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204자)
영점영
용병 회사가 우리 사단을 샀다 · 문가온
4월 7일 오전 열 시, 창고 막사 동쪽 끝 침상 세 개를 치운 자리에 정우의 빈소가 차려졌다. 영정은 입대할 때 찍은 사진이었다. 머리가 짧고 볼이 통통했으며, 사진사가 웃으라고 했는지 웃다 만 얼굴이었다. 영정 앞에 국화 한 다발과 향로 하나, 그리고 계란말이 한 접시가 놓였다. 계란말이는 민수가 새벽 네 시에 부쳤다. 열여섯 개를 넣었고, 가장자리가 조금 탔다.
정우의 부모는 대전에서 아침 첫 기차를 타고 왔다. 아버지는 택시 기사였고, 손등에 운전대를 오래 잡은 사람의 굳은살이 있었다. 어머니는 빈소 앞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대신 영정 앞의 계란말이를 한참 보다가, 젓가락으로 한 조각을 집어 맛을 보았다.
“소금이 좀 적네.”
민수가 바닥에 엎드린 채 어깨를 떨었다.
*
정오쯤 회사의 화환이 들어왔다. 사람 키보다 큰 흰 국화 화환이었고, 검은 띠에 「근조 — 발레타 리스크 그룹 임직원 일동」이 금색으로 박혀 있었다. 회사 직원 둘이 화환을 들고 와 빈소 입구에 세웠다. 창고 막사의 낮은 천장에 화환 꼭대기가 닿아 국화 몇 송이가 꺾였다.
조문하러 온 회사 사람들은 한국의 빈소를 몰랐다. 니코는 영정 앞에서 무릎을 꿇었는데, 럭비 경기 시작 때 앞줄 선수들이 맞붙기 직전처럼 몸을 낮췄다. 비샬이 옆에서 니코의 등을 두드리며 작게 말했다.
“형님, 절은 두 번 반이에요. 안산에서 공장 반장님 아버님 돌아가셨을 때 배웠어요. 두 번 하고, 반 번.”
“반 번이 뭐야?” 니코가 영어로 물었다.
“고개만 숙이는 거요.”
니코는 두 번 절하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 너무 깊이 숙여서 이마가 바닥에 닿았다. 정우의 아버지가 그 큰 등을 보다가, 일어나 니코의 손을 잡았다. 둘 사이에 말이 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았고, 통할 필요도 없었다.
마그다는 번역기를 끄고 들어와 향을 피웠다. 향을 꽂을 자리를 몰라서 향로 앞에서 오래 서 있었는데, 정우의 어머니가 손짓으로 가르쳐 주었다. 마그다는 고개를 한 번 숙이고 나갔다.
*
오후 세 시, 크루거가 사단을 둘러보았다. 에밀리가 태블릿을 들고 옆을 따라다녔다. 크루거는 새 생활관의 개인 침실과 체력 단련실과 회사 식당의 커피 기계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창고 막사 앞에서 크루거가 걸음을 멈췄다. 반쯤 벗겨진 「정리정돈」 글씨와 빈소 쪽으로 난 문을 보고 영어로 물었고, 에밀리가 영어로 대답했다. 재민은 창고 문간에서 그 영어를 들었고, 에밀리가 나중에 그 대화를 그대로 옮겨 주었다.
크루거가 물었다. 저 건물은 무엇인가? 에밀리가 대답했다. 국군 잔류 인원 숙소입니다. 크루거가 다시 물었다. 왜 창고인가? 에밀리가 대답했다. 비용 최적화입니다. 크루거가 말했다. 좋다.
크루거는 빈소 문 앞에서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 대신 손목시계를 보았다. 다음 일정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셈하는 얼굴이었다. 크루거는 빈소에 들어가지 않고 지나갔다.
그 뒤를 따라가던 에밀리가 창고 문간의 재민과 눈이 마주쳤다. 에밀리는 태블릿을 가슴에 안은 채 입 모양으로만 말했다. 죄송해요. 재민은 고개를 젓지도 끄덕이지도 않았다.
*
오후 다섯 시, 연병장 반대편 지휘 천막에 불이 환하게 켜졌다. 크루거가 연 저녁 자리였다. 회사 참모와 분대장급 서른 명이 초대되었고, 천막 입구 탁자 위에 샴페인 상자가 놓였다. 상자 위에 붙은 인쇄 문구가 바깥에서도 보였다. 「첫 주 손실률 0.0% — 축하합니다」.
에밀리가 샴페인 상자를 두 팔로 안고 천막에서 나왔다. 창고 막사 앞을 지나다가 재민과 눈이 마주쳤다. 에밀리가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이거 탄산수예요.”
“샴페인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오늘부터 탄산수예요. 이사님이 찾으시면 제가 다 마셨다고 할게요.” 에밀리는 상자를 안고 회사 차 쪽으로 걸어갔다. 걸음이 빨랐다.
여섯 시, 레온이 창고 막사로 왔다. 혼자였다. 저녁 자리에 들렀다가 바로 나온 듯, 넥타이 대신 야전 점퍼 깃을 세우고 있었다. 레온은 빈소 입구의 회사 화환 앞에 서서 금색 글씨를 한참 보았다. 그리고 영정 앞으로 가려고 했다.
재민이 그 앞을 막았다.
“들어가지 마십시오.”
“조문이오.”
“크루거 이사가 저기서 축배를 들고 있습니다. 사장님은 저기서 축하를 받고 오셨습니다. 그 손으로 향을 피우시면 안 됩니다.”
레온은 물러서지 않았다. “소인이 축하받은 숫자는 거짓말이 아니오. 소인의 사람은 한 명도 안 다쳤소. 그것도 사실이고, 그대의 상병이 죽은 것도 사실이오. 둘 다 사실이오. 소인은 둘 다 들고 왔소.”
“그날 밤 장갑차 두 대만 길목에 세웠으면…….”
“세웠으면 소인의 사람 몇이 저 영정에 있었을 것이오. 소인은 그것을 바꾸지 않았소. 그대가 소인이었어도 바꾸지 않았을 것이오.”
재민의 주먹이 먼저 나갔다.
레온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소리가 둔하게 났다. 레온은 넘어지지 않았다. 반 걸음 밀려났다가 다시 그 자리에 섰고, 입술 끝에서 피가 조금 났다. 빈소 안의 국군 병사들이 일어섰다. 니코가 문간에서 한 걸음 들어왔다가 멈췄다.
레온은 손등으로 입술을 닦았다. 그리고 재민을 보았다.
“한 대는 받겠소. 두 대째는 소인이 막소.” 레온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대에게 하나 말해 두겠소. 소인이 젊을 때 칠레 남쪽 바다에서 소인의 소대가 상륙 훈련 중에 고립된 일이 있었소. 장군은 날씨가 나빠 헬기를 띄우면 둘을 더 잃는다고 셈했소. 셈이 맞았소. 소인의 소대원 넷이 밤새 죽었소. 소인은 그 귀를 그날 밤 바위에 갈았소.” 레온이 반쯤 없는 왼쪽 귀를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그다음부터 소인은 셈하는 쪽에 서기로 했소. 셈당하는 쪽이 아니라.”
“그래서 지금 셈하고 계십니까?”
“그렇소. 그리고 그대는 소인이 그날 서 있던 자리에 서 있소. 그래서 소인은 그대가 밉지 않소.”
레온은 영정 앞으로 가지 않았다. 빈소 입구에서 고개를 한 번 숙이고, 회사 화환의 금색 띠를 손으로 잡아 뜯었다. 띠가 국화 사이에서 길게 풀려 나왔다. 레온은 그 띠를 둘둘 말아 점퍼 주머니에 넣고 나갔다. 화환에는 흰 국화만 남았다.
*
레온이 나간 뒤 재민은 민수와 함께 정우의 관물대를 정리했다. 전투복 두 벌, 속옷, 양말 열 켤레, 휴대폰 충전기, 그리고 볼펜으로 숫자를 적은 맥주 캔 하나가 나왔다. 이틀 전 공터의 술자리에서 정우가 이백칠을 적은 캔이었다. 정우는 그 캔을 마시지 않고 관물대 맨 위에 올려 두었다. 흔들면 안에서 맥주가 출렁였다.
민수가 그 캔을 손에 들고 오래 있었다. 정우가 죽은 뒤로 민수는 하루에 열 마디를 넘기지 않았다.
“이거 부모님 드립니까?”
“네가 정해.”
민수는 캔을 상자에 넣으려다 말고 도로 꺼냈다. 그리고 관물대 맨 위, 정우가 놓아 둔 그 자리에 다시 올렸다.
“전역하는 날 따겠습니다. 정우 몫으로.”
재민은 그 캔을 치우지 않았다.
*
밤 여덟 시, 진무혁이 왔다. 수행원 없이 백지훈 하나만 데리고 왔다. 진무혁은 빈소 앞에서 정우의 부모에게 허리를 깊이 숙였고, 정우의 아버지가 그 등에 대고 한 마디를 했다. 우리 애는 그 회사 숫자에 없다던데, 국장님 숫자에는 있습니까? 진무혁은 고개를 든 채 대답하지 못했다.
빈소를 나와 창고 뒤 수돗가에서 진무혁이 담배를 꺼냈다. 재민이 그 옆에 섰다. 수돗가의 물받이에 녹물이 고여 있었다.
“국장님 방에 걸린 사진 봤습니다.”
“백 사무관이 말했나 보군.” 진무혁이 불을 붙였다. “2006년 겨울이야. 나는 스물여섯이었고, 이 사단 동쪽 끝 소대장이었어. 거기 지금 자네가 걷는 사 킬로야.”
재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해 겨울에 일병 하나를 잃었어. 이름은 말 안 할게. 내가 말하면 자네가 기억할 거고, 그럼 그 애가 또 누군가의 숫자가 돼.” 진무혁은 연기를 길게 뱉었다. “눈 녹은 비탈에서 지뢰였어. 내가 정한 순찰로였어. 그날 밤 나는 대대장한테 보고를 했어. 사망 일. 그러고 나니까 그다음 날 아침에 철책에 설 수 있더라. 이름으로 남겨 두면 못 섰어. 숫자로 바꾸니까 섰어.”
진무혁이 담뱃재를 물받이에 털었다. 녹물 위에 재가 떠서 천천히 돌았다.
“나는 그때 사람을 숫자로 바꾸는 법을 배웠어. 그 덕에 서른 해를 버텼고, 국장이 됐고, 이 계약을 썼어. 그 계약 덕에 철책 이십육 킬로가 비지 않았어. 자네 상병 하나를 잃고.”
“그 셈이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맞아.” 진무혁이 재민을 보았다. “맞으니까 더 나쁜 거야. 틀렸으면 고치면 되는데.”
*
밤 열 시, 크루거가 재민을 지휘 천막으로 불렀다. 저녁 자리는 끝났고 탁자 위에 빈 접시만 남아 있었다. 천막 안에 크루거와 진무혁과 레온이 있었다. 레온의 입술 끝이 부어 있었다. 크루거는 그것을 못 본 척했다.
크루거는 한국말을 못 했다. 에밀리가 옆에서 옮겼다. 에밀리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납작했다.
“이사님 말씀이에요. 한여울사단의 첫 주는 회사가 맡은 아홉 나라 계약 가운데 가장 깨끗한 지표를 냈어요. 국방부와 회사는 다음 분기, 칠월 일 일부터 철원과 화천과 양구의 전방 사단 셋을 같은 방식으로 맡기기로 하고 협의 중이에요.”
진무혁이 말을 이었다. 한국말이었다.
“그리고 위탁법 시행령을 고친다. 사단마다 국군 잔류 인원을 서른에서 열로. 네 사단에 열씩, 마흔. 지금 전방에 남은 병사로 겨우 채울 수 있는 숫자야. 자네 사단의 스물아홉은 열만 남고 열아홉이 다른 사단으로 간다.”
“그 열아홉이 다른 사단에 가면 거기서도 맨 앞에 섭니까?”
크루거가 에밀리에게 무언가 물었고, 에밀리가 옮겼다. 크루거가 대답했다. 짧은 대답이었다. 에밀리가 잠깐 말을 멈췄다가 옮겼다.
“이사님이 그러세요. 그게 국군이 있는 이유라고요.”
레온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영어였고, 크루거를 보고 한 말이었다. 크루거가 웃으며 레온의 어깨를 두드렸다. 에밀리는 그 말을 옮기지 않았다. 재민이 에밀리를 보자 에밀리가 고개를 아주 작게 저었다.
크루거가 마지막으로 재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에밀리가 옮겼다.
“중사님, 축하합니다. 다음 분기 상사 진급과 함께, 네 사단의 국군 잔류 인원 마흔을 대표하는 자리를 맡게 되실 거예요. 이사님이 그러세요. 오늘 같은 첫 주를 네 번 보고 싶다고요.”
재민은 크루거의 손을 잡지 않았다. 대신 주머니에서 정우의 시계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초침이 아직 돌고 있었다. 천막 안의 네 사람이 그 시계를 보았다.
“이 시계 주인이 이백육 일 남았었습니다. 이사님께 그 숫자도 옮겨 주십시오.”
에밀리가 옮겼다. 크루거의 얼굴이 처음으로 잠깐 멈췄다. 진무혁은 시계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레온은 천막 밖 어둠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