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5,453자)

동시 시청자 사십만

국회 고양이 국밥이 · 소예찬

진바다는 12월 13일 월요일 아침⁠, 의장석 단 앞에 붙은 손가락만 한 카메라를 손톱으로 톡톡 쳤다⁠.

카메라에서 빨간 불이 깜박였다⁠. 금동하가 케이블을 카펫 밑으로 밀어 넣으며 바다의 손을 막았다⁠.

“⁠치시면 화면 흔들려요⁠. 지금 나가고 있어요⁠.⁠”

“⁠어디로 나가는데요⁠?⁠”

“⁠국회 인터넷 의사중계요⁠.⁠” 금동하가 태블릿을 들어 보였다⁠. 화면 위쪽에 「⁠본회의장 실시간⁠」이라고 떠 있었고⁠, 아래에 틈 입구가 보였다⁠. 물그릇과 수건 덩어리⁠,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노란 눈 두 개⁠. 화면 구석의 숫자가 계속 올라갔다⁠. 「⁠현재 시청 3⁠,112⁠」⁠.

바다는 화이트보드 앞으로 갔다⁠. 오만식이 근무표 칸 옆에 새로 한 줄을 적고 있었다⁠. 「⁠카메라 상시 송출 — 의장님 승인⁠」⁠.

“⁠과장님 생각이에요⁠?⁠”

“⁠제 건의를 의장님이 받으셨습니다⁠.⁠”

“⁠빨간 불이 밤새 깜박이면 국밥이 불안해해요⁠. 사람들이 화면 보고 몰려오면요⁠? 플래시 터뜨리면요⁠?⁠”

“⁠카메라는 빛을 내보내지 않습니다⁠. 빨간 불은 오늘 안에 테이프로 막을 거고요⁠.⁠” 오만식이 보드마커 뚜껑을 닫았다⁠. “⁠16일에 이동합니다⁠. 사무총장님께 올린 건의가 그대로 내려왔어요⁠. 이동하는 날 전국이 이걸 봅니다⁠. 사무처가 고양이를 어떻게 옮기는지⁠, 어미가 따라가는지⁠. 몰래 하는 일은 하나도 없게요⁠.⁠”

“⁠전국이 보는 데서 그물채 넣으시게요⁠?⁠”

“⁠이동장 넣습니다⁠. 그물채는 안 씁니다⁠.⁠” 오만식이 바다를 보았다⁠. “⁠카메라는 저도 묶어요⁠, 진바다 씨⁠. 저는 이제 밤에 핫팩 하나 갈러 들어가도 전국에 나갑니다⁠.⁠”

바다는 할 말을 찾다가 찾지 못했다⁠. 금동하가 태블릿을 들고 끼어들었다⁠.

“⁠과장님⁠, 시청자가 만 명 넘었습니다⁠. 채팅창에 과장님 얘기 나와요⁠.⁠” 금동하가 화면을 읽었다⁠. “⁠「⁠안경 아저씨 왜 이렇게 공손함⁠」⁠, 「⁠안경 아저씨 핫팩 들고 지나감 실화냐⁠」⁠.⁠”

오만식이 카메라 화각 밖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

국밥은 굴 입구에 붙은 작은 것을 오래 노려보았다⁠.

작은 것은 냄새가 없었다⁠. 쇠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붉은 점이 깜박였는데⁠, 왁스 냄새 나는 손이 와서 무엇을 붙이고 간 뒤로는 깜박이지 않았다⁠. 냄새도 소리도 없는 것은 해가 없었다⁠. 국밥은 곧 작은 것을 잊었다⁠.

새끼들은 이제 눈을 다 떴다⁠. 눈이 열리자 새끼들은 굴이 넓다는 것을 알았다⁠. 넷은 배를 바닥에 끌며 사방으로 기어갔다⁠. 앞발이 나가면 뒷발이 따라오지 않아 제자리에서 빙글 돌았고⁠, 서로의 머리를 밟고 넘어갔다⁠. 회색 줄무늬가 가장 멀리 갔다⁠. 회색 줄무늬는 굴 입구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바깥의 환한 빛 속으로 코를 벌름거렸다⁠.

국밥은 회색 줄무늬의 목덜미를 물어 굴 안쪽으로 도로 데려다 놓았다⁠. 회색 줄무늬는 내려놓자마자 다시 입구로 기어갔다⁠. 국밥은 다시 물어 왔다⁠. 네 번째로 물어 온 다음 국밥은 회색 줄무늬 위에 앞발 하나를 얹고 누웠다⁠. 회색 줄무늬는 앞발 밑에서 한참 버둥거리다 잠들었다⁠.

굴 밖은 날마다 시끄러워졌다⁠. 문 너머 발소리가 늘었고⁠, 모르는 사람들 목소리가 문틈으로 쏟아졌다⁠. 국밥은 문밖 소리가 커질 때마다 새끼들을 배 밑으로 모았다⁠.

*

진바다는 사흘 동안 숫자가 오르는 것을 보았다⁠.

화요일 밤에 동시 시청자가 사십만을 넘었다⁠. 국밥이 하품을 한 순간이었다⁠. 채팅창이 같은 말로 덮였다⁠. 「⁠하품함⁠」 「⁠하품 실화냐⁠」 「⁠본회의장 개원 이래 가장 솔직한 하품⁠」⁠. 회색 줄무늬가 화면 밖으로 기어 나갈 때마다 시청자가 만 명씩 늘었다가 국밥이 물어 가면 줄었다⁠. 외국어 댓글이 한글 댓글 사이에 섞였고⁠, 금동하가 번역기를 돌려 읽어 주었다⁠. 「⁠우리나라 의회에도 고양이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수요일에는 새끼 이름이 정해졌다⁠. 포털에서 연 투표에 칠십만 명이 들어왔다⁠. 삼색 큰 녀석은 수육⁠, 삼색 작은 녀석은 깍두기⁠, 검정·흰 얼룩 막내는 순대⁠, 회색 줄무늬는 부추가 되었다⁠. 여당이 올린 민생과 야당이 올린 협치는 나란히 2%를 받았다⁠. 탁원구가 단톡방에 「⁠협치 2⁠.1 민생 1⁠.9 우리가 이김⁠」이라고 올렸고⁠, 수행비서가 「⁠의원님 둘 다 꼴찌입니다⁠」라고 답했다⁠.

같은 날 국회 우편실이 사료 상자로 막혔다⁠. 전국에서 보낸 사료가 4톤이었다⁠. 우편실 직원이 시설과로 전화를 걸었고⁠, 금동하가 하루 종일 수레로 사료를 날라 시설과 창고 천장까지 쌓았다⁠. 저녁에 금동하는 사료 상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말했다⁠.

“⁠진바다 씨⁠, 저 오늘 만 보 걸었어요⁠. 전부 고양이 사료 들고요⁠.⁠”

엄마는 수요일 저녁에 전화했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저녁밥을 먹으며 휴대전화로 국밥 방송을 돌려 본다고 했다⁠.

“⁠애들이 순대가 제일 귀엽대⁠. 근데 바다야⁠.⁠” 엄마가 목소리를 낮췄다⁠. “⁠구청에서 공문이 왔어⁠. 예산 해 넘기면 1월 새 단가는 못 준대⁠. 준예산이라는 거 하면 작년 거만 준다고⁠. 그게 뭐야⁠, 준예산이⁠?⁠”

바다는 휴대전화로 기사를 찾아 읽어 주었다⁠. 정부가 준예산을 대비해 부처마다 집행 지침을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해가 바뀔 때까지 국회가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하면⁠, 정부는 기관 문을 여는 데 드는 돈과 법이 정한 의무⁠, 이미 승인된 사업만 작년 예산대로 쓸 수 있다⁠. 새로 오르기로 한 급식 단가는 어디에도 들지 않았다⁠. 기사 끝에는 한국은 아직 준예산을 한 번도 겪은 적이 없다는 문장이 있었다⁠.

“⁠한 번도 없대요⁠, 엄마⁠.⁠”

“⁠한 번도 없던 건 고양이도 없었잖아⁠.⁠”

목요일 아침에 16일 이동 계획이 거둬졌다⁠. 수요일 밤 의사중계 게시판에 「⁠국밥이 이사 반대 청원⁠」이 올라와 하루 만에 십만 명이 이름을 올렸고⁠, 의장실은 「⁠시민 여러분의 우려를 고려해 이동을 연기한다⁠」고 짧게 발표했다⁠. 연기의 끝이 언제인지는 쓰여 있지 않았다⁠. 바다는 화이트보드 앞에서 오만식이 「⁠12월 16일 이동⁠」에 가로줄을 긋는 것을 보았다⁠. 오만식은 가로줄을 자를 대고 그었다⁠.

“⁠과장님 카메라가 과장님을 묶었네요⁠.⁠”

“⁠제가 그러자고 했으니까요⁠.⁠” 오만식이 보드마커 뚜껑을 닫았다⁠. “⁠묶이는 줄은 알았어요⁠. 이렇게 세게 묶일 줄은 몰랐고요⁠.⁠”

*

목요일 점심때⁠, 진바다는 사료 상자를 받으러 국회 정문까지 나갔다가 사람들 사이에 갇혔다⁠.

정문 앞 인도에 두 무리가 마주 보고 있었다⁠. 한 무리는 고양이 그림을 그린 손팻말을 들었다⁠. 「⁠국밥이 이사 반대⁠」 「⁠순대야 엄마랑 살아⁠」⁠. 다른 무리는 흰 바탕에 검은 글씨만 쓴 손팻말을 들었다⁠. 「⁠고양이 핑계 그만⁠」 「⁠예산부터 처리하라⁠」⁠. 두 무리 사이에 방호원 넷이 팔을 벌리고 서 있었고⁠, 방호원들 등 뒤로 사료 상자를 안은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보좌관 언니다⁠!⁠” 고양이 손팻말 무리에서 누가 바다를 알아보았다⁠. 휴대전화들이 한꺼번에 바다를 향했다⁠. 바다는 사료 상자로 얼굴을 반쯤 가렸다⁠.

초등학생쯤 되는 여자아이가 엄마 손을 놓고 방호원 팔 밑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언니⁠, 순대 언제 걸어요⁠?⁠”

“⁠다음 주쯤이면 걸을 거야⁠.⁠”

“⁠걸으면 국회 나가요⁠?⁠”

바다가 대답을 고르는 사이⁠, 맞은편 무리의 남자 하나가 손팻말을 내리고 다가왔다⁠. 점퍼에 동네 빵집 이름이 수놓여 있었다⁠.

“⁠보좌관님⁠, 고양이 귀엽지요⁠. 우리 애도 매일 봐요⁠.⁠” 남자가 손팻말 막대로 땅을 톡톡 쳤다⁠. “⁠근데 우리 가게가 1월부터 소상공인 전기료 지원을 받기로 돼 있거든요⁠. 새 사업이라 예산 해 넘기면 그거 안 나온대요⁠. 나는 고양이한테 화난 거 아니에요⁠. 고양이 뒤에 있는 사람들한테 화난 거지⁠.⁠”

여자아이가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남자는 여자아이에게 웃어 보이고 자기 무리로 돌아갔다⁠. 두 무리는 다시 구호를 외쳤다⁠. 「⁠국밥이 지켜라⁠」와 「⁠예산 지켜라⁠」가 정문 앞에서 엉켜 한 문장처럼 들렸다⁠.

바다는 사료 상자를 안고 정문 안으로 들어갔다⁠. 상자 옆면에 매직으로 쓴 글씨가 있었다⁠. 「⁠순대 부추 수육 깍두기 그리고 국밥이 엄마에게⁠. 대구에서⁠」⁠.

*

12월 17일 금요일 오후 네 시⁠, 탁원구가 본회의장 옆문으로 들어왔다⁠. 뒤에 의원실 홍보 비서가 짐벌에 끼운 휴대전화를 들고 따라왔다⁠.

“⁠바다 씨⁠! 마침 잘됐다⁠.⁠” 탁원구가 생선 무늬 넥타이를 고쳐 맸다⁠. “⁠오늘 국밥이법 발의 영상 하나 찍자⁠. 내가 새끼 하나 안고 법안 취지 설명하고⁠. 부추가 인기 제일 많지⁠? 부추로 하자⁠.⁠”

“⁠의원님⁠, 새끼는 안으시면 안 돼요⁠.⁠”

“⁠잠깐이야⁠. 삼십 초⁠.⁠”

“⁠수의사 선생님이 손 타는 거 줄이라고 하셨어요⁠. 지금 생중계 중이고요⁠.⁠” 바다가 의장석 단 앞의 작은 카메라를 가리켰다⁠. “⁠사십만 명이 보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 찍자는 거지⁠.⁠”

탁원구가 의장석 앞에 무릎을 꿇었다⁠. 생선 무늬 넥타이가 카펫에 닿았다⁠. 탁원구가 소매를 걷고 틈 안으로 손을 넣으려는 순간⁠, 바다가 탁원구의 손목을 잡았다⁠. 일주일 전 오만식의 손목을 잡았던 손이었다⁠. 탁원구의 손목은 오만식의 손목보다 훨씬 가늘었다⁠.

“⁠진바다 보좌관⁠.⁠” 탁원구가 낮게 말했다⁠. “⁠놔⁠.⁠”

“⁠못 놔요⁠.⁠”

틈 안에서 국밥이 하악질을 했다⁠. 바람 빠지는 타이어 소리였다⁠. 홍보 비서가 짐벌을 든 채 반걸음 물러났다⁠.

“⁠의원님⁠.⁠” 등 뒤에서 오만식의 목소리가 났다⁠. 오만식이 화이트보드 옆에서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본회의장 안 촬영은 국회 사진기자단만 하실 수 있습니다⁠. 의원님 개인 휴대전화 촬영은 사무처 사전 협조 대상이고요⁠. 협조 공문이 아직 안 들어와서요⁠.⁠”

“⁠과장님⁠, 이거 국밥이법 발의 영상이에요⁠. 고양이 지키자는 법이라고⁠.⁠”

“⁠법은 공문으로 지키겠습니다⁠.⁠” 오만식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고양이는 손 안 대고 지키시고요⁠.⁠”

탁원구가 바다의 손을 뿌리치고 일어났다⁠. 무릎에 카펫 보풀이 묻어 있었다⁠. 탁원구는 보풀을 털며 카메라를 의식한 미소를 지었고⁠, 미소를 지은 채 바다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4주 소견서⁠. 월요일 지났어⁠.⁠”

“⁠안 받아 와요⁠.⁠”

“⁠그럼 다음 주에 얘기해⁠.⁠” 탁원구가 홍보 비서에게 턱짓을 했다⁠. “⁠이번 주는 내가 참는 거야⁠. 시청자 사십만이 보고 있으니까⁠.⁠”

탁원구가 나간 뒤에도 채팅창은 한참 들썩였다⁠. 금동하가 태블릿을 읽었다⁠. 「⁠생선 넥타이 의원 손 잡힘⁠」 「⁠보좌관 손목 잡기 2회차⁠」 「⁠안경 아저씨 공문 드립 레전드⁠」⁠.

밤 아홉 시⁠, 오만식이 근무표 앞에서 바다를 불렀다⁠. 오만식은 보드마커를 들고 비어 있던 밤 칸들을 가리켰다⁠.

“⁠진바다 씨⁠, 이번 주 밤 근무 하시겠습니까⁠?⁠”

“⁠밤에 들어오면 전국에 나간다면서요⁠.⁠”

“⁠본회의장 말고 조정실입니다⁠. 본청 지하 음향 조정실이요⁠.⁠” 오만식이 안경을 밀어 올렸다⁠. “⁠새끼들이 움직이면서 밤에 숨소리를 들어야 할 일이 생겼어요⁠. 의장석 이 번 마이크 하나를 조정실에서만 들리게 낮게 켜 뒀습니다⁠. 스피커도 의사중계도 안 나가요⁠. 조정실 헤드폰으로만⁠.⁠”

바다는 화이트보드의 비어 있는 밤 칸들을 보았다⁠. 오만식이 보드마커를 내밀었다⁠. 바다는 받아 들고 금요일 밤 칸에 「⁠진바다⁠」 세 글자를 썼다⁠.

자정 무렵⁠, 본청 지하 조정실은 장비들 팬 소리로 낮게 웅웅거렸다⁠. 바다는 헤드폰을 썼다⁠. 귀 안으로 아주 작은 숨소리 넷과 큰 숨소리 하나가 겹쳐 들어왔다⁠. 순대가 자다가 꿈을 꾸는지 짧게 냐⁠, 했다⁠. 옆자리의 오만식은 팔짱을 끼고 꾸벅꾸벅 졸았다⁠. 조정실 모니터 하나에서 녹음 표시등이 작게 깜박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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