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047자) · 가을 초하루

이름을 부르면 안 먹는다

드래곤이 처음으로 먹지 않은 아이 · 황보겸

가을 초하루에 도성이 열두 번째 문을 열었다⁠.

셋이 열쇠를 들고 내려왔다⁠.

돌 세 겹이 밀려났다⁠.

뒤에 쉰이 서 있었다⁠.

들판에서 데려온 이백서른 가운데 쉰이다⁠.

호적에서 뺀 사람들이다⁠. 뺀 것을 본인들은 모른다⁠. 도성에서 일을 준다고 했다⁠.

셋이 앞에 섰다⁠.

첫째가 안을 봤다⁠.

“⁠…작아졌소⁠.⁠”

둘째가 봤다⁠.

“⁠…반이 됐소⁠.⁠”

셋째가 말했다⁠.

“⁠비었소⁠. 넣읍시다⁠.⁠”

쉰을 들여보내려는데 방 안쪽에서 아이가 나왔다⁠.

아셀이다⁠.

첫째가 물었다⁠.

“⁠…네가 왜 거기 있느냐⁠?⁠”

아셀이 말했다⁠.

“⁠여기 있었습니다⁠.⁠”

셋째가 말했다⁠.

“⁠비켜라⁠.⁠”

아셀이 안 비켰다⁠.

셋째가 말했다⁠.

“⁠너는 봄에 안 먹혔다⁠. 지금 먹히면 된다⁠.⁠”

아셀이 말했다⁠.

“⁠먹히겠습니다⁠.⁠”

셋이 서로를 봤다⁠.

아셀이 말했다⁠.

“⁠대신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첫째가 말했다⁠.

“⁠…말해라⁠.⁠”

아셀이 물었다⁠.

“⁠이 짐승 이름이 무엇입니까⁠?⁠”

셋이 아무 말도 안 했다⁠.

아셀이 물었다⁠.

“⁠모르십니까⁠?⁠”

셋째가 말했다⁠.

“⁠짐승한테 이름이 어디 있느냐⁠?⁠”

아셀이 말했다⁠.

“⁠있습니다⁠.⁠”

“⁠…⁠”

“⁠여러분이 부르는 「⁠미르⁠」는 이름이 아니라 짐승이라는 뜻입니다⁠.⁠”

첫째가 말했다⁠.

“⁠…그건 안다⁠.⁠”

아셀이 물었다⁠.

“⁠그럼 이름은 무엇입니까⁠?⁠”

첫째가 대답하지 못했다⁠.

아셀이 말했다⁠.

“⁠삼백 해 동안 여기 있었는데 이름을 부른 사람이 없습니다⁠.⁠”

셋째가 말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

아셀이 말했다⁠.

“⁠이름을 안 부르면 먹습니다⁠.⁠”

방이 조용해졌다⁠.

아셀이 말했다⁠.

“⁠한 해에 하나씩 먹인다고 하셨지요⁠.⁠”

“⁠…그렇다⁠.⁠”

“⁠그런데 한 해에 스물이 없어집니다⁠.⁠”

첫째가 물었다⁠.

“⁠…스물이라고⁠?⁠”

아셀이 말했다⁠.

“⁠도성 호적에 병으로 적힌 것과 도망으로 적힌 것을 세어 보십시오⁠.⁠”

셋이 서로를 봤다⁠.

아셀이 말했다⁠.

“⁠한 해에 스물입니다⁠. 삼백 해면 육천입니다⁠.⁠”

“⁠…⁠”

“⁠먹인 것은 삼백입니다⁠. 나머지 오천칠백은 못 참아서 먹은 것입니다⁠.⁠”

셋째가 말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아셀이 말했다⁠.

“⁠먹이지 마십시오⁠.⁠”

“⁠…⁠”

“⁠부르십시오⁠.⁠”

셋째가 웃었다⁠.

“⁠짐승을 불러서 뭐 하느냐⁠?⁠”

아셀이 말했다⁠.

“⁠안 먹습니다⁠.⁠”

셋이 아무 말도 안 했다⁠.

아셀이 미르 쪽으로 돌아섰다⁠.

돌아서서 소리를 냈다⁠.

길게 넷이다⁠. 첫 번째가 길고 두 번째가 짧고 세 번째가 길고 네 번째가 제일 짧다⁠.

미르가 목을 들었다⁠.

돌기둥이 울렸다⁠.

쉰이 뒤로 물러섰다⁠.

미르가 입을 열었다⁠.

뱉었다⁠.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었다⁠.

소리가 여럿 났다⁠.

여자 소리도 있고 남자 소리도 있고 아이 소리도 있었다⁠.

아셀이 이것을 세려다가 못 셌다⁠.

셋 가운데 첫째가 이 자리에 앉았다⁠.

소리 하나가 첫째 이름을 불렀다⁠.

첫째가 얼굴을 감쌌다⁠.

또 하나가 둘째 이름을 불렀다⁠.

둘째가 뒤로 물러섰다⁠.

셋째만 안 불렸다⁠.

셋째가 말했다⁠.

“⁠…그만해라⁠.⁠”

아셀이 멈추지 않았다⁠.

다시 소리를 냈다⁠.

길게 넷⁠.

미르가 또 뱉었다⁠.

방이 소리로 찼다⁠.

쉰이 문밖으로 도망쳤다⁠.

셋 가운데 둘이 따라 나갔다⁠.

셋째가 남았다⁠.

셋째가 아셀한테 말했다⁠.

“⁠…네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아느냐⁠?⁠”

아셀이 말했다⁠.

“⁠압니다⁠.⁠”

“⁠…⁠”

“⁠배가 비면 도성이 채운다고 하셨지요⁠.⁠”

셋째가 말했다⁠.

“⁠그렇다⁠.⁠”

아셀이 말했다⁠.

“⁠채우려면 먹여야 합니다⁠.⁠”

“⁠…⁠”

“⁠먹이려면 이 문을 열어야 합니다⁠.⁠”

아셀이 뒤를 봤다⁠.

돌 세 겹이 열려 있었다⁠.

아셀이 말했다⁠.

“⁠삼백 해 동안 한 번도 안 나갔습니다⁠.⁠”

셋째가 이 말에 돌아봤다⁠.

미르가 문 쪽으로 목을 뻗고 있었다⁠.

셋째가 말했다⁠.

“⁠…막아라⁠.⁠”

밖에 아무도 없었다⁠.

쉰이 도망쳤고 둘이 따라 나갔다⁠.

미르가 한 걸음 나왔다⁠.

삼백 해 만이다⁠.

미르가 지하 계단을 올라가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계단이 좁아서 몸이 걸렸다⁠.

걸릴 때마다 아셀이 앞에서 소리를 냈다⁠.

길게 넷이다⁠.

소리가 나면 미르가 한 걸음 갔다⁠.

반나절에 계단 예순 단을 올랐다⁠.

도성 마당에 나오니 해가 지고 있었다⁠.

마당에 사람이 많았다⁠.

쉰이 있고 도성 사람들이 있었다⁠.

미르가 마당에 섰다⁠.

사람들이 물러섰다⁠.

미르가 코를 벌렸다⁠.

바깥 냄새를 삼백 해 만에 맡았다⁠.

맡고 나서 소리를 냈다⁠.

길고 낮았다⁠.

우는 소리다⁠.

도성 사람들이 이 소리를 들었다⁠.

들은 사람 가운데 몇이 앉았다⁠.

앉은 사람이 늘었다⁠.

아셀이 이것을 봤다⁠.

앉은 사람들은 다 눈먼 사람이었다⁠.

도성 안에도 눈먼 사람이 있다⁠.

여든 몇이 있었다⁠.

여든 몇이 이 소리를 듣고 앉았다⁠.

하나가 일어서서 말했다⁠.

“⁠…저 소리 아오⁠.⁠”

아셀이 물었다⁠.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이 사람이 말했다⁠.

“⁠어릴 때 들었소⁠.⁠”

“⁠…⁠”

“⁠우리 마을에서 났소⁠.⁠”

아셀이 물었다⁠.

“⁠어느 마을입니까⁠?⁠”

이 사람이 말했다⁠.

“⁠없어진 마을이오⁠.⁠”

아셀이 말했다⁠.

“⁠이름을 아십니까⁠?⁠”

이 사람이 말했다⁠.

“⁠마을 이름은 잊었소⁠.⁠”

“⁠…⁠”

“⁠사람 이름은 아오⁠.⁠”

아셀이 말했다⁠.

“⁠부르십시오⁠.⁠”

이 사람이 불렀다⁠.

미르가 목을 들었다⁠.

뱉었다⁠.

소리 하나가 마당에 남았다⁠.

이 소리가 이 사람 이름을 불렀다⁠.

이 사람이 이 자리에 앉았다⁠.

또 하나가 일어섰다⁠.

불렀다⁠.

미르가 뱉었다⁠.

여든 몇이 차례로 불렀다⁠.

문서관이 이 마당에 있었다⁠.

서판을 들고 있었다⁠.

예순셋이 불릴 때마다 문서관이 한 줄씩 적었다⁠.

적는 것이 이름이 아니었다⁠. 이름은 부른 사람만 안다⁠.

문서관이 적은 것은 이렇다⁠.

「⁠부른 사람 · 불린 자리 · 그날 날짜⁠」

아셀이 이것을 물었다⁠.

“⁠…이름을 안 적으십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못 적는다⁠.⁠”

“⁠…⁠”

“⁠부른 사람이 대 주지 않으면 나는 못 듣는다⁠.⁠”

아셀이 물었다⁠.

“⁠…그럼 뭐 하러 적으십니까⁠?⁠”

문서관이 붓을 놓지 않고 말했다⁠.

“⁠이름을 못 적어도 있었다는 것은 적을 수 있다⁠.⁠”

“⁠…⁠”

“⁠여기서 오늘 예순셋이 나왔다⁠. 그것만 적어도 내일 아무도 못 지운다⁠.⁠”

이날 밤에 예순셋이 다 불리고 나서 마당이 조용해졌다⁠.

여든 몇 가운데 열아홉이 못 불렀다⁠.

이름을 잊은 사람들이다⁠.

이 열아홉이 마당에 앉아 있었다⁠.

하나가 말했다⁠.

“⁠…나는 우리 어머니 이름을 모르오⁠.⁠”

아셀이 물었다⁠.

“⁠…언제 잊으셨습니까⁠?⁠”

이 사람이 말했다⁠.

“⁠모르겠소⁠.⁠”

“⁠…⁠”

“⁠잊은 날을 알면 그게 안 잊은 거요⁠.⁠”

아셀이 이 자리에 앉았다⁠.

문서관이 이 열아홉한테 갔다⁠.

가서 물었다⁠.

“⁠…이름 말고 아는 것이 있소⁠?⁠”

하나가 말했다⁠.

“⁠…뭘 아오⁠?⁠”

문서관이 말했다⁠.

“⁠무엇이든 좋소⁠.⁠”

이 사람이 한참 있다가 말했다⁠.

“⁠…왼손잡이였소⁠.⁠”

문서관이 적었다⁠.

또 하나가 말했다⁠.

“⁠…노래를 불렀소⁠. 가락은 아오⁠.⁠”

문서관이 적었다⁠.

또 하나가 말했다⁠.

“⁠…나한테 늘 늦게 온다고 했소⁠.⁠”

문서관이 적었다⁠.

열아홉이 차례로 말했다⁠.

문서관이 열아홉 줄을 적었다⁠.

적고 나서 아셀한테 보여 줬다⁠.

이름은 하나도 없었다⁠.

문서관이 말했다⁠.

“⁠…이것도 사람이다⁠.⁠”

이날 밤에 마당에서 예순셋이 불렸다⁠.

예순셋이 뱉어졌다⁠.

미르가 그만큼 작아졌다⁠.

아침에 미르는 소 반 마리쯤 됐다⁠.

아셀이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미르가 소리를 냈다⁠.

짧게 한 번이었다⁠.

아셀이 알아들었다⁠.

「⁠가볍다⁠」다⁠.

아셀이 미르 옆에 앉아서 물었다⁠.

“⁠…미르⁠.⁠”

미르가 목 아래 눈을 떴다⁠.

“⁠배 속에 아직 삼백이 넘게 있습니다⁠.⁠”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그 사람들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물었다⁠.

“⁠…당신은 아십니까⁠?⁠”

미르가 코를 벌렸다⁠.

벌리고 닫았다⁠.

아셀이 물었다⁠.

“⁠아시는데 못 내십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말했다⁠.

“⁠…부르는 것은 남이 하는 것이라고 하셨지요⁠.⁠”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이 자리에 앉았다⁠.

“⁠그럼 제가 배우겠습니다⁠.⁠”

미르가 목을 들었다⁠.

아셀이 말했다⁠.

“⁠당신이 소리를 내시면 제가 따라 하겠습니다⁠.⁠”

“⁠…⁠”

“⁠따라 한 것을 제가 부르면 되지 않습니까⁠?⁠”

미르가 한참 아무 소리도 안 냈다⁠.

그러고 소리를 냈다⁠.

짧고 가늘었다⁠.

아셀이 이것을 따라 했다⁠.

미르가 코를 벌렸다⁠.

냄새가 나왔다⁠.

아셀이 이 냄새를 맡고 알았다⁠.

맞은 것이다⁠.

아셀이 이 소리를 다시 냈다⁠.

미르가 목을 들었다⁠.

뱉었다⁠.

소리 하나가 방에 남았다⁠.

남자 목소리였다⁠.

“⁠…거기 누구요⁠?⁠”

아셀이 대답했다⁠.

“⁠…아셀입니다⁠.⁠”

목소리가 물었다⁠.

“⁠…나를 불렀소⁠?⁠”

아셀이 말했다⁠.

“⁠불렀습니다⁠.⁠”

목소리가 한참 있다가 물었다⁠.

“⁠…누구시오⁠?⁠”

아셀이 말했다⁠.

“⁠모르는 사람입니다⁠.⁠”

목소리가 말했다⁠.

“⁠…모르는데 어떻게 불렀소⁠?⁠”

아셀이 말했다⁠.

“⁠짐승한테 배웠습니다⁠.⁠”

목소리가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말했다⁠.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안 남은 줄 알았소⁠.⁠”

아셀이 말했다⁠.

“⁠짐승이 알고 있었습니다⁠.⁠”

목소리가 말했다⁠.

“⁠…먹은 것이 아는구려⁠.⁠”

아셀이 말했다⁠.

“⁠먹은 것이 지고 있었습니다⁠.⁠”

아셀이 이 목소리한테 물었다⁠.

“⁠…어르신⁠, 이름을 한 번 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목소리가 제 이름을 말했다⁠.

아셀이 이것을 따라 했다⁠.

두 번 했다⁠.

문서관이 옆에서 이것을 적었다⁠.

적고 나서 아셀한테 보였다⁠.

아셀이 읽었다⁠.

안 지워졌다⁠.

목소리가 물었다⁠.

“⁠…적었소⁠?⁠”

아셀이 말했다⁠.

“⁠적었습니다⁠.⁠”

목소리가 한참 있다가 말했다⁠.

“⁠…나는 글을 모르오⁠.⁠”

“⁠…⁠”

“⁠그런데 적혔다니 좋소⁠.⁠”

문서관이 이 줄 끝에 한 자를 더 적었다⁠.

아셀이 물었다⁠.

“⁠…무엇을 적으십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글을 모른다고 하셨다⁠.⁠”

“⁠…⁠”

“⁠그것도 그 사람이다⁠.⁠”

아셀이 이 줄을 봤다⁠.

이름 옆에 「⁠글을 모름⁠」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셀이 물었다⁠.

“⁠…그것까지 적으십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호적은 원래 그런 것을 적는다⁠.⁠”

“⁠…⁠”

“⁠이름만 적으면 그건 명단이지 호적이 아니다⁠.⁠”

9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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