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5,390자)

참치캔 통덫과 왼쪽 귀

국회 고양이 국밥이 · 소예찬

국밥은 굴 안쪽 깊은 데서 새끼 넷을 배에 붙이고 하루를 보냈다⁠.

안쪽은 입구보다 어두웠고 더 따뜻했다⁠. 나무 단을 받친 기둥 사이로 더운 바람이 곧장 올라왔다⁠. 새끼들은 더 무거워져 있었다⁠. 회색 줄무늬는 앞발로 젖을 꾹꾹 누르며 빨았고⁠, 삼색 둘은 자다가도 서로의 귀를 빨았다⁠. 막내는 여전히 가장 크게 울었다⁠. 국밥은 막내가 울 때마다 혀로 막내의 머리를 덮었다⁠.

배가 고팠다⁠. 젖이 나갈수록 속이 비었다⁠. 문 밖 발소리가 다 그치고 왁스 냄새마저 엷어진 뒤에야 국밥은 새끼들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굴 밖으로 나왔다⁠.

넓은 방은 반쯤 어두웠다⁠. 의자 사이 통로에서 생선 냄새가 났다⁠. 기름진 생선 냄새였다⁠. 국밥은 배를 낮추고 냄새를 따라갔다⁠. 통로 한가운데에 쇠로 엮은 긴 상자가 놓여 있었고⁠, 냄새는 상자 맨 안쪽에서 났다⁠.

국밥은 상자를 알았다⁠. 코끝이 상자의 쇠 냄새를 기억했다⁠. 쇠 냄새 다음에는 왁스 냄새 나는 사람의 손이 있었고⁠, 그다음에는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와 차가운 바닥과 왼쪽 귀의 찌릿한 아픔이 있었다⁠. 국밥은 상자 입구 앞에서 꼬리를 바닥에 내리쳤다⁠.

국밥은 상자 둘레를 두 바퀴 돌았다⁠. 쇠 그물코 사이가 앞발 하나 겨우 들어갈 만했다⁠. 국밥은 옆구리를 상자에 붙이고 앞발을 그물코에 밀어 넣었다⁠. 발톱 끝에 기름진 살점이 닿았다⁠. 긁고⁠, 당기고⁠, 다시 긁었다⁠. 살점이 한 조각씩 그물코 밖으로 끌려 나왔다⁠. 국밥은 끌려 나온 것을 다 먹고 그물코에 묻은 기름까지 핥은 뒤⁠, 귤 냄새가 밴 물그릇에서 물을 마시고 굴로 돌아갔다⁠.

*

진바다는 12월 3일 금요일 아침 여덟 시⁠, 의장석 옆에 새로 생긴 화이트보드 앞에서 웃음을 참고 있었다⁠.

「⁠본회의장 고양이 관리 근무표 · 시설과⁠」

화이트보드 맨 위에 오만식의 반듯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칸은 두 시간씩 나뉘어 있었고⁠, 칸마다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시설과 오만식⁠, 시설과 금동하⁠, 야당 진바다⁠, 여당 육태란⁠. 맨 아래에 작은 글씨가 한 줄 더 있었다⁠. 「⁠관리 인원 외 출입 시 시설과 사전 협조 바람⁠」⁠.

“⁠여당에서 보낸 사람이 너야⁠?⁠”

“⁠야당에서 보낸 사람이 너야⁠?⁠”

육태란이 바다 옆에 서서 똑같이 웃음을 참았다⁠. 육태란은 여당 의원실 비서였고⁠, 국회 캣맘 모임에서 바다와 둘이 의원회관 뒤 급식소를 맡았다⁠. 둘은 일요일마다 같이 사료를 채우고 같이 컵라면을 먹었다⁠. 원내대표실은 그걸 몰랐다⁠.

“⁠우리 원내대표실이 너 감시하래⁠.⁠” 육태란이 속삭였다⁠. “⁠야당이 고양이로 무슨 짓 하나 보라고⁠.⁠”

“⁠우리 원내대표실도 너 감시하래⁠.⁠”

“⁠그럼 서로 감시하면서 사료 채우자⁠.⁠”

둘은 기자들이 문틈으로 들여다보자 동시에 웃음을 지우고 서로 반대 방향을 보았다⁠. 기자들이 사라지자 육태란이 주머니에서 귤 두 개를 꺼내 하나를 바다에게 건넸다⁠.

귤을 까던 바다의 손이 멈췄다⁠. 의원석 통로 한가운데에 쇠 그물로 엮은 긴 상자가 놓여 있었다⁠. 통덫이었다⁠. 안쪽 끝에 빈 참치캔이 엎어져 있었다⁠.

바다는 귤을 육태란에게 도로 던지고 화이트보드 옆 의자에 앉아 수첩을 쓰고 있던 오만식 앞으로 갔다⁠.

“⁠과장님⁠. 저거 뭐예요⁠?⁠”

“⁠통덫입니다⁠.⁠”

“⁠그건 저도 알아요⁠. 새벽에 몰래 놓으셨잖아요⁠. 의장님이 이동 보류라고 하셨는데⁠.⁠”

“⁠이동은 보류했습니다⁠. 통덫은 이동이 아니고요⁠.⁠” 오만식이 수첩을 덮었다⁠. “⁠일주일 지나면 옮겨도 된다고 수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그날 갑자기 통덫을 들이밀면 어미가 놀랍니다⁠. 미리 익숙하게 해 두는 겁니다⁠.⁠”

“⁠그게 몰래 잡는 거랑 뭐가 달라요⁠?⁠”

“⁠문을 보세요⁠.⁠”

바다는 통덫 앞에 쪼그려 앉았다⁠. 통덫 입구의 철문이 위로 들린 채⁠, 검은 케이블 타이 세 개로 천장 쇠살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발판을 밟아도 문이 내려오지 않게 해 놓은 것이었다⁠. 참치캔은 비어 있었고⁠, 그물코 사이에 주황색 털 몇 가닥이 끼어 있었다⁠.

“⁠문 묶어 놨는데도 안에 안 들어가고 옆에서 발로 꺼내 먹었습니다⁠.⁠” 오만식이 말했다⁠. “⁠영리한 고양이예요⁠. 한 번 당해 본 고양이고요⁠.⁠”

바다는 케이블 타이를 손가락으로 튕겨 보았다⁠. 단단했다⁠. 고개를 들어 오만식을 보았지만 오만식은 다시 수첩을 펼치고 있었다⁠.

“⁠고맙다는 말은 안 할 거예요⁠.⁠”

“⁠안 하셔도 됩니다⁠. 근무표는 지켜 주시고요⁠. 진바다 씨는 열 시부터 열두 시까지입니다⁠.⁠”

육태란이 귤을 입에 넣으며 바다 뒤에서 작게 말했다⁠. “⁠저 아저씨 귀엽다⁠.⁠”

“⁠귀엽긴 뭐가⁠.⁠”

*

토요일 밤⁠, 진바다는 신길동 원룸 바닥에 노트북을 놓고 엎드려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탁원구가 생선 무늬 넥타이를 매고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있었다⁠. 「⁠본회의장 고양이⁠, 국회를 멈추다⁠」⁠. 사회자가 고양이를 옮겨야 하느냐고 묻자 탁원구는 「⁠생명 앞에 여야는 없습니다⁠」를 세 번째로 말했다⁠. 맞은편 여당 의원은 「⁠고양이 뒤에 숨은 야당⁠」을 네 번째로 말했다⁠. 의원실 단톡방에는 수행비서가 실시간으로 숫자를 올렸다⁠. 「⁠의원님 이번 주 언급량 전주 대비 41배⁠」⁠.

바다는 노트북에 국밥의 사진을 띄워 놓고 왼쪽 귀를 확대했다⁠. 귀 끝이 일자로 반듯했다⁠. 검색창에 「⁠고양이 왼쪽 귀 잘림⁠」을 쳤다⁠. 서울시 누리집이 맨 위에 떴다⁠. 「⁠중성화한 길고양이는 수술할 때 왼쪽 귀 끝을 1cm 정도 잘라 표시합니다⁠」⁠.

바다는 장보은에게 전화했다⁠. 신호가 두 번 가고 장보은이 받았다⁠. 뒤에서 개가 짖었다⁠.

“⁠선생님⁠, 귀 잘린 고양이가 새끼를 낳을 수 있어요⁠?⁠”

“⁠수술했으면 못 낳아요⁠.⁠”

“⁠그럼요⁠?⁠”

“⁠표시만 하고 수술은 안 한 거죠⁠.⁠” 장보은이 개에게 앉으라고 말했다⁠. “⁠가끔 있어요⁠. 마릿수대로 돈 받는 데서⁠. 잡아서 귀만 자르고 풀어 주면 하루에 몇 마리를 해요⁠. 국회 고양이는 누가 중성화했어요⁠?⁠”

바다는 전화를 끊고 국회 누리집 공고 게시판을 뒤졌다⁠. 2025년 4월 공고가 나왔다⁠. 「⁠국회 경내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위탁 · 담당 국회사무처 시설과⁠」⁠. 첨부 파일 속 결과 보고에는 여러 줄이 이어졌고⁠, 맨 끝 줄에 바다가 아는 이름이 있었다⁠. 「⁠포획 및 방사 12두 완료 · 검수 시설과장 오만식⁠」⁠.

바다는 엎드린 채 노트북 화면을 오래 보았다⁠. 의원실 단톡방에서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탁원구 의원⁠: 바다 씨 월요일에 고양이랑 같이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나⁠? 내가 새끼 하나 안고⁠」⁠. 바다는 답하지 않았다⁠.

*

12월 6일 월요일 오전 열 시⁠, 진바다는 근무표대로 의장석 앞 카펫에 배를 깔고 엎드려 있었다⁠. 출력한 종이는 재킷 안주머니에 접혀 있었다⁠. 주말 내내 꺼냈다 넣었다 해서 접힌 자리가 보풀처럼 일어나 있었다⁠.

틈 안쪽에서 새끼들이 울었다⁠. 처음 날보다 소리가 굵어져 있었다⁠. 바다가 사료 봉지를 살짝 흔들자 국밥이 입구까지 나와 물그릇에 고개를 박았다⁠. 물을 마시는 동안에도 귀 하나는 틈 안쪽을 향해 있었다⁠. 노란 눈이 바다를 한 번 보고⁠, 바다의 손을 한 번 보고⁠, 다시 물그릇으로 내려갔다⁠.

“⁠어른 고양이 사료는 하루 육십 그램 안팎이랍니다⁠.⁠” 같은 시간 근무인 금동하가 의원석 첫 줄에 앉아 휴대전화 메모를 읽었다⁠. “⁠젖 먹이는 동안은 평소의 두 배까지⁠. 근데 평소에 얼마 먹었는지를 아무도 몰라서요⁠.⁠”

“⁠후생관 순대국밥 한 그릇 반이요⁠.⁠”

“⁠그건 사람 기준이잖아요⁠.⁠”

금동하는 메모장에 새끼들을 「⁠개체 1⁠」부터 「⁠개체 4⁠」까지 적어 놓고 있었다⁠. 회색 줄무늬가 개체 1⁠, 막내가 개체 4였다⁠. 바다가 이름 좀 지어 주라고 하자 금동하는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개체 1⁠」 옆에 괄호를 열고 「⁠회색⁠」이라고 적었다⁠.

국밥이 물을 다 마시고 고개를 들었다⁠. 왼쪽 귀가 조명 아래에서 반듯하게 잘려 보였다⁠. 금동하가 메모를 하다 말고 귀를 보았고⁠, 휴대전화를 내렸다⁠. 금동하는 다른 말을 꺼냈다⁠.

“⁠오늘 정기국회 마지막 주잖아요⁠. 목요일에 닫으면 의장님이 바로 임시회 여신대요⁠. 원내대표들 오늘 또 만났는데 또 깨졌고요⁠.⁠”

바다의 휴대전화에도 같은 속보가 떠 있었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 결렬⁠… 하정필 “⁠고양이 안전 확인 전 본회의 없다⁠”·맹준표 “⁠사무처 책임⁠”⁠」⁠. 기사 밑 댓글 맨 위에 좋아요가 가장 많은 글이 있었다⁠. 「⁠고양이가 국회의원보다 일 잘함⁠. 하루에 넷을 낳음⁠」⁠.

국밥이 몸을 돌려 틈 안쪽으로 들어갔다⁠. 꼬리 끝이 마지막으로 사라질 때까지 금동하는 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

12월 9일 목요일 아침 여덟 시 반⁠, 진바다는 본청 지하 시설과 사무실 문을 노크 없이 열었다⁠.

시설과 사무실은 보일러 소리가 벽을 타고 울렸다⁠. 책상 다섯 개에 남색 조끼 다섯 벌이 걸려 있었고⁠, 오만식은 맨 안쪽 책상에서 컵라면에 물을 붓고 있었다⁠. 바다는 출력해 온 종이를 오만식의 컵라면 옆에 내려놓았다⁠.

「⁠포획 및 방사 12두 완료 · 검수 시설과장 오만식⁠」⁠.

오만식은 종이를 보고⁠, 컵라면 뚜껑을 젓가락으로 눌러 덮었다⁠.

“⁠과장님이 국밥이 잡아서 보냈죠⁠.⁠”

“⁠네⁠.⁠”

바다는 오만식이 아니라고 할 줄 알았다⁠. 준비해 온 다음 말이 입 안에서 길을 잃었다⁠.

“⁠2025년 4월이었어요⁠.⁠” 오만식이 컵라면 뚜껑 위에 젓가락을 가지런히 올렸다⁠. “⁠본청 뒤 화단에서요⁠. 바로 그 그물채로⁠. 그날도 참치캔을 발로 꺼내 먹으려다가 그물에 들어갔어요⁠. 사흘 뒤에 업체가 돌려보냈고⁠, 귀가 잘려 있었습니다⁠.⁠”

“⁠수술 안 한 거 알고 계셨어요⁠?⁠”

“⁠몰랐습니다⁠. 업체가 수술 확인서를 붙여서 보냈고⁠, 저는 확인서에 도장 찍었어요⁠. 고양이 배를 열어 볼 수는 없으니까요⁠.⁠” 오만식이 안경을 벗어 조끼 자락으로 닦았다⁠. “⁠의장석 밑에서 귀를 보고 알았습니다⁠. 저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으면⁠, 열두 마리 중에 몇 마리가 더 그렇다는 거죠⁠.⁠”

“⁠그래서 빨리 꺼내려고 하셨던 거예요⁠? 귀 보일까 봐⁠?⁠”

“⁠둘 다입니다⁠.⁠”

오만식은 숨기지 않았다⁠. 바다는 오히려 할 말이 없어졌다⁠.

“⁠그 사업 담당자가 금동하 씨예요⁠. 입사 첫해였고요⁠.⁠” 오만식이 안경을 다시 썼다⁠. “⁠검수 서류 만든 사람은 금동하고 도장 찍은 사람은 저예요⁠. 이게 신문에 나면 업체는 문 닫고 다른 이름으로 다시 열고⁠, 금동하는 징계위원회에 갑니다⁠. 저는 정년이 사 년 남았어요⁠. 금동하는 서른다섯 해 남았고요⁠.⁠”

“⁠그러니까 국밥이를 조용히 치우자고요⁠?⁠”

“⁠조용히 옮기고⁠, 조용히 끝내자는 겁니다⁠. 고양이도 살고⁠, 금동하도 살고⁠, 본회의장도 열리고요⁠.⁠” 오만식이 벽시계를 보았다⁠. 아홉 시 사 분 전이었다⁠. “⁠오늘이 일주일입니다⁠. 진바다 씨가 데려온 수의사 선생님 말씀대로요⁠.⁠”

오만식이 일어나 남색 조끼를 입었다⁠. 조끼 주머니에 핫팩 두 개를 넣고⁠, 사무실 문 옆에 세워 둔 이동장과 그물채를 들었다⁠. 컵라면은 뚜껑을 덮은 채 책상 위에 남겨졌다⁠.

바다는 문 앞을 막았다⁠. 오만식이 이동장을 든 채 멈췄다⁠.

“⁠진바다 씨가 신문사에 그 종이를 보내도 저는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오만식이 공손하게 말했다⁠. “⁠그건 진바다 씨가 정하시고요⁠. 저는 아홉 시에 제 일을 합니다⁠.⁠”

오만식이 바다의 옆을 비켜 복도로 나갔다⁠. 지하 복도에 이동장 바퀴 소리가 길게 울렸다⁠. 바다는 출력한 종이를 손에 쥐고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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