쓰면 동생이 울 것이고 어머니가 울 것이고 그 울음이 바다를 건너올 것이었다. 그는 가면을 썼다. 가면은 거짓이 아니었다. 돈이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즐거운 학문」의 서문은 루타의 마지막 주에 썼다.
그 책. 새해 아침의 운명애. 미친 사람. 악마의 질문. 그는 그 책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적었다. 회복한 사람의 책. 오랜 압박을 견뎌 낸 정신이 갑자기 풀려났을 때의 책.
「감사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가장 뜻밖의 일이 방금 일어난 것처럼. 회복하는 자의 감사.」[주 27-10]
그는 그 책을 쓴 겨울의 가벼움을 적었다. 가벼움이 어디서 왔는지도 적었다. 병에서. 병든 사람만 아는 건강.
「나는 내 삶의 가장 어려운 해들에 다른 어떤 해보다 더 깊이 빚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자주 자문했다.」[주 27-11]
그는 서문에 자기 118일을 적지 않았다. 적지 않고도 그것이 거기 있었다. 빚. 그 낱말이 어디로 갈지 그는 아직 몰랐다. 이듬해 여름에 알게 된다.
마지막 절에서 그는 그리스인들을 적었다. 20년 동안 가르친 사람들. 그들이 어떻게 살 줄 알았는지. 표면에 머무는 것. 주름에, 피부에, 겉모양에. 깊은 것을 다 본 사람들이 겉에 머물기로 한 것.
「이 그리스인들은 피상적이었다. 깊이에서!」[주 27-05]
그는 그 줄을 적고 「카르멘」을 생각했다. 가벼운 음악. 설명하지 않는 음악. 메시나의 빛. 바다 위의 사흘. 그것이 깊이에서 나온 피상이었다. 그는 자기가 그것을 할 수 있는지 몰랐다.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그리스인들에 대해 적었다. 할 수 없는 것을 적는 것이 서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책에 5부를 더 쓰기로 했다. 서문만이 아니라 본문을. 1882년의 네 권에 1886년의 다섯째 권. 같은 책 안에 네 해의 거리. 그는 그것을 겨울에 쓰기로 하고 공책에 제목을 적었다. 우리 두려움 없는 자들.
11월 말에 그는 서문 넷을 프리치에게 보냈다. 「비극의 탄생」, 「인간적인」 1과 2, 「아침놀」. 「즐거운 학문」은 5부와 함께 봄에 보내기로 했다. 봉투를 봉하고 그는 책상을 보았다. 책 네 권이 거기 있었다. 열네 해 전의 책과 열 해 전의 책과 일곱 해 전의 책과 다섯 해 전의 책. 그는 그 넷을 보면서 14년 전 코지마에게 보낸 선물을 생각했다. 쓰이지 않은 다섯 권의 책을 위한 다섯 서문. 책 없는 서문 다섯. 지금 그는 쓰인 책 다섯을 위한 서문 다섯을 쓰고 있었다.
그는 그 대칭을 보았다. 적지 않았다. 적으면 그것이 뜻을 가질 것이었고, 뜻을 가지면 거짓이 될 것이었다. 그냥 보았다.
창밖에 소나무가 바다로 기울어져 있었다. 11월의 바다는 회색이었다. 그는 스물일곱의 책을 책장에 꽂았다. 마흔두 살이 될 때까지 책상에 두었던 것이었다. 꽂으면서 그는 그 책을 쓴 사람과 자기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둘을 한 손에 들 수 있게 된 것이 이 가을의 일이었다.
후주
[주 27-01] [주 27-02] 니체, 『비극의 탄생』 1886년판 서문 「자기비판의 시도」 3절. eKGWB GT-Vorwort-3. 한국어 작업 번역. 1886년 8월 질스마리아에서 썼다. 이 서문은 1872년 본문과 다른 층위의 글이며, 이 소설은 그것을 1872년의 발언으로 쓰지 않았다.
[주 27-03]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권 1886년판 서문 2절. eKGWB MA-I-Vorrede-2. 한국어 작업 번역. 「큰 분리」와 회복의 서사가 이 서문에 있다.
[주 27-04] 니체, 『아침놀』 1886년 서문 1절. eKGWB M-Vorrede-1. 한국어 작업 번역. 1886년 가을 루타에서 써서 1887년판에 실렸다. 서문 끝의 「느리게 읽는 법의 선생」도 같은 서문에 있다.
[주 27-05] 니체, 『즐거운 학문』 1887년판 서문 4절. eKGWB FW-Vorrede-4. 한국어 작업 번역. 1886년 가을 루타에서 썼고 5부와 함께 1887년 6월에 나왔다.
[주 27-06] [주 27-07] 니체, 『비극의 탄생』 1886년판 서문 「자기비판의 시도」 1절과 7절. eKGWB GT-Vorwort-1, GT-Vorwort-7. 한국어 작업 번역. 7절은 『차라투스트라』 4부의 「웃음을 배워라」를 빌려 서문을 닫는다.
[주 27-08]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권 1886년판 서문 3절. eKGWB MA-I-Vorrede-3. 한국어 작업 번역.
[주 27-09] 니체, 『아침놀』 1886년 서문 5절. eKGWB M-Vorrede-5. 한국어 작업 번역.
[주 27-10] [주 27-11] 니체, 『즐거운 학문』 1887년판 서문 1절과 3절. eKGWB FW-Vorrede-1, FW-Vorrede-3. 한국어 작업 번역.
[근거 27-12] 1886년 여름 라이프치히의 프리치가 슈마이츠너에게서 니체의 옛 책들의 권리를 되사 새 판을 내기로 했고, 니체가 각 책에 새 서문을 썼다. 집필 장소와 시기는 서문 끝의 표기에 따른다. 루타는 제노바 동쪽 리구리아 해안의 마을이다.
[근거 27-13] 엘리자베트와 푀르스터는 1886년 파라과이에 「누에바 게르마니아」를 세우고 투자자를 모았다. 어머니가 돈을 넣은 것은 사실이며 니체는 넣지 않았다. 편지의 문구는 창작이다.
빵을 올려 주는 아이, 책상에 둔 책, 새와 두더지, 다섯 서문의 대칭, 「같은 사람이 아니고 같은 사람」은 소설의 서술이다. 재해석은 모순의 삭제가 아니라는 자료집의 원칙에 따라, 옛 책을 부정하면서 그 저자를 버리지 않는 것으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