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523자)
뱃노래를 사러 온 조합장
무공 일타 강사 · 여무겸
칠월 스무날, 나는 상목을 데리고 다시 나루로 내려갔다. 상목의 열은 낮에는 내렸다가 해만 지면 올랐다. 무량은 밤마다 침을 놓았지만, 열넷이 열일곱이 되자 해시에 시작한 침이 축시를 넘겼다. 무량이 약방 문간에서 졸다가 침통을 떨어뜨린 밤, 나는 짐배를 불렀다.
관아 대청에서 무량이 던진 물음이 짐배 바닥에 같이 실려 있었다. 그대 집안은 무엇을 했소. 증조할아버지는 강으로 왔다고만 적었다. 강에 무엇이 있는지는 강에 가서 보는 수밖에 없었다.
상목은 소금 자루 사이에 누워 있었다. 배가 흔들릴 때마다 손바닥을 뱃전에 댔다. 물에 젖은 나무가 손을 식혀 주었다.
“쌤, 저 시험 볼 수 있어요?”
“볼 수 있게 할 거야.”
“그 말 저번에 둘째한테도 하셨대요.”
“둘째한테 한 말이 너한테도 맞는 말이야.”
상목이 웃다가 기침을 했다. 나루에 닿을 때까지 나는 같은 말을 몇 번 더 했다. 할 수 있는 말이 그것뿐이었다.
*
어머니는 선창에서 그물을 손보고 있다가 나를 보고 노를 집었다. 상목을 보고 노를 내려놓았다. 상목의 손바닥을 한 번 쥐어 보고, 아무 말 없이 상목을 빈 배에 앉혔다. 노 하나를 상목 손에 쥐여 주고 자기도 하나를 쥐었다.
“밀어라.”
상목이 노를 밀었다. 너무 세게 밀어서 배가 옆으로 돌았다.
“그렇게 미는 거 아니다. 따라 해라.”
어머니가 노를 밀며 노래를 했다. 노래라기보다 박자에 붙인 소리였다.
“셋에 밀고, 둘에 쉬고. 셋에 밀고, 둘에 쉬고.”
‘셋에 밀고’에서 어머니는 숨을 들이켜며 노를 세 번 끊어 밀었다. ‘둘에 쉬고’에서 노를 물에 담근 채 두 박자 동안 소리를 길게 뺐다. 쉬고오, 하는 소리가 입에서 나가는 동안 가슴이 내려갔다. 쉬는 것은 노였고, 숨은 쉬지 않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상목이 따라 했다. 처음에는 노와 소리가 따로 놀았다. 노를 미는데 소리가 먼저 끝났고, 소리를 빼는데 노가 먼저 물에서 나왔다. 어머니는 상목의 노를 자기 손으로 잡아 박자를 맞춰 주었다. 열 번, 스무 번. 배가 선창에서 갯벌 끝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나는 선창에 앉아 박자를 셌다. 셋에 밀고, 둘에 쉬고. 노를 미는 세 번의 끊김이 내 전진 베기의 걸음과 겹쳤다. 하나에 두 걸음, 둘에 한 걸음. 마지막 걸음 직전, 숨을 멈추는 자리에 어머니의 ‘쉬고오’가 정확히 떨어졌다. 숨을 멈춰야 할 자리에서 노래는 숨을 내보내고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나 배가 선창에 닿았다. 상목이 노를 놓고 손바닥을 내밀었다. 나는 손을 맞대 보았다. 미지근했다. 해가 지기 시작했는데 미지근했다.
“쌤.” 상목이 울 것 같은 얼굴로 웃었다. “안 뜨거워요.”
*
저녁에 상목이 뱃집 마루에서 곯아떨어진 뒤, 어머니가 오리알 솥 앞에 앉아 나를 불렀다. 장작불이 어머니 얼굴 한쪽만 비췄다.
“기억나냐.”
기억났다. 나루에 내려오면서부터, 아니 단교 아래 사공이 흥얼거릴 때부터 기억나고 있었다. 여덟 살이었다. 아버지는 나를 배 앞자리에 앉히고 노를 쥐여 주었다. 노를 젓다 쉬는 사이에 나무 막대를 쥐여 주고 선창 판자 위에서 발을 짚어 주었다. 하나에 두 걸음, 둘에 한 걸음. 아버지는 발을 짚을 때마다 셋에 밀고 둘에 쉬고를 불렀다. 노를 저을 때와 같은 노래였다. 나는 그게 노 젓는 노래인 줄 알았다. 막대를 휘두를 때도 노래를 부르는 게 그냥 아버지 버릇인 줄 알았다.
아버지가 조수에 돌아가신 해에 나는 노래를 그만 불렀다. 부르면 아버지 목소리가 같이 들려서였다. 열일곱 살 시험장에서 나는 노래 없이 걸었다. 그리고 학관 거리에 올라와 열네 해 동안 혼자 익혔다. 혼자 익힐 때 나는 늘 흥얼거렸다. 무슨 노래인지 생각하지 않고 흥얼거렸다. 강의할 때는 하루 종일 말을 했다. 말을 하는 동안 숨은 멈추지 않는다. 열네 해 동안 내 손이 뜨겁지 않았던 것은 내가 일타 강사여서였다.
“교재 만들 때.” 나는 장작불을 보며 말했다. “노래를 넣을까 생각했어요.”
어머니가 오리알 하나를 건져 껍질을 깠다.
“노래가 숨이라는 거, 알았어요. 쉬고오 할 때 숨이 나가잖아요. 숨을 가르치는 건 심법이고, 심법은 학관에서 못 가르쳐요. 학관 약정이에요. 넣으면 허가가 날아가요. 그리고.”
“그리고.”
“노래 부르는 검법은 안 팔려요. 갈필수가 비웃을 거고, 애들도 창피해할 거예요. 한 달 완성이라고 써 놓고 뱃노래를 부르게 하면 누가 믿어요? 그래서 뺐어요. 알고 뺐어요.”
어머니가 껍질 깐 알을 내 손에 쥐여 주었다. 뜨거웠다.
“노래를 뺀 건 너다.”
“알아요.”
“그럼 됐다. 다시 넣어라.”
“넣으면 학관 문 닫아요.”
“그럼 문 닫아라.” 어머니가 다음 알을 건졌다. “노 젓는 사람은 숨부터 배운다. 칼 쥐는 사람이라고 다르겠냐.”
나는 뜨거운 알을 손에 쥔 채 앉아 있었다. 문을 닫으라는 말을 이렇게 쉽게 하는 사람은 학관 거리에 없었다. 학관 거리에서 문을 닫는다는 것은 끝이었다. 나루에서는 밤이 오면 문을 닫았다. 날마다 닫았다.
이튿날 아침, 나는 선창 판자 위에서 상목과 나란히 섰다. 나무 막대 둘을 칼 대신 쥐었다. 노래가 칼에도 통하는지 보아야 했다.
“전진 베기. 노래하면서.”
“소리 내서요?”
“일단 소리 내서.”
셋에 밀고, 하나에 두 걸음. 둘에 쉬고, 둘에 한 걸음. 쉬고오 하는 소리가 나가는 동안 막대가 내려왔다. 숨이 멈추지 않았다. 배꼽 근처가 따뜻해지지 않았다. 상목도 같았다. 갯벌에서 조개를 캐던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깔깔 웃었다. 금관 쓴 강사가 뱃노래를 부르며 막대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시험장에서는 소리 내면 안 되잖아요. 시험관이 미친 줄 알아요.”
“그럼 속으로.”
속으로 부르며 걸었다. 마지막 걸음 직전, 몸이 또 숨을 멈췄다. 속으로 부르는 노래는 숨을 데리고 나가지 못했다. 상목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나는 막대를 내려놓고 상목의 등을 두드렸다.
“입은 다물고, 소리는 내고.”
“그게 돼요?”
“콧노래.”
입을 다물고 코로 흥얼거렸다. 음, 음음, 으음. 쉬고오 자리에서 콧소리가 길게 빠지는 동안 숨이 코로 나갔다. 막대가 내려왔다. 상목도 따라 했다. 둘이 선창 위에서 입을 꾹 다물고 콧노래를 부르며 칼을 휘둘렀다. 조개 캐던 아이들이 이번에는 웃다가 갯벌에 주저앉았다. 어머니가 그물 너머에서 우리를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어깨가 들썩였다.
“쌤, 이거 교재 제목 뭐로 해요?”
“콧노래 검법은 안 돼.”
“왜요?”
“안 팔려.”
상목이 막대를 쥔 채 웃었다. 웃는 동안 숨이 나갔고, 손은 미지근했다.
*
칠월 스무사흘 낮, 나루에 놀잇배 한 척이 들어왔다. 짐배도 생선 배도 아닌 놀잇배였다. 뱃머리에 은관을 쓴 사람이 서 있었다. 서 있다가 배가 흔들리자 주저앉았고, 주저앉은 채로 뱃전에 얼굴을 묻었다. 갈필수는 배를 타면 속이 불편한 사람이었다.
조교가 갈필수를 부축해 선창에 올렸다. 갈필수는 선창에 올라서자마자 은관 끈을 고쳐 매고 허리를 폈다. 얼굴은 아직 하얬다.
“봉 강사.”
“조합장님, 여기는 학관 거리 밖인데요. 조합 규약도 거리 밖은 말 안 하던데.”
“규약 얘기하러 온 게 아니오.” 갈필수가 숨을 골랐다. “소문을 들었소. 봉 강사 수강생 하나가 나루에 와서 노래 몇 번 부르고 열이 내렸다고. 단교 아래 사공들이 퍼뜨렸소. 사공들 입은 짐배보다 빠르오.”
갈필수가 조교에게 손짓했다. 조교가 보자기를 풀었다. 은자가 소리를 내며 판자 위에 쏟아졌다.
“쉰 냥이오. 그 노래, 우리 학관이 사겠소. 독점으로.”
나는 은자를 보았다. 쉰 냥이면 상목 약값을 열여섯 번 낼 수 있었다. 환불 줄에 선 사람들에게 다 돌려주고도 남았다. 숨 다섯 번이 지나갔다. 대석에게 말한 숫자 그대로였다.
“독점이면 조합장님 학관만 부르겠다는 거네요.”
“아니오.”
갈필수가 은자 하나를 집어 손바닥에 굴렸다.
“아무도 안 부르게 하겠다는 거요. 사서 묻겠다는 거요.”
뒤에서 어머니가 그물 손질을 멈췄다.
“그 노래가 숨을 내보내는 노래라면서? 숨은 심법이오. 학관이 그걸 가르치면 약정 위반이오. 봉 강사 수강생들이 그 노래를 학관 거리에 퍼뜨리면, 팔월에 지부 사람들이 와서 마흔 곳 창문마다 뱃노래 소리를 듣게 되오. 그날로 거리가 닫히오. 내가 사서 묻으면 아무도 안 부르오. 거리가 사오.”
“조합장님 학관 애들 손은요? 창가에서 돌에 손 대고 있는 애들이요.”
갈필수의 은자 굴리던 손이 멈췄다.
“그건.” 갈필수가 은자를 쥐었다. “그건 내가 따로 부르게 하겠소. 우리 애들만, 몰래. 문 닫고.”
“그럼 독점이 맞네요. 노래는 조합장님만 가지고, 숨은 조합장님 애들만 쉬고, 나머지는 손을 돌에 대고.”
“봉 강사가 퍼뜨리면 마흔 곳이 다 문을 닫소! 나만 살자는 게 아니오. 국숫집도 하숙집도 붓 가게도 다 살자는 거요!”
갈필수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나는 쏟아진 은자를 내려다보았다. 판자 틈으로 은자 하나가 굴러 들어가 갯벌에 떨어졌다. 퐁, 소리가 났다.
“노래는 안 팔아요.”
“그럼 공짜로 퍼뜨리겠다는 거요?”
“공짜로 드릴게요. 조합장님 애들한테 부르게 하세요. 문 열고.”
갈필수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공짜로 준다는데 받을 수 없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받는 순간 갈필수 학관도 약정 위반이 되었다.
어머니가 그물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노를 집었다.
“다 들었다. 남의 집 노래를 사서 묻겠다고?”
“어머님, 오해십니다. 저는 학관 거리 조합장으로서.”
노가 날아왔다. 갈필수는 놀잇배 쪽으로 뒷걸음질 쳤고, 선창 끝에서 발을 헛디뎠다. 갈필수가 뱃전을 붙잡는 사이 은관이 머리에서 빠져 강물로 떨어졌다. 썰물이 은관을 데리고 바다로 나갔다. 중원절 밤 등불들이 흘러간 길이었다.
“내 관!”
조교가 장대를 들고 뛰어갔지만 은관은 이미 갯벌 끝을 돌고 있었다. 갈필수는 놀잇배에 엎드려 은관이 사라지는 물길을 보았다. 빚으로 산 관이었다. 나는 웃지 않았다. 어머니도 노를 든 채 웃지 않았다.
조교가 판자 위 은자를 주워 보자기에 쌌다. 갯벌에 떨어진 하나는 줍지 못했다. 놀잇배가 나루를 떠날 때 갈필수가 뱃전에서 고개를 들었다.
“봉 강사, 거리에 퍼뜨리지 마시오. 부탁이오.”
부탁이라는 말은 갈필수에게서 처음 들었다.
*
칠월 스무닷새 해 질 녘, 이번에는 짐배가 들어왔다. 뱃머리에 덩치가 서 있었다. 대석은 배가 닿기도 전에 선창으로 뛰어내렸다가 무릎까지 갯벌에 빠졌다. 빠진 채로 종이를 흔들었다.
“쌤, 큰일 났어요!”
“오늘은 몇 개야?”
“하나요. 근데 제일 커요.”
대석이 갯벌에서 다리를 빼며 종이를 내밀었다. 무림맹 항주 지부의 붉은 인장이 찍힌 방 사본이었다. 학관 거리 무림문 앞에 오늘 아침 붙었다고 했다.
「알린다. 봉천우 무공반 수강생은 혈교의 술을 익힌 자로 본다. 구월 아흐레 입문 대시험에 이들의 원서를 받지 않는다. 육화탑 회의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이 방은 유효하다. 무림맹 항주 지부」
뱃집 마루에서 상목이 일어나 앉는 소리가 났다. 문간까지 나온 상목이 방 사본을 보았다. 미지근해진 손바닥으로 문설주를 짚었다.
“쌤.”
상목은 그다음 말을 하지 않았다. 셋에 밀고 둘에 쉬는 노 소리가 강 위를 지나갔다. 나는 노래를 찾았고, 노래를 찾은 날 원서가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