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326자)

단교 위 무료 특강

무공 일타 강사 · 여무겸

칠월 열나흘⁠, 해가 막 올라왔을 때 서호 단교 위에는 벌써 자리가 없었다⁠. 단교는 서호를 가로지르는 백제 둑길의 동쪽 끝에 놓인 돌다리다⁠. 겨울에 다리 한가운데 눈이 먼저 녹으면 멀리서 다리가 끊긴 듯 보인다고 해서 끊어진 다리⁠, 단교라고 부른다⁠. 여름 단교는 끊어지지 않았다⁠. 사람으로 꽉 이어져 있었다⁠.

“⁠쌤⁠, 자리 장사꾼이 또 왔어요⁠.⁠”

대석이 다리 어귀를 가리켰다⁠. 무림문 앞 줄에서 자리를 팔던 장사꾼이 이번에는 다리 난간을 한 칸씩 나눠 팔고 있었다⁠. 난간 한 칸에 엽전 스무 닢⁠, 버드나무 그늘 칸은 서른 닢이었다⁠.

“⁠무료 특강인데 자리를 판다고⁠?⁠”

“⁠무료라서 더 잘 팔린대요⁠.⁠”

장사꾼이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나도 흔들어 주었다⁠. 이 사람은 언젠가 학관을 차릴 것이다⁠.

다리 아래 물 위에도 자리가 있었다⁠. 연밥 따는 배⁠, 놀잇배⁠, 생선 배가 다리 기둥 사이로 모여 노를 거두고 있었다⁠. 배 위의 사람들이 고개를 젖혀 다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연잎 사이로 아침 볕이 물을 밀고 들어와 다리 밑이 초록으로 환했다⁠. 물 냄새에 연잎 비린내가 얇게 섞였다⁠.

대석은 학관 칠판을 버드나무 둥치에 끈으로 묶었다⁠. 칠판이 비스듬해서 글씨도 비스듬했다⁠. 대석은 비스듬한 칠판에 맞춰 비스듬하게 반듯한 글씨를 썼다⁠. 「⁠단교 특강 — 숨 쉬면서 걷기⁠」⁠.

다리 위 사람들을 훑었다⁠. 맨 앞에 우리 수강생 여든 남짓⁠. 수강생 뒤로 어머니회가 두 패로 나뉘어 왼쪽 난간과 오른쪽 난간을 차지했다⁠. 왼쪽은 떡을 쪄 왔고 오른쪽도 떡을 쪄 왔다⁠. 떡은 같은 떡이었다⁠. 다리 끝에는 밀짚모자를 깊이 눌러쓴 젊은이 열댓이 서 있었다⁠. 모자 밑으로 『⁠스무 날 완성 검법⁠』 귀퉁이가 삐져나와 있었다⁠. 갈필수 학관 수강생들이었다⁠. 밀짚모자 옆 버드나무 아래⁠, 가슴에 매화 수를 놓은 회색 무복 둘이 오늘도 서 있었다⁠. 아람은 맨 앞 줄 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무료 특강이니까 수석 자리도 무료였다⁠.

*

“⁠자⁠, 다리 위에서는 횡베기 금지⁠. 옆으로 베면 옆 사람이 호수에 빠진다⁠.⁠”

다리 위가 웃었다⁠. 다리 아래 배에서도 웃음이 올라왔다⁠. 소리가 물에 부딪혀 한 박자 늦게 돌아왔다⁠.

“⁠오늘은 하나만 한다⁠. 전진 베기⁠. 박자를 입으로 세면서⁠. 하나에 두 걸음⁠, 둘에 한 걸음⁠. 세는 소리가 끊기면 안 된다⁠. 소리가 끊기면 숨이 끊긴 거야⁠. 숨이 끊기면⁠?⁠”

“⁠손이 뜨거워져요⁠!⁠” 왼쪽 어머니회에서 누가 외쳤다⁠.

“⁠정답⁠. 어머님 수강증 드려⁠.⁠”

대석이 떡 사이로 수강증을 건넸다⁠. 어머니가 받아서 떡 위에 얹었다⁠.

다리 위 수백 명이 세기 시작했다⁠. 하나에 두 걸음⁠, 둘에 한 걸음⁠. 다리 폭이 좁아 두 걸음 나가면 앞사람 등에 닿았다⁠. 사람들이 걸음을 줄였고⁠, 줄인 걸음에 맞춰 세는 소리가 빨라졌다⁠. 다리 아래 배에서 노 젓던 사공 하나가 세는 소리에 맞춰 노를 밀었다⁠. 하나에 밀고⁠, 둘에 쉬었다⁠. 사공은 세는 소리를 따라 흥얼거렸다⁠. 셋에 밀고 둘에 쉬고⁠. 다리 위의 소리와 다리 아래의 소리가 한 박자 어긋나서 들렸다⁠. 나는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가 고개를 들었다⁠. 내려다볼 틈이 없었다⁠.

말하면서 걸으면 숨은 멈추지 않는다⁠. 열흘 동안 내가 찾아낸 방법은 이것 하나였다⁠. 입을 여는 동안만 통하는 방법이었다⁠. 시험장에서는 입을 열지 않는다⁠. 대련에서도 입을 열지 않는다⁠. 무량이 관아에서 한 말이었다⁠. 나는 무량의 말을 이길 방법을 열흘 동안 찾지 못했다⁠.

*

다리 어귀가 갈라졌다⁠. 붉은 띠를 맨 포졸 넷이 사람들을 밀어 길을 냈고⁠, 길 끝으로 가마 하나가 들어왔다⁠. 가마에서 내린 사람이 파리채를 쥐고 있었다⁠. 추관이었다⁠. 추관 뒤에 무량이 있었다⁠. 무량은 팔짱 대신 기름 먹인 보자기를 두 팔로 안고 있었다⁠.

다리 위가 조용해졌다⁠. 다리 아래 배들의 노가 멈췄다⁠. 추관이 다리 한가운데까지 걸어와 숨을 골랐다⁠. 사람을 비집고 오느라 관복 소매가 떡고물로 하얬다⁠.

“⁠봉 강사⁠, 오늘이 열흘째요⁠. 출처를 대러 관아에 올 줄 알았소⁠.⁠”

“⁠관아에 가면 강의를 못 해서요⁠. 나리께서 오시는 편이 빠르겠다 싶었습니다⁠.⁠”

“⁠내 발로 오게 했다⁠?⁠” 추관이 파리채로 자기 이마를 쳤다⁠. “⁠그건 학관 거리 말투요⁠?⁠”

“⁠일타 말투입니다⁠.⁠”

추관 뒤에서 무량이 보자기를 풀었다⁠. 누렇게 바랜 책 한 권이 나왔다⁠. 표지에 「⁠연병보 사본 — 화산 장경각⁠」⁠. 표국 말이 오늘 새벽에 실어 왔다고 했다⁠. 무량은 책을 추관에게 건넸고⁠, 추관은 내 교재 한 권을 대석에게서 받아 두 책을 나란히 펼쳤다⁠. 다리 난간 위에 두 책이 놓였다⁠. 다리 위 사람들이 목을 뺐다⁠.

추관은 무공을 모른다⁠. 대신 그림은 볼 줄 알았다⁠. 막대 그림의 팔 각도⁠, 발의 순서⁠, 마지막 걸음 위의 작은 표시⁠. 사본의 그림 옆에는 붉은 먹으로 점 하나가 찍혀 있었다⁠. 내 교재에는 점이 없었다⁠. 점이 있는 자리와 없는 자리가 같았다⁠.

“⁠점은 뭐요⁠?⁠”

“⁠숨을 멈추는 자리요⁠.⁠” 무량이 말했다⁠.

“⁠강사 책에는 점이 없소⁠.⁠”

“⁠점을 지웠을 뿐이오⁠. 몸은 점을 기억하오⁠.⁠”

추관이 나를 보았다⁠. 다리 위 수백 개의 눈이 추관을 따라 나를 보았다⁠.

“⁠봉 강사⁠, 세 수를 누구에게 배웠소⁠?⁠”

출처는 전당강 하구에 있다⁠. 어머니의 뱃집 마루 밑에 있다⁠. 다리 위에서 출처를 대면 오늘 내 학관은 문을 닫고⁠, 다리 위 여든 명은 구월 아흐레에 원서를 못 낸다⁠. 말하지 않으면 추관은 금령을 읽는다⁠. 어느 길로 가든 오늘 이 다리에서 끝났다⁠. 늦게 오는 끝이 낫다고⁠, 관아에서 돌아온 밤에 나는 생각했었다⁠. 끝이 다리 위까지 걸어왔다⁠.

“⁠대지 못합니다⁠.⁠”

추관이 한숨을 쉬었다⁠. 파리채를 허리에 꽂고 소매에서 금령 종이를 꺼냈다⁠. 무량이 손을 들어 추관을 막았다⁠.

“⁠나리⁠, 하나만 먼저 하겠소⁠.⁠”

무량이 다리 위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팔짱을 끼지 않은 채였다⁠.

“⁠여기 손끝이 뜨거운 사람⁠, 손 드시오⁠.⁠”

아무도 들지 않았다⁠. 다리 위에서 떡 냄새가 났고⁠, 연잎이 바람에 뒤집히는 소리가 났다⁠. 맨 앞 줄에서 국숫집 둘째가 손을 들었다⁠. 밀가루가 묻은 손이었다⁠. 둘째 뒤에서 하나가 들었고⁠, 셋째 줄에서 둘이 들었다⁠. 다리 끝 밀짚모자 무리에서 넷이 모자를 벗으며 손을 들었다⁠. 왼쪽 어머니회에서 한 어머니가 옆에 선 아들의 손목을 잡아 들어 올렸다⁠.

“⁠열하나⁠.⁠” 추관이 손가락을 꼽아 셌다⁠.

맨 앞 줄 가운데에서 아람은 손을 들지 않았다⁠. 두 손을 접어 올린 소매 안에 넣고 있었다⁠. 나는 아람의 소매를 보았고⁠, 아람은 내 눈을 피했다⁠. 무량도 아람을 보았다⁠. 무량이 손자의 소매에서 눈을 떼는 데 오래 걸렸다⁠.

“⁠백 년 전에도 처음에는 열하나였소⁠.⁠” 무량이 말했다⁠. 목소리가 다리 아래 배까지 내려갔다⁠. “⁠다음 달에는 백이었고⁠, 그다음 달에는 군사였소⁠.⁠”

“⁠여기 열하나는 군사가 아니라 수험생이에요⁠.⁠” 내가 말했다⁠. “⁠백 년 전 사람들은 반란하려고 칼을 쥐었고⁠, 이 애들은 시험 보려고 칼을 쥡니다⁠.⁠”

“⁠칼은 왜 쥐었는지 묻지 않소⁠. 쥔 손을 태울 뿐이오⁠.⁠”

손 든 열한 명이 손을 내리지 못하고 서 있었다⁠. 나는 내려오지 못하는 손들을 보며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일타 강사는 질문에 바로 답하는 사람이다⁠. 오늘은 답이 없었다⁠.

*

백제 둑길에서 말발굽 소리가 났다⁠. 검은 말 위에 푸른 깃발을 꽂은 사람이 둑길을 달려와 다리 어귀에서 내렸다⁠. 깃발에 「⁠무림맹⁠」 세 글자가 있었다⁠. 사자는 사람들을 헤치고 다리 기둥까지 와서 방 한 장을 기둥에 붙였다⁠. 풀이 마르기도 전에 다리 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무림맹 회의 — 팔월 열엿새부터 월륜산 육화탑 아래에서 연다⁠. 의제⁠, 문파 밖에서 무공을 가르쳐도 되는가⁠. 항주 학관 거리의 시비는 이 회의에서 다룬다⁠. 맹주⁠」

사자는 추관에게 따로 서한 한 통을 건넸다⁠. 추관이 서한을 읽고⁠, 한 번 더 읽고⁠, 얼굴이 펴졌다⁠. 무공을 모르는 사람이 두 무인 사이에서 판결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얼굴이었다⁠.

“⁠맹에서 회의 전까지 판결을 미뤄 달라고 하오⁠.⁠” 추관이 금령 종이를 소매에 도로 넣었다⁠. “⁠나는 그러고 싶소⁠.⁠”

“⁠나리⁠.⁠” 무량이 앞으로 나섰다⁠. “⁠회의는 무림의 일이고⁠, 금령은 관아의 일이오⁠. 출처는 관아에서 나와야 하오⁠.⁠”

“⁠장로 말도 맞소⁠.⁠” 추관이 파리채를 다시 뽑았다⁠. “⁠그러니 이렇게 하오⁠. 봉 강사는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관아에 출처를 대시오⁠. 못 대면 회의가 뭐라 하든 금령대로 하오⁠. 책은 계속 못 파오⁠.⁠”

무량이 나를 보았다⁠. 팔짱이 돌아왔다⁠.

“⁠한 달이오⁠, 봉 강사⁠. 그대가 좋아하는 숫자 아니오⁠?⁠”

다리 위에서 누가 웃음을 참다가 기침을 했다⁠.

*

특강이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졌다⁠. 손 든 열한 명에게 대석이 하방가 약방 가는 길을 일러 주었다⁠. 갈필수 학관 수강생 넷은 밀짚모자를 다시 쓰고 우리 수강생 뒤를 따라 약방으로 갔다⁠. 갈필수 학관에는 숨 멈춘 걸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국숫집 둘째는 약방에 가지 않고 버드나무 아래 남아 있었다⁠. 손든 손을 아직 다 내리지 못한 사람처럼 두 손을 어정쩡하게 앞으로 모으고 있었다⁠.

“⁠쌤⁠, 저 떨어져요⁠?⁠”

“⁠열 내리면 안 떨어져⁠.⁠”

“⁠열 안 내리면요⁠?⁠”

“⁠내리게 할 거야⁠.⁠”

“⁠어떻게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둘째는 내 얼굴을 한참 보다가⁠, 품에서 떡 한 덩이를 꺼내 내 손에 쥐여 주었다⁠. 어머니회 왼쪽 패의 떡이었는지 오른쪽 패의 떡이었는지 모를 떡이었다⁠.

“⁠쌤 오늘 점심 안 드셨잖아요⁠. 저희 형이 갈필수 쌤네 간 거⁠, 제가 대신 사과한 거 기억하세요⁠? 이건 제가 쌤한테 미안한 거 대신이에요⁠.⁠”

“⁠네가 나한테 왜 미안해⁠?⁠”

“⁠손 들어서요⁠.⁠” 둘째가 밀가루 묻은 소매로 코를 닦았다⁠. “⁠쌤 편 들려고 왔는데⁠, 손을 들었어요⁠.⁠”

둘째는 약방 쪽으로 뛰어갔다⁠. 나는 떡을 쥔 채 서 있었다⁠. 떡이 아직 따뜻했다⁠. 손끝이 뜨거운 애가 쥐고 있던 떡이었다⁠.

해가 기울 무렵⁠, 나는 다리를 내려와 학관 거리 옆 운하 나루로 갔다⁠. 전당강 쪽으로 내려가는 짐배가 마지막 짐을 싣고 있었다⁠. 소금 자루와 기와가 쌓인 배였다⁠. 뱃사공에게 엽전을 쥐여 주고 소금 자루 사이에 앉았다⁠.

“⁠쌤⁠, 어디 가세요⁠?⁠” 대석이 칠판을 등에 진 채 나루까지 뛰어왔다⁠.

“⁠집⁠.⁠”

“⁠쌤 집 학관 삼층이잖아요⁠.⁠”

“⁠진짜 집⁠.⁠”

배가 나루를 떠났다⁠. 사공이 노를 밀었다⁠. 셋에 밀고⁠, 둘에 쉬었다⁠. 나는 귀를 막지 않았다⁠. 출처는 저 박자 끝에 있었다⁠. 열여섯 해 만에 열러 가는 상자였다⁠.

배가 나루에서 다섯 자쯤 떨어졌을 때⁠, 나루 끝에서 누가 뛰었다⁠. 소매를 두 번 접어 올린 팔이 허공을 저었고⁠, 몸이 소금 자루 위로 떨어졌다⁠. 자루 하나가 터져 소금이 쏟아졌다⁠. 사공이 노를 놓칠 뻔했다⁠.

아람이 소금을 뒤집어쓴 채 일어나 앉았다⁠.

“⁠저도 가요⁠.⁠”

“⁠환불받은 사람은 수강생 아니라며⁠.⁠”

“⁠그러니까 뱃삯은 제가 내요⁠.⁠” 아람이 소금 묻은 손을 펴서 내게 보였다⁠. 소금이 손바닥 위에서 녹고 있었다⁠. “⁠출처 저도 알아야 해요⁠. 제 손이 뜨거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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