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5,636자)

점쟁이 셋에 괘는 넷

무림 결혼정보회사 · 여무겸

삼월 열여드레 한낮⁠, 낙양 현청 대청 마루는 사람 무게로 삐걱거렸다⁠. 엽소화는 대청 아래 돌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오른쪽에 관매 장금옥이⁠, 왼쪽에 남궁율이 버티고 섰다⁠. 대청 위 높은 의자에 앉은 현령은 살이 올라 관복 단추가 하나 풀려 있었다⁠. 현령은 붓을 쥔 채 이마를 손수건으로 닦았다⁠.

“⁠정파 세가와 마교가 한 송사에 들어오다니⁠. 하남부 상관이 이레 뒤에 순시를 오는데 하필 지금⁠.⁠”

대청 기둥 옆에 남궁진과 혁련가린이 떨어져 서 있었다⁠. 둘 사이에는 실이 없었다⁠. 관아 안에서 실을 묶으면 포승으로 오해받는다고 포쾌가 막았다⁠. 대청 마당 끝 그늘에 남궁세가 태부인 모용란이⁠, 맞은편 그늘에 마교 대장로 사마철과 유모 구양추가 자리를 잡았다⁠. 마당 담장 위로 장터 사람들 머리가 줄지어 올라와 있었고⁠, 곽춘매는 구경꾼 틈에 끼어 손을 흔들었다⁠.

“⁠고발인 말하시오⁠.⁠”

장금옥이 앞으로 나왔다⁠. 목의 나무 명패가 쨍그랑 울렸다⁠.

“⁠사매 엽소화가 마교 성녀의 팔자첩을 꾸며 남궁세가에 넘겼습니다⁠. 칠석날 진시⁠. 유모가 제 입으로 지어냈다고 했습니다⁠. 혼인 첩을 꾸미는 일은 관아를 속이는 일입니다⁠.⁠”

“⁠사매⁠. 할 말 있소⁠?⁠”

“⁠첩은 제가 쓰지 않았습니다⁠. 유모님이 쓰셨지요⁠. 저는 들고 건넸습니다⁠.⁠”

“⁠들고 건넨 손도 손이오⁠.⁠” 장금옥이 끼어들었다⁠. “⁠사매들은 첩이 진짜든 가짜든 건네고 사례만 받으면 끝이지요⁠. 가짜 팔자로 시집간 여자가 소박맞고 돌아오면 그 송사는 누가 받는지 아시오⁠? 관매가 받소⁠. 나는 이 대청에서 그런 여자를 서른 해 동안 봤소⁠.⁠”

소화는 장금옥을 올려다보았다⁠. 명패 끈에 손때가 새까맣게 배어 있었다⁠. 서른 해 동안 같은 끈을 목에 건 사람의 말이었다⁠.

현령이 붓으로 탁자를 톡톡 쳤다⁠. “⁠첩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점을 쳐 보면 알겠지⁠. 진짜 팔자면 합혼 점이 맞아떨어질 것 아니오⁠.⁠”

남궁율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현령께서 밝으십니다⁠.⁠”

소화는 무릎을 꿇은 채 부채를 폈다가 접었다⁠. 가짜 팔자로 점을 쳐서 진짜인지 보겠다는 말이었다⁠. 대청 안에서 현령의 말이 이상하다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현청 점쟁이가 먼저 나왔다⁠. 관아 행사의 길일을 잡고 제사 날을 보는 늙은이로⁠, 눈썹이 하얗게 셌다⁠. 점쟁이는 진의 첩과 가린의 첩을 나란히 펴 놓고 산가지 마흔아홉 개를 손바닥에서 굴렸다⁠. 산가지를 몇 번 나누고 세더니 고개를 들었다⁠.

“⁠반길반흉이오⁠. 좋은 데 반⁠, 나쁜 데 반⁠.⁠”

“⁠그게 무슨 괘요⁠?⁠” 현령이 물었다⁠.

“⁠사람 사는 괘지요⁠.⁠”

담장 밖에서 지팡이 소리가 났다⁠. 대청 문 앞에 수염이 배꼽까지 내려온 점쟁이가 하나 들어섰다⁠.

“⁠남궁세가 청으로 왔소⁠. 이 혼사는 대흉이오⁠. 신랑 별과 신부 별이 서로 칼을 들었소⁠.⁠”

“⁠누가 불렀소⁠?⁠” 현령이 물었다⁠.

수염 점쟁이가 대답하기 전에 남궁율의 웃음이 반 박자 빨리 나왔다⁠. 모용란이 그늘에서 조카를 돌아보았다⁠. 진도 돌아보았다⁠. 진의 눈썹 사이에 주름이 잡혔다⁠.

“⁠형님이 데려왔소⁠?⁠”

“⁠집안 일이니 집안 점쟁이도 하나 있어야지요⁠, 아우님⁠.⁠”

구양추가 지팡이로 땅을 한 번 쳤다⁠. 마교 그늘 뒤에서 얼굴에 분을 하얗게 바른 여자 점쟁이가 나왔다⁠. 여자 점쟁이는 대청 앞에 서자마자 손뼉을 쳤다⁠.

“⁠대길이오⁠! 천생연분이오⁠! 칠석에 난 신부와 이 신랑은 한 이불을 덮으면 백 년 해로하오⁠!⁠”

“⁠그쪽은 누가 불렀소⁠?⁠” 현령이 물었다⁠.

“⁠마교가 불렀소⁠.⁠” 구양추가 당당하게 말했다⁠. “⁠남궁가가 하나 데려오면 마교도 하나 데려온다⁠.⁠”

현령이 손수건으로 목덜미까지 닦았다⁠. 대청 위에 괘가 셋 놓였다⁠. 반길반흉⁠, 대흉⁠, 대길⁠. 담장 위 장터 사람들이 저마다 손가락을 꼽으며 내기 곱을 다시 따졌다⁠.

장금옥이 현청 점쟁이 곁으로 슬쩍 다가가 귀에 무엇인가 속삭였다⁠. 늙은 점쟁이가 산가지를 다시 쥐었다⁠. 한 번 더 굴리고⁠, 나누고⁠, 세었다⁠.

“⁠다시 보니 대흉이오⁠.⁠”

대청이 술렁였다⁠. 현령이 붓을 떨어뜨렸다⁠. 소화는 무릎을 펴고 일어났다⁠. 포쾌가 막으려다 현령 눈치를 보고 멈췄다⁠.

“⁠현령님⁠. 점쟁이가 셋인데 괘가 넷입니다⁠.⁠”

“⁠그러게 말이오⁠.⁠”

“⁠셋이 넷을 냈으면 하나는 점이 아니라 귓속말입니다⁠. 관매님이 방금 무엇을 속삭이셨는지 저는 듣지 못했지만⁠, 점쟁이 어르신 귀는 들으셨겠지요⁠.⁠”

늙은 점쟁이가 산가지를 내려다보았다⁠. 장금옥의 얼굴이 붉어졌다⁠.

“⁠관아 점에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점쟁이 어르신께 여쭈면 되지요⁠. 어르신⁠, 처음 괘하고 나중 괘 가운데 어느 것을 산가지가 냈습니까⁠?⁠”

늙은 점쟁이는 한참 산가지를 만지작거렸다⁠. 서른 해 동안 같은 대청에서 장금옥과 길일을 맞춰 온 얼굴이었다⁠. 점쟁이가 작게 말했다⁠.

“⁠처음 것이오⁠.⁠”

*

현령은 탁자를 두 손으로 짚고 일어났다⁠. 관복 단추가 하나 더 풀렸다⁠.

“⁠괘가 넷이면 점이 안 된 것이오⁠. 안 된 점으로 혼약을 깰 수는 없소⁠.⁠”

“⁠그럼 팔자첩은요⁠?⁠” 장금옥이 물었다⁠.

소화가 가린을 돌아보았다⁠. 가린은 대청 기둥에 등을 대고 서 있었다⁠. 이마의 붉은 불꽃 문양 아래 눈이 소화를 마주 보았다⁠.

“⁠현령님⁠. 성녀님은 열두 해 전 망산 싸움에서 부모를 잃으셨습니다⁠. 생일을 알려 줄 사람이 없어요⁠. 낙양 성안에도 그런 아이들이 많지요⁠. 그 아이들이 자라 혼인할 나이가 됐습니다⁠. 생일을 모르면 혼인을 못 한다는 법이 하남부에 있습니까⁠?⁠”

현령이 담장 위를 보았다⁠. 담장 위 장터 사람들 가운데 몇이 시선을 피했다⁠. 남시 골목 국숫집 노인의 손녀도 망산 싸움 뒤 거둔 아이였다⁠. 현령의 서기가 두꺼운 율령 책을 넘기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조항은 없습니다⁠.⁠”

“⁠그럼 칠석이든 섣달 그믐이든⁠, 유모가 적어 준 날을 생일로 쓰면 됩니다⁠. 장터 고아들도 다 그렇게 생일을 받아요⁠.⁠”

장금옥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서른 해 동안 대청에서 본 여자들 가운데 생일을 받아서 산 여자도 있었을 것이다⁠. 현령이 판결을 불렀다⁠.

“⁠혼약은 그대로 두오⁠. 점은 쳤으니 납길은 한 것으로 하오⁠. 관매와 남궁 공자의 고발은 받지 않소⁠. 그리고 점쟁이를 몰래 들이는 집은 다음부터 관아 마당을 쓸게 하겠소⁠.⁠”

남궁율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웃는 얼굴은 그대로였는데⁠, 숙인 목덜미가 붉었다⁠. 소화는 실패를 꺼내 매듭 하나를 지었다⁠. 실패 끝에 매듭이 넷이 되었다⁠.

사람들이 대청에서 빠져나가는 동안 진과 가린은 기둥 둘을 사이에 두고 그대로 서 있었다⁠. 실이 없으니 누가 먼저 걸음을 떼도 끌려갈 손이 없었는데⁠, 둘 다 떼지 않았다⁠. 소화는 서기에게 동전 열 닢을 주고 판결문 사본을 받으면서 두 사람 말을 들었다⁠.

“⁠수염 점쟁이 일은 나도 몰랐다⁠.⁠” 진이 말했다⁠.

“⁠알았으면⁠?⁠”

“⁠알았으면 내가 데려왔다⁠. 수염이 더 긴 놈으로⁠.⁠”

가린이 기둥에 기댄 채 고개를 돌렸다⁠. 진은 대청 천장 들보만 보고 있었다⁠.

“⁠생일을 받는다면⁠.⁠” 가린이 말했다⁠. “⁠너라면 언제로 받겠냐⁠?⁠”

“⁠오늘⁠. 삼월 열여드레⁠. 관아에서 이긴 날이다⁠.⁠”

“⁠관아에서 이긴 건 매파다⁠.⁠”

“⁠그럼 매파가 이긴 날⁠. 네가 진 날은 아니잖으냐⁠.⁠”

가린이 진의 말을 되받았다⁠. “⁠내가 진 날은 아니다⁠.⁠” 되받고 나서 한참 입을 다물었다⁠. 대청 마루가 사람 무게를 덜고 조용해졌다⁠. 가린은 칠석이 적힌 첩 대신 오늘 날짜를 손가락으로 기둥에 한 번 그었다⁠. 손톱 자국이 옻칠 위에 가늘게 남았다⁠. 서기가 가린의 손을 보고 무엇인가 말하려다 소화가 내민 동전 한 닢을 더 받고 입을 닫았다⁠.

*

대청 마당으로 나오자 그늘 둘이 동시에 움직였다⁠. 모용란이 마당 한가운데로 걸어 나왔고⁠, 구양추가 지팡이를 짚고 맞은편에서 나왔다⁠. 두 노부인은 서로 세 걸음 앞에서 멈췄다⁠.

“⁠가짜 팔자에 분칠한 점쟁이까지⁠.⁠” 모용란이 말했다⁠. “⁠마교는 혼사도 사기로 하는구나⁠.⁠”

“⁠수염 점쟁이를 먼저 들인 건 남궁가다⁠.⁠” 구양추가 말했다⁠.

“⁠우리 조카가 한 일이다⁠. 우리 남궁가는 모르는 일이다⁠.⁠”

“⁠모르는 일을 하는 조카를 둔 집이 남궁가다⁠.⁠”

담장 위에서 웃음이 터졌다⁠. 모용란의 턱이 들렸다⁠.

“⁠우리 남궁가는 며느리를 첩으로 보지 않는다⁠. 칼로 본다⁠.⁠”

“⁠마교는 사위를 칼로 본다⁠. 우리 성녀님 칼 앞에서 사흘을 버티는 사위를 못 봤다⁠.⁠”

“⁠우리 진이는 열다섯부터 형의 검법을 혼자 익혔다⁠. 사흘이면 너희 성녀가 칼을 놓을 거다⁠.⁠”

진과 가린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두 노부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은 얼굴이었다⁠.

“⁠좋다⁠.⁠” 구양추가 지팡이를 들어 남쪽을 가리켰다⁠. “⁠사흘 뒤 낙수 모래톱⁠. 며느릿감 실력을 보여라⁠.⁠”

“⁠사위 실력도 보아라⁠.⁠” 모용란이 말했다⁠.

소화가 두 노부인 사이로 들어섰다⁠. 부채를 펴서 두 사람 얼굴 사이를 가렸다⁠.

“⁠두 분⁠. 마침 잘됐습니다⁠. 월하원 아홉 절차 가운데 여덟 번째가 ‘⁠한 번 싸워 보기⁠’예요⁠.⁠”

“⁠그런 절차가 있소⁠?⁠” 모용란이 물었다⁠.

“⁠혼인하고 처음 싸우는 날 다들 놀라서 친정으로 뛰어가세요⁠. 그래서 혼인 전에 미리 한 번 싸워 보게 합니다⁠. 보통은 말다툼으로 하는데⁠, 두 분 댁은 칼로 하셔도 되겠네요⁠. 실은 열 장으로 늘려 드리겠습니다⁠. 먼저 끊는 분이 진 겁니다⁠.⁠”

“⁠열 장⁠?⁠” 진이 물었다⁠.

“⁠이 마당 끝에서 끝까지요⁠. 그만큼은 떨어져서 싸우셔야 하니까요⁠.⁠”

가린이 진을 보았다⁠. 진이 가린을 보았다⁠. 둘 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현청 문간 돌계단에서 사마철이 소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양추는 먼저 객관으로 보냈는지 보이지 않았다⁠. 사마철은 계단 맨 아래 칸에 서서 염주 알을 넘겼다⁠. 소화가 내려오자 염주가 멈췄다⁠.

“⁠생일을 받아서 사는 아이들이 많다고 했소⁠, 매파⁠.⁠”

“⁠많지요⁠.⁠”

“⁠매파도 그런 날을 하나 받았소⁠? 낙양에서 열 해를 살았다고 했지⁠. 열 해 전에 무엇으로 새로 났소⁠?⁠”

소화는 계단 중간에서 걸음을 멈췄다⁠. 사마철의 눈이 다시 소화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매파로 났지요⁠. 대장로님⁠. 오늘 성녀님 혼약을 지킨 매파요⁠.⁠”

“⁠지켜 달라고 한 적 없소⁠.⁠”

“⁠사례는 혼주 두 분께 따로 받겠습니다⁠.⁠”

사마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염주를 한 알 넘기고 객관 방향으로 걸어갔다⁠. 소화는 머리의 매듭을 만지려던 손을 부채 자루로 옮겨 쥐었다⁠.

현청 문을 나서는 소화를 남궁율이 따라붙었다⁠. 남궁율은 소매에 손을 넣은 채 소화 걸음에 맞춰 걸었다⁠. 관아 앞 버드나무에서 흰 솜털 같은 꽃가루가 날렸다⁠.

“⁠매파님은 혀가 칼보다 빠르시다고 했지요⁠. 오늘 보니 귀도 빠르시군요⁠.⁠”

“⁠장사하려면 귀가 먼저예요⁠. 들러리께서는 점쟁이를 어디서 구하셨어요⁠? 수염이 아주 좋던데⁠.⁠”

남궁율이 걸음을 멈췄다⁠. 웃음이 얼굴에서 반쯤 내려갔다⁠.

“⁠내 아버지도 망산에서 돌아가셨소⁠. 열두 해 전이 아니라 스물두 해 전⁠, 그 앞 싸움에서요⁠. 마교와 휴전한다던 해였소⁠. 석 달 뒤에 마교가 먼저 칼을 들었지⁠.⁠”

소화는 부채를 내렸다⁠.

“⁠아우님이 마교 사위가 되면 남궁가는 정파에서 고개를 못 드오⁠. 휴전이 깨지는 날 맨 앞에 서는 건 남궁가요⁠. 나는 집안을 지키는 거요⁠, 매파님⁠.⁠”

“⁠들러리께서 지키시는 게 집안인지 소가주 자리인지는 제가 모르겠네요⁠.⁠”

“⁠둘이 다르오⁠?⁠”

남궁율은 다시 웃음을 얼굴에 올리고 버드나무 아래로 걸어갔다⁠. 소화는 남궁율의 등을 오래 보았다⁠. 등에 메인 활이 버드나무 가지에 스쳤다⁠. 사냥꾼이 쓰는 짧은 활이었고⁠, 화살 깃이 흰색과 회색으로 번갈아 꽂혀 있었다⁠.

담장 밑에서 춘매가 달려왔다⁠. “⁠아가씨⁠! 장터 내기가 일곱 대 셋이 됐어요⁠. 관아에서 이겼다고⁠!⁠”

“⁠모래톱에서 지면 도로 아홉 대 하나 된다⁠.⁠”

“⁠그럼 사흘 동안만 기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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