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5,032자) · 지호 · 5월 12일

화요일 두 시

자정의 빨래방 · 도경

화요일 새벽 두 시에 오는 여자는 이불을 들고 온다. 이케아 파란 가방에 이불을 접어 넣고 그 위를 손으로 누른 채 골목을 올라온다. 가방이 몸보다 넓어서 골목 폭을 반이나 차지한다. 5월 12일 새벽 두 시 오 분. 문틀 센서가 울었고, 여자는 문 안쪽 종이를 읽지 않고 곧장 3번으로 갔다.

넉 달 동안 지호가 화요일에 본 것은 늘 같았다. 두 시 오 분 파란 가방. 3번. 오십 분. 젖은 이불을 접어서 가방에 넣고 두 시 오십오 분에 나간다. 건조기를 안 쓴다. 지호가 말을 건 적은 없었다. 여자가 카운터를 본 적도 없었다. 넉 달 동안 이불 냄새만 방에 남았다가 세제 냄새에 지워졌다.

서른셋. 긴 패딩 밑에 잠옷 바지. 머리를 고무줄로 묶었는데 묶은 자리가 낮에 묶은 그대로 흘러내려 있었다. 여자는 가방을 바닥에 놓고 이불을 꺼냈다. 이불이 펴지면서 냄새가 났다. 세제 냄새와 고무 냄새 위로, 다른 냄새. 오래 누운 사람의 몸에서 나는 냄새와 소변과, 그 위에 바른 연고의 기름 냄새. 여자는 그 냄새가 퍼지기 전에 이불을 드럼 안으로 밀어 넣었다. 빨리 넣는 손이었다. 매주 넣는 손.

창가 두 번째 의자에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한 시 사십 분에 와서 수건 두 장을 3번에 돌리고, 꺼내고, 안 가고 앉아 있었다. 들어올 때 남자는 카운터를 봤고, 지호가 거기 있는 것을 보고 잠깐 멈췄다.

“일요일까지라고.”

“5월 말까지로 바뀌었습니다. 다음 분이 안 오셔서.”

“그러면 3번은.”

“5월 말까지는 그대로입니다.”

남자는 그 말을 듣고 수건을 넣었다. 6월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것이 이 방에서 두 사람이 하는 방식이었다. 여자가 들어오자 남자는 창밖을 봤다. 여자가 이불을 넣는 동안 계속 창밖을 봤다. 안 보는 것으로 자리를 내주는 사람이었다.

지호가 카운터에서 나왔다.

여자가 동전을 넣으려다 멈췄다. 넉 달 동안 지호가 카운터에서 나온 것은 청소 때뿐이었다. 지호는 3번 옆에 섰다. 여자보다 한 걸음 뒤에.

“3번 소리 큰 거 아시죠.”

“알아요.”

“다른 기계 쓰셔도 됩니다. 냄새 안 남습니다. 헹굼이 두 번이라.”

여자가 지호를 봤다. 지호는 3번 유리문을 봤다. 안에서 이불이 물을 먹기 시작했다.

“저도 그 냄새 압니다.”

여자의 손이 동전 투입구에서 떨어졌다. 동전 한 개가 손에 남았다.

“뭘 안다고요.”

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뭘 아세요. 우리 어머님 냄새를요. 그거 남들 쓰는 기계에 넣으면 다음 사람이 알아요. 그래서 여기 넣는 거예요. 아무도 안 쓰니까. 소리가 나든 말든.”

“네.”

“그런데 뭘 아신다고 나오세요.”

여자 목소리가 커졌다. 창가의 남자가 창밖에서 눈을 뗐다. 여자는 그것을 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낮췄는데 더 세졌다.

“이 냄새를 알면요. 그럼 그냥 두세요. 아는 사람이 할 일은 그거예요.”

지호는 한 걸음 물러났다. 여자는 남은 동전을 넣었다. 3번이 돌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이불에 막혀 둔했다. 여자는 창가 첫 번째 의자에 앉았다. 남자와 한 자리 건너. 두 사람은 서로를 안 봤다. 지호는 카운터로 돌아갔다.

이십 분 동안 아무도 말을 안 했다. 골목에서 취한 사람 둘이 지나갔다. 유리창 너머로 그들이 빨래방 안을 들여다봤다. 환한 방에 앉은 세 사람을 수족관 보듯이. 한 사람이 뭐라고 했고 다른 사람이 웃었고, 둘은 지나갔다. 안에서는 안 들렸다. 이불이 드럼 안에서 천천히 돌았고, 젖은 이불 냄새가 방을 채웠다가 세제 냄새에 밀렸다. 창가의 두 사람은 3번을 봤다. 지호는 다림질대 위 탁상시계를 봤다. 두 시 삼십 분. 두 시 삼십오 분.

탈수가 시작됐다.

이불 한 채가 드럼 안에서 한쪽으로 쏠렸다. 3번이 몸을 떨었다. 쇠가 쇠를 갈면서 우는 소리가 나고, 그 위에 이불 무게가 실려 바닥까지 울렸다. 동전 교환기 뚜껑이 떨렸다. 창가 의자 다리가 타일 위에서 조금씩 밀렸다. 배수 호스가 또 빠졌는지 3번 밑에서 물이 새어 나왔다. 지호가 걸레를 들고 나갔다.

그때 천장에서 발소리가 났다.

빨래방 천장은 위층 바닥이다. 십일 년 전까지 세탁소 사장이 살던 집. 지금도 산다. 발소리는 침실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현관으로 갔다. 현관문 여는 소리. 바깥 계단 내려오는 소리. 슬리퍼 열여섯 번.

문틀 센서가 울었다.

예순여덟. 잠옷 위에 카디건. 슬리퍼. 머리가 한쪽으로 눌려 있었다. 여자는 문 안에 서서 3번을 봤다. 탈수가 아직 돌고 있었다. 그 소리 속에서 여자가 말했다.

“두 시 넘어서 저거 돌리지 말라고 했지.”

지호한테 하는 말이었다. 삼월에 한 번, 사월에 한 번. 두 번 다 낮이었다. 한정옥이 세탁소 시절 쓰던 열쇠로 낮에 문을 열고 들어와 카운터에 종이 한 장을 놓고 갔다. 「새벽 두 시 이후 3번 사용 금지. 위층」. 문정수가 그 종이를 서랍에 넣었다. 두 장 다. 지호는 걸레를 들고 서 있었다.

“손님이 넣으신 겁니다.”

“손님이 넣으면 소리가 안 나?”

한정옥은 3번 앞으로 갔다. 유리문에 손바닥을 댔다. 손바닥이 떨렸다. 기계가 떨어서.

“이 소리 내가 알아. 베어링 나간 소리. 십일 년 전에 문 서방이 이거 들여올 때 내가 그랬어. 중고는 이래서 안 된다고.”

그는 손을 뗐다. 손바닥에 물기가 묻어 있었다. 유리에 김이 서려 있었다.

“나 여기서 삼십 년 다렸어. 이 자리에서 나는 소리는 다 알아. 다리미 김 빠지는 소리, 옷걸이 부딪치는 소리, 손님 문 여는 소리. 저 소리는 아니야. 저건 기계 죽는 소리야.”

탈수가 끝났다. 소리가 그쳤다. 그 조용함 속에서 한정옥이 냄새를 맡았다. 코를 한 번 들었다. 세제 냄새 밑에 남은 것.

“노인 냄새네.”

이불 여자가 일어섰다.

“우리 어머님이에요.”

“누가 뭐래. 나도 십 년 봤어. 우리 영감.”

한정옥은 이불 여자를 봤다. 잠옷 바지와 흘러내린 고무줄을. 그리고 지호를 봤다.

“그래도 두 시야. 두 시 넘으면 자야 돼. 나도 자야 되고 저 위에 사는 학생들도 자야 돼. 이 골목에 밤새 불 켜진 데가 여기 하나야. 그건 참아. 근데 소리는 못 참아.”

한정옥은 말을 하면서 카운터 쪽으로 몸을 돌렸다. 다림질대. 자기가 삼십 년 동안 서 있던 자리. 나무 상판의 다리미 자국 세 개. 그중 하나는 자기가 낸 것이었다. 그는 그쪽으로 가지 않았다. 문 앞에서 봤을 뿐이다. 카디건 앞자락을 여미는 손이 작고 마르고, 손등에 다리미 화상 자국이 하얗게 남아 있었다. 십일 년 동안 아침마다 그 자국을 보는 사람이 밤마다 자기 다림질대 위에서 동전 소리를 듣는다.

“구청에 넣으실 겁니까?”

“내일 아침에 넣을 거야. 소음 민원. 두 번 말했는데 안 됐으니까 이제 종이로 하는 거야.”

“그러면 3번은.”

“3번이 문제가 아니야. 두 시가 문제야.”

한정옥은 문을 열었다. 나가기 전에 한 번 돌아봤다. 창가의 남자를. 남자는 세탁물이 없었다. 수건 두 장은 이미 가방에 들어가 있었다. 한정옥은 그것을 봤고, 아무 말도 안 했고, 나갔다. 슬리퍼 소리 열여섯 번. 현관문. 천장에서 발소리가 침실로 갔다. 그리고 멈췄다.

이불 여자가 3번 유리문을 열었다.

젖은 이불은 마른 이불의 세 배 무게다. 여자는 그것을 두 팔로 안아 꺼냈다. 이불 끝이 바닥에 끌렸다. 3번 앞 물 자국 위로. 여자는 이불을 건조기로 옮기지 않았다. 건조기는 냄새가 남는다고 여자는 믿고 있었고, 그래서 넉 달 동안 한 번도 안 썼다. 젖은 채로 가방에 넣어 가서 집에서 말린다. 그러려면 접어야 했다. 젖은 이불은 혼자 못 접는다.

지호가 걸레를 놓고 이불 반대쪽 끝을 잡았다.

여자는 잠깐 멈췄다. 그러고는 자기 쪽 끝을 들었다. 두 사람이 이불을 펴고, 반으로 접고, 다시 반으로 접었다. 접을 때마다 냄새가 났다. 세제 냄새가 먼저 오고 그 밑에 다른 것이 왔다. 지호는 코를 찡그리지 않았다. 여자가 그것을 봤다.

“어머니세요.”

여자가 물었다. 이불 접는 손을 보고 안 것이었다. 모서리를 먼저 맞추고 안쪽으로 한 번 말아 넣는 손. 매일 접어 본 사람의 손. 지호는 접은 이불을 가방에 넣었다.

“이 년이었습니다. 작년 봄까지.”

“몇 살.”

“예순하나.”

여자는 가방 손잡이를 잡았다. 들지는 않았다.

“다음 주에도 3번 써도 돼요.”

“네.”

“두 시에요.”

지호는 대답을 못 했다. 창가의 남자가 일어섰다. 코트 단추를 채우고, 여자의 가방을 봤고, 아무 말 없이 문을 열어 줬다. 여자가 가방을 들고 나갔다. 가방이 문틀에 걸렸다가 빠졌다. 골목으로 내려가는 뒷모습이 가방에 가려서 다리만 보였다. 잠옷 바지와 슬리퍼. 세 골목 건너 어느 집에 일흔아홉 살 노인이 누워 있고, 그 집까지 젖은 이불 무게를 들고 가는 다리.

남자는 문을 잡은 채로 서 있었다.

“저 여자분은.”

“화요일마다 오십니다.”

“3번을.”

“네.”

“냄새 때문에.”

“아무도 안 쓰는 기계라서요.”

남자는 그 말을 오래 들었다. 자기가 두 달 동안 앉아서 보던 기계가 누구한테는 아무도 안 쓰는 기계였다는 말을.

남자는 문을 놓았다. 센서가 울었다. 남자는 안 나가고 창가 두 번째 의자로 돌아갔다. 세 시였다.

세 시 사십 분에 택시 기사 김만수가 왔다. 작업복을 4번에 넣고, 동전을 넣고, 창가 다섯 번째 의자에 앉기 전에 천장을 한 번 봤다.

“위층 아줌마 또 내려왔어요?”

“네.”

“잠옷 바람으로?”

“네.”

“그 아줌마 무서워. 지난달에 나한테 그랬어. 택시 기사가 왜 남의 집 밑에서 자냐고. 내가 그랬지. 여기가 제일 시끄러워서요.”

김만수는 그 말을 하고 혼자 웃었다. 남자는 안 웃었고 지호도 안 웃었다. 김만수는 둘을 번갈아 보더니 의자에 등을 기댔다.

“농담이 안 먹히는 밤이네.”

이 분 뒤에 코를 골았다. 4번이 돌았다. 조끼 주머니에서 박하사탕 냄새가 났다. 밤새 손님 태우는 사람의 냄새. 4번 소리는 코 고는 소리보다 작았다. 천장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났다. 위층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났다. 잠든 게 아니라 누워서 듣고 있는 조용함이었다. 남자가 세탁물 없이 앉아 있는 방에서, 택시 기사가 자고, 지호는 3번 밑에 걸레를 대고 물을 훔쳤다. 물에서 세제 냄새와 이불 냄새가 났다. 걸레를 짜는 손에 그 냄새가 옮았다.

3화는 어땠나요?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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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배2026.06.02· 3화

    이 작가님 다른 작품도 찾아 읽는 중입니다.

    • 일곱줄2026.06.03

      이 댓글 보고 다시 읽으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