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5,515자)

침 놓는 고발인

무공 일타 강사 · 여무겸

칠월 초이레⁠, 해 뜨기 전의 하방가는 약 달이는 냄새로 먼저 깨어 있었다⁠. 하방가는 성안 남쪽⁠, 약방과 찻집이 처마를 맞댄 거리다⁠. 우리는 문짝에 눕힌 상목을 들고 하방가에서 불이 켜진 첫 약방 문을 발로 찼다⁠. 대석이 앞을⁠, 내가 뒤를 들었다⁠. 문짝 위에서 상목의 장포 자락이 계단마다 바닥을 쓸었다⁠.

의원은 잠옷 바람에 수염이 눌려 있었다⁠. 상목의 손목을 잡더니 수염을 한 번 쓸고⁠, 이마를 짚더니 또 쓸었다⁠.

“⁠기운이 거꾸로 돕니다⁠. 열을 내리는 탕은 드리겠지만⁠, 탕은 열을 따라갈 뿐이오⁠. 거꾸로 도는 길을 바로잡으려면 숨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하오⁠.⁠”

“⁠숨을 아는 사람이 누군데요⁠?⁠”

“⁠문파 사람이오⁠. 심법을 하는 사람⁠.⁠”

나는 약방 안을 둘러보았다⁠. 문파 사람은 없었다⁠. 학관 강사 하나⁠, 덩치 큰 조교 하나⁠, 문짝 하나가 있었다⁠. 아람이 문가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다가 말없이 돌아섰다⁠. 소매를 접어 올린 팔이 새벽 거리로 사라졌다⁠.

“⁠어디 가⁠?⁠”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대석이 상목의 이마에 젖은 수건을 얹었다⁠. 수건이 금세 따뜻해졌다⁠. 대석은 수건을 뒤집고⁠, 또 뒤집었다⁠. 손이 커서 수건이 손바닥 안에 다 숨었다⁠.

*

상목의 어머니가 먼저 왔다⁠. 생선 장수들은 새벽이 일이라 소식이 빨랐다⁠. 약방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에게서 비린내와 소금 냄새가 같이 들어왔다⁠. 키가 작고 어깨가 넓었고⁠, 손에 꾸덕하게 마른 조기 한 두름을 든 채였다⁠. 시장에 내다 팔 것을 들고 그대로 뛰어온 모양이었다⁠.

“⁠우리 상목이⁠.⁠”

침상 앞에 무릎을 꿇은 어머니는 아들 얼굴을 손바닥으로 감쌌다가 뜨거워서 손을 뗐다⁠. 그러고는 일어나 나를 보았다⁠.

“⁠선생이 봉 선생이오⁠?⁠”

“⁠네⁠.⁠”

마른 조기 두름이 내 뺨을 쳤다⁠. 소리가 생각보다 맑았다⁠. 대석이 수건을 쥔 채 굳었고⁠, 의원은 탕 그릇을 든 채 뒤로 물러났다⁠.

“⁠가게를 팔았소⁠. 생선 궤짝까지 팔았소⁠. 이 애가 세 번을 떨어졌는데⁠,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봉 선생 반에 들어가면 붙는다고⁠, 백 명 중에 쉰여덟이 붙었다고⁠.⁠”

“⁠쉰여덟 맞습니다⁠.⁠”

조기가 한 번 더 왔다⁠. 이번에는 다른 뺨이었다⁠. 조기 비늘이 얼굴에 붙었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피할 데가 없었다⁠. 일타 강사가 생선으로 뺨을 맞는 동안 약방 밖에서 닭이 울었다⁠.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환불⁠?⁠” 어머니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돈 말고 내 아들을 돌려줘요⁠.⁠”

나는 이 말에 대답할 강의를 한 번도 준비해 본 적이 없었다⁠.

*

아람이 무량을 데리고 들어온 것은 해가 약방 창살을 넘었을 때였다⁠. 무량은 팔짱을 끼지 않고 있었다⁠. 검은 장포 소매가 걷혀 있었고⁠, 손에 가죽 침통이 들려 있었다⁠. 아람이 새벽 거리를 달려 화산 객사 문을 두드렸다는 것은 아람의 젖은 머리와 터진 신발 끈이 말해 주었다⁠.

무량은 나를 보지 않고 침상으로 갔다⁠. 상목의 가슴에 손바닥을 얹고⁠, 눈을 감았다⁠. 약방이 조용해졌다⁠. 의원도⁠, 어머니도⁠, 대석도 숨소리를 낮췄다⁠.

“⁠멈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구나⁠.⁠”

무량이 침통을 열었다⁠. 가는 침 하나를 가슴뼈 아래에⁠, 하나를 양쪽 손바닥 한가운데 물집 사이에 놓았다⁠. 그러고는 상목의 가슴에 두 손바닥을 겹쳐 얹고⁠, 상목이 숨을 들이켜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아래로 지그시 눌렀다⁠.

“⁠내쉬어라⁠.⁠”

상목의 입이 벌어지며 길고 뜨거운 숨이 나왔다⁠. 약방 안 공기가 한 번 데워졌다⁠. 무량은 손을 떼고 기다렸다가 다시 눌렀다⁠. 세 번째에 상목의 눈동자가 제자리로 내려왔다⁠. 다섯 번째에 상목이 기침을 했고⁠, 일곱 번째에 어머니를 불렀다⁠.

“⁠엄마⁠, 비린내⁠.⁠”

어머니가 울면서 웃었다⁠. 조기 두름이 바닥에 떨어졌다⁠. 무량은 침을 뽑아 침통에 넣고⁠, 그제야 나를 보았다⁠.

“⁠뒤뜰로 오시오⁠.⁠”

*

약방 뒤뜰에는 약초 말리는 채반이 줄지어 있었다⁠. 감초 단내와 쑥 냄새가 햇볕에 데워져 코끝이 따가웠다⁠. 무량은 채반 사이에 서서 팔짱을 꼈다⁠. 팔짱이 돌아왔고⁠, 고발인도 같이 돌아왔다⁠.

“⁠고맙습니다⁠.⁠”

“⁠고맙다는 말은 넣어 두시오⁠. 저 아이 몸에 열은 다시 오르오⁠. 숨을 멈추는 자리가 몸에 배었소⁠. 내가 오늘 내보낸 것은 오늘 것뿐이오⁠.⁠”

“⁠그럼 내일 것도 내보내 주시면 되지 않습니까⁠?⁠”

“⁠내일은 백 명이오⁠.⁠” 무량의 목소리가 낮았다⁠. “⁠그대 강의실에 앉은 백 명이 다 같은 자리에서 숨을 멈추고 있소⁠. 빠르고 늦고의 차이요⁠. 저 아이는 남보다 두 배를 해서 먼저 닿았을 뿐이오⁠.⁠”

“⁠저는 열네 해를 이 세 수로 살았습니다⁠. 열이 오른 적이 없어요⁠.⁠”

“⁠그대는 무엇을 하며 익혔소⁠?⁠”

나는 대답하려다 말이 막혔다⁠. 열네 해 전⁠, 열일곱 살 이후로는 학관 뒷마당에서 혼자 익혔다⁠. 열일곱 전에는⁠, 열일곱 전의 강가에서는 무엇을 했던가⁠. 아버지 배에서 노를 젓고⁠, 노를 젓다 쉬는 사이에 아버지가 나무 막대로 발을 짚어 주던 기억이 먼저 떠올랐다⁠. 막대 다음이 흐렸다⁠.

“⁠혼자요⁠.⁠”

“⁠혼자 익힌 것은 없소⁠. 누가 처음에 몸에 넣어 준 것이 있소⁠. 그걸 대지 않으면 나는 저 백 명을 다 약방에 눕히게 되오⁠.⁠” 무량이 팔짱을 조였다⁠. “⁠세 수를 가르치지 마시오⁠. 오늘부터⁠.⁠”

“⁠그럼 애들은 어디 갑니까⁠?⁠”

“⁠문파로 가면 되오⁠.⁠”

“⁠문파 문은 일 년에 한 번 열리고⁠, 열리는 날 쉰 명 중에 한 명 들어갑니다⁠. 나머지 마흔아홉은 갈필수 학관으로 가요⁠. 갈필수 책에도 똑같은 세 수가 있습니다⁠. 멈추는 자리까지 그대로요⁠. 제가 손을 떼면 백 명이 아니라 사백 명이 그 책으로 합니다⁠. 거기는 숨 멈춘 걸 알아보는 사람도 없어요⁠.⁠”

무량의 눈썹이 움직였다⁠. 채반 위 감초가 바람에 바스락거렸다⁠. 무량은 내 말이 틀렸다고 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을 짚었다⁠.

“⁠그대는 그걸 알고도 팔았소⁠. 숨이 멈추는 자리가 있다는 것을⁠, 오늘 아침에는 알았을 테니⁠.⁠”

“⁠엿새 전에 장로님이 알려 주셨죠⁠.⁠”

“⁠그럼 엿새 동안 무엇을 했소⁠?⁠”

새벽반을 열었다⁠. 시간이 모자라서⁠, 책이 없어서⁠, 갈필수에게 빼앗긴 마흔일곱 명을 되찾으려고⁠. 나는 이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무량은 하지 않은 말까지 들은 얼굴로 돌아섰다⁠.

“⁠학관을 닫으라고는 하지 않겠소⁠. 관아가 정할 일이오⁠. 다만 저 아이 같은 아이가 하나 더 나오면⁠, 그때는 내가 관아보다 먼저 오겠소⁠.⁠”

무량이 뒤뜰 문을 나가다 멈췄다⁠. 문 밖 골목에 아람이 서 있었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서로를 보았고⁠, 아무 말 없이 지나쳤다⁠.

*

학관 거리로 돌아오는 길에 전단이 먼저 와 있었다⁠. 국숫집 기둥⁠, 붓 가게 문짝⁠, 우물가 돌담마다 같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먹이 아직 번들거렸다⁠.

「⁠알림 — 오늘 새벽 봉천우 무공반 새벽반 수강생이 주화입마로 쓰러졌습니다⁠. 갈필수 필수검법은 새벽반이 없습니다⁠. 봉황 삼보도 뺐습니다⁠. 안심하고 오십시오⁠」

“⁠쌤⁠, 이거 고발해도 돼요⁠?⁠” 대석이 전단 한 장을 떼어 들었다⁠.

“⁠이번엔 다 사실이라 안 돼⁠.⁠”

갈필수 학관 앞에 갈필수가 서 있었다⁠. 은관 끈을 턱 밑에 단단히 묶은 채⁠, 전단 뭉치를 든 조교에게 다음 골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손가락을 내리지 않았다⁠.

“⁠봉 강사⁠, 수강생은 좀 어떻소⁠?⁠”

“⁠열이 내렸습니다⁠. 화산 장로님이 침을 놓으셨어요⁠.⁠”

“⁠고발한 사람이 침을 놓았다⁠?⁠” 갈필수가 잠깐 말을 잃었다가 금방 찾았다⁠. “⁠그것도 써야겠군⁠.⁠”

“⁠조합장님⁠, 제 수강생 쓰러진 걸로 전단을 쓰세요⁠?⁠”

“⁠사실을 쓰오⁠. 거리 사람들이 알아야지⁠. 팔월에 무림맹 지부가 허가를 갱신하러 나오오⁠. 그때 지부 사람들이 이 거리를 보고 ‘⁠혈교 학관 하나는 내보냈구나⁠’ 해야 마흔 곳이 사오⁠. 봉 강사 하나 때문에 국숫집도 하숙집도 문을 닫을 수는 없지 않소⁠?⁠”

갈필수의 조교가 전단을 붙이러 뛰어갔다⁠. 골목 끝에서 관아 포졸 하나가 전단을 떼어 읽더니 품에 넣었다⁠. 추관의 탁자에 오늘 저녁이면 이 종이가 올라갈 것이다⁠.

“⁠하나만 여쭤볼게요⁠.⁠” 나는 갈필수 학관 창을 올려다보았다⁠. 이층 창가에 수강생 몇이 손바닥을 창틀에 대고 있었다⁠. 돌로 된 창틀이었다⁠. 한여름에 손바닥을 돌에 대고 있는 사람은 손이 뜨거운 사람이다⁠. “⁠저기 창가 애들은 왜 손을 돌에 대고 있습니까⁠?⁠”

갈필수가 고개를 들어 창을 보았다⁠. 은관이 뒤로 기울었다⁠. 갈필수는 오래 보지 않았다⁠.

“⁠더워서 그렇소⁠.⁠”

“⁠그 책⁠, 제 책이랑 똑같다고 하셨죠⁠. 멈추는 자리까지 똑같습니다⁠.⁠”

“⁠봉황 삼보는 뺐소⁠.⁠”

“⁠봉황 삼보 때문이 아니에요⁠.⁠”

갈필수는 대답 대신 조교를 불러 전단 뭉치를 더 가져오게 했다⁠. 나는 창가의 손바닥들을 한 번 더 올려다보고 돌아섰다⁠. 전단 냄새가 학관 거리 끝까지 따라왔다⁠.

*

오후 강의 첫머리에 칠판 맨 위를 지웠다⁠. 대석이 새로 쓴 글씨는 이랬다⁠. 「⁠새벽반 폐지 — 하루 연습 두 시간까지⁠. 넘기면 퇴실⁠」⁠.

강의실이 웅성거렸다⁠. 여든일곱 자리 가운데 상목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쌤⁠, 두 시간이면 시험 못 붙어요⁠.⁠” 둘째 줄에서 누가 말했다⁠. “⁠갈필수 쌤네는 여섯 시간 시켜요⁠.⁠”

“⁠그래서 갈필수 쌤네 애들이 오늘 아침에 무릎에 고약 붙이고 왔지⁠?⁠”

“⁠그건 봉황 삼보 때문이고요⁠.⁠”

웃음이 반쯤 나다가 멈췄다⁠. 상목의 빈자리가 웃음을 반으로 잘랐다⁠. 뒷줄 국숫집 둘째가 손을 들었다⁠.

“⁠쌤⁠, 그럼 남는 시간에 뭐 해요⁠?⁠”

“⁠국수 삶아⁠.⁠”

“⁠저 원래 국수 삶는데요⁠.⁠”

“⁠그럼 국수 삶으면서 발 봐⁠. 어깨너비로 서서 삶아⁠. 무릎은 살짝⁠.⁠”

이번에는 웃음이 끝까지 갔다⁠. 둘째가 일어나 국수 삶는 시늉을 하며 무릎을 굽혔고⁠, 옆자리가 따라 했다⁠. 나는 웃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말했다⁠.

“⁠오늘 아침 상목이가 쓰러졌다⁠. 왜 쓰러졌는지 나도 다 모른다⁠. 아는 것만 말할게⁠. 연습을 많이 한 사람이 먼저 쓰러졌다⁠. 그래서 두 시간이다⁠. 이건 별표 다섯 개⁠.⁠”

칠판에 별표 다섯 개를 그린 것은 처음이었다⁠. 대석이 별을 그리다가 손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부채로 별을 하나씩 짚었다⁠. 짚을 때마다 강의실이 조용해졌다⁠.

*

밤에 학관 문을 잠그는데 아람이 계단 아래에 앉아 있었다⁠. 환불받은 수석이 하숙집에 가지 않고 남의 학관 계단에 앉아 있었다⁠.

“⁠상목이 형은 밤에 열이 또 올랐대요⁠. 의원이 할아버지를 다시 불렀어요⁠.⁠” 아람이 무릎 위에 두 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갔고요⁠.⁠”

“⁠장로님한테 고맙다고 전해 줘⁠.⁠”

“⁠쌤이 직접 하세요⁠. 저는 할아버지랑 말 안 해요⁠.⁠”

아람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이 위로 향해 있었다⁠. 나는 등잔을 내려 비춰 보았다⁠. 물집은 없었다⁠. 수석의 손바닥은 반듯하고 깨끗했다⁠. 손을 맞대 보았다⁠. 등잔 불보다 뜨거웠다⁠.

“⁠언제부터야⁠?⁠”

“⁠관아 갔던 날부터요⁠. 새벽반은 오늘 한 번이었고⁠, 그 전에는 하숙집 뒷마당에서 밤마다 했어요⁠. 객사에 있을 때는 할아버지 몰래 했고요⁠.⁠”

“⁠하루 몇 시간⁠?⁠”

아람이 대답하지 않았다⁠. 수석은 숫자를 아는 사람이다⁠. 대답하지 않는 숫자가 제일 크다⁠.

“⁠제 손도 뜨거워요⁠, 쌤⁠.⁠” 아람이 손을 거두지 않았다⁠. “⁠할아버지한테 말하면 할아버지는 쌤 부채를 부러뜨려요⁠. 말 안 하면⁠, 저도 상목이 형처럼 돼요⁠?⁠”

나는 아람의 손을 잡은 채 대답을 찾았다⁠. 학관 앞 운하에서 늦은 짐배가 노를 저어 지나갔다⁠. 셋에 밀고⁠, 둘에 쉬었다⁠. 어디선가 사공이 흥얼거리는 소리가 노 소리에 섞여 들어왔다가 다리 밑으로 사라졌다⁠.

4화는 어땠나요?

댓글 0

로그인하면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 보세요.

침 놓는 고발인 · 무공 일타 강사 · 나오늘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