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5,059자) · 삼백구십팔

제 이름을 먹은 짐승

드래곤이 처음으로 먹지 않은 아이 · 황보겸

삼백구십팔 가운데 아셀의 어머니가 있는지 아셀은 몰랐다⁠.

물어보는 데 이레가 걸렸다⁠.

미르한테 이름을 대면 미르가 코를 벌린다⁠. 배 속에 있으면 냄새가 나온다⁠.

없으면 안 나온다⁠.

아셀이 서판을 들고 갔다⁠.

두 자를 읽었다⁠.

미르가 코를 벌렸다⁠.

냄새가 나왔다⁠.

사람 냄새다⁠.

아셀이 이 자리에 앉았다⁠.

“⁠…계십니다⁠.⁠”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물었다⁠.

“⁠…어떻게 안 타셨습니까⁠?⁠”

미르가 소리를 냈다⁠.

짧게 한 번이었다⁠.

아셀이 못 알아들었다⁠.

노인한테 갔다⁠.

노인이 앓아누워 있었다⁠.

“⁠어르신⁠.⁠”

“⁠…왔소⁠.⁠”

아셀이 이 소리를 냈다⁠.

노인이 말했다⁠.

“⁠…그건 「⁠위⁠」요⁠.⁠”

“⁠…위요⁠?⁠”

노인이 말했다⁠.

“⁠배 속에도 위아래가 있소⁠.⁠”

“⁠…⁠”

“⁠먼저 먹은 것이 아래에 있고 나중 것이 위에 있소⁠.⁠”

아셀이 물었다⁠.

“⁠…탄 것이 아래입니까⁠?⁠”

노인이 말했다⁠.

“⁠들판이 아래요⁠.⁠”

“⁠…⁠”

“⁠댁 어머니는 나중에 먹혔소⁠. 위에 있소⁠.⁠”

아셀이 물었다⁠.

“⁠그럼 삼백구십팔이 다 나중 것입니까⁠?⁠”

노인이 말했다⁠.

“⁠그렇겠지⁠.⁠”

아셀이 셈을 했다⁠.

삼백구십팔이면 스무 해 치쯤이다⁠. 한 해에 스물이면 스무 해다⁠.

한 해에 하나씩 먹인다고 했는데 삼백구십팔이면 안 맞는다⁠.

아셀이 물었다⁠.

“⁠어르신⁠, 한 해에 하나씩 먹인다고 들었습니다⁠.⁠”

노인이 말했다⁠.

“⁠그건 도성이 먹이는 것이오⁠.⁠”

“⁠…⁠”

“⁠도성이 안 먹여도 미르가 먹소⁠.⁠”

아셀이 물었다⁠.

“⁠…어떻게요⁠?⁠”

노인이 말했다⁠.

“⁠못 참으면 먹소⁠.⁠”

아셀이 이 자리에 섰다⁠.

보른이 그렇게 먹혔다⁠.

노인이 말했다⁠.

“⁠한 해에 스물쯤 없어지오⁠. 도성에서는 그걸 병이나 도망으로 적소⁠.⁠”

아셀이 물었다⁠.

“⁠그럼 미르가 한 해에 스물을 먹습니까⁠?⁠”

노인이 말했다⁠.

“⁠그렇소⁠.⁠”

“⁠…⁠”

“⁠그러니 삼백구십팔은 이십 년 치요⁠.⁠”

아셀이 문서관한테 이 셈을 가져갔다⁠.

“⁠삼백구십팔이 남았습니다⁠.⁠”

문서관이 붓을 들었다⁠.

“⁠…적자⁠.⁠”

문서관이 새 서판을 꺼냈다⁠.

밀랍이 굳지 않은 것이다⁠.

“⁠이 서판은 왕궁에서 가져왔다⁠.⁠”

“⁠…⁠”

“⁠지하 것은 다 지워졌으니 여기 적으면 또 지워진다⁠.⁠”

아셀이 물었다⁠.

“⁠왕궁 것은 안 지워집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모른다⁠.⁠”

“⁠…⁠”

“⁠해 봐야 안다⁠.⁠”

문서관이 첫 줄을 적었다⁠.

「⁠삼백구십팔⁠」

적고 나서 아셀을 봤다⁠.

“⁠이름을 아는 것이 몇이냐⁠?⁠”

아셀이 셈을 했다⁠.

“⁠…셋입니다⁠.⁠”

“⁠말해라⁠.⁠”

아셀이 말했다⁠.

“⁠제 어머니⁠, 세비⁠, 세하입니다⁠.⁠”

문서관이 적었다⁠.

세 줄이 됐다⁠.

적고 나서 문서관이 물었다⁠.

“⁠네 어머니 이름을 아느냐⁠?⁠”

아셀이 서판을 내밀었다⁠.

지하에서 찾은 것이다⁠. 두 자가 남아 있다⁠.

문서관이 이것을 보고 손을 멈췄다⁠.

“⁠…이건 밀랍이 새것이다⁠.⁠”

아셀이 말했다⁠.

“⁠보른 아저씨가 새기셨습니다⁠.⁠”

문서관이 이 두 자를 옮겨 적었다⁠.

옮겨 적고 나서 잠깐 기다렸다⁠.

글자가 안 지워졌다⁠.

문서관이 말했다⁠.

“⁠…남는다⁠.⁠”

아셀이 물었다⁠.

“⁠…왜 남습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모르겠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아는 사람이 둘이라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

아셀이 고개를 들었다⁠.

문서관이 말했다⁠.

“⁠하나가 알 때는 지워졌다⁠. 둘이 아니까 안 지워진다⁠.⁠”

“⁠…⁠”

“⁠짐승이 하나는 지워도 둘은 못 지우는 모양이다⁠.⁠”

아셀이 물었다⁠.

“⁠…그럼 셋이면 더 안 지워집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그럴 것이다⁠.⁠”

문서관이 붓을 놓았다⁠.

“⁠그러니 적는 것이 아니라 알리는 것이 먼저다⁠.⁠”

“⁠…⁠”

“⁠적어 두고 아무도 안 읽으면 그것은 하나가 아는 것과 같다⁠.⁠”

아셀이 물었다⁠.

“⁠…미르가 왜 못 참습니까⁠?⁠”

노인이 말했다⁠.

“⁠나도 모르오⁠.⁠”

아셀이 이날 밤에 미르 앞에 앉았다⁠.

“⁠미르⁠.⁠”

미르가 목 아래 눈을 떴다⁠.

“⁠한 해에 스물을 드십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왜 못 참으십니까⁠?⁠”

미르가 코를 벌렸다⁠.

벌려서 아셀 쪽으로 뻗었다⁠.

아셀이 맡았다⁠.

풀 냄새가 났다⁠.

들판 냄새다⁠.

들판은 탔는데 냄새가 났다⁠.

아셀이 물었다⁠.

“⁠…아직 있습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물었다⁠.

“⁠타지 않은 들판이 있습니까⁠?⁠”

미르가 소리를 냈다⁠.

짧게 한 번⁠, 길게 한 번이었다⁠.

부르는 가락이다⁠.

아셀이 물었다⁠.

“⁠…부르면 나옵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물었다⁠.

“⁠무엇을 부릅니까⁠?⁠”

미르가 소리를 냈다⁠.

길게 넷이었다⁠.

아셀이 이 소리를 노인한테 가져갔다⁠.

노인이 듣고 한참 있었다⁠.

“⁠…그건 이름이오⁠.⁠”

아셀이 물었다⁠.

“⁠무슨 이름입니까⁠?⁠”

노인이 말했다⁠.

“⁠…미르 이름이오⁠.⁠”

아셀이 이 자리에 섰다⁠.

노인이 말했다⁠.

“⁠미르는 이름이 아니오⁠.⁠”

“⁠…⁠”

“⁠미르는 짐승이라는 뜻이오⁠.⁠”

아셀이 물었다⁠.

“⁠…그럼 이름이 따로 있습니까⁠?⁠”

노인이 말했다⁠.

“⁠있었겠지⁠.⁠”

“⁠…⁠”

“⁠먹혔겠지⁠.⁠”

아셀이 이 자리에 앉았다⁠.

노인이 말했다⁠.

“⁠이름을 먹는 짐승이 제 이름을 먹었소⁠.⁠”

“⁠…⁠”

“⁠먹고 나서 삼백 해 동안 배가 고팠소⁠.⁠”

아셀이 물었다⁠.

“⁠…그럼 제 이름을 부르면 나옵니까⁠?⁠”

노인이 말했다⁠.

“⁠이름을 아는 사람이 불러야 나오오⁠.⁠”

“⁠…⁠”

“⁠짐승 제 이름을 아는 사람이 어디 있소⁠?⁠”

아셀이 이 밤에 문서관한테 갔다⁠.

“⁠문서관님⁠.⁠”

“⁠…왜⁠?⁠”

아셀이 소리를 냈다⁠.

길게 넷이다⁠.

문서관이 붓을 놓았다⁠.

“⁠…무엇이냐⁠?⁠”

아셀이 말했다⁠.

“⁠그 짐승 이름입니다⁠.⁠”

문서관이 이 자리에 섰다⁠.

“⁠…이름이 있느냐⁠?⁠”

아셀이 말했다⁠.

“⁠있습니다⁠. 사람 말이 아닙니다⁠.⁠”

문서관이 물었다⁠.

“⁠…적을 수 있느냐⁠?⁠”

아셀이 말했다⁠.

“⁠못 적습니다⁠.⁠”

문서관이 앉았다⁠.

앉아서 한참 있었다⁠.

“⁠…못 적는 이름이 있구나⁠.⁠”

아셀이 말했다⁠.

“⁠있습니다⁠.⁠”

문서관이 말했다⁠.

“⁠나는 열여섯 해 동안 적을 수 있는 것만 있다고 배웠다⁠.⁠”

“⁠…⁠”

“⁠적을 수 없으면 없는 것이라고 배웠다⁠.⁠”

아셀이 물었다⁠.

“⁠…그럼 이 이름은 없는 것입니까⁠?⁠”

문서관이 고개를 저었다⁠.

“⁠있다⁠.⁠”

“⁠…⁠”

“⁠내가 방금 들었다⁠.⁠”

문서관이 붓을 들었다⁠.

들었다가 놓았다⁠.

“⁠적을 수가 없으니 다른 법으로 해야겠다⁠.⁠”

아셀이 물었다⁠.

“⁠…어떻게 하십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외우겠다⁠.⁠”

문서관이 아셀한테 말했다⁠.

“⁠한 번 더 내 보아라⁠.⁠”

아셀이 냈다⁠.

문서관이 따라 했다⁠.

세 번 만에 맞췄다⁠.

맞추고 나서 말했다⁠.

“⁠…이제 둘이 안다⁠.⁠”

문서관이 이 서판을 궤에 넣으면서 말했다⁠.

“⁠…아셀아⁠.⁠”

“⁠예⁠.⁠”

“⁠네 이름은 누가 아느냐⁠?⁠”

아셀이 이 자리에 섰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셀이 말했다⁠.

“⁠…없습니다⁠.⁠”

문서관이 붓을 들었다⁠.

“⁠그럼 내가 알겠다⁠.⁠”

문서관이 적었다⁠.

「⁠아셀⁠」

적고 나서 물었다⁠.

“⁠지은 이름이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문서관이 말했다⁠.

“⁠지은 이름도 이름이다⁠.⁠”

“⁠…⁠”

“⁠짐승이 못 먹는 것이지 없는 것이 아니다⁠.⁠”

아셀이 이 말을 듣고 오래 앉아 있었다⁠.

여덟에 지은 이름이다⁠.

당시에는 번호가 넘어가는 것이 싫어서 지었다⁠.

지금은 이 이름을 아는 사람이 둘이다⁠.

둘이면 안 지워진다고 했다⁠.

아셀이 처음으로 제 이름이 남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셀이 일어섰다⁠.

“⁠하나 있습니다⁠.⁠”

노인이 고개를 들었다⁠.

아셀이 말했다⁠.

“⁠미르가 압니다⁠.⁠”

아셀이 이레 동안 미르 앞에 앉아 있었다⁠.

이레 동안 한 가지만 했다⁠.

미르가 내는 소리를 외웠다⁠.

길게 넷⁠.

이 넷의 길이가 조금씩 달랐다⁠.

첫 번째가 제일 길고 두 번째가 짧고 세 번째가 길고 네 번째가 제일 짧았다⁠.

아셀이 이것을 소리로 흉내 냈다⁠.

흉내 내니 미르가 고개를 들었다⁠.

아셀이 다시 냈다⁠.

미르가 목을 뻗었다⁠.

아셀이 세 번째로 냈다⁠.

미르가 떨었다⁠.

아셀이 멈췄다⁠.

멈추고 물었다⁠.

“⁠…이게 맞습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물었다⁠.

“⁠…이게 이름입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물었다⁠.

“⁠…이걸 소리로만 냅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말했다⁠.

“⁠사람 말로 하면 무엇입니까⁠?⁠”

미르가 소리를 안 냈다⁠.

한참 있다가 목을 돌렸다⁠.

돌리는 것이 안 된다는 뜻이다⁠.

아셀이 물었다⁠.

“⁠사람 말이 없습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이 자리에 앉았다⁠.

이름이 사람 말이 아니면 서판에 못 적는다⁠.

적을 수 없으면 지워질 수도 없다⁠.

아셀이 물었다⁠.

“⁠…그럼 안 지워졌습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일어섰다⁠.

“⁠그럼 왜 못 부르셨습니까⁠?⁠”

미르가 소리를 냈다⁠.

길게 한 번이었다⁠.

「⁠못 참았다⁠」다⁠.

아셀이 이것을 다시 물었다⁠.

“⁠…무엇을 못 참으셨습니까⁠?⁠”

미르가 코를 벌렸다⁠.

벌리고 아셀 앞에 댔다⁠.

냄새가 나왔다⁠.

이번에는 아무 냄새도 안 났다⁠.

아무 냄새도 안 나는 것이 냄새였다⁠.

아셀이 이것을 맡고 알았다⁠.

미르는 제 이름을 낼 수 있다⁠.

낼 수 있는데 못 낸다⁠.

제가 부르는 것은 부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르는 것은 남이 하는 것이다⁠.

아셀이 앉았다⁠.

앉아서 이 소리를 냈다⁠.

길게 넷⁠.

첫 번째가 길고 두 번째가 짧고 세 번째가 길고 네 번째가 제일 짧다⁠.

미르가 목을 들었다⁠.

들어서 천장까지 갔다⁠.

돌기둥 넷이 다 울렸다⁠.

미르가 입을 열었다⁠.

열고 뱉었다⁠.

뱉은 것은 소리도 냄새도 아니었다⁠.

빛이었다⁠.

방이 밝아졌다⁠.

밝은 것이 잠깐이고 곧 꺼졌다⁠.

꺼지고 나서 미르가 작아져 있었다⁠.

소 두 마리에서 소 한 마리쯤이 됐다⁠.

아셀이 이 앞에 섰다⁠.

“⁠…뱉으셨습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물었다⁠.

“⁠무엇을 뱉으셨습니까⁠?⁠”

미르가 소리를 냈다⁠.

짧게 한 번이었다⁠.

「⁠하나⁠」다⁠.

아셀이 물었다⁠.

“⁠…삼백구십팔에서 하나입니까⁠?⁠”

미르가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젓는 것을 아셀이 처음 봤다⁠.

아셀이 물었다⁠.

“⁠…그럼 무엇입니까⁠?⁠”

미르가 소리를 냈다⁠.

길게 넷이었다⁠.

제 이름이다⁠.

아셀이 이 자리에 앉았다⁠.

미르가 뱉은 것은 사람이 아니라 제 이름이었다⁠.

제 이름을 도로 뱉어 놓은 것이다⁠.

8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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