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6,342자)

선악의 저편

니체의 삶 · 네오

푀르스터는 파라과이 이야기를 했다.

1885년 10월, 나움부르크, 어머니의 식탁. 피아노 위의 천. 그 위의 성경. 식탁에 넷이 앉았다. 어머니, 동생, 동생의 남편, 그리고 그. 결혼식에 오지 않은 오빠가 다섯 달 뒤에 처음으로 그 남편과 마주 앉은 것이었다. 푀르스터는 키가 크고 턱수염이 길고 목소리가 좋았다. 교사의 목소리. 그는 그 목소리로 파라과이를 말했다. 땅이 넓고 비옥하고 값이 싸다. 독일 농민 가족 열넷이 먼저 간다. 거기서 순수한 독일 마을을 세운다. 유대인이 없는 땅. 자본이 없는 땅. 새 독일.

“아스파라거스는 자랍니까?”

그가 물었다. 푀르스터가 그를 보았다. 농담인지 아닌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도 몰랐다.

“자랄 겁니다. 뭐든 자랍니다.”

“그러면 좋군요.”

어머니가 수프를 더 내왔다. 동생은 남편의 옆에서 남편을 보고 있었다. 그 얼굴을 그는 알았다. 1865년에 자기를 보던 얼굴. 믿는 얼굴. 그는 그 얼굴이 자기에게서 떠나 다른 사람에게 가 있는 것을 보았다. 질투가 아니었다. 그는 자기가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식탁에서는 몰랐다.

그날 밤 2층 방에서 그는 공책을 폈다. 그리고 가면에 대해 썼다.

식탁에서 그는 가면을 썼다. 정중한 사위의 오빠. 아스파라거스를 묻는 사람. 가면 아래 무엇이 있었는지 식탁의 누구도 몰랐다. 그는 그것을 수치라고 쓰려다 다른 말을 찾았다. 깊은 것은 자기를 보이는 것을 수치스러워한다. 그래서 가면을 쓴다. 그런데 가면이 거짓은 아니다. 가면은 깊은 것이 자기를 지키는 방식이다. 그는 그것을 적었다. 적고 나서 이렇게 줄였다.

「깊은 것은 모두 가면을 사랑한다.」[주 26-01]

다음 날 아침 그는 동생에게 다정했다. 파라과이 이야기를 더 물었고, 배 삯을 물었고, 어머니를 잘 돌보겠다고 했다. 동생이 그를 안았다. 그는 안겼다. 가면이었다. 가면이라서 거짓은 아니었다. 그는 그 둘이 어떻게 같은 것인지를 그 아침에 알았다.

2월에 둘은 함부르크에서 배를 탔다. 그는 니스에 있었다. 함부르크에서 동생의 편지가 왔다. 짧았다. 오빠, 우리는 간다. 그는 그 편지를 들고 바다를 보았다. 지중해였다. 동생은 대서양을 건너고 있었다. 그는 동생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몇 해 뒤에. 어떤 모양으로 돌아올지는 몰랐다.

니스의 겨울에 그는 새 책을 끝냈다.

「선악의 저편」. 작년 여름 질스마리아에서 시작해서 겨울 내내 쓴 것. 「차라투스트라」가 노래였다면 이것은 말이었다. 산문. 296개의 절. 그 사람이 노래한 것을 그가 설명하기로 했다. 설명하는 사람은 설명되는 사람 뒤에 선다. 그는 그것을 10년 전에 알았고 이번에는 그 자리를 스스로 골랐다.

첫 부는 철학자들에 대한 것이었다. 첫 절의 첫 질문은 이것이었다.

「우리 안에서 무엇이 본래 「진리를」 원하는가?」[주 26-05]

지금까지의 모든 위대한 철학이 무엇이었는가. 그는 그것을 썼다. 진리를 향한 의지? 아니다. 철학자가 자기도 모르게 쓴 자기 고백이다. 어떤 도덕을 가진 사람이 어떤 세계를 지었는가. 그는 그것을 적으면서 칸트를 생각했고 스피노자를 생각했고 쇼펜하우어를 생각했다. 그리고 적었다.

「곧 그 창시자의 자기고백이자, 자신도 의도하지 못하고 알아차리지 못한 일종의 회고록이었다.」[주 26-02]

적고 나서 그는 종이를 들었다. 다시 읽었다. 모든 위대한 철학은. 그는 자기 책들을 생각했다. 비극의 탄생. 아버지의 피아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바이로이트에서 도망친 사람. 차라투스트라. 루. 그는 지금 남의 철학이 고백이라고 쓰고 있었다. 그 문장이 자기에게 돌아왔다. 그는 그것을 알면서 지우지 않았다. 지우면 그 문장이 거짓이 될 것이었다. 루가 타우텐부르크에서 한 말이었다. 철학은 개인 기록이다. 그는 그 여자의 말을 자기 책의 여섯 번째 절에 넣고 있었다. 그 여자의 이름 없이.

넷째 부는 짧은 문장들이었다. 경구. 그는 그것을 적다가 괴물과 싸우는 사람에 대해 썼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기가 그 와중에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주 26-06]

그리고 그 밑에 적었다.

「네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너를 들여다본다.」[주 26-03]

그는 그 줄을 적고 거울을 보았다. 방에 거울이 있었다. 푸른 안경을 쓴 사람. 콧수염. 15년 동안 그는 괴물과 싸웠다. 교양속물, 소크라테스, 기독교 도덕, 바그너, 동정. 그는 거울 속의 사람이 무엇을 들여다보고 있는지 생각했다. 들여다본 것이 그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안경을 벗었다. 세계가 둘이 되었다. 그는 다시 썼다.

아홉째 부는 가장 불편한 부였다. 그는 그것을 알면서 썼다. 고귀함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라는 유형의 모든 상승은 지금까지 귀족적 사회의 작품이었다.」[주 26-07]

그는 그 줄을 쓰고 「그리스 국가」를 생각했다. 14년 전 코지마에게 준 서문. 노예제는 문화의 본질에 속한다. 그는 그때 그것을 아름답게 쓸 수 없다고 느꼈다. 지금도 아름답게 쓰지 않았다. 다만 더 길게 썼다. 그 줄을 1년 뒤에 코펜하겐의 어떤 사람이 읽고 이름을 지어 주게 된다. 귀족적 급진주의. 그는 그것을 아직 몰랐다.

출판사가 없었다.

슈마이츠너는 끝났고 프리치는 그의 옛 책들을 되사느라 돈이 없다고 했고 다른 데는 「차라투스트라」가 몇 부 팔렸는지를 물었다. 그는 라이프치히로 갔다. 5월이었다. 출판사를 돌았다. 돌면서 로데를 만났다.

로데는 하이델베르크의 교수였고 아내가 있었고 아이가 있었다. 둘은 10년 만이었다. 승마장의 로데. 세계의 바닥이 나를 떨어뜨린다던 로데. 둘은 라이프치히의 식당에서 마주 앉았다. 로데가 그를 보았다. 그는 로데가 자기를 보는 눈을 보았다. 모르는 사람을 보는 눈이었다.

“프리츠, 자네는 어디서 온 사람 같아.”

“어디?”

“아무도 살지 않는 데.”

로데는 그렇게 말하고 웃으려고 했다. 웃음이 되지 않았다. 그는 그 말을 들었다. 받아 적지 않았다. 적을 필요가 없었다. 둘은 저녁을 먹었다. 옛날 이야기를 했다. 옛날 이야기만 했다. 헤어질 때 로데가 손을 내밀었고 그는 잡았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둘 다 그 자리에서는 몰랐다. 혹은 로데는 알았는지도 몰랐다.

그는 자기 돈으로 찍기로 했다. 나우만. 600부. 연금에서 또 떼었다. 쾨젤리츠가 교정을 보았다. 쉼표를 여덟 개 지웠다. 그는 여덟 개를 받아들였다. 「선악의 저편」은 노래가 아니라 말이었고, 말에는 쉼표가 틀릴 수 있었다.

책은 8월 4일에 나왔다.

조용했다. 「차라투스트라」가 조용했던 것과 같은 조용함. 그는 책을 보냈다. 오버베크, 쾨젤리츠, 부르크하르트, 로데, 말비다, 그리고 이름 모를 몇 사람. 답이 오기를 기다렸다. 9월에 답이 왔다. 신문이었다. 베른의 「분트」. 요제프 비트만이라는 사람이 썼다. 제목이 「니체의 위험한 책」이었다.

그는 그 제목을 읽고 자리에 앉았다. 위험한. 비트만은 이 책이 폭약 같다고 썼다. 공사장의 다이너마이트 앞에 걸어 두는 검은 깃발을 이 책 앞에도 걸어야 한다고. 그는 그것을 읽고 웃었다. 그러고 나서 웃음이 끝나기 전에 생각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누군가 자기 책을 제대로 읽었다. 위험하다는 것. 그것이 이해였다. 칭찬이 아니라 위험. 그는 그 낱말을 공책에 적었다. 다이너마이트. 그 낱말이 2년 뒤에 어디로 갈지 그는 몰랐다.

부르크하르트의 편지가 왔다. 예순여덟의 역사가가 마흔두 살의 전직 교수에게 썼다. 자기는 철학자가 아니라고 했다. 이 책의 깊이를 따라갈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읽었다고 했다. 전부. 그리고 몇 개의 절을 꼽았다. 그는 그 편지를 두 번 읽었다. 철학자가 아니라는 사람이 철학자들보다 잘 읽었다. 그는 그 편지를 책상에 두었다. 12년 전 역사 책에 대한 편지 옆에.

10월에 파리에서 편지가 왔다. 이폴리트 텐. 프랑스의 가장 유명한 역사가. 그는 책을 받고 읽었다고 했다. 프랑스어였다. 그는 푸른 안경 너머로 그 프랑스어를 한 글자씩 읽었다. 좋은 편지였다. 독일에서 오지 않은 것이 독일 밖에서 왔다. 그는 그것을 오버베크에게 썼다. 쓰면서 자기 목소리가 들떠 있는 것을 들었고, 들뜬 채로 보냈다.

그해 겨울에 그는 인쇄된 자기 책을 처음부터 읽었다.

296개의 절. 자기가 쓴 것인데 인쇄되어 있으니 남의 것이었다. 그는 읽으면서 자기가 이 책에서 자기를 다 드러냈다고 생각했다. 가면에 대해 썼고 고백에 대해 썼고 심연에 대해 썼다. 더 드러낼 것이 없다고. 그런데 9부에 이르러 그는 자기 문장 앞에서 멈추었다.

「모든 철학은 또 하나의 철학을 숨긴다. 모든 의견은 은신처이기도 하고, 모든 말은 가면이기도 하다.」[주 26-04]

자기가 쓴 것이었다. 1년 전에. 그런데 지금 읽으니 그것은 자기 책에 대한 말이었다. 이 책도 다른 철학을 숨기고 있었다. 다 드러냈다고 생각한 순간에 그 문장이 그것을 부정했다. 그는 책을 덮었다. 다 드러낸 것이 아니었다. 다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는 그 둘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그 차이가 자기 다음 책이라는 것을 알았다.

책의 끝에 시가 있었다. 「높은 산에서」.

「오 삶의 정오여! 축제의 시간이여! 오 여름 정원이여!」[주 26-08]

옛 친구들을 기다리는 사람의 노래. 친구들이 왔는데 알아보지 못한다. 너희는 내 친구였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새 친구들을 기다린다. 시의 끝에 그는 적었다. 이 노래는 끝났다고, 그리움의 달콤한 외침이 입 안에서 죽었다고. 그리고 때맞춰 친구가 왔다고. 정오의 친구. 차라투스트라.[주 26-09] 그는 그 시를 읽으면서 로데의 눈을 생각했다. 아무도 살지 않는 데서 온 사람. 로데가 맞았다. 그는 그 시를 쓸 때 로데를 만나기 전이었다. 시가 먼저 알았다.

나우만에게서 셈이 왔다. 1년 동안 팔린 부수. 114부.

그는 그 숫자를 보았다. 600부 가운데 114. 그는 그것을 적지 않았다. 적지 않고 책을 책장에 꽂았다. 침대 밑에 「차라투스트라」 4부 서른세 권이 있었다. 그 위의 책장에 「선악의 저편」 한 권이 섰다. 그는 그 둘을 보았다. 세어 보면 서른넷이었다. 그는 세지 않았다.

후주

[주 26-01] 니체, 『선악의 저편』 2부 40절. eKGWB JGB-II-40. 한국어 작업 번역. 수치와 섬세함과 오해와 가면의 필요를 논하는 절이며 기만의 예찬이 아니다.

[주 26-02] 같은 책 1부 6절. eKGWB JGB-I-6. 한국어 작업 번역. 「지금까지의 모든 위대한 철학」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답의 일부다. 이 소설이 철학을 개인적 사건으로 쓰는 근거가 되는 문장이지만, 모든 실제 인과의 증명은 아니다.

[주 26-03] 같은 책 4부 146절. eKGWB JGB-IV-146. 한국어 작업 번역. 앞 문장에 괴물과 싸우는 사람에 대한 경고가 있다.

[주 26-04] 같은 책 9부 289절. eKGWB JGB-IX-289. 한국어 작업 번역. 은둔자의 의심에 관한 절이다.

[주 26-05] 니체, 『선악의 저편』 1부 1절. eKGWB JGB-I-1. 한국어 작업 번역. 책의 첫 절이다.

[주 26-06] 같은 책 4부 146절. eKGWB JGB-IV-146. 한국어 작업 번역. 26-03의 앞 문장이다.

[주 26-07] 같은 책 9부 257절. eKGWB JGB-IX-257. 한국어 작업 번역. 9부 「고귀함이란 무엇인가」의 첫 문장이다. 브란데스가 1887년 11월 니체의 사상을 「귀족적 급진주의」라 부른 것은 사실이며 본문은 서술자의 앞선 언급으로 두었다.

[주 26-08] [주 26-09] 니체, 『선악의 저편』 끝에 실린 시 「높은 산에서. 후곡」. eKGWB JGB-Nachgesang. 한국어 작업 번역. 26-08은 첫 두 줄이고 26-09는 끝부분의 취지다.

[근거 26-10] 1885년 가을 니체는 나움부르크에서 어머니·동생·푀르스터와 지냈다. 푀르스터는 1886년 2월 엘리자베트와 함께 파라과이로 떠나 「누에바 게르마니아」 식민지를 세우려 했다. 식탁의 대화는 창작이다.

[근거 26-11] 『선악의 저편』은 1885년 여름 질스마리아와 겨울 니스에서 쓰고, 출판사를 찾지 못해 1886년 8월 라이프치히 나우만에서 자비로 냈다. 첫해 판매는 100여 부로 전한다. 1886년 5월 라이프치히에서 로데와 만났고 로데가 니체를 「아무도 살지 않는 땅에서 온 사람 같다」고 적은 것은 로데의 기록이다. 이것이 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근거 26-12] 1886년 9월 요제프 비트만이 베른의 「분트」에 「니체의 위험한 책」이라는 서평을 실어 이 책을 다이너마이트에 비유했다. 부르크하르트가 9월에 호의적인 편지를, 이폴리트 텐이 10월에 편지를 보냈다. 「높은 산에서」는 책의 끝에 실린 시다.

거울 앞의 장면, 쾨젤리츠의 쉼표, 책장에 꽂는 장면은 소설의 창작이다. 서술자는 니체를 완전히 해명했다고 결론내리지 않는다.

26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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