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5,852자)

초인

니체의 삶 · 네오

1월의 라팔로는 춥고 젖어 있었다.

남쪽이라고 믿고 왔는데 비가 열흘을 내렸고, 여관방의 벽이 축축했고, 난로는 연기만 냈다. 그는 아침마다 그 방을 나와 걸었다. 바다를 따라 조아리까지, 혹은 반대쪽으로 포르토피노의 곶까지. 두 시간, 세 시간. 바람이 바다에서 올라와 외투를 때렸다. 그는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걸었다. 걷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서랍에 부치지 않은 편지가 있었고 베를린에서는 편지가 오지 않았고 나움부르크에서는 동생의 편지가 왔다. 그는 걸었다.

그러다가 그것이 왔다.

어느 아침이었는지 그는 나중에 정확히 말하지 못했다. 1월 중순. 조아리로 가는 길, 소나무가 바다 쪽으로 기울어진 자리. 그는 걷고 있었고 머리는 비어 있었다. 비어 있는 머리로 걷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 빈자리에 사람 하나가 들어왔다. 서른 살에 고향을 떠나 산으로 들어간 사람. 열 해를 산에서 살고 내려오는 사람. 그가 반년 전에 「즐거운 학문」의 마지막 절에 세워 두고 멈춘 사람. 차라투스트라.

그 사람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관으로 돌아와 썼다. 그날부터 열흘이었다. 아침에 걷고 낮에 쓰고 밤에 썼다. 눈이 아팠다. 아픈 눈으로 썼다. 손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했고 생각이 그 사람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 사람은 혼자 말했다. 그는 받아 적었다. 받아 적는 사람이었다. 동생도 게르스도르프도 쾨젤리츠도 기계도 아니었다. 자기가 자기의 필사자였다.

차라투스트라가 산을 내려왔다.

숲에서 늙은 성자를 만났다. 성자는 신을 찬양하며 혼자 숲에 살고 있었다. 차라투스트라는 그를 지나치며 혼자 중얼거린다. 이 늙은 성자는 아직 듣지 못했구나, 신이 죽었다는 것을. 그는 그 줄을 쓰면서 웃었다. 1년 전 미친 사람이 시장에서 외친 것을 이제 산에서 내려온 사람이 지나가며 중얼거렸다. 외칠 일이 아니었다. 소식이었다.

차라투스트라가 시장에 갔다. 사람들이 줄타기 광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그들에게 말했다. 나는 너희에게 초인을 가르친다.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무엇이다. 사람들은 광대를 기다리며 들었다. 그는 또 말했다. 사람들이 웃었다. 그는 그들에게 가장 경멸할 만한 것을 보여 주겠다고 했다. 말종인간. 더 이상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사람. 우리는 행복을 발명했다고 말하면서 눈을 깜박이는 사람. 낮에 작은 쾌락, 밤에 작은 쾌락, 그리고 건강. 그는 그것을 쓰면서 슈트라우스를 생각했다. 교양속물. 10년 전의 낱말이 사람이 되어 시장에 서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소리쳤다. 그 말종인간을 우리에게 다오! 우리를 말종인간으로 만들어 다오! 그러면 초인은 네가 가져라!

그는 펜을 놓았다. 그 줄을 쓰고 나서였다. 사람들이 초인이 아니라 말종인간을 골랐다. 그는 그것을 쓰면서 자기가 쓴 책들의 독자를 생각했다. 비극의 탄생을 읽고 떠난 학생들. 바이로이트의 공작부인들. 아침놀을 산 몇백 명. 그들은 초인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그들에게 10년 동안 다른 것을 주려고 했다. 그는 다시 펜을 들었다. 차라투스트라에게 이렇게 말하게 했다.

「대지에 충실하라.」[주 22-01]

하늘을 보지 말라. 저편을 믿는 자들을 믿지 말라. 이 땅에, 이 몸에, 이 삶에. 그는 그것을 쓰면서 그것이 자기 책의 전부라는 것을 알았다. 비극의 탄생에서 아침놀까지 다른 말로 한 것을 그 사람이 한 줄로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더 멀리 갔다.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목적이 아니라 다리라는 데 있다.」[주 22-02]

다리. 10년 전 베르귄에서 그는 자기가 놓은 다리가 없다고 썼다. 지금 그 사람은 인간 자체가 다리라고 했다. 건너가는 것. 몰락하는 것. 그는 자기가 그 문장을 쓴 것인지 그 사람이 쓴 것인지 몰랐다. 몰라도 되었다. 열흘 동안 그 둘은 구별되지 않았다.

줄타기 광대가 떨어져 죽었다. 차라투스트라가 시체를 메고 시장을 나갔다. 그는 그것을 썼다. 그리고 쓰고 나서 말종인간의 대목으로 돌아가 한 줄을 더 넣었다.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안에 혼돈이 있어야 한다고.

「춤추는 별 하나를 낳으려면, 자기 안에 아직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주 22-03]

혼돈. 그는 자기 서랍을 생각했다. 부치지 않은 편지들. 그 밑의 악보. 그것이 혼돈이었다. 그것이 지금 별을 낳고 있는지는 몰랐다. 혼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혼돈이 별을 보장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는 그 차이를 알았고 그 차이를 쓰지 않았다. 차라투스트라는 보장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산을 내려온 사람은 세 가지 변화를 말했다.

낙타. 무거운 것을 지고 사막으로 가는 정신. 너는 해야 한다는 짐을 지는 것. 그는 슐포르타의 새벽 종을 생각했다. 사자. 사막에서 짐을 내던지고 용과 싸우는 정신. 나는 하겠다. 그는 성찬을 거부한 부활절 아침을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

「아이는 순진무구함이며 망각이고, 새로운 시작이며 놀이이고, 스스로 구르는 바퀴이며 첫 움직임이고, 성스러운 긍정이다.」[주 22-04]

그는 그 줄을 쓰고 멈추었다. 아이. 피아노 밑의 아이가 아니었다. 그 아이는 묻는 아이였다. 이 아이는 묻지 않는 아이였다. 그는 그 둘이 같은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알면서도 그 줄을 쓸 때 피아노 밑의 바닥이 등에 닿는 것 같았다. 그는 그 느낌을 지우지 않고 다음 줄로 갔다. 헤라클레이토스의 아이가 10년을 돌아 여기 와 있었다.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고 허무는 아이. 이유 없이. 그는 이제 그것이 끔찍한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몸에 대해서 그 사람이 말할 때 그의 눈은 더 이상 쓸 수 없었다.

여드레째였다. 눈 뒤에 쇠막대가 들어와 있었고 종이가 둘로 보였다. 그는 눈을 감고 썼다. 타자기 없이. 손이 줄을 찾았다. 그 사람은 몸을 경멸하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영혼이 몸을 다스린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그 사람은 깨어난 자의 말을 전했다.

「나는 온전히 몸이며, 그 밖의 아무것도 아니다.」[주 22-05]

그는 눈을 감은 채 그것을 썼다. 118일을 보낸 몸이 그것을 썼다. 세숫대야를 안았던 몸이. 가슴에 흉터가 있는 몸이. 그는 그 문장이 자기 몸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머리는 지금 쇠막대가 꽂혀 있어서 아무것도 낼 수 없었다. 몸이 냈다.

열흘째에 그 사람은 제자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마지막 장이었다. 선사하는 덕. 차라투스트라는 제자들에게 황금 지팡이를 받고 그것을 들고 말했다. 주는 것에 대해.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언제까지나 제자로만 남는다면, 그것은 스승에게 제대로 보답하는 일이 아니다.」[주 22-06]

그는 그 줄을 쓰고 서랍을 보았다. 서랍 안에 바그너에게 쓰지 않은 말이 있었다. 7년 동안 쓰지 않은 말. 그는 그것을 바그너에게 쓰지 않았다. 차라투스트라가 자기 제자들에게 하게 했다. 그리고 그다음 줄.

「이제 나는 너희에게 나를 잃고 너희 자신을 찾으라고 말한다.」[주 22-07]

그는 그 줄을 쓰고 한참 앉아 있었다. 빈 방이었다. 제자가 없는 사람이 제자들에게 떠나라고 말하는 인물을 쓰고 있었다. 떠나라고 말할 사람이 없는 사람이. 루는 떠났고 레는 떠났고 바그너는 자기가 떠났다. 그는 그 사람에게 자기가 받지 못한 것을 주고 자기가 하지 못한 것을 하게 했다. 그러고 나서 그 사람이 혼자 산으로 돌아가게 했다.

마지막 줄을 쓰고 그는 창을 열었다. 비가 그쳐 있었다. 열흘 만에 처음이었다. 바다가 회색이었고 포르토피노 쪽 하늘이 조금 밝았다. 그는 원고를 세었다. 백 장이 조금 넘었다. 열흘. 그는 자기가 열흘 동안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2월 13일에 원고를 켐니츠로 보냈다. 슈마이츠너에게.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이것은 다섯 번째 복음서입니다. 적고 나서 그는 그 말이 과장인지 보았다. 과장이었다. 그는 지우지 않았다. 과장이 아니면 보낼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다음 날 신문이 왔다.

바그너가 죽었다. 2월 13일, 베네치아. 심장이었다. 예순아홉. 그는 신문을 든 채 창가에 서 있었다. 자기 원고가 켐니츠로 가던 날이었다. 그 사람이 베네치아에서 죽던 시간에 자기는 라팔로의 우체국에 서 있었다. 그는 그 두 가지를 나란히 놓고 보았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생각하지 않으려는 자기를 보았다.

그는 며칠 동안 아팠다. 침대에서 그는 트립셴의 계단을 생각했다. 피아노 소리를 생각했다. 소렌토의 언덕길을 생각했다. 교수, 말이 없소. 듣고 있습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7년 동안 그 사람의 적이었다. 적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그 사람이 죽고 나서 알았다. 적은 상대가 있어야 적이었다. 상대가 없어지자 그는 무엇인지 몰랐다.

오버베크에게 그는 썼다.

「바그너는 내가 알았던 사람 가운데 단연코 가장 충만한 사람이었네.」[주 22-08]

그리고 그 밑에 적었다. 6년 동안 그의 적으로 사는 것이 힘들었다고. 적고 나서 그는 그 6년을 세어 보았다. 바이로이트에서 도망친 1876년부터. 맞았다. 그는 숫자가 맞는 것이 싫었다.

3월에 슈마이츠너에게서 편지가 왔다. 인쇄가 늦어진다고 했다. 이유가 적혀 있었다. 부활절을 앞두고 찬송가 50만 부를 먼저 찍어야 한다고. 그다음에 반유대주의 소책자 주문이 있다고. 차라투스트라는 그 뒤에 찍겠다고.

그는 그 편지를 두 번 읽었다. 신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고 산에서 내려온 사람이 찬송가 50만 부 뒤에 줄을 서 있었다. 그는 웃었다. 소리 내어, 오래. 여관 주인이 올라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는 아무 일 아니라고 했다. 아무 일 아니었다. 다섯 번째 복음서가 네 복음서의 찬송가에 밀린 것뿐이었다.

웃음이 끝나고 그는 책상에 앉았다. 그 사람이 다시 산에서 내려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공책을 폈다. 2부.

후주

[주 22-01]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 「서설」 3절. eKGWB Za-I-Vorrede-3. 한국어 작업 번역. 말하는 이는 차라투스트라다.

[주 22-02] 같은 책 「서설」 4절. eKGWB Za-I-Vorrede-4. 한국어 작업 번역.

[주 22-03] 같은 책 「서설」 5절. eKGWB Za-I-Vorrede-5. 한국어 작업 번역. 말종인간 대목에 있다.

[주 22-04] 같은 책 1부 「세 가지 변화에 대하여」. eKGWB Za-I-Verwandlungen. 한국어 작업 번역. 「아이」는 니체의 유년기를 그대로 가리키지 않으며, 본문은 둘이 같은 아이가 아니라고 썼다.

[주 22-05] 같은 책 1부 「몸을 경멸하는 자들에 대하여」. eKGWB Za-I-Verächter. 한국어 작업 번역. 깨어난 자의 말로 전해지는 문장이다.

[주 22-06] [주 22-07] 같은 책 1부 「선사하는 덕에 대하여」 3절. eKGWB Za-I-Tugend-3. 한국어 작업 번역. 바그너에게 직접 한 말이 아니라 차라투스트라가 제자들에게 하는 말이며, 본문도 그렇게 썼다.

[주 22-08] 니체가 프란츠 오버베크에게 보낸 편지, 1883년 2월 22일경. eKGWB BVN-1883(번호는 비평판에서 재확인). 한국어 작업 번역. 「6년 동안 그의 적으로 사는 것이 힘들었다」는 같은 무렵 말비다에게 보낸 편지에도 비슷하게 적혀 있다.

[근거 22-09] 『차라투스트라』 1부는 1883년 1월 라팔로에서 열흘 남짓에 썼다는 것이 니체 자신의 회고이며, 조아리와 포르토피노로 가는 산책길에서 구상했다. 2월 13일 켐니츠의 슈마이츠너에게 원고를 보내며 「다섯 번째 복음서」라고 적었다. 바그너는 같은 날 베네치아에서 죽었다. 슈마이츠너가 부활절 찬송가 50만 부와 반유대주의 소책자 인쇄 때문에 출간을 미룬 것은 사실이며 책은 1883년 6월에 나왔다. 차라투스트라는 니체와 같은 실존 인물이 아니며 이 소설은 그의 말을 니체의 일기로 읽지 않는다.

열흘 동안의 집필 순서, 각 대목을 쓰며 떠올린 기억, 여관 주인의 질문은 소설의 창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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