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5,328자)

조합 투표, 손 든 사람 서른아홉

무공 일타 강사 · 여무겸

칠월 열이틀 아침⁠, 갈필수 학관 조교가 우리 학관 문틈에 종이 한 장을 밀어 넣고 달아났다⁠. 학관 거리에서 종이를 밀어 넣고 달아나는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다⁠. 좋은 소식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국수를 얻어먹는다⁠.

「⁠학관 조합 임시 회의 — 칠월 열이틀 미시⁠, 찻집 이층 회당⁠. 안건 하나⁠, 봉천우 무공반 조합 퇴출의 건⁠. 조합장 갈필수⁠」

대석이 종이를 두 손으로 들고 읽다가 한 번 더 읽었다⁠. 덩치에 비해 글 읽는 소리가 작아서⁠, 종이 뒤에 숨은 사람처럼 보였다⁠.

“⁠쌤⁠, 퇴출이면 어떻게 돼요⁠?⁠”

“⁠조합 규약 삼 조⁠. 퇴출된 학관은 학관 거리 안에서 간판⁠, 전단⁠, 강의를 못 한다⁠.⁠”

“⁠그럼 우리 학관 건물은요⁠? 쌤이 작년에 산 거잖아요⁠.⁠”

“⁠건물은 내 거고⁠, 거리는 조합 거야⁠. 내 건물에서 창문 닫고 혼자 강의하면 돼⁠.⁠”

“⁠수강생은요⁠?⁠”

“⁠창문 열고 들어오겠지⁠.⁠”

대석은 웃지 않았다⁠. 나도 웃자고 한 말이 아니었다⁠. 칠판 옆에는 무림맹 항주 지부의 학관 허가증 사본이 붙어 있었고⁠, 관아 고발장이 허가증 위에 겹쳐 붙어 있었다⁠. 이제 조합 통지가 한 장 더 붙을 차례였다⁠. 종이 세 장이 한 벽에 겹쳤다⁠. 나라⁠, 무림⁠, 거리가 차례로 내 학관 벽에 손을 얹고 있었다⁠.

상목은 아직 약방에 있었다⁠. 열은 밤마다 다시 올랐고⁠, 무량은 밤마다 침통을 들고 하방가에 갔다⁠. 나는 낮에만 갔다⁠. 밤에 가면 고발인과 마주칠까 봐서라고 대석에게 말했다⁠. 사실은 조기 두름 때문이었다⁠.

회의 전에 약방에 들렀다⁠. 상목은 침상에 앉아 젓가락을 칼처럼 쥐고 있었다⁠. 젓가락 끝이 상대 목 높이에 맞춰져 있었다⁠. 의원이 죽 그릇을 들고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

“⁠죽을 먹으라고 줬더니 젓가락으로 기초 자세를 하오⁠.⁠”

“⁠상목⁠, 내려놔⁠.⁠”

“⁠쌤⁠, 저 내일 강의 가도 돼요⁠? 열이 낮에는 없어요⁠. 밤에만 올라요⁠.⁠”

“⁠밤에 열 나는 사람은 낮에도 환자야⁠.⁠”

“⁠한 번만 더요⁠.⁠”

상목의 입버릇이 오늘은 웃기지 않았다⁠. 나는 젓가락을 빼앗아 죽 그릇에 꽂아 주었다⁠. 상목은 순순히 죽을 떴다⁠. 떠먹는 손목이 어깨너비로 벌어진 발처럼 반듯했다⁠. 몸에 배어 버린 것은 숟가락질에도 나온다⁠.

“⁠어머니는⁠?⁠”

“⁠새벽에 남의 가게에서 생선 받아 팔아요⁠. 가게가 없으니까요⁠.⁠” 상목이 죽을 삼켰다⁠. “⁠쌤⁠, 저 떨어지면 어머니가 그 가게 주인한테 평생 생선 받아요⁠.⁠”

나는 대답 대신 의원에게 약값을 물었다⁠. 의원이 손가락 셋을 폈다⁠. 은자 석 냥이었다⁠. 수강료보다 비쌌다⁠. 나는 품에서 은자를 꺼내 탁자에 놓았고⁠, 상목은 내 손을 보다가 얼굴을 죽 그릇에 묻었다⁠.

약방 문을 나서는데 문간 기둥에 침통 끈이 하나 감겨 있었다⁠. 검은 가죽 끈이었다⁠. 밤에 오는 사람이 낮에도 와서 두고 간 것이었다⁠.

*

찻집 이층 회당은 기름 먹인 마룻바닥에 긴 탁자 둘을 붙여 놓은 방이었다⁠. 미시의 볕이 창호지를 데워 방 안이 찻물처럼 미지근했다⁠. 탁자 양쪽에 학관 강사 서른아홉 명이 앉아 있었다⁠. 각자 관을 하나씩 썼다⁠. 은관이 하나⁠, 나머지는 놋관⁠, 나무관⁠, 대나무를 엮은 관⁠, 붉게 칠한 관까지 갖가지였다⁠. 학관 거리에서 금관 아닌 관은 전부 「⁠아직 금관이 아닌 관⁠」이다⁠.

나는 탁자 끝 빈자리에 앉았다⁠. 금관이 볕을 받아 천장에 동그란 빛을 띄웠다⁠. 서른아홉 개의 관이 일제히 빛을 피했다⁠.

갈필수가 일어나 종이를 펼쳤다⁠. 붉은 인장이 찍힌 무림맹 항주 지부의 서한이었다⁠.

“⁠읽겠소⁠. 「⁠팔월 학관 허가 갱신에 앞서 알린다⁠. 혈교 시비가 있는 학관이 한 곳이라도 남은 거리는 거리 전체의 갱신을 한 해 미룬다⁠」⁠.⁠”

회당이 조용해졌다⁠. 한 해를 미루면 한 해 동안 학관 마흔 곳이 문파 입문 시험 원서를 대신 받아 줄 수 없다⁠. 원서를 못 받는 학관에 수강생은 오지 않는다⁠. 수강생이 오지 않는 거리에 국숫집도 하숙집도 남지 않는다⁠.

“⁠그러니 안건은 하나요⁠. 봉 강사를 조합에서 내보내면 거리에는 시비가 있는 학관이 없게 되오⁠.⁠”

“⁠시비가 없게 되는 게 아니고 안 보이게 되는 거죠⁠.⁠” 내가 말했다⁠. “⁠조합장님 학관 창가 애들 손바닥⁠, 다들 보셨어요⁠?⁠”

“⁠안건과 상관없는 말은 삼가시오⁠.⁠”

“⁠상관있어요⁠. 제 책을 베낀 책으로 공부한 애들 손바닥이니까요⁠.⁠”

회당이 웅성거렸다⁠. 붉은 관을 쓴 늙은 강사가 손을 들었다⁠. 무당 출신이라는 소문이 있는 노송 학관 강사였다⁠. 학관 거리에서 제일 오래 강의한 사람이고⁠, 말을 제일 적게 하는 사람이다⁠.

“⁠우리 애들 손도 뜨겁소⁠.⁠”

서른여덟 개의 관이 노송 학관 강사를 돌아보았다⁠.

“⁠스무 날짜리 책을 사 본 애들이오⁠. 우리 학관에서 가르친 것도 아니오⁠. 애들이 밤에 혼자 보고 했소⁠. 손이 뜨거운 애들이 여섯이오⁠.⁠”

“⁠그러니까 더 빨리 내보내야지⁠.⁠” 갈필수가 서한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불이 난 집이 하나면 그 집을 허물어야 옆집이 사오⁠.⁠”

“⁠불은 조합장님 책에도 붙었는데요⁠.⁠”

“⁠내 책은 봉 강사 책을 보고 썼소⁠. 불씨는 봉 강사 것이오⁠.⁠”

갈필수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나는 금관을 고쳐 썼다⁠. 고쳐 쓸 필요는 없었다⁠. 손이 할 일이 필요했다⁠.

*

쉬는 시간에 찻집 계단참에서 갈필수가 나를 불러 세웠다⁠. 계단 아래 부엌에서 보이차 끓는 냄새가 올라왔다⁠. 갈필수는 은관 끈을 풀어 손에 감고 있었다⁠. 회당에서는 한 번도 풀지 않던 끈이었다⁠.

“⁠봉 강사⁠, 우리 둘만 얘기합시다⁠.⁠”

“⁠둘만 얘기하시려고 서른여덟 명을 모으셨어요⁠?⁠”

“⁠들어 보시오⁠.⁠” 갈필수가 목소리를 낮췄다⁠. “⁠그 세 수⁠, 출처가 어디요⁠? 나한테만 말하시오⁠. 내가 조합 이름으로 관아에 대겠소⁠. 조합장이 댄 출처는 관아도 지부도 믿소⁠. 그럼 시비가 끝나오⁠. 봉 강사는 퇴출 대신 우리 학관 강사로 들어오면 되오⁠. 금관은 그대로 쓰고⁠, 수강료는 반씩⁠.⁠”

“⁠제 학관은요⁠?⁠”

“⁠봉 강사 학관 건물에 우리 간판을 달면 되오⁠. 이름 하나 바꾸는 일이오⁠.⁠”

나는 계단 난간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백 명을 앉히려고 작년에 산 건물이었다⁠. 「⁠봉천우 무공반⁠」 간판은 대석이 사흘 밤을 새워 쓴 글씨였다⁠. 갈필수가 내민 것은 출처를 가져가고⁠, 수강생을 가져가고⁠, 간판을 가져가는 거래였다⁠. 남는 것은 금관 하나였다⁠.

“⁠조합장님은 늘 남이 낸 걸 먼저 파시네요⁠.⁠”

“⁠나는 빚이 학관 두 곳 값이오⁠.⁠” 갈필수가 끈을 꽉 쥐었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봉 강사가 학관 거리에 오기 전에는 내가 일등이었소⁠. 봉 강사가 온 다음 해에 수강생이 반으로 줄었고⁠, 나는 빚을 내서 은관을 샀소⁠. 은관이라도 써야 애들이 오니까⁠. 내 책이 베낀 책이라는 건 나도 아오⁠. 베끼지 않으면 내 학관이 닫히오⁠. 거리 전체를 생각하라는 말⁠, 그거 내 학관 얘기요⁠.⁠”

계단 아래에서 찻집 주인이 쟁반을 들고 올라오다가 우리를 보고 도로 내려갔다⁠. 나는 갈필수의 손에 감긴 은관 끈을 보았다⁠. 빚으로 산 끈이었다⁠.

“⁠출처는 못 드립니다⁠.⁠”

“⁠왜요⁠?⁠”

“⁠조합장님이 대면 조합장님 책이 원본이 돼요⁠. 그럼 다음 책도 조합장님이 먼저 파시겠죠⁠.⁠”

갈필수가 끈을 다시 턱 밑에 묶었다⁠. 묶는 손이 빨랐다⁠.

회당으로 올라가는데 대석이 문가에서 나를 붙잡았다⁠. 귀가 빨갰다⁠.

“⁠쌤⁠, 방금 조합장님 조교가 저한테 왔어요⁠.⁠”

“⁠뭐래⁠?⁠”

“⁠칠판 글씨 쓰는 사람 구한대요⁠. 품삯 두 배요⁠.⁠” 대석이 바닥을 보았다⁠. “⁠안 간다고 했어요⁠. 근데 두 배라는 말을 듣고 대답하는 데 한참 걸렸어요⁠. 그게 마음에 걸려서요⁠.⁠”

“⁠얼마나 걸렸는데⁠?⁠”

“⁠숨 세 번이요⁠.⁠”

“⁠그 정도면 정직한 거야⁠. 나는 다섯 번 걸렸을 거다⁠.⁠”

대석이 웃으려다 말고 내 금관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금관을 바로 쓰고 회당 문을 열었다⁠.

*

회의가 다시 열리자마자 회당 문이 열렸다⁠. 찻집 주인이 막으려다 밀려났다⁠. 학관 거리 어머니회였다⁠. 학관 거리에 아이를 보낸 어머니들이 모인 자리로⁠, 해마다 합격 방이 붙는 날이면 무림문 앞에 떡을 찌는 사람들이다⁠. 오늘은 떡 대신 아이들 수강증을 들고 왔다⁠.

“⁠퇴출 투표한다면서요⁠!⁠”

맨 앞의 어머니가 탁자를 손바닥으로 쳤다⁠. 찻잔 서른아홉 개가 한꺼번에 튀었다⁠. 어머니회는 들어오는 동안 두 패로 갈라져 있었다⁠. 문 왼쪽은 환불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었고⁠, 문 오른쪽은 환불을 받지 말라고 말리러 온 사람들이었다⁠.

“⁠우리 애 손이 뜨거워요⁠. 봉 선생 책 때문이에요⁠!⁠”

“⁠우리 애는 봉 선생 반 들어가고 모의 시험 서른 등이 올랐어요⁠!⁠”

“⁠서른 등 올라서 손이 뜨거우면 뭐 해요⁠?⁠”

“⁠손이 안 뜨거우면 뭐 해요⁠, 떨어지는데⁠!⁠”

양쪽 어머니들 사이에서 갈필수가 일어났다가⁠, 어느 편에 서야 할지 몰라 반쯤 일어난 채 멈췄다⁠. 왼쪽 어머니 하나가 갈필수의 은관 끈을 잡아당겼다⁠.

“⁠조합장님네 책도 똑같다면서요⁠!⁠”

“⁠그건 봉황 삼보가 빠진 책이오⁠!⁠”

“⁠봉황 삼보가 뭔데요⁠!⁠”

설명하려는 갈필수의 입을 오른쪽 어머니들이 덮었다⁠. 회당은 시장이 되었다⁠. 대석은 문가에서 두 팔을 벌려 들어오는 사람과 나가는 사람을 다 막으려다가 둘 다 놓쳤다⁠.

맨 뒤에서 비린내가 났다⁠. 상목의 어머니였다⁠. 조기 두름은 들고 있지 않았다⁠. 어머니가 손을 들자 회당이 조금 조용해졌다⁠. 생선 장수의 손바닥에는 칼에 베인 자국이 줄줄이 나 있었다⁠.

“⁠우리 상목이를 살린 건 화산 장로요⁠.⁠” 어머니가 말했다⁠. “⁠그건 맞소⁠. 근데 상목이가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한 말이 뭔지 아시오⁠? 봉 선생 반 아니면 시험 볼 데가 없다고 했소⁠. 다른 학관은 사수생 안 받는다고⁠.⁠”

회당 안 관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사수생을 받지 않는 것은 학관 거리 모두의 버릇이었다⁠. 합격률이 떨어져서다⁠. 나는 받았다⁠. 합격률 일 등을 지키면서도 받았다⁠. 상목은 내가 받은 사수생이었고⁠, 내가 쓰러뜨린 사수생이었다⁠.

“⁠표결하겠소⁠.⁠” 갈필수가 은관 끈을 고쳐 매며 소리쳤다⁠. “⁠봉천우 무공반 퇴출에 찬성하는 사람⁠, 손⁠.⁠”

손이 올라갔다⁠. 노송 학관의 붉은 관이 먼저⁠, 놋관과 나무관이 뒤따랐다⁠. 하나씩 올라가는 손이 회당 천장의 금관 빛을 가렸다⁠. 갈필수의 손은 맨 마지막이었다⁠. 올리다가 한 번 멈췄고⁠, 어머니들을 보고 다 올렸다⁠.

“⁠서른아홉⁠.⁠”

손을 들지 않은 사람은 나 하나였다⁠. 마흔 곳 가운데 서른아홉⁠. 손 든 사람을 세는 동안 왼쪽 어머니들은 박수를 쳤고⁠, 오른쪽 어머니들은 탁자를 쳤다⁠.

나는 일어나 금관을 벗지 않았다⁠. 퇴출된 강사가 관을 벗어야 한다는 규약은 없다⁠.

“⁠규약 삼 조⁠, 학관 거리 안에서 강의를 못 한다⁠. 맞죠⁠?⁠”

“⁠맞소⁠.⁠”

“⁠거리 밖은요⁠?⁠”

갈필수가 대답하지 못했다⁠. 규약은 거리 밖을 말하지 않는다⁠. 규약을 쓴 사람은 거리 밖에서 강의하는 학관 강사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모레 칠월 열나흘 진시⁠, 서호 단교⁠. 무료입니다⁠. 어머님들도 오세요⁠. 자리는 다리 위 전부예요⁠.⁠”

열나흘은 관아가 출처를 대라고 한 날이었다⁠. 대석이 문가에서 나를 보았다⁠. 대석의 얼굴에 ‘⁠쌤⁠, 그날이 그날이잖아요⁠’가 쓰여 있었다⁠. 나는 부채를 폈다⁠. 회당의 미지근한 공기가 한 번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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