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383자)
새벽 두 시의 숨소리 채널
국회 고양이 국밥이 · 소예찬
국밥은 굴 안에서 새끼들이 일어서는 소리를 들었다.
소리라야 바닥을 긁는 작은 발톱 소리였다. 수육이 앞발 둘을 짚고 엉덩이를 들었다가 옆으로 굴렀다. 깍두기가 수육을 밟고 일어서려다 같이 굴렀다. 순대는 구르지 않으려고 아예 엎드린 채 앞발로만 기었다. 부추가 처음으로 네 발을 다 짚고 일어났다. 부추는 일어난 채로 한참 몸을 떨다가, 한 발을 앞으로 내디디고 그대로 코부터 바닥에 박았다.
국밥은 부추를 핥아 주지 않았다. 부추가 혼자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부추는 일어나서 다시 한 발을 내디뎠고, 이번에는 넘어지지 않았다.
새끼들 귀가 쫑긋 올라왔다. 소리가 나면 넷이 한꺼번에 고개를 돌렸다. 문 밖 발소리에도, 천장 바람 소리에도, 국밥이 물 마시는 소리에도. 국밥이 굴 밖으로 나갔다 오면 넷이 입구에 몰려 있다가 동시에 작은 하악질을 했다. 바람 빠지는 소리가 아니라 재채기 같은 소리였다. 국밥은 넷을 차례로 앞발로 눌러 굴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밤이면 굴은 조용했다. 귤 냄새도 왁스 냄새도 밤에는 오지 않았다. 대신 굴 위 나무 어딘가에서 아주 작게 웅 하는 소리가 났다. 국밥은 처음엔 귀를 세웠다가, 소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알고 귀를 내렸다.
*
진바다는 12월 18일과 19일 주말 동안 국밥이 나라 밖까지 나가는 것을 보았다.
토요일에는 국회 앞 노점에서 국밥 열쇠고리가 팔렸다. 삼색 고양이 얼굴에 「의장석 밑」이라고 새긴 플라스틱이었다. 육태란이 두 개를 사 와서 하나를 바다의 사원증 줄에 달아 주었다. 일요일에는 외국 경제지 기사가 번역되어 돌았다. 「한국, 고양이 때문에 사상 첫 준예산 가나」. 기사는 한국 국회가 이번에도 해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만, 넘긴다면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적었다.
월요일 아침 의장이 성명을 냈다. 「12월 31일 자정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으면 헌정사 첫 준예산이 됩니다. 여야는 고양이가 아니라 숫자를 보아 주십시오」. 의장 성명이 나오고 한 시간 뒤, 두 원내대표가 각자 기자들 앞에 나왔다. 맹준표는 「야당은 숫자를 보라」고 했고, 하정필은 「여당은 숫자를 보라」고 했다. 금동하가 두 영상을 태블릿 화면에 나란히 띄워 놓고 말했다.
“두 분 입 모양이 똑같아요. 소리만 바꾸면 되겠어요.”
엄마 센터에서는 구청 공문이 하나 더 왔다고 했다. 1월 방학 급식은 작년 단가로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엄마는 전화로 공문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웃었다.
“센터 애들이 투표했대. 국밥이가 국회의원 하래. 하나도 안 싸우고 젖만 먹인다고.”
*
일요일 저녁, 진바다는 의원회관 뒤 급식소에서 육태란과 사료를 채우다 말고 손을 멈췄다.
국밥이 본회의장에 들어간 뒤로 급식소에는 다른 고양이들이 왔다. 턱시도 무늬 수컷 하나와 귀 끝이 잘린 노랑이 둘이었다. 노랑이 둘은 바다가 사료를 붓자 그릇 앞까지 왔다가 바다의 손을 보고 물러났다. 둘 다 왼쪽 귀 끝이 일자로 반듯했다. 바다는 노랑이들 배를 보았다. 한 마리의 배가 둥글었다.
“태란아. 너네 원내대표님한테 나 힘들다고 했어?”
육태란이 사료 봉지를 접다 말았다. “표정으로만.”
“표정으로 뭘 얼마나 말했는데.”
“원내대표님이 물어보셨어. 진바다 요즘 어떠냐고. 나는 몰라요, 하고 커피만 탔어.” 육태란이 봉지 집게를 꽉 눌렀다. “근데 너도 우리 원내대표실 얘기 너네 의원실에 했잖아. 우리 원내대표님 녹차 드신 거 탁원구 의원 단톡방에 돌았더라.”
“그건 내가 한 거 아니야. 수행비서가 기사 보고 올린 거야.”
“그 기사에 녹차가 왜 나와?”
둘은 급식소 지붕 밑에서 서로를 보았다. 턱시도가 그릇에 얼굴을 박고 아삭아삭 사료를 씹었다. 고양이 씹는 소리가 둘 사이를 한참 채웠다.
“우리 이러다 서로 감시하는 사람 되겠다.” 육태란이 먼저 말했다.
“벌써 됐어. 근무표에 그렇게 쓰여 있잖아.”
육태란이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소리를 내고 사료 봉지를 바다의 가방에 꽂아 주었다. 노랑이 하나가 그제야 다가와 그릇에 머리를 넣었다. 둥근 배가 그릇 테두리에 닿았다. 바다는 휴대전화로 노랑이의 귀를 찍었다. 지우지도 보내지도 않았다.
*
12월 20일 월요일 오후 세 시, 진바다는 본청 로텐더홀을 가로지르다 맹준표에게 팔을 붙잡혔다.
로텐더홀은 본청 한가운데의 둥근 홀이었다. 둥근 천장 아래 대리석 바닥이 넓었고, 기자들이 의원들을 붙잡고 말을 받아 적는 자리였다. 맹준표는 기자 셋을 거느리고 가다가 바다를 보자 기자들을 손짓으로 물리고 바다에게 왔다.
“진바다 보좌관! 마침 잘 만났네.” 맹준표가 바다의 팔을 놓지 않고 기둥 뒤로 데려갔다. 말이 빨랐다. “우리 육태란 비서가 그러는데, 바다 씨가 탁원구 의원실에서 요즘 힘들다며. 4주 소견서 때문에.”
“태란이가 그런 말을 했어요?”
“직접은 아니고, 표정으로.” 맹준표가 웃었다. “바다 씨, 기자들 앞에서 한마디만 해 줘요. 야당이 고양이를 정치에 쓰고 있다고. 바다 씨가 하면 사십만이 믿어. 그러면 내가 바다 씨 자리 하나 만들어 줄게. 우리 원내대표실로 와요. 거기선 아무도 소견서 고치라고 안 해.”
“원내대표님도 4주 소견서 달라고 하셨잖아요.”
“그건 부탁이고 이건 제안이지.”
바다는 붙잡힌 팔을 빼냈다. 로텐더홀 천장에서 내려온 빛이 대리석 바닥에 둥글게 고여 있었다.
“원내대표님. 처음엔 여당이 사무처더러 고양이 옮기라고 하셨잖아요. 지금은 왜 옮기자고 안 하세요?”
맹준표의 웃음이 처음으로 반 박자 늦었다.
“옮기자고 하면 고양이 쫓아낸 여당이 되잖아. 정치는 고양이보다 한 걸음 빨라야 돼.” 맹준표가 바다의 어깨를 두 번 두드렸다. “걱정 마요, 바다 씨. 31일에는 다 잘돼. 해마다 그랬어.”
맹준표가 기자들에게 돌아갔다. 기자들이 휴대전화를 내밀자 맹준표는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했다. 바다는 기둥에 등을 대고 서서 맹준표의 마지막 말을 입 속으로 한 번 따라 했다. 31일에는 다 잘돼.
*
월요일 밤 열한 시, 조정실 문을 열고 들어온 오만식은 컵라면 두 개를 들고 있었다.
“밤 근무 수당은 없습니다. 이게 수당이에요.” 오만식이 하나를 바다 앞에 놓았다. “김치 맛 하나 남아서 그건 제가 먹습니다.”
조정실은 좁았다. 장비들 사이에 의자 두 개가 겨우 들어갔고, 벽에는 1990년대 본회의장 사진이 붙어 있었다. 사진 속 의장석 앞에서 의원들이 엉켜 있었고, 사진 귀퉁이에 남색 조끼를 입은 젊은 남자가 마이크 선 뭉치를 끌어안고 있었다.
“이거 과장님이에요?”
“입사 이 년 차입니다. 의장석 점거한 날이요.” 오만식이 컵라면 뚜껑을 젖혔다. “의원님들이 의장석에 몰려와서 서로 멱살을 잡는데, 저는 마이크 선만 지켰어요. 선 끊기면 회의록이 안 남거든요.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안 남으면, 그날 싸운 게 다 없던 일이 돼요.”
“그래서 선을 끌어안고 계셨어요?”
“밤새요.” 오만식이 면을 한 젓가락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다음 날 아침에 의원님 한 분이 저한테 고생했다고 하셨어요. 멱살 잡던 분이요. 그분은 오후에 다시 멱살을 잡으셨고요.”
바다는 웃다가 컵라면 국물을 흘렸다. 오만식은 휴지를 건넸다.
“과장님은 왜 카메라 켜자고 하셨어요? 진짜로요.”
오만식은 헤드폰을 들어 한쪽 귀에 대 보았다가 내려놓았다. 새끼들 숨소리가 헤드폰 밖으로 아주 작게 새어 나왔다.
“기록이 남아야 싸움이 끝납니다.” 오만식이 말했다. “안 남으면 다들 자기 좋을 대로 기억하고, 내년에 또 싸워요. 의장석 밑에 고양이가 있던 한 달도 남아야 돼요. 누가 고양이를 핑계로 뭘 했는지까지요.”
오만식은 말을 마치고 팔짱을 꼈다. 김치 맛 컵라면은 반이 남은 채 식어 갔다.
*
12월 21일 화요일 새벽 두 시, 진바다는 본청 지하 조정실에서 헤드폰을 쓰고 순대의 딸꾹질을 세고 있었다.
순대는 젖을 먹다가 딸꾹질을 했다. 딸꾹, 하고 한 번, 쉬었다가 두 번. 헤드폰 안에서 작은 숨소리 넷과 큰 숨소리 하나가 겹쳐 오르내렸다. 옆자리의 오만식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오만식은 사흘 밤 동안 한 번도 먼저 퇴근하지 않았다. 조정실 모니터 하나에서 녹음 표시등이 깜박였다. 조정실 장비는 의장석 마이크로 들어오는 소리를 밤새 녹음해 두었다가 다음 날 지웠다.
헤드폰 안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묵직한 문이었다. 국밥의 숨소리가 멈췄다. 바다는 의자에서 등을 뗐다.
본회의장 카메라 화면에는 틈 입구와 카펫 한 뼘만 보였다. 카펫 위로 구두 두 켤레가 들어왔다. 한 켤레는 검은 끈 구두, 한 켤레는 갈색 끈 없는 구두. 손전등 불빛이 틈 입구를 한 번 쓸고 지나갔다.
“오늘은 순대가 제일 크네.” 느린 목소리였다. 바다는 이 목소리를 원내대표실 긴 탁자 끝에서 들었다. 하정필이었다.
“원내대표님 순대 좋아하시잖아요. 국밥집 가시면 순대만 건져 드시고.” 빠른 목소리가 받았다. 맹준표였다.
바다는 오만식의 팔을 쳤다. 오만식이 고개를 들고, 헤드폰을 빼앗듯 한쪽을 자기 귀에 댔다. 두 사람이 헤드폰 하나를 한쪽씩 나눠 들었다.
“31일 밤으로 가죠.” 맹준표가 말했다. “열 시쯤 소소위에서 숫자 맞추고, 열한 시 반에 수정안 올리고. 그 시간엔 아무도 다 못 읽어요. 의장님도 자정 넘기는 것보단 낫다고 하실 거고.”
소소위는 예결위원장과 양당 간사가 문을 닫고 마지막 숫자를 맞추는 자리였다. 바다는 소소위에서 막판에 의원들 지역구 사업이 쪽지로 끼어 들어간다는 말을 의원실 첫해에 들었다. 쪽지 예산이라고 불렀다.
“우리 당 지역 사업이 서른 개.” 하정필이 말했다. “여당은요?”
“스물여덟. 국민 첫 집은 오천억만 깎는 걸로 하시죠.”
“칠천.”
“육천. 대신 탁원구 의원 우회도로 이백억 넣어 드릴게요. 그 친구 요즘 고양이로 고생했잖아요.”
바다는 헤드폰을 귀에 더 세게 눌렀다. 탁원구 의원실 책상 유리 밑에 지역구 지도가 깔려 있었다. 우회도로 노선 위에 빨간 펜으로 세 번 덧그은 줄이 있었고, 탁원구는 통화할 때마다 손가락으로 빨간 줄을 따라 그었다. 바다는 지난봄 우회도로 사업 설명서를 밤새 만들었다.
“보좌관 애도 고생하고.” 하정필이 낮게 웃었다. “그 애가 소견서를 안 받아 와서 애먹었어요. 그래도 덕분에 일이 쉬웠지. 고양이가 다 해 줬어. 우리가 기한 넘겨도 아무도 우리 욕을 안 해.”
“고양이는 끝나면 사무처가 알아서 치우겠죠. 1월에.”
“1월엔 아무도 안 봐요. 사람들은 해 바뀌면 다른 걸 보지.”
손전등 불빛이 다시 한 번 틈 입구를 쓸었다. 구두 두 켤레가 카펫에서 물러났고, 묵직한 문이 닫혔다. 헤드폰 안이 조용해졌다. 한참 뒤에 국밥의 숨소리가 다시 들렸다. 새끼들 숨소리가 하나씩 따라 들어왔다. 순대가 딸꾹, 했다.
바다는 헤드폰을 쥔 손을 내리지 못했다. 오만식도 헤드폰 반쪽을 귀에 댄 채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의 모니터에서 녹음 표시등이 계속 깜박였다. 표시등 옆의 숫자가 소리 없이 넘어갔다.
「녹음 중 02: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