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5,265자)

칼집째

상단 막내가 무림맹을 샀습니다 · 도경

양주를 떠난 지 사흘째 되는 날, 산길은 해가 정수리에 올라앉을 때마다 길바닥에서 뜨거운 김을 올렸다. 노새 세 마리가 끄는 짐마차 셋이 그 김을 뚫고 느릿느릿 올라갔다. 수레마다 굳은 소금 포대가 실려 있었는데, 포대 겉에 핀 소금꽃이 햇볕에 하얗게 말라 바스락거렸고 바퀴가 돌부리를 넘을 때마다 하얀 가루가 길에 흘렀다. 노새들이 그 가루를 핥아 먹으려고 자꾸 고개를 숙였다.

“핥지 마. 너희가 먹는 그게 한 줌에 서 푼이야.”

노새는 보화 말을 듣지 않았다. 짐꾼 곰 영감이 고삐를 당기며 껄껄 웃었다. 곰 영감은 금씨 상단에서 서른 해를 일한 짐꾼으로, 양주를 떠나던 새벽 상단 집사 몰래 셋째 창고의 굳은 소금 세 수레를 보화에게 넘겨준 사람이었다. 값은 은 열 냥이었다. 대성은 그 소금을 맷돌이라고 불렀으니, 맷돌 값으로 판 셈이었다.

한낮에는 길가 느티나무 그늘에서 쉬었다. 곰 영감의 조카 만석이 물통을 돌리고, 노새들은 그늘 끝에 머리만 들이민 채 꼬리로 파리를 쳤다. 보화는 나무 밑동에 반쪽 주판을 대고 지나온 길을 셌다. 양주 북문에서 여기까지 일백 리, 청석관까지 이십 리가 더 남았다. 소금 한 섬을 짊어진 사람이 하루에 걷는 길이 사십 리라고 곰 영감이 말해 주었다.

“그럼 노새는요?”

“노새는 육십 리. 대신 노새는 한 섬 반을 지고, 사람은 불평을 반 섬어치 하지요.”

만석이 물을 뿜으며 웃었다. 곰 영감이 조카 뒤통수를 쳤다. 보화는 주판에 알을 하나 더 올렸다. 일백이십 리를 사람이 지고 가면 사흘, 노새가 끌면 이틀. 관문 다섯이 다 열리면 양주에서 북쪽 큰 장터까지 천 리가 조금 넘었다. 지금 열린 길은 영 리였다.

철우는 그늘에 들어오지 않았다. 땡볕 아래 길 한가운데 서서 산 위쪽만 보고 있었다. 보화가 물통을 들고 가자 철우는 물을 받아 한 모금만 마시고 돌려주었다.

“더 마셔요. 물값은 안 받아요.”

“예.”

“그렇게 말하고 안 마시는 거 다 알아요.”

철우는 물통을 다시 받아 두 모금을 더 마셨다. 그리고 산 위쪽, 바위 틈에 빛이 한 번 번쩍한 자리를 턱으로 가리켰다. 보화도 보았다. 누군가 칼날이나 거울로 햇빛을 받아 위쪽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우리 오는 거 알아요?”

“아침부터.”

“그럼 관문에서 기다리겠네요. 잘됐어요. 기다린 사람은 빨리 끝내고 싶어 해요.”

“아가씨, 저 위가 청석관이오.”

길이 꺾이는 자리에서 푸른빛 도는 돌로 쌓은 관문이 보였다. 양쪽 절벽을 이어 막은 성벽 한가운데 아치 문이 있었고, 문 위 누각에 사람 그림자가 열 남짓 어른거렸다. 누각 처마에 낡은 깃발이 하나 걸려 있었다. 깃발에는 두꺼비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린 사람 솜씨가 모자랐는지 두꺼비라기보다 찐빵에 다리가 붙은 모양이었다.

철우가 걸음을 늦추었다. 보화는 철우의 턱이 또 굳는 것을 보았다. 분타 경매장에서 마흑산이 철우를 보던 날과 같은 굳음이었다. 아니, 그날보다 조금 더 단단했다.

“아는 데예요?”

철우가 끄덕였다. 깊게.

“좋아요. 아는 데는 값이 싸요.”

*

관문 앞에는 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탁자 다리 하나가 짧아서 납작한 돌을 괴어 두었고, 그 위에 통행세를 받는 놋그릇이 엎어져 있었다. 그릇 바닥에 먼지가 앉아 있었다. 오래 엎어 둔 그릇이었다.

누각에서 사내 하나가 줄을 타고 내려왔다. 서른 중반쯤 되었고, 배가 앞으로 나왔으며, 목에 두꺼비 모양 쇠붙이를 걸고 있었다. 사내는 땅에 내려서자마자 허리에서 칼을 뽑아 탁자 위에 쾅 내려놓았다. 짧은 탁자 다리 밑의 돌이 빠지면서 탁자가 기울었고, 칼이 미끄러져 땅에 떨어졌다. 사내는 칼을 주워 다시 올려놓았다. 이번에는 손으로 붙잡고 있었다.

“청석관 두목, 녹림의 독두꺼비 갈팔이다.”

“네, 깃발 보고 알았어요.”

“두꺼비로 보였나?”

“찐빵으로 보였어요.”

누각 위에서 누군가 킥 웃었다가 갈팔이 올려다보자 입을 막았다.

“수레 하나에 은 스무 냥. 셋이면 예순 냥.” 갈팔이 칼등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못 내면 소금 내려놓고 돌아가.”

보화는 품에서 쇠패 한 장을 꺼내 칼 옆에 놓았다. 청석이라는 두 글자가 햇빛에 검게 번들거렸다. 그리고 그 옆에 반쪽 주판을 놓았다.

“무림맹 청석관 통행권 패예요. 이 관문 통행세는 원래 제가 받는 거예요.”

갈팔이 패를 보더니 크게 웃었다. 누각 위 졸개들도 따라 웃었다. 웃음이 다 그칠 때까지 보화는 기다렸다. 웃는 사람은 흥정이 된다고 하연에게 했던 말을 보화는 스스로 믿고 있었다.

“맹 패라. 세 해 전에도 맹 무사들이 그걸 흔들었지. 지금 그놈들은 양주에서 녹봉 밀렸다고 울고 있고.”

“그러니까요. 맹 무사도 녹봉이 밀렸는데, 두목님 졸개들은 녹봉이 제때 나와요?”

갈팔의 웃음이 멈췄다.

“이 놋그릇에 먼지가 앉았잖아요. 이 관문 넘은 수레가 이번 달에 몇 대예요?”

“그걸 왜 네가…”

“두 대? 한 대? 스무 냥씩 받으니까 아무도 안 와요. 아무도 안 오니까 그릇이 비고, 그릇이 비니까 저 위에 계신 분들 얼굴이 홀쭉하고요.”

누각 위에서 누군가의 배가 길게 꼬르륵 울었다. 졸개 열둘이 일제히 그 소리 난 쪽을 돌아보았다. 배가 운 졸개는 앳된 얼굴에 수염을 억지로 기른 사내였는데, 귀까지 빨개졌다.

“닥쳐!” 갈팔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칼을 집어 들었다. “말이 많다. 소금 내려놔.”

졸개 하나가 누각 계단을 뛰어 내려와 첫 수레의 포대를 잡아당겼다. 곰 영감이 고삐를 놓고 뒤로 물러섰다. 철우가 움직였다.

움직임은 짧았다. 철우는 허리에서 칼을 칼집째 빼 들고 두 걸음을 디뎠고, 칼집 끝이 졸개의 손목을 한 번, 무릎 뒤를 한 번 쳤다. 졸개는 소리도 못 내고 소금 포대 위로 주저앉았다. 터진 포대에서 하얀 가루가 확 일어 졸개의 얼굴을 덮었다. 졸개가 재채기를 했다. 연달아 다섯 번을 했다.

철우는 칼을 다시 허리에 꽂았다. 숨소리 하나 거칠어지지 않았다.

갈팔의 칼끝이 철우를 향했다가 아주 조금 떨렸다. 보화는 그 떨림을 보았다. 갈팔은 칼을 내리지 않았지만, 더 내밀지도 않았다.

“두목님, 셈 하나만 할게요.” 보화가 주판알을 튕겼다. “저 위에 열둘, 여기 하나. 열세 분이죠. 지금 이 관문에서 한 달에 버시는 게 수레 두 대 마흔 냥. 그거 총채주님한테 반 올려 보내시면 스무 냥 남고, 열세 분이 나누면 한 사람 한 달 한 냥 반이에요. 양주 부두에서 짐 나르는 사람 한 달 품삯이 두 냥이에요.”

“우리가 부두 짐꾼이냐?”

“아니요. 부두 짐꾼보다 덜 버시는 산적이에요.”

누각 위가 조용해졌다. 재채기하던 졸개도 숨을 참았다.

“그래서 제안이에요. 통행세를 수레 하나에 두 냥으로 내리세요. 대신 제가 앞으로 이 관문으로 한 달에 수레 마흔 대를 넘길게요. 여든 냥이에요. 거기에 관문 지키는 일당은 제가 따로 드려요. 한 분 하루 서 푼. 마흔 대 넘기려면 길을 닦고 돌을 치워야 하는데, 그 일 하시는 값이에요.”

“…산적한테 길을 닦으라고?”

“닦은 길로 수레가 더 오면 두목님 그릇이 더 차요.”

갈팔은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칼끝이 천천히 내려갔다. 그러다 다시 올라왔다.

“총채주님 허락 없이는 못 한다.”

“그러니까 오늘은 이 세 수레만이요. 두 냥씩 여섯 냥. 그리고 오늘 저녁은 제가 살게요. 관문 너머 마을에 만두 잘하는 객잔이 있다면서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보화는 대답 대신 철우를 보았다. 철우는 먼 산을 보고 있었다. 갈팔이 철우를 처음으로 똑바로 쳐다보았다. 무언가를 기억해 내려는 얼굴이었다가, 배가 고픈 사람 얼굴로 돌아왔다.

“만두에 고기 넣어?”

“고기 넣은 걸로요. 한 분 두 접시씩.”

“세 접시.”

“두 접시 반이요.”

“반 접시가 어디 있어!”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접시를 반으로 쪼개서요.”

누각 위에서 이번에는 여러 명이 동시에 웃었다. 갈팔은 웃는 졸개들을 노려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손으로 문질러 내렸다. 그는 칼을 칼집에 꽂고 놋그릇을 뒤집었다.

“여섯 냥. 여기 넣어.”

보화는 은 여섯 냥을 그릇에 떨어뜨렸다. 쨍, 쨍, 쨍. 세 해 동안 먼지만 받던 그릇이 소리를 냈다. 누각 위 졸개들이 그 소리에 일제히 고개를 내밀었다. 아치 문의 빗장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녹슨 쇠가 끽끽 울면서 문이 열렸다.

*

관문 너머 마을의 객잔은 이름이 「곽씨네」였다. 간판도 없이 문틀에 숯으로 그렇게 적혀 있었다. 주인 곽 씨 아주머니는 쉰 줄의 여자로, 녹림 졸개 열셋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오자 국자를 든 채 굳었다가, 보화가 은 두 냥을 내밀자 국자를 내려놓고 솥 뚜껑을 열었다. 고기와 파와 생강 냄새가 김과 함께 천장까지 올라갔다.

졸개들은 정말로 두 접시 반을 먹었다. 보화가 객잔 부엌에서 금 간 접시 하나를 얻어 와 정말로 반으로 깨뜨렸기 때문에, 갈팔은 끝까지 아무 말도 못 했다. 깨진 반쪽 접시에 만두 다섯 개가 올라갔다. 갈팔은 그 반쪽 접시를 들고 한참 들여다보더니 제일 먼저 비웠다.

배가 운 졸개는 이름이 두칠이라 했다. 두칠은 만두를 먹다가 울었다. 아무도 왜 우느냐고 묻지 않았다. 다들 먹느라 바빴다.

곽 씨 아주머니가 빈 접시를 거두면서 보화 귀에 대고 말했다. “아가씨, 관문 연다는 사람이오?”

“네.”

곽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끄덕임이 반가운 것인지 아닌 것인지 보화는 알 수 없었다. 곽 씨는 그 이상 묻지 않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부엌 쪽에서 국자가 솥 가장자리를 세게 긁는 소리가 났다.

밤이 깊어지자 졸개들은 하나둘 탁자에 엎드려 코를 골았다. 갈팔은 술 한 병을 혼자 다 비우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 있었다. 그는 문간 기둥에 기대 서 있는 철우를 오래 노려보았다. 객잔 안의 등잔불이 흔들리면서 철우의 얼굴에 그림자가 왔다 갔다 했다.

“야.”

철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너, 그 칼집 끝. 그거 짐승 이빨처럼 닳은 거. 산채 대장간 영감이 칼집 쇠를 그렇게 붙였지. 일부러 이빨 모양으로.” 갈팔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탁자 위의 빈 술병이 굴러 떨어져 깨졌다. “열여섯에 관문 서다가 밤에 도망친 놈 하나가 그 칼집을 들고 갔어. 총채주님이 그놈 칼집 값을 아직도 말씀하셔.”

보화는 반쪽 주판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갈라진 나무 결이 손바닥을 찔렀다.

갈팔이 철우 앞에 섰다. 키는 철우가 머리 하나 더 컸다. 갈팔은 고개를 젖혀 철우를 올려다보았다. 술 냄새와 만두 냄새가 섞인 숨이 철우 얼굴에 닿았다.

“철우.”

갈팔이 그 이름을 불렀다. 엎드려 자던 졸개 몇이 고개를 들었다.

“너 산채 꼬마 철우 맞지? 우리 같은 막사에서 잤잖아. 네가 내 이불 뺏어 갔잖아, 이 새끼야.”

철우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예.”

3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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