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5,367자)
조수가 오기 전에 세 수
무공 일타 강사 · 여무겸
팔월 열여드레, 해가 중천에 오르기 전부터 전당강 둑은 사람으로 덮였다. 조수 날이다. 해마다 이날 바다에서 물벽이 거꾸로 밀려 올라와 강을 거슬러 간다. 항주 사람들은 이날 둑에 나와 물벽을 구경하고, 물벽이 둑을 넘으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온다. 올해는 구경거리가 하나 더 있었다. 육화탑 아래 둑 위에 새끼줄로 네모난 대련장이 쳐졌고, 대련장 강물 가장자리에 사람 허리 높이의 표지석이 박혀 있었다. 조수가 표지석에 닿을 때까지 숨이 버티면 노래가 이긴다.
대련장 한쪽에 맹주의 자리가 있었다. 둑 위에 나무로 단을 쌓고 차양을 쳤다. 문파 대표들이 맹주 양옆에 앉았고, 갈필수는 끝자리에서 놋관을 고쳐 쓰고 있었다. 단 아래로 어머니회, 학관 거리 수험생들, 국숫집과 하숙집 사람들, 구경 나온 항주 사람들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자리 장사꾼은 둑 위 자리를 팔다가, 조수가 올라오면 맨 앞자리가 제일 먼저 젖는다는 것을 알고 맨 앞자리 값을 깎았다.
강 아래로 낯익은 배가 한 척 떠 있었다. 어머니가 노를 쥐고 뱃전에 서 있었다. 조수가 오면 배는 물벽을 타 넘어야 한다. 어머니는 평생 조수를 타 넘으며 살았다.
*
나는 대련장 새끼줄 밖에 서 있었다. 관아 마당에서 열이틀이 지났어도 아직 앉을 수 없었다. 상목이 내 앞에서 나무칼을 쥐고 있었다. 굳은살이 박인 손바닥에 땀이 배어 나무칼 자루가 번들거렸다.
“쌤, 저 떨려요.”
“떨리면 숨이 짧아져. 짧아진 숨은 콧노래로 늘려.”
“입 다물고요.”
“입 다물고.”
상목의 어머니가 새끼줄 너머로 손을 뻗어 상목의 허리띠에 무엇을 꽂아 주었다. 마른 조기 한 마리였다. 상목이 허리를 내려다보았다.
“엄마, 이게 뭐예요.”
“부적이다.”
“생선이잖아요.”
“생선 장수 집 부적은 생선이다.”
구경꾼들이 웃었다. 상목도 웃었고, 웃는 동안 손에서 힘이 빠졌다. 나는 상목 어머니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는 나를 보지 않고 조기를 한 번 더 단단히 꽂았다.
대련장 건너편에 아람이 있었다. 화산 제자들이 둘러서서 아람의 소매를 다시 접어 주고 있었다. 아람은 나무칼을 쥐고 눈을 감고 있었다. 화산 기초 열다섯 해, 학관 세 수 석 달. 두 몸이 한 몸에 있었다.
무량은 화산 자리에 앉지 않았다. 대련장 새끼줄 밖, 내 옆에 와서 섰다. 장로가 아닌 사람이 설 자리는 구경꾼 자리였고, 무량은 구경꾼 자리 맨 앞을 골랐다. 팔짱을 꼈다.
“아람이 화산 기초로만 싸우면 숨을 멈추지 않소.” 무량이 앞을 보며 말했다. “맹주께서 세 수만 쓰라 했으니 멈추겠지.”
“아람이 손은 식었어요. 노래로요.”
“약방에서 식은 손이오. 대련에서 숨이 짧아지면 다시 오르오.” 무량이 팔짱을 조였다. “아람은 노래를 부르지 않을 거요. 화산 자리에서 나간 아이가 학관 노래를 부르겠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람의 닫힌 입을 보았다.
징이 울리기 직전, 아람이 대련장을 가로질러 새끼줄 앞으로 왔다. 상목 앞을 지나쳐 할아버지 앞에 섰다. 젖지 않은 소매가 두 번 접혀 있었다.
“할아버지.”
“말해라.”
“끼어들지 마세요. 숨이 멈춰도요.” 아람이 무량의 팔짱을 보았다. “두 번 떨어진 거, 할아버지 탓이라고 생각했어요. 할아버지가 장로라서요. 이제 장로 아니시니까, 오늘 지면 제 탓이에요. 그거 해 보고 싶어요.”
무량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람이 나를 보았다. 아람의 눈이 내 풀어진 머리와 금관 없는 상투를 지나갔다.
“쌤도요. 끼어들지 마세요. 쌤은 원래 끼어드는 사람이잖아요.”
“나는 볼기 때문에 못 움직여.”
“입은 움직이잖아요.”
아람이 돌아서서 대련장 가운데로 갔다. 무량의 팔짱이 아주 조금 풀렸다가 다시 조여졌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손자와 할아버지가 같은 부탁을 했다. 끼어들지 말라는 부탁이었다.
*
맹주가 손을 들었다. 징이 한 번 울렸다.
상목과 아람이 대련장 가운데에서 마주 섰다. 기초 자세. 발은 어깨너비, 무릎은 살짝, 칼끝은 상대 목. 두 사람의 자세가 같았다. 내가 칠판에 그린 막대 그림 둘이 강둑에 마주 서 있었다. 구경꾼들이 숨을 죽였다. 멀리서 강물이 낮게 울었다. 아직 물벽은 보이지 않았다.
아람이 먼저 나갔다. 하나에 두 걸음, 둘에 한 걸음. 빨랐다. 화산 기초 열다섯 해가 붙은 발이었다. 상목은 받았다. 나무칼끼리 부딪는 소리가 둑을 타고 퍼졌다. 상목이 물러서며 코로 흥얼거렸다. 음, 음음, 으음. 소리가 작아서 새끼줄 밖에서는 나와 무량만 들었다.
아람이 다시 나갔다. 두 번째 전진 베기. 상목은 막고 옆으로 돌았다. 횡베기가 아람의 옆구리를 노렸고, 아람은 몸을 틀어 피했다. 구경꾼 사이에서 짧은 탄성이 났다. 상목의 콧노래가 끊기지 않았다. 아람의 입은 닫혀 있었다.
강 아래에서 소리가 커졌다. 수평선 가까이에 흰 줄 하나가 생겼다. 흰 줄이 강폭을 가로질러 길게 누운 채 이쪽으로 밀려왔다. 구경꾼들이 소리쳤다. 물벽이었다.
아람이 세 번째로 나갔다. 하나에 두 걸음, 둘에 한 걸음. 마지막 걸음 직전, 아람의 가슴이 부풀었다. 내려오지 않았다. 나무칼이 내려왔고, 상목이 막았고, 아람은 막힌 칼을 다시 들었다. 숨을 쉬지 않은 채 다시 들었다. 아람의 얼굴이 붉어졌고, 목덜미에 힘줄이 불거졌다. 칠월 초이레 새벽, 등잔 아래에서 본 얼굴이었다.
“멈췄어요.” 나는 무량을 보았다. “아람이 숨 멈췄어요. 멈추게 하세요.”
무량이 대련장을 보고 있었다. 팔짱이 단단했다.
“대련에 끼어들면 화산이 지는 거요.”
“지게 하세요!”
“아람이 스스로 나왔소. 장로 손자가 아니라 화산 아이로 이기겠다고 나왔소.” 무량의 목소리가 낮았다. 팔짱 낀 손등에 힘줄이 솟아 있었다. “내가 끼어들면 아람은 또 장로 손자로 지오.”
“장로님 이제 장로 아니잖아요!”
무량이 나를 보았다. 대련장 안에서 아람의 나무칼이 한 번 더 내려왔다. 상목이 막았다. 아람이 휘청했다. 휘청한 채로 숨을 들이켜지 못했다.
나는 무량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입을 열었다.
“셋에 밀고!”
콧노래가 아니었다. 소리였다. 시험장에서는 내면 안 되는 소리, 대련에서는 내지 않는 소리. 둑 위의 수백 명이 나를 돌아보았다. 금관 없는 머리를 풀어 헤친 강사가 볼기를 감싼 채 뱃노래를 고래고래 부르고 있었다.
“둘에 쉬고!”
두 번째 소리에 대석이 따라 불렀다. 덩치에 비해 작던 목소리가 오늘은 컸다. 소금 창고 일곱이 따라 불렀다. 단교에서 손을 든 열한 명이, 약방에서 열이 내린 열일곱 명이, 학관 거리 하숙방 수험생들이 따라 불렀다. 갈필수 학관 밀짚모자들이 모자를 벗고 불렀다. 강 아래 배 위에서 어머니가 노를 밀며 불렀다. 셋에 밀고, 둘에 쉬고. 둑 전체가 한 박자로 울렸다.
대련장 안에서 아람의 귀가 움직였다. 아람이 칼을 든 채 멈춰 있다가, 박자가 쉬고오 자리로 내려오는 순간 입이 벌어졌다. 길고 뜨거운 숨이 나왔다. 아람이 기침을 했다. 한 번, 두 번. 붉던 얼굴이 조금씩 내려왔다. 아람은 칼을 놓지 않았다. 다시 기초 자세를 잡았다. 이번에는 입술을 다물고 코로 흥얼거렸다. 화산 아이가 학관 노래를 콧소리로 불렀다.
상목이 웃었다. 웃으며 칼을 들었다. 둘이 다시 맞붙었다. 이번에는 둘 다 박자가 같았다. 둑 위의 노래가 두 사람의 발을 같이 끌고 갔다. 하나에 두 걸음, 둘에 한 걸음, 쉬고오에 칼이 내려오고 숨이 나갔다.
물벽이 왔다. 흰 줄이 가까워지며 높아졌고, 높아지며 우는 소리가 천둥이 되었다. 표지석 앞에서 물벽이 둑을 들이받았다. 물보라가 하늘로 솟았다가 대련장 위로 쏟아졌다. 상목과 아람이 한꺼번에 물을 뒤집어썼다. 새끼줄 밖의 나와 무량도, 단 위의 맹주와 문파 대표들도 뒤집어썼다. 무당 대표의 긴 수염이 젖어 가슴에 달라붙었다. 갈필수의 놋관이 물에 쓸려 단 아래로 굴렀다.
물이 빠졌다. 대련장 가운데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흠뻑 젖은 채로, 칼끝을 서로의 목에 겨눈 채로. 둘 다 숨을 쉬고 있었다. 숨소리가 거칠었고, 거친 숨이 코로 나갔다. 아람의 얼굴은 하얬다. 상목의 허리띠에서 조기가 사라져 있었다. 조수가 가져갔다.
아람이 먼저 칼을 내렸다. 젖은 앞머리를 손등으로 쓸어 올리고 상목의 허리띠를 보았다.
“형, 부적 어디 갔어요?”
“바다로 갔어.” 상목이 숨을 몰아쉬며 웃었다. “우리 엄마가 조기는 원래 바다 거라고 할 거야.”
아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웃는 숨이 길게 나갔다. 화산 자리의 제자들이 아람을 불렀지만 아람은 바로 돌아가지 않았다. 상목에게 젖은 손을 내밀었다. 상목이 잡았다. 둘 다 손이 미지근했다. 새끼줄 밖에서 상목의 어머니가 강을 향해 혀를 찼다. 조기 한 마리를 아까워하는 소리였는데, 눈은 웃고 있었다.
아람이 화산 자리로 돌아가다가 새끼줄 앞에서 멈췄다. 젖은 얼굴로 나를 보았다.
“끼어들지 말랬잖아요.”
“입만 움직였어.”
“둑 전체가 움직였어요.” 아람이 콧소리로 짧게 웃었다. “다음에는 콧노래로 하세요. 시험장에서 쓸 거니까요.”
아람이 화산 자리로 걸어갔다. 무량은 손자의 젖은 등을 보다가 팔짱을 고쳐 끼었다.
“표지석.” 맹주가 젖은 소매를 짜며 말했다. “닿았소.”
*
맹주가 대표들에게 물었다. 무당 대표는 젖은 수염을 쥐어짜며 말했다.
“노래에 효험이 있는 것은 보았소. 다만 오늘은 강둑 전체가 곁에 있었소. 학관 강의실에는 강둑이 없소. 곁에서 보는 사람 없이는 학관이 숨을 가르쳐서는 안 되오.”
아미 대표는 염주를 굴리며 말을 아꼈다. 맹이 정할 일이라 했다.
화산 새 장로가 일어났다. 젖은 매화 수를 내려다보았다.
“화산 아이가 학관 노래로 숨을 돌렸소. 그건 화산이 보았소. 그래도 화산은 문파 밖에서 숨을 가르치는 것에 찬성할 수 없소. 대윤 어른의 책이 문파 밖으로 나가 백 년 전 일이 났소.”
맹주가 단 끝을 보았다. 갈필수가 단 아래에서 놋관을 주워 들고 올라오는 중이었다. 젖은 놋관에서 물이 떨어졌다.
“조합은.” 갈필수가 숨을 골랐다. 단 아래 수험생들이 갈필수를 올려다보았다. 방금 모자를 벗고 노래를 부른 자기 학관 밀짚모자들도 있었다. 갈필수가 입을 다물었다가 열었다. “조합은 맹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맹주가 차양 아래에서 한참 강을 보았다. 물벽은 이미 상류로 올라가 육화탑 아래를 지나가고 있었다. 탑 방울이 물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갈렸소.” 맹주가 말했다. “맹이 정하지 못하는 일은, 그 일을 가장 오래 본 사람에게 묻겠소.”
맹주가 대련장 새끼줄 밖을 보았다. 젖은 장포의 노인이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진무량. 연병보를 열 번 읽은 사람이고, 이제 화산 장로가 아닌 사람이오. 그대가 정하시오. 맹이 따르겠소.”
둑 위가 조용해졌다. 무량이 팔짱을 풀었다. 젖은 소매에서 물이 떨어졌다. 무량은 맹주를 보지 않았다. 나를 보았다.
“오늘 밤, 탑 꼭대기에서 봉 강사와 둘이 말하겠소.” 무량이 말했다. “새벽에 맹 앞에서 말씀드리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