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037자) · 지호 · 6월 12일

한 시부터 두 시

자정의 빨래방 · 도경

관악구청 환경과 소회의실은 삼 층 복도 끝에 있다. 6월 12일 금요일 오후 두 시. 창이 하나, 긴 탁자 하나, 의자 열둘. 벽에 「생활소음 규제 기준」이라고 적힌 코팅지가 붙어 있고, 에어컨이 십 분마다 켜졌다 꺼졌다 했다. 방에서 복사기 냄새와 믹스커피 냄새가 났다.

삼 주 동안 빨래방은 그대로 돌았다. 두 시마다 스피커가 울었고 아무도 안 나갔고 관제센터는 매일 폐점을 걸었다가 아침에 문정수가 열었다. 3번은 그대로였다. 지호는 길 건너에 있었다. 그 삼 주 사이에 3번 앞에 앉는 사람이 셋 늘었다. 지호가 없는 동안 늘었다. 정우석이 그것을 수요일마다 반지하에 와서 전했다.

의자 열둘이 다 찼다. 그리고 넷이 벽에 섰다.

민원인 한정옥. 남색 블라우스, 손가방, 손등의 다리미 자국. 탁자 끝에 앉았다. 그 맞은편에 점주 문정수. 양복. 나프탈렌. 그 옆에 강민재. 회색 점퍼 대신 셔츠. 태블릿. 담당 주무관 최성호가 탁자 가운데 앉아 서류를 넘겼다. 마흔. 눈 밑이 어두웠다. 금요일 오후에 소음 민원 조정을 열두 명 앞에서 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나머지가 이해관계인이었다. 최 주무관이 이름을 불렀다.

“정우석 씨.”

“네.”

“송미래 씨.”

“네.”

“박준 씨.”

“네. 저 민법 수험생입니다.”

“그건 안 물었습니다. 김만수 씨.”

“네.”

“조은지 씨.”

“네.”

편의점 야간 알바. 스물셋. 앞치마를 벗고 왔는데 앞치마 끈 자국이 목에 남아 있었다. 새벽 네 시 휴게 시간에 빨래방에 와서 3번이 돌면 창가 네 번째 의자에서 십오 분을 잔다고 했다. 3번 소리가 나면 편의점 알림음이 머리에서 없어진다고.

“오정탁 씨.”

“네.”

고시원 총무. 쉰. 고시원 세탁기가 넉 달째 고장이라 공용 수건을 들고 새벽에 온다. 다른 기계는 줄이 있고 3번은 늘 비어 있어서 3번을 쓴다. 쓰다 보니 그 소리에서 세탁이 끝났는지 안 끝났는지 안 보고도 안다고 했다.

“이수정 씨.”

“네.”

간호사. 서른. 삼교대. 이브닝 근무를 마치고 한 시에 온다. 3번 소리가 나야 병동 모니터 알람 소리가 귀에서 빠진다고 했다. 그 말을 할 때 손이 조금 떨렸다.

일곱이었다. 화요일에 넷이던 것이 삼 주 만에 일곱이 됐다. 지호가 벽에 서 있었다. 이해관계인이 아니었다. 문정수가 데려왔다. 현장 담당이라고 적어 냈는데 최 주무관이 그 자리는 없다고 해서 벽에 섰다. 지호 옆에 하은이 섰다. 부산에서 아침 기차로 왔다. 이해관계인 신청을 안 해서 벽이었다.

최 주무관이 서류를 덮었다.

“측정은 민원인이 하셨습니다. 휴대폰 앱으로 세 번. 팔십, 팔십이, 팔십일. 저희도 지난주에 나가서 쟀습니다. 팔십이.”

최 주무관이 서류 한 장을 들어 보였다. 숫자 넷.

“민원 요지는 하나입니다. 새벽 두 시 이후 세탁기 한 대가 팔십 데시벨 이상. 주거지역 야간 기준은 사십입니다. 두 배예요. 이건 다툴 게 없습니다. 조정할 건 언제, 어느 기계, 어떻게입니다.”

강민재가 먼저 말했다.

“본사 입장은 간단합니다. 해당 설비를 교체합니다. 교체하면 육십일 데시벨이고, 육십일도 야간 기준은 넘지만 다른 다섯 대와 같아지고, 다른 다섯 대로는 민원이 없었습니다.”

“왜 아직 교체가 안 됐습니까?”

“점주님이 다른 기계를 바꾸셨습니다.”

방이 조용해졌다. 문정수는 안경을 올렸다.

“5번을 바꿨어요. 3번은 손님이 있어서.”

“손님이 있어서 소음 기준을 안 지킨다는 말씀이세요?”

“아니요. 손님이 있어서 안 바꿨다는 말이에요. 기준은 다른 얘기고요.”

최 주무관은 그 둘을 나누지 않았다. 나눌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한정옥을 봤다.

“민원인께서는.”

한정옥이 손가방을 탁자에 올렸다.

“나는 두 시야. 두 시 넘어서 저 소리 안 나면 돼. 기계를 바꾸든 말든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두 시 전에는 참아. 십일 년 참았어.”

“두 시 전은 되고 두 시 후는 안 된다.”

“그래.”

“이유가.”

“내가 두 시에 자. 영감 십 년 병수발할 때부터 두 시야. 그 시간에 안 자면 다음 날을 못 살아.”

박준이 손을 들었다. 최 주무관이 그 손을 봤다.

“말씀하세요.”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 별표에 생활소음 규제 기준이 있는데요. 야간은 밤 열 시부터 아침 여섯 시까지입니다. 두 시가 아니고요. 그러니까 민원인께서 두 시 전을 참으신다는 건 법이 아니라 호의고, 저희는 그 호의를.”

“학생.”

한정옥이 박준을 봤다.

“나 호의 아니야. 두 시 전에 안 자니까 소리가 안 들리는 거야. 들리면 나도 참기 싫어.”

박준이 손을 내렸다. 김만수가 옆에서 낮게 말했다.

“민법 말고 사람 봐라.”

박준은 문제집을 무릎 위에 놓고 있었다. 회의실에 들고 온 것이었다. 별표를 펴 둔 채로. 그는 그 쪽을 덮었다.

조은지가 손을 반쯤 들었다.

“저는 네 시예요. 휴게 시간이 네 시라서. 두 시 전으로는 못 바꿔요. 점장님이.”

“그건 편의점 사정이지 내 사정이 아니야.”

한정옥이 말했다. 조은지는 손을 내렸다. 오정탁이 손을 안 들고 말했다.

“고시원은 세탁기가 고장이라 저는 언제든 됩니다. 두 시 전에 오라면 옵니다. 근데 우리 애들 수건이 서른 장이라 3번 아니면 줄을 서요.”

“그건 고시원 사정이고.”

한정옥은 같은 말을 두 번 했다. 화내지 않고. 사정을 다 듣고 사정이라고 부르는 사람이었다.

이수정이 손을 들었다. 손이 아직 조금 떨렸다.

“저는 한 시에 옵니다. 두 시 전에 끝납니다. 그러면 저는 됩니까?”

“됩니다.”

한정옥이 대답했다. 최 주무관이 아니라. 이수정이 손을 내렸다. 송미래가 손을 안 들고 말했다.

“저는 두 시예요. 화요일 두 시. 어머님 이불이라 남들 쓰는 기계에 못 넣어요. 3번이 아무도 안 쓰니까 거기 넣어요. 두 시가 안 되면.”

한정옥이 송미래를 봤다. 화요일 새벽에 본 얼굴. 잠옷 바지와 파란 가방.

“한 시에 와.”

“한 시에는 어머님이 안 주무세요. 두 시에 주무시고 그때 나오는 거예요.”

“그러면 한 시 반.”

“어머님이.”

“한 시 반에 재워. 내가 영감 십 년 재웠어. 재워지더라.”

송미래는 대답을 못 했다. 반박이 아니라 대답을 못 한 것이었다. 한정옥은 그 얼굴을 보고 손가방을 조금 당겼다.

“한 시 반에 와서 두 시 전에 탈수 끝내. 그러면 나는 이불 냄새 안 따져.”

정우석은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는 한정옥의 맞은편에서 세 자리 건너 앉아 있었다. 열흘 전 계단에서 한정옥이 한 말을 들은 사람이었다. 그는 손을 안 들었다. 대신 최 주무관이 그를 봤다.

“정우석 씨는요.”

“저는 세탁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럼 왜 이해관계인이세요.”

“그 소리를 들으러 갑니다.”

최 주무관은 그 말을 서류에 적을 칸이 없었다. 볼펜을 들었다 놨다. 마흔 살 공무원은 열두 해 동안 소음 민원을 받았고, 소음을 들으러 간다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건 조정 대상이 아닙니다.”

“압니다.”

강민재가 태블릿을 들었다.

“주무관님. 본사는 조정안과 별개로 교체를 집행합니다. 가맹 계약상 설비 표준은 본사 권한입니다.”

문정수가 그때 말했다.

“가맹 안 해요.”

강민재가 문정수를 봤다.

“7월 재계약 안 합니다. 오늘부로 해지 신청해요. 위약금 낼게요. 앱 예약 없어지는 것도 알아요. 육 할. 알아요.”

“점주님.”

“카메라 떼 가요. 스피커도. 3번은 내 거예요. 내가 십일 년 전에 산 첫 기계예요. 내 가게에서 내 기계 소리가 얼마나 나는지는 이분하고 나하고 정할게요.”

문정수는 한정옥을 가리켰다. 손가락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한정옥은 그 손바닥을 봤다.

“문 서방.”

“네, 사장님.”

“십일 년 만에 그 말 처음 하네. 내 가게.”

“네.”

“위약금 얼마야.”

“천이백이요.”

한정옥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놀라지 않았다. 예순여덟에는 그 숫자가 놀랍지 않았다.

강민재는 태블릿을 접었다. 그는 문정수를 한참 봤다. 화내는 얼굴이 아니었다. 이해 못 하는 얼굴도 아니었다. 이해하는데 동의는 못 하는 얼굴.

“해지 서류는 월요일에 보내 드리겠습니다. 관제 철거는 이 주 걸립니다.”

“고마워요.”

“고마울 거 없습니다.”

그 말은 문정수가 삼 주 전에 회의실에서 한 말이었다. 강민재가 돌려줬다. 두 사람 다 그것을 알았다. 문정수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강민재가 잡았다. 짧게. 회사 사람이 회사 밖 사람과 하는 악수였다. 그리고 그는 벽에 선 지호를 봤다.

“한지호 씨.”

“네.”

“이름, 이제 압니다. 일곱 다.”

그는 태블릿을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이름 일곱을 적을 칸은 거기에도 없었다. 그래도 알았다.

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최 주무관이 조정안을 읽었다. 새벽 두 시부터 네 시까지 해당 설비 3번 사용 금지. 다른 설비는 사용 가능. 새벽 한 시부터 두 시까지 3번 사용 가능하되 탈수는 두 시 전에 끝낼 것. 위반 시 과태료. 점주 책임. 그는 다 읽고 한정옥을 봤다.

“민원인, 동의하십니까?”

“동의해.”

“점주님.”

“동의합니다.”

의자 열둘과 벽의 넷이 그 말을 들었다. 두 시부터 네 시까지가 없어졌다. 한 시부터 두 시까지가 남았다. 한 시간. 김만수가 낮게 말했다.

“나 교대가 두 시 반인데.”

“4번 쓰세요.”

박준이 대답했다. 김만수가 박준을 봤다.

“4번은 조용하잖아.”

“코 고는 소리가 더 커요, 아저씨.”

한정옥이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아주 조금. 손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나가기 전에 문정수한테 말했다.

“카메라 뗀 날 내가 내려갈게. 한 시에.”

“왜요.”

“내 다림질대 보러.”

그는 나갔다. 복도로 구두 소리가 갔다. 회의실 안에서는 아무도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에어컨이 다시 켜졌다. 믹스커피 냄새가 찬 바람에 실려 방을 돌았다. 하은이 벽에서 지호한테 물었다.

“한 시간이면 몇 번 돌아요.”

“한 번이요.”

“한 번.”

“오십 분이니까요.”

하은은 아버지를 봤다. 정우석은 의자에 앉은 채로 탁자 위의 조정안을 보고 있었다. 한 시부터 두 시. 그는 그 한 시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종이 위의 두 글자. 한 시. 그 옆에 두 시. 사이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 사이에 넣을 것이 정우석한테는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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