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338자)

환불 창구 앞의 어머니회

무공 일타 강사 · 여무겸

팔월 초하루 진시⁠, 학관 아래층 환불 창구 앞에 어머니회가 줄을 섰다⁠. 칠월 내내 두 패로 갈라져 있던 어머니회가 이날은 한 줄이었다⁠. 무림맹 지부의 방이 두 패를 하나로 묶었다⁠. 원서를 못 내는 반에 아이를 둘 어머니는 없었다⁠.

창구라고 해 봐야 대석의 책상 하나였다⁠. 대석은 책상 앞에 앉아 엽전 꾸러미와 은자 주머니를 쌓아 놓고⁠, 수강증을 하나 받을 때마다 은자를 내주었다⁠. 은자를 내줄 때마다 한숨을 쉬었고⁠, 한숨을 쉴 때마다 줄 선 어머니들이 대석을 노려보았다⁠.

“⁠조교님⁠, 한숨 쉬지 마세요⁠. 우리가 미안해지잖아요⁠.⁠”

“⁠제가 미안해서 쉬는 거예요⁠.⁠”

“⁠그럼 더 미안해지잖아요⁠!⁠”

나는 계단 중간에 서서 줄을 내려다보았다⁠. 줄은 학관 문을 나가 국숫집 앞까지 이어졌다⁠. 칠월 초하루에 수강 신청 줄이 무림문 성벽까지 이어졌던 거리였다⁠. 같은 거리에 같은 사람들이 반대 방향으로 서 있었다⁠. 자리 장사꾼이 이번에도 와 있었다⁠. 환불 줄 자리를 팔고 있었다⁠.

국숫집 둘째의 어머니가 창구 앞에 섰다⁠. 밀가루 묻은 앞치마를 두른 채였다⁠. 수강증을 내밀다가 멈추고 계단의 나를 올려다보았다⁠.

“⁠봉 선생⁠, 우리 둘째는 손이 다 식었어요⁠. 노래 부르고 식었어요⁠. 근데 원서를 못 낸다네요⁠.⁠”

“⁠회의에서 바꾸겠습니다⁠.⁠”

“⁠회의가 못 바꾸면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둘째 어머니가 수강증을 대석 책상에 내려놓았다⁠. 은자 두 냥이 둘째 어머니 앞치마 주머니로 들어갔다⁠.

줄 중간에서 비린내가 났다⁠. 상목의 어머니였다⁠. 어머니회 사람들이 상목 어머니에게 앞자리를 내주려 했고⁠, 상목 어머니는 손을 저으며 자기 자리를 지켰다⁠. 차례가 오자 상목 어머니는 수강증 대신 마른 조기 한 두름을 대석 책상에 올려놓았다⁠.

“⁠환불 안 받소⁠.⁠”

줄이 술렁였다⁠. 대석이 조기를 내려다보았다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머님⁠, 원서를 못 내는 반입니다⁠. 받으셔야 해요⁠.⁠”

“⁠우리 상목이 나루에서 노래 부르고 식어서 왔소⁠. 화산 장로가 열흘 넘게 밤마다 침 놔도 밤마다 다시 오르던 열이⁠, 봉 선생 어머니 노 한 자루에 내렸소⁠.⁠” 상목 어머니가 줄을 돌아보았다⁠. “⁠나는 돈은 모르오⁠. 내 아들 손은 아오⁠.⁠”

“⁠원서는요⁠?⁠” 줄 뒤에서 누가 물었다⁠.

“⁠원서는 봉 선생이 회의 가서 받아 오라고 하오⁠.⁠” 상목 어머니가 계단 위의 나를 올려다보았다⁠. 조기로 내 뺨을 치던 날과 같은 눈이었다⁠. “⁠못 받아 오면 그때 이 조기로 또 칠 거요⁠. 그러니 환불 안 받소⁠.⁠”

상목 어머니가 줄을 빠져나갔다⁠. 조기 두름은 대석 책상 위에 남았다⁠. 대석은 조기를 은자 주머니 옆에 나란히 놓았다⁠. 은자보다 무거워 보였다⁠. 줄 선 어머니 두엇이 조기를 보다가 수강증을 쥔 손을 내렸다⁠.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원서는 은자로도 조기로도 낼 수 없었다⁠.

정오가 되기 전에 대석의 은자 주머니가 비었다⁠. 대석이 빈 주머니를 거꾸로 들고 흔들었다⁠.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았다⁠. 줄은 아직 국숫집 앞에 있었다⁠.

“⁠쌤⁠, 큰일 났어요⁠.⁠”

“⁠알아⁠.⁠”

“⁠아직 말도 안 했는데요⁠.⁠”

“⁠주머니가 말했어⁠.⁠”

*

오후에 무림맹 항주 지부 사람들이 학관 거리에 들어왔다⁠. 해마다 팔월 초하루면 오는 허가 갱신 행렬이었다⁠. 푸른 깃발 아래 지부 서기가 앞장서고⁠, 붓과 문서를 든 아전 둘이 뒤를 따랐다⁠. 서기는 학관 마흔 곳 문 앞을 하나씩 지나며 간판을 올려다보고⁠, 문서에 붓으로 점을 찍었다⁠. 갈필수가 새로 산 놋관을 쓰고 서기 옆에 붙어 걸었다⁠. 은관은 지금쯤 바다에 있었다⁠.

서기는 우리 학관 앞에서 멈췄다⁠. 「⁠봉천우 무공반⁠」⁠. 대석이 사흘 밤을 새워 쓴 글씨를 오래 올려다보았다⁠.

“⁠이 간판은 아직 붙어 있구려⁠.⁠”

“⁠조합에서 퇴출된 학관입니다⁠.⁠” 갈필수가 재빨리 말했다⁠. “⁠거리 학관이 아닙니다⁠.⁠”

“⁠건물은 거리 안에 있소⁠.⁠” 서기가 문서에 점을 찍지 않고 붓을 들고만 있었다⁠. “⁠지부는 간판을 보오⁠. 시비 있는 이름이 거리 안에 붙어 있는 한⁠, 거리 갱신은 회의 뒤로 미루겠소⁠.⁠”

서기가 다음 학관으로 갔다⁠. 갈필수가 서기 뒤를 따라가다 말고 돌아와 내 앞에 섰다⁠. 놋관 끈을 턱 밑에서 쥐고 있었다⁠.

“⁠봉 강사⁠, 이 건물을 파시오⁠.⁠”

“⁠조합장님한테요⁠?⁠”

“⁠나 말고 누가 사겠소⁠? 시비 붙은 건물을⁠.⁠” 갈필수가 목소리를 낮췄다⁠. “⁠환불할 돈이 떨어졌다는 거 거리가 다 아오⁠. 국숫집 앞까지 줄이 서 있는데 주머니가 비었소⁠. 봉 강사가 돈을 못 돌려주면 내일은 어머니회가 관아로 가오⁠. 그럼 금령 말고 사기로 잡혀가오⁠.⁠”

“⁠얼마요⁠?⁠”

갈필수가 손가락 둘을 폈다⁠.

“⁠이백 냥이오⁠.⁠”

“⁠작년에 사백 냥 주고 산 건물인데요⁠.⁠”

“⁠작년에는 봉천우 간판이 일등 간판이었소⁠.⁠” 갈필수가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올해는 시비 간판이오⁠.⁠”

갈필수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이백 냥이면 남은 환불을 다 하고 약값이 남았다⁠. 사백 냥에 산 건물을 이백 냥에 파는 것은 학관 거리 일등이 할 일이 아니었다⁠. 나는 이제 학관 거리 일등이 아니었다⁠.

“⁠조합장님 빚이 학관 두 곳 값이라면서요⁠. 이백 냥은 어디서 나요⁠?⁠”

“⁠쉰 냥은 봉 강사가 안 받아 간 은자요⁠. 나머지는 빚을 더 냈소⁠.⁠” 갈필수가 끈을 놓았다⁠. “⁠내가 이 건물을 사면 거리가 갱신을 받소⁠. 거리가 갱신을 받으면 내 학관이 살고⁠, 내 학관이 살면 빚을 갚소⁠. 봉 강사 돈으로 봉 강사 수강생 환불하는 거니⁠, 서로 좋지 않소⁠?⁠”

“⁠제 돈이 아니고 조합장님 빚이죠⁠.⁠”

“⁠그러니 내가 더 급하오⁠.⁠”

계단 위에서 대석이 빈 은자 주머니를 쥐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국숫집 앞 줄이 조금씩 앞으로 밀려왔다⁠. 나는 부채를 펴서 간판을 가렸다가 접었다⁠.

“⁠파세요⁠.⁠”

“⁠사겠다는 거요⁠?⁠”

“⁠팔겠다고요⁠. 대신 간판은 제가 떼어 갑니다⁠.⁠”

해 질 녘⁠, 대석이 사다리에 올라 간판을 떼었다⁠. 간판이 대석의 넓은 등에 실려 내려왔다⁠. 갈필수의 조교가 새 간판을 들고 사다리 아래에서 기다렸다⁠. 「⁠갈필수 필수검법 둘째 관⁠」⁠. 글씨가 삐뚤었다⁠.

“⁠조교님⁠, 이것 좀 바로 써 주실 수 없소⁠?⁠” 갈필수가 대석에게 물었다⁠. “⁠품삯은 두 배로⁠.⁠”

대석이 간판을 등에 진 채 갈필수를 보았다⁠. 숨 한 번 쉬었다⁠.

“⁠안 써요⁠.⁠”

이번에는 숨 세 번이 걸리지 않았다⁠.

*

남은 수강생은 운하 나루 소금 창고로 옮겼다⁠. 학관 거리 끝에서 운하를 건너면 바로 나오는 창고로⁠, 다리 하나 차이로 조합 규약 밖이었다⁠. 창고 주인은 나루 뱃사람이었고⁠, 어머니와 같은 배를 젓던 사람이었다⁠. 한 달에 엽전 몇 꾸러미만 받았다⁠.

창고 안은 짰다⁠. 벽에 쌓인 소금 자루에서 짠 냄새가 났고⁠, 바닥 흙에 소금기가 하얗게 피어 있었다⁠. 창고 문을 열면 운하 바람이 들어와 소금 냄새를 조금 밀어냈다⁠. 대석이 떼어 온 간판을 창고 기둥에 기대 세웠다⁠. 학관 칠판은 갈필수에게 팔린 건물에 두고 왔다⁠. 칠판이 없어서 대석은 소금 자루를 쌓아 벽을 만들고⁠, 숯으로 자루 위에 글씨를 썼다⁠. 「⁠셋에 밀고 둘에 쉬고⁠」⁠.

창고 주인이 문간에서 숯 글씨를 읽더니 혀를 찼다⁠.

“⁠우리 배 노래를 소금 자루에 써 놓으면 소금이 노래를 하나⁠?⁠”

“⁠아저씨⁠, 소금은 안 하고 애들이 해요⁠.⁠”

“⁠애들이 하면 소금이 짜지나⁠?⁠”

“⁠덜 짜지면 환불해 드릴게요⁠.⁠”

창고 주인이 웃다가 사레가 들렸다⁠. 사레가 든 채로 셋에 밀고 둘에 쉬고를 흥얼거리며 나루로 내려갔다⁠. 흥얼거리는 동안 기침이 멎었다⁠. 대석이 숯을 쥔 채 창고 주인의 뒷모습을 보다가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못 본 척했다⁠. 하루에 몇 번씩 노래가 눈앞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팔월 초사흘⁠, 창고에 온 사람은 열둘이었다⁠. 상목⁠, 국숫집 둘째⁠, 단교에서 손을 든 몇⁠, 그리고 아람⁠. 아람은 맨 앞 소금 자루 위에 앉아 있었다⁠.

“⁠오늘은 노래부터 한다⁠. 입은 다물고⁠.⁠”

열두 명이 입을 다물고 콧노래를 불렀다⁠. 음⁠, 음음⁠, 으음⁠. 소금 창고가 벌집처럼 울렸다⁠. 창고 밖을 지나던 뱃사람이 문틈으로 들여다보고⁠, 금관 쓴 강사가 열두 명과 함께 콧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갔다⁠.

창고 문이 열린 것은 노래가 세 번째 돌았을 때였다⁠. 무량이 문간에 서 있었다⁠. 검은 장포에 팔짱이었다⁠. 다만 장포 가슴의 매화 수가 뜯겨 나가 있었다⁠. 실밥만 남아 있었다⁠.

콧노래가 하나씩 멈췄다⁠. 아람이 소금 자루 위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장로님⁠.⁠” 내가 말했다⁠.

“⁠이제 장로가 아니오⁠.⁠” 무량이 팔짱을 풀지 않았다⁠. “⁠관아에서 대윤 할아버지 이름을 말한 날⁠, 장문께 자리를 내놓았소⁠. 화산의 부끄러움을 제 입으로 관아에 꺼낸 사람이 장로 자리에 있을 수는 없소⁠.⁠”

“⁠그럼 무슨 일로⁠.⁠”

“⁠손자를 데리러 왔소⁠.⁠”

무량이 아람을 보았다⁠. 아람은 할아버지를 보지 않고 소금 자루에 쓰인 숯 글씨를 보았다⁠.

“⁠아람아⁠. 나는 이제 장로가 아니다⁠. 너를 붙일 힘도 없고⁠, 떨어뜨릴 힘도 없다⁠. 네가 원하던 대로다⁠. 화산에 시험으로 가려면 시험을 볼 수 있는 데에 있어라⁠. 이 창고에 있으면 원서를 못 낸다⁠.⁠”

“⁠회의에서 바뀔 수도 있어요⁠.⁠”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아람이 나를 보았다⁠. 상목이 아람의 소매를 잡았다가 놓았다⁠.

“⁠쌤⁠.⁠” 아람이 소금 자루에서 내려왔다⁠. “⁠상목이 형한테 들었어요⁠. 노래⁠, 알고 빼셨다면서요⁠.⁠”

창고 안의 열한 명이 나를 보았다⁠. 상목이 고개를 숙였다⁠. 나루에서 밤에 장작불 앞에서 한 말이었다⁠. 상목이 마루에서 자는 줄 알았다⁠.

“⁠알고 뺐어⁠.⁠”

“⁠왜요⁠?⁠”

“⁠심법이라서⁠. 약정 위반이라서⁠. 그리고 노래 부르는 검법은 안 팔려서⁠.⁠”

“⁠안 팔려서요⁠.⁠” 아람이 내 말을 따라 했다⁠. “⁠제 손이 뜨거웠던 게⁠, 안 팔려서였어요⁠?⁠”

“⁠그래⁠.⁠”

나는 다른 말을 찾지 않았다⁠. 찾으면 있었다⁠. 약정을 지키려고 했다는 말⁠, 몰랐다는 말⁠, 노래가 숨인 줄은 알았어도 사람을 쓰러뜨릴 줄은 몰랐다는 말⁠. 어느 말을 해도 아람의 손이 뜨거웠던 날들은 그대로였다⁠.

아람이 오른손을 펴서 보았다⁠. 미지근한 손이었다⁠. 할아버지 침으로 식고⁠, 콧노래로 식은 손이었다⁠.

“⁠할아버지 손자라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어요⁠.⁠” 아람이 손을 접었다⁠. “⁠근데 쌤 수강생이라서 떨어지고 싶지도 않아요⁠.⁠”

아람이 창고 문으로 걸어갔다⁠. 무량 옆에서 멈췄다가⁠, 할아버지 앞을 지나 먼저 나갔다⁠. 무량이 손자의 등을 보다가 나를 돌아보았다⁠.

“⁠그대 말이 맞았소⁠, 봉 강사⁠. 그대는 곁에서 보지 않았소⁠. 팔았지⁠.⁠”

무량이 문을 닫지 않고 나갔다⁠. 운하 바람이 들어와 소금 자루 위 숯 글씨를 쓸었다⁠.

*

초사흘 밤⁠, 창고에 남은 사람을 셌다⁠. 아람을 따라 셋이 나갔다⁠. 하나는 문간에서 머뭇거리다가⁠, 어머니가 데리러 와서 나갔다⁠. 소금 자루 사이에 남은 얼굴이 일곱이었다⁠.

“⁠일곱⁠.⁠” 대석이 말했다⁠.

“⁠일곱이면 반 하나야⁠.⁠” 나는 기울어진 금관을 고쳐 썼다⁠. “⁠앞줄 일곱이 다 수석이네⁠.⁠”

아무도 웃지 않았다⁠. 국숫집 둘째가 억지로 웃다가 그만두었다⁠. 상목은 소금 자루에 등을 기대고 손바닥을 무릎 위에 펴 놓고 있었다⁠. 미지근한 손바닥 일곱 쌍이 등잔 아래에 있었다⁠.

10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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