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5,447자)

남편 없이 들어간 날, 갈비뼈에 금이 갔다

레벨 반씩 나눈 S급 이혼 부부헌터 · 남이랑

4월 13일 화요일 새벽 다섯 시⁠, 기지에서는 컵라면 국물과 강 비린내가 섞인 냄새가 났다⁠. 현주는 컨테이너 숙소 문을 잠그고 나와 출입석 앞에서 칼집 끈을 고쳐 맸다⁠. 휴대전화에는 어젯밤 열한 시에 들어온 협회 공문이 아직 떠 있었다⁠.

「⁠이혼 조정 중인 부부 헌터의 동반 출동을 당분간 자제해 주십시오⁠. 기여도 측정의 공정성을 위한 조치입니다⁠. — 한국헌터협회 회장 염기태⁠」

공문 아래로 밤사이 쌓인 해시태그 알림이 줄줄이 붙어 있었다⁠. 「⁠#막타충⁠」 「⁠#뒤좀봐⁠」 「⁠#반반응원봉⁠」⁠. 현주는 화면을 끄고 출입석에 손바닥을 얹었다⁠. 「⁠LV⁠.99 · S급 · 출입 허가⁠」⁠.

“⁠헌터님⁠! 잠깐만요⁠!⁠”

봉재만이 드론을 옆구리에 끼고 둑길을 뛰어 내려왔다⁠. 머리에 베개 자국이 그대로 있었다⁠.

“⁠오늘은 중계 없어요⁠.⁠”

“⁠알죠⁠, 알죠⁠. 근데 혼자 들어가시는 거면⁠, 혼자 들어가시는 걸 누가 봐야 하잖아요⁠. 어젯밤에 헌터님 구독자가 이만 빠졌어요⁠. 오늘 혼자 메기 잡는 거 보여 주시면 이만 도로 들어옵니다⁠.⁠”

현주는 재만을 내려다보았다⁠. 혼자서도 된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새벽에 나온 길이었다⁠. 보여 줄 사람이 없으면 보여 줄 수도 없었다⁠. 현주는 손을 떼지 않고 고개만 까딱했다⁠. 재만이 냉큼 현주 손등 위에 손을 포갰다⁠. 「⁠보조 인원 1⁠」⁠.

“⁠찍어요⁠. 혼자 하는 거⁠.⁠”

*

결계 없는 균열은 생각보다 시끄러웠다⁠. 늘 등 뒤에서 웅웅 울리던 하늘색 막이 없으니 메기 지느러미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사방에서 그대로 들어왔다⁠. 현주는 강바닥처럼 울퉁불퉁한 바위 사이를 뛰어다녔다⁠. 작은 메기가 덤비면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가 지나가는 배를 베었다⁠. 열두 해 전⁠, 결혼하기 전에 혼자 사냥하던 방식이었다⁠. 손이 기억하고 있었다⁠.

“⁠아아⁠, 기현주 헌터⁠, 결계 없이 열 마리째⁠! 열 마리째입니다⁠! 국내 3위는 혼자서도 국내 3위입니다⁠!⁠”

재만의 휴대전화에 댓글이 빠르게 올라왔다⁠.

「⁠봐라 혼자서도 된다고⁠」

「⁠근데 왜 새벽에 혼자 들어감⁠?⁠」

「⁠아저씨 어디 갔어요⁠」

열다섯 번째 메기를 베었을 때 현주의 포니테일이 툭 풀렸다⁠. 고무줄이 끊어져 바위틈으로 날아갔다⁠. 검은 머리카락이 쏟아져 눈을 덮었다⁠. 현주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등 뒤로 내밀었다⁠. 늘 거기서 고무줄이 날아왔다⁠.

손바닥에 닿은 것은 균열의 찬바람뿐이었다⁠.

현주는 이를 악물고 후드 집업 주머니를 뒤졌다⁠. 손끝에 무언가 잡혔다⁠. 법원 검색대에서 끊은 노란 케이블 타이였다⁠. 현주는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틀어쥐고 케이블 타이로 묶어 딸깍 조였다⁠.

「⁠케이블 타이로 머리 묶음 실화냐⁠」

「⁠노란색 포인트 ㅋㅋㅋ⁠」

「⁠저거 법원에서 칼 묶은 거 아님⁠?⁠」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바위 너머에서 메기 떼가 한꺼번에 방향을 틀었고⁠, 맨 뒤에서 우두머리가 입을 벌렸다⁠. 지난 토요일에 잡은 놈보다 한 뼘 작았지만 숨은 똑같았다⁠. 현주는 바위 뒤로 몸을 던졌다⁠. 보랏빛 물줄기가 바위를 때리고 갈라져 양옆으로 쏟아졌다⁠. 바위 모서리가 깨져 나가며 돌 조각이 비처럼 쏟아졌다⁠.

숨이 끝나는 틈에 현주가 튀어 나갔다⁠. 결계가 있었다면 숨을 받아 내는 동안 칼을 들고 기다렸을 자리였다⁠. 결계가 없으니 숨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고⁠, 기다리는 동안 우두머리 옆구리의 메기들이 먼저 움직였다⁠. 꼬리 하나가 현주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경갑 안에서 무언가 뚝 소리를 냈다⁠.

현주는 바닥을 두 바퀴 굴러 멈췄다⁠. 숨을 들이쉬자 오른쪽 옆구리에 칼날을 박은 것 같은 통증이 왔다⁠. 재만의 드론이 현주 얼굴 앞까지 내려왔다⁠.

“⁠헌터님⁠! 괜찮으세요⁠? 철수할까요⁠? 철수하죠⁠? 제가 정할 일은 아닌데요⁠!⁠”

“⁠…⁠…철수⁠.⁠”

*

여섯 시 반⁠, 의무 천막의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형광등에 비춰 보며 혀를 찼다⁠. 오른쪽 아래 갈비뼈 두 대에 금이 갔다고 했다⁠. 현주는 압박 붕대를 감은 채 간이 침대에 누워 천막 천장을 보았다⁠. 천장에 누가 매직으로 「⁠메기 조심⁠」이라고 써 놓았다⁠.

천막 입구가 확 젖혀졌다⁠. 태호였다⁠. 잠옷 바지 위에 등산 조끼를 걸쳤고 발에는 삼선 슬리퍼를 신었다⁠. 지팡이는 들고 오지 않았다⁠. 아파트에서 둑길까지 십 분 거리를 뛰어온 얼굴이었다⁠.

“⁠왜 혼자 들어갔어⁠?⁠”

“⁠당신 없어도 된다는 거 보여 주려고⁠.⁠”

“⁠보여 줬네⁠. 갈비뼈로⁠.⁠”

태호는 침대 옆에 쭈그려 앉아 조끼 주머니를 열었다⁠. 진통제와 얼음 팩이 나왔고⁠, 맨 나중에 검은 머리 고무줄 하나가 나왔다⁠. 태호는 고무줄을 현주 손바닥에 올려놓고⁠, 현주 머리에 감긴 노란 케이블 타이를 보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웃음을 참는 얼굴이었다⁠. 현주는 고무줄을 쥐었다⁠.

“⁠공문 봤어⁠?⁠” 현주가 물었다⁠.

“⁠봤어⁠. 회장님이 어젯밤에 전화도 했어⁠. 측정을 공정하게 하려면 당분간 떨어져 있으래⁠.⁠”

“⁠공정하려고 떼어 놔⁠? 세 해 전에도 떼어 놨잖아⁠. 마포는 나 혼자⁠, 당신은 딴 데⁠.⁠”

“⁠그건 시우 때문이었지⁠. 둘 다 S급 균열에 들어가면 시우는 누가 봐⁠.⁠”

“⁠그 말도 회장님이 했어⁠?⁠”

태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끼 가장 안쪽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시우의 알림장 한 장이었다⁠.

「⁠4월 16일 금요일 학부모 공개 수업 · 발표 주제 — 우리 부모님이 하는 일⁠」

“⁠시우가 엄마 오냐고 매일 물어⁠. 내가 모른다고 하니까⁠, 모르면 엄마한테 물어보래⁠.⁠”

현주는 종이를 오래 보았다⁠. 세 해 동안 공개 수업 알림장이 몇 장 왔는지 몰랐다⁠. 전부 이 조끼 안쪽 주머니를 거쳐 갔을 것이었다⁠.

“⁠갈게⁠.⁠”

“⁠갈비뼈 붙이고⁠.⁠”

“⁠금요일까지 붙어⁠.⁠”

“⁠안 붙어⁠. 금 간 데는 사 주는 걸려⁠.⁠” 태호는 일어나 슬리퍼를 고쳐 신었다⁠. “⁠사 주 걸린다고⁠. 이것도 열두 해 봤어⁠.⁠”

태호가 나가고 오 분도 안 되어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하정임 조정위원⁠」이 떴다⁠. 현주는 누운 채 전화를 받았다⁠.

“⁠아내분⁠, 새벽 중계 봤어요⁠. 저희 남편이 깨워서요⁠.⁠” 하정임의 목소리는 법원에서와 똑같이 차분했다⁠. “⁠하나만 여쭤볼게요⁠. 기일 전에 혼자 들어가신 거⁠, 상대방 기여도를 줄이시려고 그러신 거예요⁠?⁠”

“⁠아니요⁠. 제가 혼자서도 된다는 거 보여 주려고요⁠.⁠”

“⁠보여 주셨어요⁠?⁠”

현주는 압박 붕대를 내려다보았다⁠. “⁠…⁠…반쯤요⁠.⁠”

“⁠그럼 남은 반은 다음 기일에 말로 하세요⁠. 그리고 갈비뼈 붙을 때까지는 균열 들어가지 마세요⁠. 조정위원으로서 하는 말이 아니고요⁠, 동네 할머니로서 하는 말이에요⁠.⁠” 하정임은 잠깐 말을 끊었다가 덧붙였다⁠. “⁠케이블 타이는 잘 어울리시던데요⁠.⁠”

*

이튿날 오후 두 시⁠, 기지 앞에 검은 승합차 세 대가 멈췄다⁠. 맨 앞 차에서 분홍 재킷을 입은 여자가 내렸다⁠. 마흔 후반쯤⁠, 귀밑에서 자른 단발에 손에는 마이크를 쥐고 있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도명란 의원이었다⁠. 옆에서 기태가 우산을 받쳐 주었다⁠. 비는 오지 않았다⁠. 햇빛 가리개였다⁠.

기지 보조 헌터 여남은 명이 피켓을 들고 둑길에 줄지어 있었다⁠. 「⁠보조도 사냥이다⁠」 「⁠결계에도 숫자를⁠」⁠. 명란이 피켓 앞에서 카메라를 마주 보았다⁠.

“⁠국민 여러분⁠, 레벨도 재산입니다⁠. 혼인 중에 같은 결계 안에서 같이 사냥해 올린 레벨은 이혼할 때 반씩 나눠야 합니다⁠. 저는 오늘 「⁠헌터 부부 레벨 분할법⁠」을 대표 발의합니다⁠.⁠”

보조 헌터들이 박수를 쳤다⁠. 명란은 고개를 돌려 의무 천막 앞의 현주를 찾았다⁠. 현주는 압박 붕대 위에 후드 집업을 걸치고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있었다⁠. 명란이 마이크를 든 채 다가왔다⁠.

“⁠기현주 헌터님⁠, 한 말씀 해 주시죠⁠.⁠”

“⁠의원님⁠, 메기 한 마리 잡아 보셨어요⁠?⁠”

“⁠세금은 잡아 봤죠⁠.⁠” 명란은 웃음기 없이 말했다⁠. 기자들이 웃었다⁠. “⁠헌터님⁠, 지난 토요일에 숫자 보셨잖아요⁠. 48 대 52⁠. 열두 해 동안 저분 숫자는 화면에 한 번도 안 떴습니다⁠. 법이 없어서요⁠.⁠” 명란은 둑길 아래를 둘러보았다⁠. “⁠오늘 변태호 헌터님은 못 오셨대요⁠. 아드님 하교 시간이라서요⁠. 이런 분 숫자가 영입니다⁠, 여러분⁠.⁠”

보조 헌터 하나가 피켓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우리도 영입니다⁠!⁠”

“⁠반을 법으로 정하면 막타는 누가 쳐요⁠? 법이 쳐요⁠?⁠”

“⁠그래서 공청회를 엽니다⁠. 다음 주 수요일⁠, 21일이에요⁠. 두 분 다 진술인으로 모시겠습니다⁠.⁠” 명란은 수첩을 펼쳐 보였다⁠. “⁠미국 네바다 주도 비슷한 법을 검토하고 있어요⁠. 우리가 먼저 하면 세계가 우리 법을 따라옵니다⁠.⁠”

기태가 명란 뒤에서 현주에게 고개를 숙였다⁠. 인사였는지 끄덕임이었는지 현주는 알 수 없었다⁠. 핫도그 이모는 노점 앞에 「⁠의원님 방문 기념 반반 할인⁠」 종이를 새로 붙이고 있었다⁠.

*

금요일 오전 열 시⁠, 망원동 초등학교 5학년 3반 교실 뒤에는 학부모 스무 명쯤이 벽에 붙어 서 있었다⁠. 현주는 맨 끝에 서서 오른쪽 옆구리를 손으로 눌렀다⁠. 압박 붕대가 후드 집업 아래로 불룩했다⁠. 태호는 반대편 끝에 서 있었다⁠. 이마에 거즈를 붙였고⁠, 금 간 안경알은 새것으로 갈아 끼웠다⁠. 두 사람 사이에 학부모 열여덟 명이 끼어 있었다⁠.

시우 차례가 오자 시우는 도화지 한 장을 들고 교탁 앞에 나갔다⁠. 도화지에는 칼 든 사람과 지팡이 든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칼 든 사람이 훨씬 앞에 있었다⁠.

“⁠우리 엄마는 헌터예요⁠. 앞에서 싸워요⁠. 우리 아빠도 헌터예요⁠. 뒤에서 막아요⁠.⁠” 시우는 도화지를 뒤집었다⁠. 뒷면에는 하늘색 동그라미와 금색 동그라미가 겹쳐 있었다⁠. “⁠둘이 같이 있으면 금색 결계가 생겨요⁠. 금색 결계는 메기 숨도 막아요⁠. 그런데 우리 엄마는 아빠가 뒤에 있는 걸 몰라요⁠. 한 번도 안 돌아봐서요⁠.⁠”

아이들이 와르르 웃었다⁠. 앞줄 남자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 우리 아빠는 은행원이라 맨날 숫자만 본다고 말해서 한 번 더 웃음이 터졌다⁠. 학부모 몇이 고개를 돌려 현주를 찾았다⁠. 현주는 옆구리를 누른 손에 힘을 주었다⁠. 갈비뼈가 아팠다⁠.

“⁠그래서 저는 크면 엄마 아빠 가운데 서는 헌터가 될 거예요⁠. 거기가 제일 잘 보여요⁠.⁠”

담임 선생님이 박수를 치자 교실 전체가 따라 쳤다⁠. 태호는 박수를 치다 말고 안경을 벗어 닦았다⁠.

*

수업이 끝난 교문 앞에서 현주는 태호를 붙잡았다⁠. 시우는 문구점 앞에서 친구들과 뽑기 기계를 돌리고 있었다⁠.

“⁠공청회 나가⁠?⁠”

“⁠나가⁠.⁠” 태호는 안경을 다시 썼다⁠. “⁠법 만들어 달라고 말할 거야⁠.⁠”

“⁠시우 발표 듣고도⁠?⁠”

“⁠시우 발표 들어서⁠.⁠” 태호는 문구점 앞의 시우를 보았다⁠. “⁠뒤에 있는 사람도 숫자가 있어야 돼⁠. 시우가 크면 가운데 서고 싶대잖아⁠. 가운데 선 사람은 막타를 못 쳐⁠. 걔도 열두 해 동안 영이면 어떡해⁠?⁠”

“⁠시우는 막타 칠 거야⁠. 내가 가르칠 거야⁠.⁠”

“⁠당신이 가르치면 뒤도 안 돌아보는 애가 돼⁠.⁠”

현주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문구점 앞에서 시우가 친구에게 엄마 칼자루를 가리키며 무언가를 자랑하고 있었다⁠. 친구가 우와 소리를 냈고⁠, 시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깨 으쓱하는 버릇은 태호를 닮았다⁠.

현주는 휴대전화를 열었다⁠. 명란 의원실에서 보낸 문자가 와 있었다⁠.

「⁠4월 21일 수요일 오전 열 시 · 헌터 부부 레벨 분할법 공청회 · 진술인 — 찬성 변태호 · 반대 기현주⁠」

문구점 앞에서 뽑기 기계가 덜컹 울렸다⁠. 시우가 캡슐 하나를 높이 들어 보였다⁠. 캡슐 안에 금색 메기 열쇠고리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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