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059자) · 열둘 가운데 둘

하나를 더 먹인다

드래곤이 처음으로 먹지 않은 아이 · 황보겸

겨울에 남쪽 들판에 마을이 돋기 시작했다⁠.

탄 자리에는 안 돋았다⁠. 탄 자리를 빼고 돋았다⁠.

첫눈 오던 날에 셋이 돋았다⁠.

섣달에 아홉이 됐다⁠.

정월에 열일곱이 됐다⁠.

돋는 자리를 아는 법은 하나다⁠.

불이 켜진다⁠.

마을이 돋기 전에 이 자리에 불이 하나 켜진다⁠. 아무도 안 켰는데 켜진다⁠.

아셀이 이것을 성벽에서 셌다⁠.

세는 것을 그만두려고 했는데 저절로 세어졌다⁠.

열일곱이 될 때까지 셌다⁠.

열여덟 번째부터는 안 셌다⁠.

안 센 까닭은 이때 도성을 떠났기 때문이다⁠.

문서관이 겨울에 도성을 떠났다⁠.

왕궁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남쪽으로 왔다⁠.

서판을 궤에 넣어 지고 왔다⁠.

궤가 둘이었다⁠.

아셀이 이 궤를 받아 들었다⁠.

“⁠…무엇입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호적이다⁠.⁠”

아셀이 물었다⁠.

“⁠…누구 것입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돋은 마을 것이다⁠.⁠”

“⁠…⁠”

“⁠열일곱 마을을 돌면서 적었다⁠.⁠”

아셀이 궤를 열었다⁠.

서판이 백이 넘었다⁠.

한 서판에 서넛씩 적혀 있었다⁠.

이름이 있는 줄이 있고 없는 줄이 있었다⁠.

없는 줄에는 다른 것이 적혀 있었다⁠.

「⁠왼손잡이⁠」

「⁠가락을 안다⁠」

「⁠늦게 온다고 했다⁠」

아셀이 이것을 읽었다⁠.

문서관이 말했다⁠.

“⁠첫날에 서른일곱을 적었다⁠.⁠”

“⁠…⁠”

“⁠지금 백이 넘는다⁠.⁠”

아셀이 물었다⁠.

“⁠…왕궁이 이것을 받습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안 받는다⁠.⁠”

“⁠…⁠”

“⁠어제가 없는 사람은 호적에 못 올린다는 법이 아직 있다⁠.⁠”

아셀이 물었다⁠.

“⁠…그럼 이건 무엇입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법이 오기 전까지 이것이 호적이다⁠.⁠”

문서관이 궤에 손을 얹었다⁠.

“⁠법이 오면 이걸 옮겨 적으면 된다⁠.⁠”

“⁠…⁠”

“⁠법이 안 오면 이게 그냥 남는다⁠.⁠”

아셀이 물었다⁠.

“⁠남으면 무엇이 됩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백 해 뒤에 누가 이걸 읽으면 그때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안다⁠.⁠”

“⁠…⁠”

“⁠그거면 된다⁠.⁠”

아셀이 궤를 닫았다⁠.

닫으면서 물었다⁠.

“⁠…문서관님은 어디 계실 겁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여기 있겠다⁠.⁠”

“⁠…왕궁은요⁠.⁠”

문서관이 말했다⁠.

“⁠열여섯 해 있었다⁠.⁠”

“⁠…⁠”

“⁠거기서 세는 것보다 여기서 세는 것이 낫다⁠.⁠”

아셀이 떠나던 날에 눈먼 노인이 죽었다⁠.

앓다가 갔다⁠.

가기 전에 아셀을 불렀다⁠.

“⁠…댁⁠.⁠”

“⁠예⁠.⁠”

“⁠형이 나왔소⁠?⁠”

아셀이 말했다⁠.

“⁠나왔습니다⁠.⁠”

노인이 물었다⁠.

“⁠어디 있소⁠?⁠”

아셀이 말했다⁠.

“⁠남쪽에 마을이 돋았습니다⁠. 열두 해 전 그 자리에 돋았습니다⁠.⁠”

노인이 말했다⁠.

“⁠…불이 켜졌소⁠?⁠”

“⁠켜졌습니다⁠.⁠”

노인이 눈을 감았다⁠.

“⁠…보고 싶소⁠.⁠”

아셀이 아무 말도 못 했다⁠.

노인이 말했다⁠.

“⁠보이지도 않는데 보고 싶다는 말이 우습소⁠.⁠”

아셀이 말했다⁠.

“⁠안 우습습니다⁠.⁠”

노인이 이날 밤에 갔다⁠.

아셀이 노인을 남쪽으로 데려갔다⁠.

마을이 돋은 자리까지 사흘 걸렸다⁠.

가서 묻었다⁠.

묻고 나서 마을 어귀에 앉아 있는데 사람이 나왔다⁠.

예순쯤 된 사내였다⁠.

사내가 물었다⁠.

“⁠…누구 묻었소⁠?⁠”

아셀이 말했다⁠.

“⁠여기 살던 분의 동생입니다⁠.⁠”

사내가 이 자리에 섰다⁠.

“⁠…동생이오⁠?⁠”

“⁠예⁠.⁠”

사내가 물었다⁠.

“⁠…이름이 뭐요⁠?⁠”

아셀이 노인 이름을 말했다⁠.

사내가 이 자리에 앉았다⁠.

한참 있다가 말했다⁠.

“⁠…내 동생이오⁠.⁠”

아셀이 고개를 들었다⁠.

사내가 말했다⁠.

“⁠열두 해 동안 누가 나를 불렀소⁠.⁠”

“⁠…⁠”

“⁠날마다 불렀소⁠. 나는 그 소리를 배 속에서 들었소⁠.⁠”

사내가 물었다⁠.

“⁠…그게 내 동생이었소⁠?⁠”

아셀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사내가 얼굴을 감쌌다⁠.

아셀이 물었다⁠.

“⁠…얼굴을 기억하십니까⁠?⁠”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기억 안 나오⁠.⁠”

“⁠…⁠”

“⁠소리는 아오⁠.⁠”

아셀은 이 마을에서 겨울을 났다⁠.

겨울에 미르가 따라왔다⁠.

미르는 이제 개만 하다⁠.

도성에서 아무도 안 막았다⁠. 열쇠를 가진 셋 가운데 둘이 그만뒀고 셋째는 어디 갔는지 모른다⁠.

도성은 미르를 잃었다⁠.

잃었다고 도성 기록에 적혀 있다⁠. 그렇게 적어 두면 책임이 없다⁠.

미르가 마을 어귀에 앉아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처음에는 무서워했다⁠.

열흘쯤 지나니 안 무서워했다⁠.

아이들이 옆에 앉았다⁠.

아이 하나가 아셀한테 물었다⁠.

“⁠…이거 이름이 뭐야⁠?⁠”

아셀이 말했다⁠.

“⁠소리로만 있다⁠.⁠”

“⁠…소리⁠?⁠”

아셀이 소리를 냈다⁠.

길게 넷이다⁠.

아이가 이것을 따라 했다⁠.

첫 번째가 길고 두 번째가 짧고 세 번째가 길고 네 번째가 제일 짧다⁠.

아이가 두 번 만에 맞췄다⁠.

미르가 목을 들었다⁠.

아이가 웃었다⁠.

“⁠…알아듣네⁠?⁠”

아셀이 말했다⁠.

“⁠알아듣는다⁠.⁠”

같은 해 봄에 아셀이 이 소리를 마을 사람들한테 가르쳤다⁠.

가르치는 데 사흘이 걸렸다⁠.

스물 몇이 다 냈다⁠.

미르가 하루에 스무 번 제 이름을 들었다⁠.

이후로 미르가 아무도 안 먹었다⁠.

아셀이 이 마을에서 겨울에 한 가지를 더 했다⁠.

밤마다 미르한테 소리를 배웠다⁠.

미르가 짧고 가늘게 내면 아셀이 따라 한다⁠.

맞으면 미르가 코를 벌린다⁠.

틀리면 안 벌린다⁠.

하루에 하나씩 배웠다⁠.

하나를 배우면 하나를 부른다⁠.

부르면 하나가 나온다⁠.

나온 것은 소리다⁠. 소리가 마을 어귀에 남는다⁠.

남은 소리가 저 갈 데를 안다⁠.

사흘쯤 있다가 남쪽으로 간다⁠.

가면 거기 마을이 하나 돋는다⁠.

겨울에 아셀이 아흔둘을 배웠다⁠.

아흔둘을 부르는 데 아흔둘 밤이 들었다⁠.

문서관이 이것을 다 적었다⁠.

적을 때 이름을 안 적었다⁠. 못 적으니까⁠.

대신 이렇게 적었다⁠.

「⁠짐승이 낸 소리 · 아셀이 따라 냄 · 몇 번째⁠」

아흔두 줄이다⁠.

봄에 문서관이 이 궤를 세어 봤다⁠.

“⁠…이백서른이다⁠.⁠”

아셀이 물었다⁠.

“⁠…무엇이 이백서른입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적은 줄이다⁠.⁠”

“⁠…⁠”

“⁠처음에 서른일곱이었다⁠.⁠”

아셀이 이 수를 들었다⁠.

문서관이 말했다⁠.

“⁠남은 것이 삼백 하고 몇이다⁠.⁠”

“⁠…⁠”

“⁠한 해에 아흔둘이면 네 해쯤 걸린다⁠.⁠”

아셀이 물었다⁠.

“⁠…네 해 뒤에는 어떻게 됩니까⁠?⁠”

문서관이 말했다⁠.

“⁠다 나온다⁠.⁠”

아셀이 물었다⁠.

“⁠그럼 미르는요⁠?⁠”

문서관이 붓을 놓았다⁠.

“⁠…작아지겠지⁠.⁠”

아셀이 이 자리에 섰다⁠.

미르는 지금 개만 하다⁠.

삼백을 더 뱉으면 무엇이 남는지 아셀은 모른다⁠.

아셀이 이날 밤에 미르한테 물었다⁠.

“⁠…다 뱉으시면 어떻게 되십니까⁠?⁠”

미르가 코를 벌렸다⁠.

한참 있다가 소리를 냈다⁠.

짧게 한 번이었다⁠.

「⁠하나⁠」다⁠.

아셀이 물었다⁠.

“⁠…하나가 남습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물었다⁠.

“⁠무엇이 남습니까⁠?⁠”

미르가 소리를 냈다⁠.

길게 넷이었다⁠.

제 이름이다⁠.

아셀이 이 자리에 앉았다⁠.

“⁠…그것만 남습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말했다⁠.

“⁠그거면 됩니다⁠.⁠”

미르가 목을 들었다⁠.

아셀이 말했다⁠.

“⁠이름이 있으면 부를 수 있습니다⁠.⁠”

“⁠…⁠”

“⁠부를 수 있으면 없어진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돌아가면서 물었다⁠.

“⁠…그 소리 나도 배울 수 있어⁠?⁠”

아셀이 말했다⁠.

“⁠배울 수 있어⁠.⁠”

아이가 물었다⁠.

“⁠어려워⁠?⁠”

아셀이 말했다⁠.

“⁠하나에 하루 걸려⁠.⁠”

아이가 셈을 했다⁠.

“⁠…삼백이면 삼백 날이네⁠.⁠”

아셀이 말했다⁠.

“⁠그렇지⁠.⁠”

아이가 말했다⁠.

“⁠…둘이 하면 백오십 날이잖아⁠.⁠”

아셀이 이 자리에 섰다⁠.

아이가 말했다⁠.

“⁠나도 할래⁠.⁠”

아셀이 물었다⁠.

“⁠…왜⁠?⁠”

아이가 말했다⁠.

“⁠빨리 끝나면 좋잖아⁠.⁠”

아셀이 말했다⁠.

“⁠안 끝나⁠.⁠”

“⁠…왜⁠?⁠”

아셀이 말했다⁠.

“⁠열둘 있다니까⁠.⁠”

아이가 웃었다⁠.

“⁠…그럼 더 해야겠네⁠.⁠”

아셀이 이 아이를 데리고 미르한테 갔다⁠.

미르가 코를 벌렸다⁠.

아이 냄새를 맡았다⁠.

맡고 목을 돌렸다⁠.

아셀이 물었다⁠.

“⁠…이 아이도 안 드십니까⁠?⁠”

미르가 고개를 내렸다⁠.

아셀이 아이한테 물었다⁠.

“⁠…너 이름 누가 지었어⁠?⁠”

아이가 말했다⁠.

“⁠내가⁠.⁠”

아셀이 웃었다⁠.

여름에 옆 마을에서 사람이 왔다⁠.

“⁠…거기 그 짐승이 있다면서요⁠.⁠”

아셀이 말했다⁠.

“⁠있습니다⁠.⁠”

이 사람이 물었다⁠.

“⁠…우리 마을에도 없어지는 사람이 있소⁠.⁠”

아셀이 고개를 들었다⁠.

“⁠몇입니까⁠?⁠”

이 사람이 말했다⁠.

“⁠올해 셋이오⁠.⁠”

아셀이 물었다⁠.

“⁠…거기도 짐승이 있습니까⁠?⁠”

이 사람이 말했다⁠.

“⁠없소⁠.⁠”

아셀이 물었다⁠.

“⁠그럼 누가 먹습니까⁠?⁠”

이 사람이 대답을 못 했다⁠.

아셀이 이 마을에 갔다⁠.

가서 사흘을 있었다⁠.

사흘째 밤에 마을 뒤 언덕에서 소리를 들었다⁠.

길게 넷이었다⁠.

미르가 내던 것과 가락이 같았다⁠.

길이가 달랐다⁠.

아셀이 이 언덕에 올라갔다⁠.

거기 짐승이 하나 있었다⁠.

미르보다 컸다⁠. 소 세 마리쯤이다⁠.

목 아래에 눈이 하나 있었다⁠.

아셀이 이 앞에 섰다⁠.

짐승이 코를 벌렸다⁠.

아셀 냄새를 맡았다⁠.

맡고 목을 돌렸다⁠.

못 먹는 것이다⁠.

아셀이 앉았다⁠.

앉아서 이 소리를 들었다⁠.

길게 넷⁠. 길이가 미르 것과 다르다⁠.

다른 이름이다⁠.

아셀이 이 소리를 외웠다⁠.

외우는 데 이레가 걸렸다⁠.

이렛날 밤에 아셀이 이 소리를 냈다⁠.

짐승이 목을 들었다⁠.

언덕이 울렸다⁠.

짐승이 입을 열었다⁠.

뱉었다⁠.

아셀이 이 소리를 듣고 마을로 내려갔다⁠.

내려가서 마을 사람들한테 이 소리를 가르쳤다⁠.

가르치는 데 사흘이 걸렸다⁠.

돌아오는 길에 아셀이 셈을 했다⁠.

지워진 나라가 열둘이라고 했다⁠.

열둘이면 짐승이 열둘이다⁠.

미르가 하나고 이 언덕 것이 둘이다⁠.

열이 남았다⁠.

아셀이 이 셈을 하고 걸음을 멈췄다⁠.

세는 것이 아니다⁠.

가르칠 데가 열이라는 뜻이다⁠.

마을에 돌아오니 미르가 어귀에 앉아 있었다⁠.

아이들이 옆에 있었다⁠.

아셀이 가서 앉았다⁠.

아이가 물었다⁠.

“⁠…어디 갔다 왔어⁠?⁠”

아셀이 말했다⁠.

“⁠하나 더 있더라⁠.⁠”

“⁠…또 있어⁠?⁠”

“⁠열둘 있단다⁠.⁠”

아이가 물었다⁠.

“⁠그럼 다 가르쳐 줄 거야⁠?⁠”

아셀이 말했다⁠.

“⁠가르쳐 줘야지⁠.⁠”

아이가 물었다⁠.

“⁠왜⁠?⁠”

아셀이 말했다⁠.

“⁠안 부르면 먹으니까⁠.⁠”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미르한테 이 소리를 냈다⁠.

길게 넷이다⁠.

미르가 목을 들었다⁠.

아셀이 이것을 봤다⁠.

하나를 더 먹인 것이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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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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