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166자)

탐정 배지

옆집 남자가 연쇄살인범이라는 걸 나만 안다 · 문가온

302호 현관 안쪽 공기에서 기계 기름 냄새가 났다. 아주 옅었다. 가희가 3년 동안 이 집에서 맡아 본 적 없는 냄새였다.

그녀는 불을 켜지 않고 현관에 서 있었다. 문을 등으로 밀어 닫았다. 걸쇠를 걸려다가 손을 멈췄다. 걸쇠가 문 안쪽에 그대로 있었다. 걸쇠도 바꿨는지 보려고 손끝으로 더듬었다. 예전 것이었다. 페인트가 튄 자국이 손가락에 걸렸다. 걸쇠는 안에서만 걸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오늘 낮에 들어와서 나갈 때 걸쇠를 걸 수 없었고, 그래서 걸쇠는 손대지 않았다.

불을 켰다.

방은 아침에 나간 그대로였다. 이불은 개지 않은 채 벽 쪽으로 밀려 있었고, 책상 위에는 『호수 아래』 시즌 3 대본 출력물이 쌓여 있었다. 머그컵이 대본 옆에 있었다. 가희는 머그컵을 보다가 숨을 멈췄다. 손잡이가 오른쪽을 향해 있었다. 가희는 왼손잡이였다. 그녀는 컵을 내려놓을 때 언제나 손잡이를 왼쪽으로 돌려놓았다. 생각하고 하는 일이 아니었다. 손이 그렇게 했다.

부엌 창 앞으로 갔다. 채광 통로 쪽 창틀 가운데, 3년 내내 반쯤 떠서 덜컹거리던 녹슨 걸쇠 자리에 은색 잠금장치가 박혀 있었다. 새것이라 나사 머리가 반짝였다. 그리고 녹슨 옛 걸쇠는 대본 출력물 맨 위에 올려져 있었다. 나사 두 개와 함께, 가지런히. 대본 첫 장의 금발 형사 대사 위에.

가희는 현관으로 돌아가 열쇠를 꺼내 형광등에 비췄다. 우진이 했던 것처럼 한쪽 눈을 감고, 날의 울퉁불퉁한 선을 따라 보았다. 놋쇠 색이었다. 모양도 같았다. 그런데 날 끝이 날카로웠다. 3년 동안 문고리를 들어 올리며 비틀어서 둥글게 닳았던 끝이 없었다. 손톱으로 날을 긁자 쇳가루가 손톱 밑에 묻었다. 갓 깎은 열쇠였다.

반상회 날, 꽃무늬 접시, 맨 마지막에 홀로 남아 있던 놋쇠 열쇠. 남궁철이 흩뜨린 열쇠들을 손바닥으로 쓸어 모으던 손.

가희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장판이 습기에 쩍 붙었다. 그녀는 무릎 사이에 고개를 묻고 숫자를 셌다. 센서등을 셀 때처럼 스물까지. 스물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냈다.

*

“어, 302호 아가씨!”

최봉길은 다섯 번째 신호에 받았다. 뒤에서 반주 소리와 탬버린 소리가 났다. 누군가 「내 나이가 어때서」를 목청껏 부르고 있었다.

“사장님, 오늘 낮에 제 집에 누구 들이셨어요?”

“아아, 그거? 내가 해 달라 했지! 302호 현관 3년째 고장이라며. 나한테 두 번 말했잖아. 인혁이가 동네 봉사로 공짜로 해 준다잖아. 창문도 덜컹댄다고 해서 그것도 해 달라 했어. 내가 마스터키로 열어 줬어. 고맙다고 해, 아가씨. 내가 그 돈 아꼈잖아.”

“사장님, 그 사람을 제 집에 혼자 들여보내셨어요?”

“혼자는 아니지. 나도 있었어. 한 오 분? 내가 바빠서 먼저 나왔지. 아가씨, 인혁이 신고했다며? 그런 사람 아니야. 내가 이 동네 삼십 년이야. 그리고 아가씨 계약 12월까지지? 이웃이랑 자꾸 이러면 나도 연장은 좀 생각해 봐야….”

가희는 전화를 끊었다. 탬버린 소리가 귀에 남았다.

마경태는 받지 않았다. 문자를 남겼다. 「인혁이 오늘 낮에 제 집 실린더랑 창문 잠금장치를 바꿨어요. 건물주가 마스터키로 들여보냈대요. 제 원래 열쇠는 반상회 날 바꿔치기된 것 같아요.」 답은 오지 않았다. 열두 시 반이었다.

*

새벽 한 시, 가희는 301호 문 앞에 섰다.

센서등이 켜졌다. 그녀는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문을 두드렸다. 세 번, 세게. 할머니가 자정에 302호 문을 두드리던 그 박자였다. 문 너머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센서등이 스물을 세고 꺼졌다. 가희는 팔을 휘저어 다시 켰다. 다시 두드렸다.

사슬 걸린 문이 한 뼘 열렸다. 인혁이 그 틈에 서 있었다. 잠옷 대신 낮에 입던 반팔 티셔츠 그대로였다. 잠을 자다 깬 얼굴이 아니었다. 그 뒤로 짧은 복도가 깜깜했다.

“윤가희 씨. 한 시예요.”

“제 열쇠 돌려주세요.”

“무슨 열쇠요?”

“제 원래 열쇠요. 놋쇠고, 끝이 닳은 거요. 반상회 날 할머니 접시에서 가져가셨잖아요. 그리고 이걸 놓고 가셨잖아요.”

가희가 손바닥을 펴서 열쇠를 사슬 틈으로 들이밀었다. 인혁은 열쇠를 내려다보았다. 받지 않았다.

“그건 새 실린더에 맞춰 깎아 드린 거예요. 오늘 낮에. 집주인분이 부탁하셨어요. 302호 문이 3년째 고장이라고요. 창문도요. 사장님이 다 보셨어요.”

“그럼 제 손에 있는 이 열쇠로 어떻게 오늘 아침에 문을 잠그고 나갔어요? 새 실린더는 오늘 낮에 달았다면서요. 이건 반상회 날부터 제 주머니에 있었어요.”

인혁의 얼굴에서 웃음이 아주 잠깐 멈췄다. 일 초쯤이었다. 그는 그 일 초 동안 가희를 보았다. 무엇을 보는지 알 수 없는 눈이었다. 그리고 웃음이 돌아왔다.

“할머니 접시에 열쇠가 얼마나 많았는데요. 남궁철 형님 거만 다섯 개였어요. 다들 엉뚱한 거 들고 갔다가 바꿨잖아요. 윤가희 씨도 헷갈리셨을 거예요. 원래 열쇠 찾으면 저한테 주세요. 옛 실린더는 제가 가게에서 폐기할게요.”

“폐기하지 마세요. 그거 제 거예요.”

“그러세요. 그럼 내일 갖다드릴게요.”

그가 문을 조금 닫았다. 사슬이 팽팽해지며 짤랑거렸다. 닫히는 틈으로 그가 말했다.

“잘 자요, 윤가희 씨. 문 잘 잠그시고. 이제 잘 잠겨요.”

문이 닫혔다. 안쪽에서 사슬 푸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대신 걸쇠 두 개가 차례로 걸리는 소리가 났다. 가희는 자기 집 문을 보았다. 새 실린더가 센서등 아래에서 은색으로 빛났다. 저 문은 이제 잘 잠겼다. 저 문을 여는 열쇠는 그녀 손에 하나 있었다. 301호 안에 몇 개가 더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

다은은 두 번째 노크에 문을 열었다. 자지 않고 있었다. 식탁에 마트 근무표를 펴 놓고 형광펜을 들고 있었다.

“들어와요.”

다은은 묻지 않았다. 가희가 열쇠를 보여 주자 그걸 한 번 보고, 소파에 이불을 깔았다. 이불에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가희는 이불을 턱까지 덮고 천장을 보았다. 202호 천장 너머가 302호였다. 자기 집 바닥이었다. 저 위에 지금 아무도 없다는 것을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빗소리가 창을 두드렸다. 그녀는 네 시쯤 잠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우진이 소파 앞에 서서 가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옷 차림에 머리가 한쪽으로 눌려 있었다. 어제 잡혔던 팔을 등 뒤로 숨기고 있었다.

“우진아. 어제 미안해. 누나가 너무 세게 잡았어. 아팠지?”

우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는 탐정답게 가희 얼굴을 한참 살폈다. 눈 밑이 검었고 입술이 텄다. 아이는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손목 위에 손가락 모양으로 연한 멍이 들어 있었다. 가희는 그걸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사과 받아 줄게요.”

우진이 다른 손을 펴 보였다. 손바닥 위에 종이 배지가 있었다. 우유 상자를 오려 만든 별 모양이었고, 가운데 매직으로 「조수」라고 쓰여 있었다. 뒤에 옷핀이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옷핀 끝이 테이프 밖으로 조금 삐져나왔다.

“조수는 배지 있어야 돼요. 어제 만들었어요. 누나가 나 잡기 전에.”

“…잡기 전에?”

“응. 그래서 줄까 말까 했어요. 근데 줄래요.”

가희는 배지를 받아 티셔츠 가슴에 꽂았다. 옷핀이 서툴러 두 번 찔렸다. 우유 상자 종이는 가벼웠는데, 그 무게가 가슴뼈 한가운데 오래 머물렀다. 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부엌으로 가서 시리얼을 그릇에 쏟았다. 반은 바닥에 쏟았다.

다은이 커피 두 잔을 들고 식탁에 앉았다. 다은 눈도 검었다.

“형사님은요?”

“답이 없어요. 아마 오늘 오겠죠. 와서, 증거 없다고 하겠죠.”

“그럼 누가 해요?”

다은이 물었다. 가희는 커피를 마시지 않고 컵을 쥐었다. 손잡이를 왼쪽으로 돌렸다.

“형사님이 그 집에서 뭘 들고 나오면 증거가 아니래요. 몰래 들어가면.”

“들고 나오지만 않으면요?”

가희가 다은을 보았다. 다은은 시리얼 줍는 우진 쪽을 한 번 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보기만 하면요. 있는지 없는지만. 있으면 형사님한테 어디 있는지 말해 주면 되잖아요. 형사님이 영장인가 그거 받아서 들어가면.”

“그것도 불법이에요. 들어가는 순간.”

“알아요.”

다은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저 2년 전에 불법으로 도망 나왔어요. 접근 금지 걸린 사람한테서. 법이 정한 날짜까지 기다렸으면 지금 여기 없었을 거예요.”

열한 시에 마경태가 전화했다. 목소리가 밤샌 사람 목소리였다.

“문자 봤어요. 건물주한테도 전화해 봤고요. 건물주가 부탁했고, 건물주가 문 열어 줬고, 건물주가 옆에 있었대요. 그럼 그건 침입이 아니에요. 수리예요. 윤가희 씨 머그컵 손잡이 방향으로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원래 열쇠는요?”

“그 사람이 내일 옛 실린더 갖다준다면서요. 받아요. 받아서 나한테 줘요. 그건 내가 볼게요.”

“그 사람이 그걸 진짜 줄 것 같아요?”

마경태는 대답 대신 바나나우유 빨대 빠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말했다.

“윤가희 씨. 다은 씨 집에 계속 있어요. 혼자 있지 말고. 그리고 그 사람 집 쪽으로는 쳐다보지도 마요.”

가희는 알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그녀는 202호 부엌 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창도 같은 채광 통로를 향해 있었다. 한 층 아래라 301호 창은 보이지 않았고, 맞은편에는 할머니 집 부엌 창이 있었다. 할머니 창에서 김이 서려 나왔다.

*

정오에 가희는 다은과 함께 302호로 올라갔다. 새 실린더는 소리 없이 열렸다. 다은이 그 소리 없음에 몸을 움츠렸다.

가희는 할머니에게 빌린 줄자를 꺼냈다. 할머니는 줄자를 왜 빌리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부침개 반죽 남은 걸로 호박전을 부쳐 줄 테니 저녁에 내려오라고 했다. 아직 다 풀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오라고는 했다.

부엌 창을 열었다. 새 은색 잠금장치가 부드럽게 풀렸다. 축축한 바람이 이끼 냄새를 싣고 들어왔다. 가희는 줄자 끝을 다은에게 잡게 하고, 창틀에서 몸을 내밀어 채광 통로 건너 301호 창틀까지 줄자를 뻗었다. 누런 줄자가 빗물에 젖으며 허공에서 휘었다.

“1미터 40.”

다은이 읽었다. 아래는 3층 높이였다. 통로 바닥 웅덩이에 비가 둥근 무늬를 그렸다.

가희는 301호 창을 보았다. 블라인드가 반듯하게 내려와 있었다. 그 아래 창틀, 알루미늄 새시가 맞물리는 자리에 걸쇠가 있었다. 걸쇠 두 쪽이 서로 닿지 않았다. 한쪽이 휘어서 반 뼘쯤 벌어져 있었고, 녹물이 새시를 타고 흘러내린 자국이 길게 나 있었다. 오래된 고장이었다.

“저 집 창, 안 잠겨요.”

가희가 말했다. 다은이 줄자를 감다가 멈췄다.

이 동네 문을 다 만진 사람이, 제 집 부엌 창은 고치지 않았다.

7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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