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5,086자)

소금 한 섬에 두 냥

상단 막내가 무림맹을 샀습니다 · 도경

청석관 너머 관문 마을에서 굳은 소금 세 수레는 반나절 만에 다 팔렸다. 북쪽에 소금이 끊긴 지 세 해째였고, 마을 아낙들은 돌처럼 굳은 포대를 망치로 깨 가면서도 값을 묻지 않았다. 보화는 양주에서 은 열 냥에 산 소금을 은 백이십 냥에 팔았다. 돌아오는 길에 반쪽 주판을 몇 번이나 다시 튕겼는데, 몇 번을 튕겨도 같은 숫자가 나왔다. 그 숫자가 마음에 들어서 계속 튕겼다.

“한 번 더 해 볼까요?”

“아까 마흔 번 하셨소.” 곰 영감이 말했다.

“마흔한 번째에 늘 수도 있잖아요.”

양주 북문에 들어선 것은 떠난 지 아흐레째 되는 날 저녁이었다. 성문 앞 장터가 이상하게 시끄러웠다. 소금 가게마다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가게 앞 판자에 붙은 값표를 손가락질하며 소리를 질렀다. 보화는 노새를 세우고 값표를 읽었다. 굵은 소금 한 섬에 은 두 냥. 떠나던 날은 한 냥이었다.

“아흐레 만에 두 배요?”

소금 가게 주인이 보화를 알아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금씨 막내 아가씨 아니오? 아가씨 때문이오. 상회에서 방이 돌았소. 금씨 막내하고 거래하는 가게는 상회 소금창에서 소금을 한 톨도 못 받는다고. 그리고 이번 달부터 상회 소금은 섬에 두 냥이라고.”

“저 때문에 왜 양주 사람들이 두 냥을 내요?”

“그걸 내가 아오? 노태감 어른 마음이지.”

양주의 소금은 전부 상회 소금창을 거쳐 나왔다. 남쪽 바닷가 염전에서 배로 올라온 소금이 양주 소금창에 부려지고, 그 소금을 가게마다 받아 팔았다. 소금창 허가를 쥔 사람이 노태감이었다. 노태감이 섬에 두 냥이라고 하면 양주 사람은 두 냥을 냈다.

보화는 주판을 품에 넣었다. 마흔한 번째로 튕길 생각이 사라졌다. 백이십 냥으로 양주 소금을 사서 다시 북쪽으로 넘기려던 셈이 그 자리에서 반 토막 났고, 금씨 막내에게는 그 반 토막마저 팔 가게가 없었다.

노새 곁으로 허리 굽은 할머니 하나가 다가왔다. 손에 든 바구니에는 배추 두 포기가 누워 있었고, 할머니는 수레 바닥에 흘린 소금 가루를 손가락으로 쓸어 담고 있었다. 보화가 견본으로 남겨 둔 굳은 소금 한 덩이가 수레 귀퉁이에 있었다. 주먹 두 개만 한 덩이였다.

“아가씨, 그 덩이 얼마요?”

“그거 팔 거 아니에요. 견본이에요.”

“견본이면 공짜로구먼.”

“아니요, 견본은 보여 주는 거예요.”

“그럼 실컷 봤소. 이제 사야지.” 할머니는 동전 두 닢을 내밀었다. “장터 값으로 치면 이 덩이가 반 근은 되니까 한 푼 반이오. 근데 굳었으니 깎아야지. 깨려면 망치도 빌려야 하고. 망치 값 빼고, 내가 허리가 아파서 들고 가기 힘드니 그 값도 빼고.”

“할머니, 그렇게 빼시면 제가 드려야 해요.”

“그러니까 두 닢만 받으라는 거요. 내가 손해 보는 거요.”

보화는 할머니를 보았다. 할머니도 보화를 보았다. 할머니의 눈썹은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보화는 자기 눈썹이 먼저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흥정은 끝났다. 보화는 소금 덩이를 바구니에 넣어 주고 동전 두 닢을 받았다.

곰 영감이 고개를 돌리고 어깨를 들썩였다. 철우는 먼 하늘을 보고 있었는데, 입가가 아주 조금 비틀려 있었다.

“웃었어요?”

“아니요.”

“지금 세 글자 했잖아요. 웃은 거예요.”

*

양주 상회 회관은 운하 중심가에 있었다. 기둥 여덟 개가 붉게 칠해져 있었고 대문 위에 「양주상회」 네 글자가 금박으로 박혀 있었다. 매달 그믐 저녁이면 양주 큰 상인 서른 남짓이 그 대문 안에 모여 차를 마시며 값을 정했다. 오늘이 그믐이었다.

대문 앞 문지기가 보화를 막았다. “아가씨는 이름이 명단에 없소.”

“금씨 상단 이름은 있잖아요.”

“금씨 상단으로는 큰도련님이 이미 들어가셨소.”

보화는 대문 안을 들여다보았다. 대청 안쪽에 노태감이 앉아 있었고, 그 오른편 둘째 자리에 대성이 있었다. 대성 앞에 놓인 찻잔에서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들어가는 값은 얼마예요?”

“값이 아니라 명단이오.”

“명단에 이름 올리는 값은요?”

문지기가 대답을 못 하는 사이에 철우가 문지기 곁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섰다. 문지기가 철우의 칼집 끝을 보고 한 걸음 물러섰다. 보화는 그 한 걸음만큼 들어갔다.

대청 안의 말소리가 멎었다. 서른 남짓한 얼굴이 대문 쪽을 돌아보았다. 차 향기, 침향 냄새, 늙은 사내들의 분 냄새가 한데 섞여 공기가 무거웠다. 그 공기 속에서 노태감 혼자만 고개를 돌리지 않고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금씨 막내가 왔구나.” 노태감은 찻잔을 내려놓고서야 보화를 보았다. 하얀 수염이 가슴께까지 내려왔고, 웃는 눈가 주름이 아주 깊었다. “산적한테 만두 사 먹였다는 얘기 들었다. 착하기도 하지.”

“만두 값은 한 분 두 접시 반이었어요. 소금 값은 아흐레 만에 두 배고요. 어느 쪽이 더 착한지는 양주 사람들이 장터에서 세고 있어요.”

대청 어딘가에서 웃음을 참는 소리가 났다. 노태감이 그쪽을 한 번 보았고, 웃음이 끊겼다.

“너는 관문을 열었다고 생각하겠지.” 노태감이 천천히 말했다. “수레 셋 넘긴 걸로. 그런데 그 수레에 무엇을 실을 거냐? 양주 소금은 내 소금창에서 나온다. 내가 안 내주면 너는 빈 수레를 끌고 관문을 넘게 된다. 산적한테 빈 수레 구경시켜 주러 가는 거지.”

“그래서 소금을 끊으셨어요?”

“나는 아무것도 끊지 않았다. 상회는 상회 사람한테 판다. 너는 상회 사람이 아니다.” 노태감이 대성을 턱으로 가리켰다. “금씨 상단은 상회 사람이다. 대성이가 오늘 아침 상회에 새로 약조를 했다. 금씨 상단 짐은 앞으로 상회를 거쳐서만 나간다고.”

보화가 대성을 보았다. 대성은 찻잔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빠.”

“상단을 살리려면 이 길밖에 없다.” 대성이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상회 짐에 붙어 나가면 적어도 망하지는 않는다. 너는 관문 하나 열었다고 들떠 있지만, 마흑산이 그 관문 다시 닫으면 그만이다. 그때 너 혼자 무엇을 하겠냐?”

“그 약조에 상단 도장 찍었어요?”

대성의 손이 찻잔 손잡이를 꽉 쥐었다. 대답은 없었다. 대답이 없는 것이 대답이었다.

“얼마에 찍었어요?”

“값이 아니다.”

“세상에 값 아닌 게 어디 있어요? 상회 짐에 붙어 나가면 상회가 운임에서 얼마를 떼요? 삼 할? 사 할? 그리고 북쪽 거래처는 상회 이름으로 넘어가고, 금씨는 세 해 안에 상회 창고지기가 돼요. 오빠, 그게 망하지 않는 거예요?”

“보화야, 여기서 그만해라.”

“그만할게요. 대신 하나만요.” 보화는 노태감 쪽으로 돌아섰다. “어르신, 소금 한 섬에 두 냥 받으시면 양주 사람들이 다른 데서 소금 사요.”

“다른 데가 어디 있느냐?”

노태감이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대청 안의 상인들이 따라 웃었다. 그 웃음은 갈팔의 누각에서 나던 웃음과 달랐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웃음이었고, 보화는 그런 웃음 앞에서 흥정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금씨 막내.” 노태감이 웃음을 거두었다. “네가 쥔 맹 패는 쇳조각이다. 관문은 산적 것이고, 소금은 내 것이고, 너희 상단은 이제 상회 것이다. 너한테 남은 건 그 반쪽 주판뿐이다. 그것도 반쪽이지.”

노태감의 집사가 다가와 보화 팔을 잡으려 했다. 철우가 그 손목을 먼저 잡았다. 세게 잡지 않았다. 집사가 손을 빼려고 했는데 빠지지 않았다. 집사의 얼굴이 빨개졌다가 하얘졌다.

“놔라.” 노태감이 말했다. 철우에게 한 말이었는데 철우는 보화를 보았다. 보화가 고개를 끄덕이자 철우가 손을 놓았다.

“네 호위는 네 말만 듣는구나. 그것도 오래 못 간다.”

*

곰 영감이 쫓겨났다는 소식은 그날 밤 회관을 나서기도 전에 들려왔다. 대성이 셋째 창고 소금을 몰래 내준 짐꾼을 상단에서 내보냈고, 곰 영감의 조카 만석까지 함께였다. 서른 해 일한 짐꾼이 받은 마지막 품삯은 은 한 냥이었다.

보화는 상단 뒷골목 곰 영감의 셋방 앞에 섰다. 영감은 문간에 앉아 담뱃대를 물고 있었다. 담배는 없었다. 빈 대통만 빨고 있었다.

“영감님, 제가 품삯 드릴게요.”

“아가씨가 무슨 돈이 있소?”

“백이십 냥이요. 아까 마흔 번 세 봤어요.”

“그건 아가씨 장삿밑천이지 내 품삯이 아니오.” 곰 영감은 대통을 땅에 탁탁 털었다. 털 것도 없었는데 털었다. “쫓겨난 건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아가씨가 잘해서요. 그러니 아가씨가 잘하면 되오. 잘해서 다시 부르시오.”

보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셈이 없었다. 은 한 냥을 곰 영감의 무릎 위에 놓고 돌아섰다. 영감은 그 한 냥을 받지도 밀어내지도 않았다.

운하 둑을 따라 걸었다. 그믐이라 달이 없었고, 둑을 따라 늘어선 창고들의 처마등만 물 위에 노란 점을 찍었다. 보화는 걸으면서 반쪽 주판을 튕겼다. 소금은 없고, 상단은 넘어갔고, 일꾼은 쫓겨났다. 남은 것은 은 백 냥 남짓과 쇠패 다섯 장, 그리고 말 없는 호위 하나였다.

“철우 오빠는 얼마예요?”

“예?”

“오빠 품삯이요. 상단이 넘어갔으면 오빠 품삯도 상회가 주는 거예요?”

철우가 걸음을 멈추었다. 처마등 불빛이 철우 얼굴 반쪽만 비추었다.

“아가씨 아버님께 받습니다.”

“아버지는 누워 계시잖아요.”

“그래도.”

철우가 두 마디를 잇달아 내놓은 것은 처음이었다. 보화는 고개를 돌렸다. 운하 쪽을 보는 척했다.

그때 물 위로 낮은 노 젓는 소리가 들렸다. 짐배 한 척이 남쪽 수문 쪽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배는 낮고 넓었으며, 갑판에 거적을 덮은 짐이 빼곡했고, 뱃전이 물에 거의 잠길 만큼 무거웠다. 바람이 바뀌자 배 쪽에서 냄새가 왔다. 젖은 거적 냄새, 바다 냄새, 그리고 짠 냄새.

소금 배였다.

배는 상회 소금창 쪽으로 가지 않았다. 소금창 부두를 지나쳐 운하 더 안쪽, 아무도 쓰지 않는 옛 나루 쪽으로 미끄러져 갔다. 배 뒤편에 등불 하나가 흔들렸는데, 그 등불에 걸린 천 조각에 상회의 금박 학이 없었다. 남쪽 바닷가 어느 염전의 이름이 서툰 붓글씨로 적혀 있었다.

보화는 둑 끝까지 뛰어갔다. 치맛자락이 젖은 돌에 미끄러졌다. 철우가 뒤에서 보화 팔꿈치를 잡아 세웠다.

“저 배 어디로 가요?”

철우는 대답 대신 배가 들어간 쪽을 보았다. 옛 나루에 등불이 하나 더 켜졌다.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보화는 반쪽 주판을 꺼내지 않았다. 셀 것이 아직 없었다. 대신 물었다.

“노태감 어르신이 다른 데가 어디 있냐고 했죠?”

“예.”

“저기 있네요.”

4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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