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5,340자)

짬밥 대 스테이크

용병 회사가 우리 사단을 샀다 · 문가온

4월 4일 밤 아홉 시 십 분, 회사 식당 문 앞에서 재민과 레온은 형광등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 있었다. 문틈으로 버터와 마늘 냄새가 계속 흘러나왔다. 재민 뒤에서 병사 스물여덟이 모포를 두른 채 서 있었는데, 누군가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길고 낮은 소리였다. 아무도 웃지 않으려고 했지만 민수가 먼저 무너졌고, 그다음은 줄줄이 무너졌다.

레온만 웃지 않았다.

“시합을 하시겠습니까?” 재민이 말했다.

“시합이오?”

“축구입니다. 내일 오후 두 시, 연병장. 저희가 이기면 지원비가 들어올 때까지 외상으로 밥을 주십시오. 지면 사장님 의장대에 깃발 접는 법을 공짜로 가르치겠습니다.”

“공짜는 원래 소인이 수업료를 내기로 한 것이었소.”

“그러니까 지면 수업료를 안 받겠다는 겁니다.”

레온은 재민의 말을 머릿속에서 한 번 돌려 보는 얼굴이었다. 그러다 아주 조금, 입꼬리 한쪽만 올렸다.

“소인은 칠레 해군 보병 시절 대대 골키퍼였소. 열한 경기에서 두 골을 먹었소. 받아들이겠소.”

*

에밀리 차는 그날 밤 열 시에 식당 주방장에게 메일을 썼다. 제목은 「다음 주 신메뉴 시식 — 표본 스물여덟 명」이었다.

에밀리는 메일을 쓰면서 자기가 하는 일을 정확히 알았다. 회사의 운영 규정에는 신메뉴를 들이기 전에 표본 집단의 시식 평가를 받으라는 항목이 있었다. 표본은 회사 인원이어야 한다는 말은 없었다. 비용 항목은 「품질 관리」였고, 지원비 미입금 인원의 식사 중단 지시와는 다른 칸이었다. 에밀리는 대학에서 통계를 배웠고, 숫자를 다루는 사람이 숫자로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하는 법도 거기서 배웠다. 이건 해도 되는 쪽이라고, 에밀리는 세 번 생각했다.

밤 열 시 사십 분, 창고 막사 문 앞에 보온 상자 세 개가 놓였다. 상자 위에 평가지가 붙어 있었다. 맛, 양, 온도를 다섯 점 만점으로 매기는 표였다. 에밀리는 상자를 내려놓고 돌아서다가, 창고 안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스물여덟 명이 한꺼번에 뚜껑을 여는 소리, 누군가 이거 고기다, 진짜 고기다 하고 외치는 소리, 그리고 탁민수의 목소리.

“평가지에 뭐라고 씁니까? 맛 다섯 점, 양 다섯 점, 온도 다섯 점, 그리고 비고에 운영실장님 사랑합니다.”

“비고에 그런 거 쓰지 마.” 재민의 목소리였다.

에밀리는 웃음을 참으며 걸었다. 다음 날 아침 평가지는 스물여덟 장 전부 다섯 점, 다섯 점, 다섯 점으로 돌아왔다. 비고 칸은 스물일곱 장이 비어 있었고, 한 장에는 작은 글씨로 「단무지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

4월 5일 아침, 창고 막사 바닥에 군용 모포 한 장을 펴고 국군 쪽 작전 회의가 열렸다. 모포 위에 전투식량 봉지 열한 개를 선수 삼아 늘어놓았다. 민수가 볼펜으로 봉지 하나를 톡톡 쳤다.

“이게 니코입니다. 저 사람은 막는 게 아니라 피하는 겁니다. 부딪히면 우리가 접힙니다.”

“그럼 니코는 누가 막아?” 재민이 물었다.

“아무도 안 막습니다. 니코한테 공이 가기 전에 끝냅니다.” 민수가 봉지 하나를 가운데로 밀었다. “그리고 이게 중사님입니다. 중사님이 공 잡으시면 저희는 다 비킵니다.”

“왜 비켜?”

“군대 축구입니다, 중사님. 간부가 공 잡으면 비키는 겁니다. 작전이 아니라 몸이 그렇게 돼 있습니다. 제가 이 년 동안 안 비킨 적이 없습니다.”

정우가 손을 들었다. “근데 저쪽은 그거 모르잖습니까?”

창고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그다음 민수가 천천히 웃었다. 봉지 열한 개 위로 스물아홉 명의 머리가 한꺼번에 모였다. 난방기가 꺼진 창고에서 머리 스물아홉 개가 내뿜는 입김이 모포 위에 하얗게 고였다.

*

4월 5일 오후 두 시, 연병장은 아침에 내린 비로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었다. 연병장 양 끝에 골대 대신 탄약 상자를 둘씩 쌓았다. 구경꾼은 회사 쪽이 이백 명 넘게, 국군 쪽이 열여덟이었다. 국군 쪽 구경꾼은 시합에 못 나간 병사 전부였다.

심판은 경계 감시 팀장 마그다 비슈넵스카였다. 폴란드 출신의 마흔한 살 저격수였고, 짧게 자른 금발에 목소리가 쇳소리처럼 갈라져 있었다. 마그다는 한국말을 한 마디도 못 했고, 대신 손목에 찬 번역기를 입에 대고 말했다. 번역기가 마그다의 폴란드어를 한국말로 바꿔 크게 읽었다.

“양 팀 가운데 상인님들, 악수하십시오.”

“가운데 상인이 누굽니까?” 민수가 물었다.

“중사를 그렇게 번역했나 봐.” 정우가 말했다. 정우는 전역까지 이백칠 일이 남았고, 오늘 아침에도 그 숫자를 말했다. “중사가 가운데 상인이면 병장은 뭐야?”

“병장은 아마 병든 시장일 겁니다.”

재민은 레온과 악수했다. 레온의 손바닥은 굳은살이 단단했고 차가웠다. 레온은 골키퍼 장갑 대신 정비용 목장갑을 끼고 있었다.

*

전반전은 회사 쪽이 밀어붙였다. 니코가 공을 잡으면 국군 셋이 붙어도 니코가 셋을 업고 갔다. 니코는 공을 발로 차는 것보다 품에 안고 뛰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보였고, 실제로 한 번은 공을 안고 뛰어서 마그다의 번역기가 크게 외쳤다.

“손! 손으로 공을 만졌습니다! 노란 종이!”

니코가 노란 카드를 받으며 피지어로 무언가 항의했다. 비샬이 옆에서 웃으며 한국말로 옮겼다. “니코가 말해요. 럭비에서는 이게 맞대요.”

“여기 럭비 아닙니다!” 민수가 소리쳤다.

“니코가 또 말해요. 그럼 왜 공이 둥글어요?”

국군 쪽은 묘한 습관 하나로 버텼다. 재민이 공을 잡으면 국군 병사들이 일제히 길을 비켰다. 상대 수비 앞에서도, 자기 편 공격 앞에서도 그랬다. 대한민국 군대에서 몇십 년을 내려온 축구 예절이었다. 간부가 공을 잡으면 아무도 막지 않는다. 회사 수비수들은 그것을 무슨 작전으로 읽었다. 국군이 갑자기 갈라지면 회사 수비수들도 같이 갈라졌다. 재민은 그 틈으로 혼자 공을 몰고 들어가 전반 이십팔 분에 한 골을 넣었다.

레온이 탄약 상자 사이에서 일어나 무릎의 진흙을 털었다. 그리고 회사 수비수들에게 영어로 길게 말했다. 비샬이 옮겼다.

“사장님이 말해요. 저건 작전이 아니래요. 저건 문화래요. 그냥 중사님한테 붙으래요.”

후반 십오 분에 회사 쪽이 한 골을 넣었다. 니코가 공을 안지 않고 머리로 넣었다. 니코는 골을 넣고 나서 국군 쪽 구경꾼 앞으로 달려와 경례를 했다. 손바닥이 이번에는 맞았다.

*

일 대 일로 끝났고, 승부차기로 갔다. 다섯 명씩 찼다. 네 번째까지 양쪽 모두 셋씩 넣었고, 회사 쪽 다섯 번째 키커였던 마그다가 번역기를 풀어 두고 공을 찼다. 공이 탄약 상자를 맞고 들어갔다. 회사 쪽이 넷이 되었다.

국군 쪽 다섯 번째는 재민이었다.

재민은 공을 진흙 위에 놓았다. 공에서 물이 배어 나왔다. 탄약 상자 둘 사이에 레온이 서 있었다. 목장갑 낀 손을 무릎에 짚고, 허리를 조금 굽히고, 재민의 발이 아니라 눈을 보았다. 연병장 둘레의 이백 명이 조용해졌다. 바람이 임진강 쪽에서 불어 와 젖은 풀 냄새를 날랐다.

“그대는 늘 오른쪽으로 차오.” 레온이 말했다. “전반에도 그랬소. 위험한 데로 갈 때도 그대는 늘 맨 앞 오른쪽에 서오. 소인은 그것을 첫날 밤부터 보았소.”

“그럼 왼쪽으로 차겠습니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은 대개 오른쪽으로 차오.”

재민은 숨을 한 번 쉬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찼다.

레온이 오른쪽으로 몸을 던졌다. 쉰두 살의 몸이 진흙에 미끄러지며 길게 누웠고, 목장갑 낀 손끝에 공이 걸렸다. 공은 탄약 상자 위로 튀어 나가 물웅덩이에 떨어졌다. 회사 쪽 이백 명이 한꺼번에 소리를 질렀다. 국군 쪽 열여덟은 한꺼번에 주저앉았다.

레온이 진흙 속에서 일어나 앉았다. 얼굴 반쪽이 흙투성이였다. 레온이 재민을 올려다보았다.

“졌으니 깃발 수업이오.”

“알겠습니다. 공짜로 하겠습니다.”

“그건 안 되오.” 레온이 손을 내밀었고, 재민이 그 손을 잡아 일으켰다. “소인은 첫날 수업료를 내겠다고 말했소. 그 말은 시합 전에 한 말이오. 시합으로 소인의 말을 무를 수는 없소. 소인은 거짓말을 안 하오.” 레온은 목장갑을 벗어 진흙을 털었다. “수업료는 밥이오. 수업은 국방부 돈이 들어올 때까지 매일 저녁 하시오. 하루라도 빠지면 그날 밥은 없소.”

재민은 대답을 바로 못 했다. 뒤에서 민수가 정우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수업료가 밥이랍니다. 졌는데 이겼습니다. 이게 무슨 문화입니까?

레온은 그 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연병장을 걸어 나갔다. 걸음이 조금 절었다. 진흙에 미끄러질 때 왼쪽 무릎을 찧은 모양이었다.

*

저녁 여덟 시, 첫 깃발 수업은 창고 막사 앞 공터에서 열렸다. 회사 의장대 넷이 연병장 깃대에서 빌려 온 연습용 천을 들고 섰고, 재민이 접는 순서를 보여 주었다. 길게 두 번, 가로로 세 번. 의장대 넷이 따라 했고, 넷 다 마지막에 삼각형으로 돌아갔다. 손이 기억하는 것을 말로 바꾸기는 어려웠다.

수업이 끝나자 회사 식당에서 보온 상자 다섯 개가 왔다. 상자 위에는 이번에는 평가지가 없었고, 영수증만 붙어 있었다. 「교육 용역비 — 한여울사단 의장 교육」.

그날 밤 창고 앞 공터에서 작은 술자리가 벌어졌다. 회사 매점에서 니코가 맥주를 한 상자 들고 왔고, 비샬이 안산에서 배웠다는 소주 따르는 법을 가르쳤다. 마그다는 번역기를 끄고 와서 아무 말 없이 맥주만 마셨다. 정우가 맥주 캔에 볼펜으로 숫자를 적었다. 이백칠.

“그거 뭡니까?” 비샬이 물었다.

“전역까지 남은 날.”

“우리 공장에서도 그거 했어요. 비자 끝나는 날. 근데 끝나니까 좋지 않았어요. 돈 없어요.”

니코가 일어났다. 그리고 맥주 캔을 내려놓고,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피지어였다. 느리고, 같은 줄이 여러 번 돌아오는 노래였다. 비샬이 니코에게 영어로 물었고, 니코가 대답했고, 비샬이 옮겼다.

“피지에서 누가 떠날 때 부르는 노래래요. 배 타고 멀리 갈 때. 이사 레이. 잘 가라, 다시 와라, 그런 뜻이래요. 니코 형이 바다에서 잃은 형님 생각날 때 부른대요.”

정우가 따라 불렀다. 발음이 엉망이었는데 니코가 정우의 어깨를 한 번 두드리고 같은 줄을 천천히 다시 불렀다. 정우가 다시 따라 했다. 이번에는 조금 나았다. 민수가 그 위에 랩을 얹으려다 은별의 빈 침상 쪽을 보고 그만두었다. 노래는 세 번 돌았고, 세 번째에는 국군 스물여덟이 거의 다 같은 줄을 흥얼거렸다. 마그다만 부르지 않고 캔을 손에 쥐고 있었는데, 캔을 쥔 손가락이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밤 열 시 십이 분, 사이렌이 울렸다.

길고 높은 소리가 연병장 전체를 덮었다. 니코의 노래가 끊겼다. 마그다가 먼저 일어섰다. 무전기에서 에밀리의 목소리가 빠르게 나왔다.

“동쪽 끝 초소, 북쪽에서 총격이에요. 초소 콘크리트 벽에 총알 네 발이 박혔어요. 다친 사람은 아직 없어요. 사장님이 지휘 벙커로 오래요. 국군 전원이요.”

정우가 맥주 캔을 내려놓았다. 캔 위의 이백칠이 가로등 불빛에 하얗게 보였다. 정우는 군화 끈을 다시 묶었다. 두 번 묶었다.

5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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