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039자) · 가을 초하루
이름을 부르면 안 먹는다
이름을 먹는 드래곤 · 백해원
가을 초하루에 도성이 열두 번째 문을 열었다.
셋이 열쇠를 들고 내려왔다.
돌 세 겹이 밀려났다.
뒤에 쉰이 서 있었다.
들판에서 데려온 이백서른 가운데 쉰이다.
호적에서 뺀 사람들이다. 뺀 것을 본인들은 모른다. 도성에서 일을 준다고 했다.
셋이 앞에 섰다.
첫째가 안을 봤다.
“…작아졌소.”
둘째가 봤다.
“…반이 됐소.”
셋째가 말했다.
“비었소. 넣읍시다.”
쉰을 들여보내려는데 방 안쪽에서 아이가 나왔다.
아셀이다.
첫째가 물었다.
“…네가 왜 거기 있느냐?”
아셀이 말했다.
“여기 있었습니다.”
셋째가 말했다.
“비켜라.”
아셀이 안 비켰다.
셋째가 말했다.
“너는 봄에 안 먹혔다. 지금 먹히면 된다.”
아셀이 말했다.
“먹히겠습니다.”
셋이 서로를 봤다.
아셀이 말했다.
“대신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첫째가 말했다.
“…말해라.”
아셀이 물었다.
“이 짐승 이름이 무엇입니까?”
셋이 아무 말도 안 했다.
아셀이 물었다.
“모르십니까?”
셋째가 말했다.
“짐승한테 이름이 어디 있느냐?”
아셀이 말했다.
“있습니다.”
“…”
“여러분이 부르는 「미르」는 이름이 아니라 짐승이라는 뜻입니다.”
첫째가 말했다.
“…그건 안다.”
아셀이 물었다.
“그럼 이름은 무엇입니까?”
첫째가 대답하지 못했다.
아셀이 말했다.
“삼백 해 동안 여기 있었는데 이름을 부른 사람이 없습니다.”
셋째가 말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
아셀이 말했다.
“이름을 안 부르면 먹습니다.”
방이 조용해졌다.
아셀이 말했다.
“한 해에 하나씩 먹인다고 하셨지요.”
“…그렇다.”
“그런데 한 해에 스물이 없어집니다.”
첫째가 물었다.
“…스물이라고?”
아셀이 말했다.
“도성 호적에 병으로 적힌 것과 도망으로 적힌 것을 세어 보십시오.”
셋이 서로를 봤다.
아셀이 말했다.
“한 해에 스물입니다. 삼백 해면 육천입니다.”
“…”
“먹인 것은 삼백입니다. 나머지 오천칠백은 못 참아서 먹은 것입니다.”
셋째가 말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아셀이 말했다.
“먹이지 마십시오.”
“…”
“부르십시오.”
셋째가 웃었다.
“짐승을 불러서 뭐 하느냐?”
아셀이 말했다.
“안 먹습니다.”
셋이 아무 말도 안 했다.
아셀이 미르 쪽으로 돌아섰다.
돌아서서 소리를 냈다.
길게 넷이다. 첫째가 길고 둘째가 짧고 셋째가 길고 넷째가 제일 짧다.
미르가 목을 들었다.
돌기둥이 울렸다.
쉰이 뒤로 물러섰다.
미르가 입을 열었다.
뱉었다.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었다.
소리가 여럿 났다.
여자 소리도 있고 남자 소리도 있고 아이 소리도 있었다.
아셀이 그것을 세려다가 못 셌다.
셋 가운데 첫째가 그 자리에 앉았다.
소리 하나가 첫째 이름을 불렀다.
첫째가 얼굴을 감쌌다.
또 하나가 둘째 이름을 불렀다.
둘째가 뒤로 물러섰다.
셋째만 안 불렸다.
셋째가 말했다.
“…그만해라.”
아셀이 멈추지 않았다.
다시 소리를 냈다.
길게 넷.
미르가 또 뱉었다.
방이 소리로 찼다.
쉰이 문밖으로 도망쳤다.
셋 가운데 둘이 따라 나갔다.
셋째가 남았다.
셋째가 아셀한테 말했다.
“…네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아느냐?”
아셀이 말했다.
“압니다.”
“…”
“배가 비면 도성이 채운다고 하셨지요.”
셋째가 말했다.
“그렇다.”
아셀이 말했다.
“채우려면 먹여야 합니다.”
“…”
“먹이려면 이 문을 열어야 합니다.”
아셀이 뒤를 봤다.
돌 세 겹이 열려 있었다.
아셀이 말했다.
“삼백 해 동안 한 번도 안 나갔습니다.”
셋째가 그 말에 돌아봤다.
미르가 문 쪽으로 목을 뻗고 있었다.
셋째가 말했다.
“…막아라.”
밖에 아무도 없었다.
쉰이 도망쳤고 둘이 따라 나갔다.
미르가 한 걸음 나왔다.
삼백 해 만이다.
미르가 지하 계단을 올라가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계단이 좁아서 몸이 걸렸다.
걸릴 때마다 아셀이 앞에서 소리를 냈다.
길게 넷이다.
소리가 나면 미르가 한 걸음 갔다.
반나절에 계단 예순 단을 올랐다.
도성 마당에 나오니 해가 지고 있었다.
마당에 사람이 많았다.
쉰이 있고 도성 사람들이 있었다.
미르가 마당에 섰다.
사람들이 물러섰다.
미르가 코를 벌렸다.
바깥 냄새를 삼백 해 만에 맡았다.
맡고 나서 소리를 냈다.
길고 낮았다.
우는 소리다.
도성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들었다.
들은 사람 가운데 몇이 앉았다.
앉은 사람이 늘었다.
아셀이 그것을 봤다.
앉은 사람들은 다 눈먼 사람이었다.
도성 안에도 눈먼 사람이 있다.
여든 몇이 있었다.
여든 몇이 그 소리를 듣고 앉았다.
하나가 일어서서 말했다.
“…저 소리 아오.”
아셀이 물었다.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그 사람이 말했다.
“어릴 때 들었소.”
“…”
“우리 마을에서 났소.”
아셀이 물었다.
“어느 마을입니까?”
그 사람이 말했다.
“없어진 마을이오.”
아셀이 말했다.
“이름을 아십니까?”
그 사람이 말했다.
“마을 이름은 잊었소.”
“…”
“사람 이름은 아오.”
아셀이 말했다.
“부르십시오.”
그 사람이 불렀다.
미르가 목을 들었다.
뱉었다.
소리 하나가 마당에 남았다.
그 소리가 그 사람 이름을 불렀다.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았다.
또 하나가 일어섰다.
불렀다.
미르가 뱉었다.
여든 몇이 차례로 불렀다.
문서관이 그 마당에 있었다.
서판을 들고 있었다.
예순셋이 불릴 때마다 문서관이 한 줄씩 적었다.
적는 것이 이름이 아니었다. 이름은 부른 사람만 안다.
문서관이 적은 것은 이렇다.
「부른 사람 · 불린 자리 · 그날 날짜」
아셀이 그것을 물었다.
“…이름을 안 적으십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못 적는다.”
“…”
“부른 사람이 대 주지 않으면 나는 못 듣는다.”
아셀이 물었다.
“…그럼 뭐 하러 적으십니까?”
문서관이 붓을 놓지 않고 말했다.
“이름을 못 적어도 있었다는 것은 적을 수 있다.”
“…”
“여기서 오늘 예순셋이 나왔다. 그것만 적어도 내일 아무도 못 지운다.”
그날 밤에 예순셋이 다 불리고 나서 마당이 조용해졌다.
여든 몇 가운데 열아홉이 못 불렀다.
이름을 잊은 사람들이다.
그 열아홉이 마당에 앉아 있었다.
하나가 말했다.
“…나는 우리 어머니 이름을 모르오.”
아셀이 물었다.
“…언제 잊으셨습니까?”
그 사람이 말했다.
“모르겠소.”
“…”
“잊은 날을 알면 그게 안 잊은 거요.”
아셀이 그 자리에 앉았다.
문서관이 그 열아홉한테 갔다.
가서 물었다.
“…이름 말고 아는 것이 있소?”
하나가 말했다.
“…뭘 아오?”
문서관이 말했다.
“무엇이든 좋소.”
그 사람이 한참 있다가 말했다.
“…왼손잡이였소.”
문서관이 적었다.
또 하나가 말했다.
“…노래를 불렀소. 가락은 아오.”
문서관이 적었다.
또 하나가 말했다.
“…나한테 늘 늦게 온다고 했소.”
문서관이 적었다.
열아홉이 차례로 말했다.
문서관이 열아홉 줄을 적었다.
적고 나서 아셀한테 보여 줬다.
이름은 하나도 없었다.
문서관이 말했다.
“…이것도 사람이다.”
그날 밤에 마당에서 예순셋이 불렸다.
예순셋이 뱉어졌다.
미르가 그만큼 작아졌다.
아침에 미르는 소 반 마리쯤 됐다.
아셀이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미르가 소리를 냈다.
짧게 한 번이었다.
아셀이 알아들었다.
「가볍다」다.
아셀이 미르 옆에 앉아서 물었다.
“…미르.”
미르가 목 아래 눈을 떴다.
“배 속에 아직 삼백이 넘게 있습니다.”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그 사람들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물었다.
“…당신은 아십니까?”
미르가 코를 벌렸다.
벌리고 닫았다.
아셀이 물었다.
“아시는데 못 내십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말했다.
“…부르는 것은 남이 하는 것이라고 하셨지요.”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럼 제가 배우겠습니다.”
미르가 목을 들었다.
아셀이 말했다.
“당신이 소리를 내시면 제가 따라 하겠습니다.”
“…”
“따라 한 것을 제가 부르면 되지 않습니까?”
미르가 한참 아무 소리도 안 냈다.
그러고 소리를 냈다.
짧고 가늘었다.
아셀이 그것을 따라 했다.
미르가 코를 벌렸다.
냄새가 나왔다.
아셀이 그 냄새를 맡고 알았다.
맞은 것이다.
아셀이 그 소리를 다시 냈다.
미르가 목을 들었다.
뱉었다.
소리 하나가 방에 남았다.
남자 목소리였다.
“…거기 누구요?”
아셀이 대답했다.
“…아셀입니다.”
목소리가 물었다.
“…나를 불렀소?”
아셀이 말했다.
“불렀습니다.”
목소리가 한참 있다가 물었다.
“…누구시오?”
아셀이 말했다.
“모르는 사람입니다.”
목소리가 말했다.
“…모르는데 어떻게 불렀소?”
아셀이 말했다.
“짐승한테 배웠습니다.”
목소리가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말했다.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안 남은 줄 알았소.”
아셀이 말했다.
“짐승이 알고 있었습니다.”
목소리가 말했다.
“…먹은 것이 아는구려.”
아셀이 말했다.
“먹은 것이 지고 있었습니다.”
아셀이 그 목소리한테 물었다.
“…어르신, 이름을 한 번 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목소리가 제 이름을 말했다.
아셀이 그것을 따라 했다.
두 번 했다.
문서관이 옆에서 그것을 적었다.
적고 나서 아셀한테 보였다.
아셀이 읽었다.
안 지워졌다.
목소리가 물었다.
“…적었소?”
아셀이 말했다.
“적었습니다.”
목소리가 한참 있다가 말했다.
“…나는 글을 모르오.”
“…”
“그런데 적혔다니 좋소.”
문서관이 그 줄 끝에 한 자를 더 적었다.
아셀이 물었다.
“…무엇을 적으십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글을 모른다고 하셨다.”
“…”
“그것도 그 사람이다.”
아셀이 그 줄을 봤다.
이름 옆에 「글을 모름」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셀이 물었다.
“…그것까지 적으십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호적은 원래 그런 것을 적는다.”
“…”
“이름만 적으면 그건 명단이지 호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