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5,437자)

무릎이 춤을 춥니다

구독자 십만 엄마 유튜버 · 윤은류

수요일 아침 여덟 시⁠, 남궁성율은 미용실 원장의 목소리에 잠을 깼다⁠. 가게 유리문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였고⁠, 셔터는 아직 반쯤 내려져 있었다⁠.

“⁠희자야⁠! 내 댓글이 없어졌어⁠! 어젯밤에 단 것이 없어졌어⁠!⁠”

성율이 바지를 꿰고 가게로 나갔을 때 엄마는 이미 진열대 앞에서 원장의 휴대전화를 돋보기 너머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원장은 파마 롤을 세 개만 달고 있었다⁠. 급하게 나온 날의 개수였다⁠.

“⁠뭐라고 달았는디⁠?⁠”

“⁠할매 손맛 최고⁠. 하트 세 개⁠.⁠”

엄마가 고개를 천천히 돌려 아들을 보았다⁠. 성율은 노트북을 열고 관리 화면을 띄웠다⁠. 「⁠차단 단어로 가려진 댓글 이백십사 개⁠」 성율이 목록을 내렸다⁠. 「⁠우리 할매 생각나서 울었어요⁠」 「⁠할매 레시피대로 했더니 시어머니가 칭찬함⁠」 「⁠할매 오래오래 찍어 주세요⁠」 차단 단어 「⁠할매⁠」가 막은 것은 대부분 이런 줄이었다⁠.

“⁠니가 우리 학생들 입을 막었어⁠?⁠”

“⁠나쁜 말 막으려고 한 거예요⁠.⁠”

“⁠할매는 나쁜 말이 아녀⁠. 할매를 어떻게 부르느냐가 나쁜 거지⁠.⁠”

원장이 옆에서 거들었다⁠.

“⁠나도 할매여⁠. 나 보고 할매라고 허는 것은 괜찮어⁠. 틀니 딱딱 그런 것만 막어⁠.⁠”

성율이 「⁠할매⁠」를 지웠다⁠. 이백십사 개가 한꺼번에 화면에 돌아왔다⁠. 엄마가 돋보기를 위생모 위로 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장은 자기 댓글이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하트를 하나 더 눌렀다⁠.

열 시가 조금 넘어 엄마의 휴대전화가 연달아 울렸다⁠. 단톡방이었다⁠. 춘엽 아주머니가 주소 하나를 올리고 밑에 놀란 고양이를 세 마리 붙였다⁠. 성율이 주소를 눌렀다⁠. 「⁠철물 고치는 할아버지⁠」 채널의 새 영상이었다⁠. 제목은 「⁠월명동 반찬 선생님도 챙겨 드시는 뼈마디 황금환⁠」

영상은 득갑 아저씨가 무릎을 쓰다듬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무릎이 춤을 춥니다⁠. 노란 상자가 화면 가운데로 굴러 들어왔고⁠, 상자가 열리는 순간 화면이 바뀌었다⁠. 학습관 교실이었다⁠. 종이컵을 든 엄마가 얼굴을 찡그렸다가 활짝 웃었다⁠. “⁠달다⁠, 달어⁠!⁠” 종이컵 안의 식혜는 화면 밖으로 잘려 나가 있었다⁠. 웃는 엄마 얼굴 옆으로 황금환 상자가 붙었다⁠.

조회수는 정오에 삼십만을 넘었다⁠. 엄마 영상의 댓글창이 바뀌기 시작했다⁠. 「⁠선생님 광고 찍으셨어요⁠? 좀 실망⁠」 「⁠반찬은 진짜인 줄 알았는데⁠」

성율은 류옥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두 번 가고 받았다⁠.

“⁠이사님⁠, 이거 내려 주세요⁠. 우리 엄마 동의한 적 없어요⁠.⁠”

“⁠성율 씨⁠, 그 영상은 득갑 선생님 채널에 원래 있던 영상이에요⁠. 지금은 저희 채널이고요⁠. 계약서 제칠조 보셨잖아요⁠.⁠”

“⁠우리 엄마 얼굴이에요⁠.⁠”

“⁠네⁠. 그래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어머님이 저희와 계약하시면 오늘 오후에 내릴 수 있어요⁠. 어머님 얼굴은 어머님 회사가 지키는 게 제일 빠르거든요⁠.⁠”

성율은 전화를 끊지 못하고 엄마를 보았다⁠. 엄마는 위생모를 벗어 계산대 위에 놓고 앞치마 끈을 풀고 있었다⁠.

엄마가 앞치마를 계산대에 걸쳐 두고 아들 손에서 휴대전화를 가져갔다⁠. 귀에 대지 않고 스피커를 켰다⁠.

“⁠이사님⁠, 희자요⁠.⁠”

“⁠어머님⁠, 안녕하세요⁠. 영상 보셨군요⁠.⁠”

“⁠봤어요⁠. 내 얼굴이 잘 나왔대요⁠. 웃는 것이 이뻐⁠. 근디 내가 웃은 것은 식혜 때문이여⁠. 그 약 때문이 아니고⁠.⁠”

“⁠압니다⁠, 어머님⁠.⁠”

“⁠알믄 됐어요⁠. 내리지 마쇼⁠.⁠”

수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했다⁠. 성율도 엄마를 보았다⁠.

“⁠내리지 말라고요⁠?⁠”

“⁠이사님이 내리믄 내가 이사님한테 빚지는 것이여⁠. 빚은 지금 있는 것으로 넉넉혀⁠. 우리가 내릴 텅게⁠, 이사님은 구경허쇼⁠.⁠”

엄마가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아들에게 돌려주었다⁠. 성율은 끊긴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엄마가 누구에게 먼저 전화를 끊는 것을 처음 보았다⁠.

*

남궁희자는 해망동 작업장 셔터 앞에서 버스를 내렸다⁠. 바다 냄새에 쇳가루 냄새가 섞여 있었다⁠. 셔터는 반쯤 올라가 있었고⁠, 안에서 그라인더 소리가 났다⁠. 희자가 셔터 밑으로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자 그라인더 소리가 멎었다⁠.

염득갑은 용접 마스크를 이마 위로 올린 채 희자를 보았다⁠. 작업 탁자 위에 경첩 몇 개와 병원 영수증 묶음이 같이 놓여 있었다⁠. 득갑이 영수증 묶음을 뒤집어 놓았다⁠.

“⁠봤구먼⁠.⁠”

“⁠봤어요⁠.⁠”

“⁠욕허러 왔으믄 혀⁠. 나는 할 말 없어⁠.⁠”

희자는 대답하지 않고 작업장 구석의 작은 냉장고를 열었다⁠. 페트병에 담긴 식혜가 두 병 있었다⁠. 득갑이 뭐라고 하기 전에 희자는 종이컵에 식혜를 따라 한 모금 마셨다⁠. 밥알이 혀에 붙었다⁠. 엿기름 냄새가 진했고⁠, 설탕은 덜 들어갔다⁠.

“⁠달다⁠, 달어⁠.⁠”

득갑이 고개를 돌렸다⁠.

“⁠사모님 식혜는 두 달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 엿기름을 오래 우렸어⁠. 설탕 맛이 아니고 쌀 맛이여⁠. 화면에서 이 맛이 잘려 나갔어⁠.⁠”

“⁠희자 씨⁠.⁠”

“⁠사모님은 좀 어떠셔⁠?⁠”

“⁠다음 달부터 걷는 연습 헌대⁠. 병원 복도에서⁠.⁠”

“⁠그라믄 됐어⁠.⁠”

희자는 종이컵을 내려놓고 탁자 앞 의자에 앉았다⁠. 득갑이 마스크를 벗어 탁자에 놓았다⁠.

“⁠나도 오늘 아침에 처음 봤어⁠. 학교 잔치 장면을 쓴다는 말은 들었는디 그렇게 붙일 줄은 몰랐어⁠. 회사에 전화혀 볼라고 혔는디⁠.⁠”

“⁠해 봤어요⁠?⁠”

“⁠계약서에 써 있어⁠. 회사가 정한 내용으로 찍는 것을 거부허거나 회사를 비방허믄 위약금이 이천이여⁠. 이천⁠. 나는 그 돈이 없어서 판 사람이여⁠.⁠”

득갑이 손바닥으로 탁자를 쓸었다⁠. 쇳가루가 손금을 따라 검게 묻었다⁠.

“⁠희자 씨 얼굴은 희자 씨가 지켜야 혀⁠. 나는 내 얼굴도 못 지켜⁠.⁠”

희자는 득갑의 손바닥을 보았다⁠. 서른 해 불똥을 받은 손바닥이었다⁠. 저 손으로 이 동네 문짝 수백 개가 다시 닫혔다⁠.

“⁠득갑 씨는 가만있어요⁠. 전화도 허지 말고⁠, 회사 욕도 허지 말고⁠. 이천 물어내지 말고⁠.⁠”

“⁠그라믄 어찌혀⁠?⁠”

“⁠내가 혀⁠. 나는 계약서에 도장 안 찍었응게⁠.⁠”

희자는 식혜 페트병 하나를 들고 일어났다⁠. 득갑이 뭐라고 하기 전에 셔터 밑으로 나갔다⁠. 셔터 밖으로 나서자 바닷바람이 앞치마 자락을 들어 올렸다⁠.

*

오춘엽은 단톡방에 긴 글을 올렸다⁠. 글자를 다 치는 데 이십 분이 들었다⁠.

「⁠동기 여러분 오늘 숙제⁠. 득갑 씨 채널 황금환 영상⁠. 영상 밑에 점 세 개 누르고⁠, 신고 누르고⁠, 초상권 누르고⁠, 희자 선생 얼굴을 허락 없이 썼다고 쓸 것⁠. 득갑 씨 욕은 쓰지 말 것⁠. 득갑 씨도 피해자임⁠」

오 분 뒤 답이 왔다⁠. 낚시 채널 할아버지였다⁠. 「⁠신고 했음⁠. 근디 춘엽 씨 뜨개방이 신고됐다고 나옴⁠」 춘엽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았다⁠. 자기 영상 밑에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가 떠 있었다⁠. 할아버지가 주소를 잘못 누른 것이었다⁠. 춘엽은 이모티콘으로 화내는 고양이를 보냈다⁠. 할아버지는 이모티콘으로 절하는 곰을 보냈다⁠.

서예 채널 할머니는 신고 사유 칸에 한자로 「⁠肖像權 侵害⁠」라고 써 넣었다고 자랑했다⁠. 사진을 찍어 올렸다⁠. 획이 반듯했다⁠. 춘엽은 저게 붓으로 쓴 것인지 손가락으로 쓴 것인지 한참 따져 물었다⁠. 손가락이었다⁠.

저녁이 되자 신고를 했다는 사람이 열둘이 되었다⁠. 3기 동기 아홉에 2기 선배 셋이 붙었다⁠. 밤에는 전주의 시니어 유튜버 모임에서 연락이 왔다⁠. 군산에서 하는 품앗이 이야기를 들었다고⁠, 자기들도 끼워 달라고⁠. 춘엽은 방장 권한으로 전주 사람들을 단톡방에 들였다⁠. 단톡방 인원이 스물셋이 되었다⁠. 춘엽의 며느리가 거실에서 신고 단추 위치를 화면에 동그라미 쳐서 사진으로 만들어 주었다⁠. 춘엽은 동그라미 친 사진을 단톡방 공지로 올렸다⁠.

금요일 오후⁠, 황금환 영상 자리에 회색 화면이 떴다⁠. 「⁠이 동영상은 초상권 침해 신고로 삭제되었습니다⁠.⁠」 춘엽은 화면을 찍어 단톡방에 올렸다⁠. 만세 하는 곰이 마흔 번 올라왔다⁠. 이번에는 우는 곰이 섞이지 않았다⁠. 곰들 사이로 희자의 글이 한 줄 올라왔다⁠. 「⁠동기님들 고맙소⁠. 다음 주 반찬은 다 같이 먹읍시다⁠. 득갑 씨도 오쇼⁠.⁠」 득갑은 아무것도 보내지 않았다⁠. 숫자 1이 지워진 것으로 읽은 것을 알 수 있었다⁠.

*

차예늘은 서울 성수동 은결 미디어 사무실 유리 회의실에 앉아 벽을 보고 있었다⁠. 수습 주간의 닷새째였다⁠. 회의실 맞은편 벽에 나이 든 얼굴들의 썸네일이 마흔두 장 붙어 있었다⁠. 떡을 써는 손⁠, 낚싯대를 든 손⁠, 붓을 든 손⁠. 손들 가운데 용접 마스크를 이마에 올린 득갑 아저씨의 얼굴도 있었다⁠. 사무실 한쪽 운영팀 책상에서는 젊은 직원 넷이 대본을 쓰고 있었다⁠. 대본 맨 위마다 썸네일 속 얼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류옥채가 커피 두 잔을 들고 들어왔다⁠.

“⁠황금환 영상 내려갔죠⁠.⁠”

“⁠네⁠.⁠”

“⁠저희가 막을 수도 있었어요⁠. 신고 들어올 때 이의 신청하면 한 주는 버텨요⁠. 안 막았어요⁠.⁠”

“⁠왜요⁠?⁠”

“⁠어머님이 직접 보셨잖아요⁠. 혼자 하면 이렇게 되고⁠, 동기들이 붙으면 내려간다는 거⁠. 다음엔 동기들이 안 붙는 일이 생겨요⁠. 그때 저희를 떠올리시게 되겠죠⁠.⁠”

류옥채는 태블릿을 열어 예늘에게 보여 주었다⁠. 대구 떡집 할머니의 가게 앞이었다⁠. 텐트가 걷혀 있었고⁠, 가게 셔터에 은결 법무팀의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할머니가 떡판 앞에서 웃고 있었다⁠.

“⁠이분 지금 구독자 사십만이에요⁠. 저희가 안 샀으면 지금쯤 가게 문 닫으셨어요⁠. 편집자님⁠, 저는 거짓말은 안 해요⁠. 이 일이 사람 장사라는 거 알아요⁠. 그래도 사람이 다치는 것보다는 나아요⁠.⁠”

예늘은 커피를 마셨다⁠. 쓴맛 뒤에 신맛이 왔다⁠. 군산의 빵집 커피보다 비쌌고⁠, 덜 맛있었다⁠.

“⁠정직원 이야기 드릴게요⁠. 다음 달 일 일부터요⁠. 하나만 부탁드려요⁠. 편집자님 노트북에 어머님 석 달 치 원본 있으시죠⁠? 편집 안 한 날것이요⁠.⁠”

“⁠있어요⁠.⁠”

“⁠저희 서버에 올려 두세요⁠. 어머님이 언젠가 저희와 하시게 되면 그게 제일 먼저 필요해요⁠. 안 하시면 그냥 보관만 하고요⁠. 편집자님 경력 증명도 되고요⁠.⁠”

예늘은 대답하지 않았다⁠. 류옥채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회의실을 나갔다⁠. 유리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문이 소리 없이 닫히는 회사였다⁠.

*

밤 열 시⁠, 사무실에 남은 사람은 예늘 하나였다⁠. 운영팀 책상의 모니터가 하나씩 꺼졌고⁠, 벽의 썸네일 마흔두 장만 비상등 불빛에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예늘은 노트북을 은결의 내부 망에 꽂았다⁠. 공유 서버 창이 떴다⁠. 폴더가 수백 개였다⁠. 예늘은 자기 노트북에서 「⁠남궁반찬_원본⁠」 폴더를 찾았다⁠.

폴더 안에는 석 달 동안의 오후 세 시가 들어 있었다⁠. 첫 영상의 희자 선생님은 화면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렌즈 대신 휴대전화 화면 속 자기 얼굴을 보며 말했다⁠. 열 번째쯤부터 렌즈를 보았고⁠, 서른 번째쯤부터 렌즈에 대고 우리 학생들이라고 불렀다⁠. 돋보기를 찾는 장면이 열한 번 있었다⁠. 예늘은 돋보기 장면 열한 번을 다 잘라 낸 적이 없었다⁠.

가방 안에 반찬 통이 하나 있었다⁠. 서울 올라오는 날 희자 선생님이 쥐여 준 멸치볶음이었다⁠. 예늘은 뚜껑을 열어 손가락으로 멸치 몇 마리를 집어 먹었다⁠. 닷새가 지나 눅눅했고⁠, 짰고⁠, 꿀 맛이 뒤에 남았다⁠.

예늘은 폴더를 끌어 은결 서버 창에 놓았다⁠. 「⁠복사 중 — 남은 시간 이십삼 분⁠」 초록 막대가 아주 천천히 차올랐다⁠. 예늘은 반찬 통 뚜껑을 닫지 않고 막대가 끝까지 찰 때까지 앉아 있었다⁠. 비상등 아래 썸네일 속 득갑 아저씨가 마스크를 이마에 올린 채 예늘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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