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5,123자)

열쇠 접시

옆집 남자가 연쇄살인범이라는 걸 나만 안다 · 문가온

일요일 아침, 2층 201호 보일러가 삐 하고 세 번 울더니 화면에 빨간 숫자를 띄우고 멈췄다. 구말례 할머니는 휴대폰 단축번호 3번을 눌렀다. 1번은 세상을 떠난 영감 번호였고, 2번은 미국 사는 아들이었다. 3번이 「인혁철물 총각」이었다.

“총각! 보일러가 숫자를 내!”

할머니 목소리는 3층 302호 방 안까지 들어왔다. 가희는 자막 파일을 저장하고 일어났다. 어젯밤 이웃방 글을 보고 나서 네 시간밖에 못 잤다. 눈두덩이 뜨거웠다.

2층 계단참에는 종이 간판이 붙어 있었다. 202호 현관문에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스케치북 한 장이었고, 매직으로 「우진 탐정 사무소 · 상담 무료 · 간식은 받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 앞 계단에 그 사무소의 소장이 앉아 있었다. 한우진, 열 살. 장마라 학원 끝나고 놀이터에 못 나가는 아이는 플라스틱 돋보기와 밀가루 한 봉지, 붓 하나를 무릎에 올려놓고 계단 난간의 지문을 뜨고 있었다. 난간이 하얗게 범벅이었다.

“우진아, 그거 엄마가 알아?”

“엄마 자요. 야간 했어요. 쉿.”

우진이 붓을 입에 대고 쉿 했다. 입술이 하얘졌다. 가희는 쭈그려 앉아 아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탐정님, 오늘 사건 하나 있는데. 조수 할래?”

“탐정은 조수 안 해요. 누나가 조수 해요.”

“…그래. 내가 조수 할게.”

“조수는 간식 가져와야 돼요.”

우진은 돋보기를 목에 걸고 일어났다. 아래층에서 공구함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

할머니 집 현관 신발장 위에는 꽃무늬 접시가 하나 있었다. 들어오는 사람은 누구든 거기 열쇠를 내려놓아야 했다. 「열쇠는 접시에, 마음은 상 위에.」 할머니가 시집올 때 시어머니한테 들었다는 말이었고, 무슨 뜻인지는 할머니도 정확히 몰랐다. 그래도 지켰다.

접시에는 열쇠가 이미 셋 있었다. 할머니 집 열쇠 두 개, 그리고 빨간 실을 감은 열쇠 하나. 빨간 실은 202호 여분 열쇠였다. 다은이 야간조로 일하는 밤마다 할머니가 그 열쇠로 202호 문을 열고 우진이 자는지 들여다보았다.

서인혁이 열쇠를 꺼내 접시에 놓았다. 회색 고양이 열쇠고리가 접시에 부딪혀 짤랑 소리를 냈다. 가희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서 있었다.

“너도 놔.”

“할머니, 저는 금방 갈 거라….”

“금방 가는 사람이 제일 오래 있어. 놔.”

가희는 302호 열쇠를 접시에 놓았다. 놋쇠 열쇠였고, 3년 동안 매일 돌려서 날 끝이 둥글게 닳아 있었다. 우진이 목에 건 202호 열쇠를 꺼내려 하자 할머니가 손사래를 쳤다. 아이 열쇠는 아이 목에 있는 게 맞는다고 했다.

보일러는 부엌 옆 다용도실에 있었다. 인혁은 다용도실 문턱에 무릎을 꿇고 보일러 덮개를 열었다. 가희는 부엌 식탁 의자를 다용도실 쪽으로 돌려 앉았다. 우진은 가희 무릎 옆에 서서 돋보기로 인혁의 등을 보았다.

“이건 물 압력이 떨어져서 그래요.”

인혁이 우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여기 바늘 보이지? 이게 1 밑으로 떨어지면 보일러가 ‘나 목말라’ 하고 멈춰. 물을 조금 넣어 주면 돼.”

“보일러도 목말라요?”

“그럼. 할머니도 목마르시고, 보일러도 목마르고.”

우진이 깔깔 웃었다. 할머니도 부엌에서 따라 웃었다. 가희는 웃지 않고 인혁의 손을 보았다. 손가락이 짧고 굵었고 손톱 밑에 검은 기름이 끼어 있었다. 그 손이 밸브를 반 바퀴 돌리고, 바늘을 보고, 다시 반 바퀴 돌렸다. 서두르는 동작이 하나도 없었다. 새벽 두 시에 냄비를 오래 돌리던 손과 같은 속도였다.

할머니가 부엌에서 부추전 남은 반죽으로 감자전을 부쳤다. 무쇠 팬의 철사 손잡이가 할머니 손아귀에서 삐걱 소리를 냈다. 기름 냄새가 다용도실까지 퍼지자 인혁이 고개를 들었다.

“할머니, 이 냄새면 보일러가 알아서 켜지겠는데요.”

“총각은 입도 착해.”

가희는 무릎 위에서 손을 쥐었다 폈다. 우진이 그 손을 돋보기로 들여다보았다.

“조수, 손에 땀 나요.”

“덥잖아.”

“에어컨 켜져 있는데요.”

“탐정님, 조용히.”

인혁이 일어나 다용도실 밖으로 나왔다.

“배기통 쪽에 부품 하나 갈아야겠어요. 공구함에 있어요.”

빨간 공구함은 현관 신발장 옆에 놓여 있었다. 인혁은 현관으로 가서 쪼그려 앉아 공구함을 열었다. 그의 등이 신발장을 가렸다. 가희 자리에서는 둥근 어깨와 작업복 등판의 「인혁철물」 글씨만 보였다. 공구함 안에서 쇠붙이가 서로 부딪는 소리가 났다. 십 초쯤이었다. 인혁이 일어설 때 손에는 고무 패킹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가 다용도실로 돌아가며 가희 옆을 지나쳤다. 기름 냄새와 감자전 냄새 사이로 쇠 냄새가 났다.

가희는 일어났다.

“주머니에 뭐 넣으셨어요?”

부엌이 조용해졌다. 할머니 뒤집개가 팬 위에서 멈췄다. 우진이 돋보기를 내렸다. 인혁은 다용도실 문턱에서 돌아섰다. 웃음이 얼굴에서 반쯤 내려갔다가 도로 올라왔다.

“네?”

“방금 신발장 앞에서요. 주머니에 뭐 넣으셨잖아요. 보여 주세요.”

“가희야.”

할머니가 불렀다. 인혁은 할머니 쪽으로 손을 조금 들어 괜찮다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작업복 바지 주머니 두 개를 차례로 뒤집었다. 나사 두 개가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꼬깃꼬깃한 영수증 한 장, 은박 껌 종이 하나. 가슴 주머니에서는 볼펜 한 자루가 나왔다. 그는 작업복 앞섶을 들춰 허리춤까지 보여 주었다.

“이게 다예요, 윤가희 씨.”

가희는 신발장으로 갔다. 꽃무늬 접시에 열쇠가 다섯 개 있었다. 할머니 집 열쇠 두 개, 빨간 실을 감은 202호 여분, 고양이가 달린 인혁의 열쇠, 날이 닳은 가희의 놋쇠 열쇠.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었다. 다섯이었다.

“얘가 왜 이래!”

할머니가 뒤집개를 내려놓고 소리쳤다. 이번에는 귀 때문에 커진 목소리가 아니었다.

“동네에 이상한 글 돈다더니 그게 너였어? 102호 학생이 그러더라. 3층 여자가 총각을 경찰에 찔렀다고. 내가 아니라고 했어. 우리 가희는 그런 애 아니라고. 근데 지금 이게 뭐야? 남의 집 보일러 고치러 온 사람 주머니를 왜 털어? 사과해.”

“할머니, 저는….”

“사과해!”

우진이 가희 다리 뒤로 반쯤 숨었다. 인혁이 바닥의 나사 두 개를 주워 손바닥에 올렸다. 그가 먼저 말했다.

“할머니, 괜찮아요. 요즘 무서운 일이 많잖아요. 혼자 사시는 분들은 다 예민해지세요. 저는 진짜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가희 목소리는 접시 위에 떨어지는 열쇠 소리보다 작았다. 인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용도실로 들어가 패킹을 끼웠다. 보일러가 삐 하고 한 번 울더니 파란 불이 들어왔다. 그는 덮개를 닫으며 할머니에게 말했다.

“배기통 연결부도 손봐 놨어요. 장마엔 습기가 차서 헐거워지거든요. 이제 겨울까지 괜찮을 거예요.”

할머니는 감자전 네 장을 비닐봉지에 싸서 인혁에게 들려 보냈다. 인혁은 현관에서 접시의 고양이 열쇠를 집어 들고, 신발을 신고, 문을 나서기 전에 가희를 돌아보았다.

“감자전 맛있게 드세요, 윤가희 씨.”

*

가희는 마지막까지 남았다. 설거지를 했다. 할머니는 식탁에 앉아 텔레비전을 크게 틀어 놓고 가희 쪽은 보지 않았다. 무쇠 팬은 맨 마지막에 닦았다. 세제로 닦으면 길이 빠진다고 할머니가 늘 말했으므로, 뜨거운 물로만 헹구고 키친타월로 기름을 얇게 발랐다. 철사 손잡이의 테이프가 한쪽 끝에서 들떠 있었다. 가희는 그 끝을 손톱으로 눌러 붙였다. 할머니가 그걸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렸다.

밤에 302호 문을 두드린 것은 우진이었다. 엄마가 출근한 뒤였다. 아이는 잠옷 차림으로 손바닥만 한 장난감 디지털카메라를 내밀었다.

“탐정 보고. 증거 사진이에요.”

화면은 작고 흐렸다. 할머니 현관, 신발장, 둥근 등. 그다음 장에서 등이 조금 돌아가 있었고, 들어 올린 손이 현관 전등 쪽을 향해 있었다. 손가락 사이에 무언가 가느다란 것이 빛에 걸려 있었다. 빨간 실처럼 보이기도 했고, 그냥 화면의 얼룩 같기도 했다.

“아저씨가 열쇠를 해님한테 비춰 봤어요. 이렇게.”

우진이 자기 목의 열쇠를 들어 천장 등에 비춰 보였다. 한쪽 눈을 감고, 열쇠 날의 울퉁불퉁한 선을 따라 눈을 가늘게 떴다.

“왜 비춰 봤을까?”

“몰라요. 그건 조수가 알아내요.”

가희는 사진을 휴대폰으로 다시 찍어 두고 우진을 202호까지 데려다주었다. 아이는 문 앞에서 돌아서 경례를 했다. 가희도 따라 했다.

다시 302호로 올라와 가희는 이웃방 검색창에 「옥상 고추」를 쳤다. 숨진 첫 번째 사람이 옥상에서 고추를 길렀다는 기사를 오늘 오후에 읽었다. 한상국, 예순여덟.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은퇴했고, 봉천동 4층짜리 빌라 꼭대기 층에 혼자 살았다. 2025년 8월에 그가 직접 올린 글이 남아 있었다.

「올해 옥상 고추 풍년입니다. 청양 아닌 거 많아요. 필요하신 분 저녁 일곱 시 이후 옥상으로 오세요. 봉지는 가져오세요.」

사진 속에서 고무 대야 열두 개에 고추가 빽빽했다. 대야마다 하얀 플라스틱 이름표가 꽂혀 있었다. 「고추 1호」 「고추 2호」 「안 매운 거」. 댓글이 스물셋이었다. 「어르신 덕분에 김장했어요」 「봉지 두 개 가져갔는데 괜찮나요?」 「괜찮아요 많이 가져가요」. 마지막 댓글은 2025년 11월에 달려 있었다. 「옥상 고추 화분 누가 물 주고 있나요? 아직 살아 있어요.」 그 아래로는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가희는 휴대폰을 엎어 놓고 창 쪽을 보았다. 채광 통로 건너 301호 부엌에 불이 켜져 있었다. 블라인드 살은 이제 하나도 휘지 않아서 빛이 가로줄로만 새어 나왔고, 그 안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소리가 건너왔다. 쇠붙이를 쇠붙이로 긁는 소리, 짧고 고른 소리가 빗소리 사이로 한 번에 두세 번씩 났다가 멈추고, 다시 났다. 손톱 다듬는 줄로 금속을 미는 소리 같았다. 가희는 휴대폰 시계를 켜 두고 들었다. 소리는 삼 분쯤 이어지다가 그쳤고, 곧 부엌 불이 꺼졌다. 그녀는 그 삼 분 동안 숨을 몇 번 쉬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자정이 조금 넘어서였다. 302호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세게, 세 번. 가희는 걸쇠를 건 채 문을 반 뼘 열었다. 센서등 아래 할머니가 잠옷 위에 카디건을 걸치고 서 있었다. 손에 빨간 실을 감은 열쇠가 들려 있었다.

“이거 202호 거 아니야. 안 맞아. 우진이 자나 보려고 열었는데 구멍에 안 들어가. 실만 우리 거야.”

할머니가 열쇠를 가희 눈앞에 들이밀었다. 빨간 실 아래 열쇠는 색이 달랐다. 은색이었고, 새것이었다.

“접시 만진 사람이 너밖에 없어. 아까 네가 하나씩 다 짚었잖아. 너 가져갔니?”

3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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