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116자)

우물

무림 고수들이 내 의원에 외상을 달았다 · 한도윤

그 밤 우물은 쌍둥이가 지켰다. 우창이 우물 동쪽에, 좌창이 우물 서쪽에 창을 세우고 앉았다. 둘 다 두레박 줄에서 눈을 떼지 않겠다고 했다. 초림은 우물 뚜껑을 덮고 그 위에 맷돌 한 짝을 올려놓은 다음 약방으로 건너갔다. 백리운의 명치에 쓸 탕약을 할멈과 함께 밤새 달일 생각이었다.

자정이 지나 초림이 숯을 가지러 나왔을 때, 쌍둥이는 서로를 보고 있었다.

“네가 먼저 자라. 나는 안 졸리다.”

“네가 먼저 자라. 나는 더 안 졸리다.”

“형이 먼저 자라.”

“네가 형이다.”

“내가 먼저 나왔다고 누가 그러더냐?”

“어머니가.”

“어머니는 우리 둘을 구분 못 했다.”

초림은 숯 바구니를 들고 약방으로 돌아갔다. 새벽녘에 다시 나왔을 때, 쌍둥이는 창을 끌어안은 채 동시에 자고 있었다. 우물 뚜껑의 맷돌은 그대로였다. 두레박 줄도 젖지 않은 채 걸려 있었다. 초림은 맷돌을 손으로 한 번 쓸어 보았다. 이슬만 차갑게 묻어 나왔다.

*

아침은 홍련이 끓인 시래깃국이었다. 홍련은 동이 트자마자 쌍둥이를 깨워 우물물을 길어 오게 했고, 맷돌을 치운 우물에서 올라온 물은 맑고 찼다. 된장이 풀리고 시래기가 익는 냄새가 의원 마당을 채웠다.

“묵향 그릇이 왜 내 것보다 크오?”

곽진이 말했다.

“새로 왔으니까.”

홍련이 말했다.

“노부도 새로 온 지 열흘밖에 안 됐소.”

매청운이 말했다.

“열흘이면 헌 사람이오.”

탁노개가 자기 그릇을 비우고 묵향의 그릇에 손을 뻗다가 묵향의 눈과 마주쳤다. 흑사곡 호위의 눈이었다. 탁노개는 손을 거두고 제 그릇을 핥았다.

반장호는 국을 두 그릇째 받았다. 첫 그릇은 닭장수 아낙이 새벽에 담장 너머로 건넨 달걀 두 알을 띄워 먹었는데, 그 달걀이 왜 자기 그릇에만 들어 있는지 개산부는 여전히 몰랐다. 홍련이 그것을 보고 국자로 웃음을 가렸다. 쌍둥이는 밤새 잠들었던 것을 들킬까 봐 아무 말 없이 국만 먹었다. 홍련은 다들 퍼 준 뒤에 솥 바닥에 남은 것을 국자째 들이켰다. 위장에 묵은 독이 빠지고 처음으로 제 국을 끝까지 먹는 아침이었다.

초림은 약방에서 탕약 사발을 들고 나왔다. 백리운에게 먹일 것이었다. 마당을 지나다가 초림은 발을 멈췄다. 홍련이 국자를 떨어뜨렸다.

국자가 땅에 떨어진 소리가 둔했다. 홍련은 그것을 줍지 않았다. 대신 두 손으로 명치를 눌렀다.

“이거…….”

홍련이 무릎을 꿇었다. 그 옆에서 반장호의 손에서 국그릇이 미끄러졌다. 거구가 천천히 옆으로 기울었다. 쌍둥이가 동시에 일어서려다 동시에 주저앉았다. 곽진이 칼을 찾아 허리를 더듬었다. 칼은 물독에 있었다. 곽진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탁노개가 그릇을 핥던 혀를 내민 채 초림을 보았다.

“의원, 국에…….”

그 말을 끝내지 못했다.

묵향은 가장 늦게 쓰러졌다. 이십 년을 독 곁에서 산 몸이었다. 묵향은 무릎으로 기어서 우물까지 가더니, 두레박에 남은 물을 손가락으로 찍어 혀에 대었다. 그리고 웃었다. 웃음이 아니라 이가 드러났다.

“우물이 아닙니다. 물길입니다. 이 우물은 산에서 내려오는 땅속 물줄기를 받습니다. 물길 위쪽 어디에 풀었으면 뚜껑을 아무리 덮어도…….”

묵향이 쓰러졌다.

마지막까지 서 있던 사람은 매청운이었다. 화산 장로는 국그릇을 내려놓고, 수염을 한 번 쓸고, 초림을 보았다.

“의원. 노부는 이번엔 진짜 중환자요.”

그 말을 하고 매청운이 뒤로 넘어갔다. 초림은 탕약 사발을 내려놓고 그 머리가 땅에 닿기 전에 받았다. 머리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

여덟이 마당에 누웠다. 병상의 백리운까지 아홉이었다.

오 할멈이 약방에서 뛰어나와 하나씩 손목을 짚었다. 할멈의 손이 반장호의 손목에서, 홍련의 손목에서, 탁노개의 손목에서 차례로 떨렸다.

“팔로 안 오른다.”

“네?”

“손목이 깨끗해. 국으로 들어갔으니 위장으로 들어갔다. 위장에서 명치로, 명치에서 가슴으로.”

초림은 반장호의 저고리를 열었다. 거구의 명치 위로 검은 실이 가늘게, 그러나 여러 가닥으로 가슴뼈를 타고 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칠 년 전 아버지의 가슴에서 본 그대로였다. 찻잔으로 들어간 독. 팔과 다리를 막는 침 셋으로는 길을 막을 수 없는 독.

“할머니, 얼마나 남았어요?”

“묽게 탔다. 저 계집이 또 묽게 탔어. 하루. 길어야 하루하고 반나절.”

“왜 또 묽게 타요?”

“흥정하려고.”

할멈이 고개를 들었다. 의원 앞길 건너, 시약소 문간에 연비가 서 있었다.

*

연비는 길을 건너왔다. 이번에도 혼자였다. 의원 마당에 아홉 사람이 누워 있는 것을 연비는 한 사람씩 보았다. 묵향을 볼 때만 눈이 조금 오래 머물렀다.

연비가 소매에서 작은 나무 상자를 꺼냈다. 뚜껑을 열자 검은 환약 아홉 알이 솜 위에 놓여 있었다. 쓴 냄새가 났다.

“해약이오. 한 사람에 한 알. 먹으면 반 시진 안에 실이 내려가오.”

“값은요?”

“의원 땅과 뒤의 빈터. 그리고 회류삼침. 이번에는 그림도 그려 드리지 않겠소.”

초림은 상자 안의 환약을 보았다. 아홉 알. 반장호의 가슴을 오르는 실을 보았다. 매청운이 초림의 치맛자락을 잡고 있었다. 기절한 사람의 손이 그것을 놓지 않았다.

그때 광장 쪽에서 발소리가 몰려왔다. 화산과 종남 제자 스물이었다. 탁노개가 쓰러지기 전에 거지 하나를 객잔으로 뛰게 했던 모양이었다. 화산 콧수염이 마당에 누운 매청운을 보고 그대로 굳었다. 종남 제자 하나가 곽진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었다.

콧수염이 칼을 뽑았다. 칼끝이 연비의 목을 향했다.

“해약을 내놔라.”

연비는 칼끝을 보지 않았다. 초림만 보았다.

“칼은 소 의원 일이 아니오. 흥정은 소 의원과 하겠소.”

“이 계집을 베면 해약이 우리 손에 들어온다!”

“베면 상자가 땅에 떨어지겠지. 그 환약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누가 아시오? 그대 화산에 흑사곡 해약을 아는 의원이 있소?”

콧수염의 칼끝이 흔들렸다. 종남 제자들이 일어섰다.

“그럼 장로님을 산으로 모시겠소. 종남 약당으로.”

“화산 약당이 더 가깝다!”

“산까지 반나절이오.”

초림이 말했다. 스무 명의 눈이 초림에게 모였다.

“업고 뛰면 가슴이 흔들려요. 가슴이 흔들리면 실이 빨리 올라요. 산문에 닿기 전에 목까지 와요. 화산 약당에 가도, 종남 약당에 가도 명치 독을 내려보내는 법은 없어요.”

“그대는 있소?”

콧수염이 칼끝을 초림에게로 돌렸다. 연비의 목에서 떨어진 칼이 초림의 어깨 앞에 멈췄다.

“그대 아버지도 이 독에 죽었다고 들었소. 그대가 고칠 수 있다는 걸 어떻게 믿소? 우리 사숙조님 목숨을 그대 손에 맡기라는 거요?”

초림은 대답하지 않았다. 칼끝이 어깨 앞에 있었다. 등 뒤에서 할멈의 숨소리가 들렸다.

“진에서는 진 의원 말을 따르시오.”

맹덕수였다. 진장은 잠옷이 아니라 장날에 입는 비단 저고리를 입고 마당 문간에 서 있었다. 손을 비비지 않았다. 대신 두 손을 배 앞에서 꽉 맞잡고 있었다.

“이 진에서 지난 열흘 동안 흑사곡 독을 맞은 사람이 스물하나요. 그중에 죽은 사람이 하나도 없소. 다 이 집에서 나갔소. 화산 장로도, 종남 장로도, 두부집 영감도. 장로님들 산으로 업고 가다 죽으면, 그 시신을 받는 건 청하진 길이오. 우리 진 길에서 화산 장로가 죽었다는 말이 나오게 할 수 없소.”

맹덕수의 목소리가 마지막에 갈라졌다. 그래도 진장은 문간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콧수염이 칼을 천천히 내렸다. 그러고는 초림에게 물었다.

“얼마나 걸리오?”

“모르겠어요.”

“모른다고?”

“오늘 밤 안에 해 볼게요. 혼자요.”

연비가 상자 뚜껑을 닫았다. 탁 소리가 났다.

“혼자서 아홉을? 명치를? 그대 아버지가 자기 몸 하나에도 못 놓은 그 침을?”

“네.”

“거절하는 것이오?”

“해약 받고 땅 내주고 침법 가르치면, 다음 달에 소곡주는 이 진 우물 전부에 독을 풀 거예요. 풀 줄 아니까.”

초림은 치맛자락을 잡은 매청운의 손을 하나씩 풀었다. 손가락 하나를 풀 때마다 노인의 손이 다시 그러쥐려고 했다.

“내일 해 뜰 때 오세요. 아홉이 살아 있으면 그 상자 도로 가져가시고요.”

“죽어 있으면?”

“그때 흥정해요. 제 손이 남아 있으면요.”

연비는 한참 초림을 보았다. 그러다 상자를 소매에 넣고 돌아섰다. 길을 건너기 전에 한 번 멈춰,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해 뜰 때 오겠소. 상자를 들고.”

*

초림은 침통을 열었다. 마흔두 대. 길이 순서대로 꽂혀 있었다. 백리운이 닦아 꽂은 순서였다.

“할머니, 숯 화로 넷하고 뜨거운 물이요. 그리고 쑥 있는 거 다요.”

“제자들은?”

초림은 마당에 선 스무 명을 보았다. 화산 흰 도포와 종남 회색 도포가 섞여 서 있었다.

“등잔 들 줄 아세요?”

콧수염이 대답하기 전에, 초림은 첫 번째 사람의 저고리를 열었다. 반장호였다. 명치 위로 실이 세 가닥 오르고 있었다. 초림은 긴 침 세 대를 골라 화로 불에 한 번씩 지나가게 했다.

아홉 사람에 세 대씩. 스물일곱 대였다. 그것으로 실을 멈출 수는 있었다. 내려보내는 네 번째는 그다음 일이었다.

*

시약소 안쪽 방에서 연비는 나무 상자를 등잔 옆에 내려놓았다. 사내 하나가 문간에 무릎을 꿇었다. 물길 위쪽에 가루를 푼 사내였다. 손톱 밑이 아직 검었다.

“소곡주, 곡주께서 사흘 거리에 와 계십니다. 내일모레면 진에 닿으십니다.”

“알았다.”

“의원 쪽에 사람을 붙일까요? 밤새 무슨 짓을 하는지…….”

“아무도 건드리지 마라. 해 뜰 때까지 의원 담장 열 걸음 안에 우리 사람이 하나라도 들어가면, 내가 그 손목을 자른다.”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가 도로 숙였다. 연비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사내는 처음 들었다.

사내가 나가자 연비는 상자 뚜껑을 열었다. 환약 아홉 알. 곡의 약방에서 석 달을 달여 만든 것이었고, 흑사산을 맞은 지 사흘 안의 사람에게만 들었다. 독을 이십 년 곁에 둔 몸에는 듣지 않았다. 연비의 어머니가 죽기 전날 그 환약을 열 알 넘게 삼켰지만, 목까지 오른 실은 한 치도 내려가지 않았다.

연비는 장갑을 벗고 손목을 등잔에 비췄다. 두 마디. 해가 기울도록 연비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길 건너 의원 창호지마다 불이 켜졌다. 그림자 하나가 그 불 사이를 오갔다. 몸을 숙였다 폈다가, 다시 숙였다.

연비는 그 그림자가 숙이는 횟수를 세다가 그만두었다. 셀 수가 없었다.

자정 무렵 그림자가 멈췄다. 한 사람 곁에 숙인 채로, 오래 움직이지 않았다. 연비는 저도 모르게 의자에서 일어나 있었다.

7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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