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5,032자) · 반려된 칸

아직 모르겠음

궤도에서 온 편지 · 서지오

어머니 집은 순천 시장 뒤편 이층이다. 계단이 가팔라서 올라가면 숨이 찬다. 서린은 한 달에 한 번, 야간 근무가 끝난 토요일 아침에 그 계단을 오른다. 올라가면 어머니가 부엌에서 무언가를 볶고 있고, 집 안에 참기름 냄새가 먼저 와 있다.

“밥 먹었냐.”

“먹었어.”

“뭘.”

“식혜.”

어머니는 주걱을 든 채로 돌아서서 서린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 눈길은 십사 년 동안 한 번도 달라지지 않았다. 서린이 정거장에서 내려온 날 공항 입국장에서도 어머니는 그렇게 봤다. 말라서 온 딸을 위아래로 훑고, 첫마디가 「밥 먹었냐」였다. 그날 서린은 대답을 못 했다. 아버지 장례는 이틀 전에 끝나 있었다.

어머니는 가지를 볶고 있었다. 가지는 아버지가 좋아하던 것이다. 서린은 달력을 봤다. 기일이 열흘 남아 있었다.

밥상에서 어머니가 물었다.

“요즘은 늦게 끝나냐.”

“응.”

“그 위에 있는 사람 때문에.”

서린은 젓가락을 멈췄다. 어머니는 가지를 뒤적이면서, 딸 얼굴은 보지 않고 말을 이었다.

“뉴스에 나오더라. 우주 정거장 문 닫는다고. 사람 하나 남아 있다고.”

“응.”

“그 사람은 밥은 먹냐.”

“죽 먹어. 봉지에 든 거.”

“아이고.”

“맛은 괜찮대. 이름이 여러 개야. 소고기 버섯죽, 단호박죽.”

“이름이 여러 개면 맛이 하나라는 소리다.”

어머니는 그 한마디에 모든 걸 담았다. 봉지 죽에 대한 경멸과, 그걸 먹는 사람에 대한 동정과, 그 사람 때문에 늦게 끝나는 딸에 대한 무언가를. 서린은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대신 가지를 한 번 더 집었다. 기름이 많았다. 아버지 입맛이었다.

설거지를 하는데 어머니가 뒤에서 말했다.

“너 그때 내려온 거, 후회하지 마라.”

서린은 수세미를 쥔 채로 서 있었다. 물이 계속 흘렀다.

“구 일째에 가셨어. 네가 십일 일째에 왔고. 이틀이야. 이틀 가지고 평생 속 끓이지 마라. 네 아버지는 그런 거 싫어했다.”

어머니는 그 말만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서린은 수도꼭지를 잠갔다. 싱크대에 가지 껍질 하나가 붙어 있었다. 손끝으로 떼어 냈다.

거실 장식장 위에 아버지 사진이 있다. 사진 속 아버지는 어선 뱃머리에 서서 한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있다. 여수에서 삼십 년을 배를 탄 사람이었다. 서린이 우주로 간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반대하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거기서도 물때가 있냐.」 없다고 하자, 아버지는 한참 생각하다가 「그럼 뭘 보고 하루를 나누냐」고 했다. 서린은 그때 대답을 못 했고, 정거장에 올라가서야 알았다. 지구를 보고 나눈다. 열여섯 번. 그 대답을 편지로 쓰려고 했는데, 쓰기 전에 통보가 왔다. 사진 액자 유리에 먼지가 얇게 앉아 있었다. 서린은 소매로 한 번 닦았다. 아버지의 가린 손이 조금 더 또렷해졌다.

월요일 밤에 탑승 의사 양식이 정거장으로 나갔다. 서린이 만든 양식이었다. 규정상 보급선 도착 열나흘 전까지 담당 기술자의 의사를 받아야 했다. 양식은 한 장이고 항목은 둘이다. 탑승, 미탑승. 네모 칸 두 개.

만들 때 서린은 셋째 칸을 넣었다. 「아직 모르겠음.」 결재에서 빠졌다. 반려 사유는 한 줄이었다. 「행정상 처리 불가.」 그녀는 그 사유를 이해했다. 보급선은 날짜에 맞춰 떠나고, 좌석은 있거나 없다. 모르겠다는 사람을 태울 좌석은 없다. 이해했기 때문에 다시 올리지 않았다.

반려 문서 아래에는 운영국장의 짧은 메모가 한 줄 붙어 있었다. 손글씨였다. 「이 칸이 있으면 사람은 그 칸에 표시합니다. 모르겠다고 한 사람은 끝까지 모릅니다.」 서린은 그 메모를 오래 봤다. 행정 문장이 아니었다. 누가 겪어 본 사람의 문장이었다. 권도형 국장이 어디서 그걸 겪었는지 그녀는 몰랐다. 그 사람은 회의에서 자기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송신 061. 발신 시각 11:20.

1. 양식 받았습니다. 2. 열었다가 닫았습니다. 여섯 번 그랬습니다. 3. 칸이 두 개인데 여섯 번 걸립니다. 칸이 셋이었으면 한 번에 끝났을 겁니다. 4. 어떤 칸이냐고 물으시면, 저도 모릅니다.

이상입니다.

서린은 3번 줄을 읽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 사람은 반려된 칸을 모른다. 결재 문서는 관제 안에만 돈다. 그런데 그 칸이 있던 자리를 손가락으로 짚듯이 말하고 있었다.

수신 061. 수신 시각 11:34.

1. 「아직 모르겠음」입니다. 2. 만들 때 넣었고 결재에서 빠졌습니다. 사유는 「행정상 처리 불가」였습니다. 3. 십사 년 전에 저한테 그 칸이 필요했습니다. 없어서 탑승에 표시했습니다.

이상입니다.

송신 062. 발신 시각 11:43.

1. 왜 타셨습니까. 2. 이건 질문입니다. 답하기 싫으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이상입니다.

서린은 한참 답을 쓰지 않았다. 민재가 점심 도시락을 두 개 사 와서 하나를 그녀 책상에 놓았다. 제육볶음이었다. 민재는 자기 것을 뜯으면서 「오늘은 두 개 다 제가 안 먹어요」 하고 선언했다. 서린은 뚜껑을 열지 않았다. 도시락이 식어 가는 냄새가 났다.

답장 창에 1번을 쓰는 데 십 분이 걸렸다. 「아버지가 아프셨습니다.」 그 한 줄을 쓰고 나서 손가락이 자판 위에 떠 있었다. 2번부터는 숫자였다. 사흘, 셋, 십일 일, 구 일. 숫자는 쓰기 쉬웠다. 숫자는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 쓰기 어려운 건 3번 줄 뒷부분이었다. 「나머지 셋을 안 만들고 탔습니다.」 그녀는 그 문장을 「못 만들고」로 썼다가 「안 만들고」로 고쳤다. 못 만든 게 아니었다. 사흘이면 하나는 더 만들 수 있었다. 그녀는 짐을 쌌다. 고친 글자 하나를 보면서 서린은 자기가 이 문장을 십사 년 동안 기다렸다는 걸 알았다. 누가 물어 주기를. 아무도 안 물었다. 어머니도, 관제 동료들도, 상담 선생도. 다들 「힘들었겠다」고 했고, 「왜 탔느냐」고는 묻지 않았다.

수신 062. 수신 시각 12:20.

1. 아버지가 아프셨습니다. 2. 통보를 받은 것이 보급선 사흘 전이었습니다. 3. 그때 3구역 배양조가 여섯 중 셋까지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나머지 셋을 안 만들고 탔습니다. 4. 지상에 닿은 것이 십일 일 뒤입니다. 아버지는 구 일째에 가셨습니다. 5. 늦게 보내서 죄송합니다. 이건 쓰는 데 이십삼 분 걸렸습니다.

이상입니다.

답이 왔을 때 도시락은 완전히 식어 있었다.

송신 063. 발신 시각 12:29.

0. 십사 년 전 기록을 다시 꺼냈습니다. 0-1. 열일곱 번째 자리 보고서는 이백일 건입니다. 그중 보고 아닌 문장이 들어간 것이 서른네 건입니다. 0-2. 사 년 동안 세 번 셌습니다. 세 번 다 서른넷이었습니다.

1. 배양조는 지금 여섯 개입니다. 2. 누가 나머지 셋을 만들었습니까.

이상입니다.

서린은 이 질문을 알고 있었다. 십삼 년 전에 그녀가 했던 질문이었다.

장례를 치르고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그녀는 순천 집 작은방에서 관제 공개 게시판에 올라오는 정거장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할 일이 없어서였다. 날마다 올라오는 다섯 줄짜리 보고서를 읽다가, 어느 날 그 다섯 줄 뒤에 붙은 여섯째 줄을 봤다. 작성자는 「후임 기술자」였다. 그녀가 비운 자리에 올라간 사람. 여섯째 줄은 이랬다.

수신 063. 수신 시각 12:43.

1. 제 다음 사람입니다. 기록에는 「후임 기술자」로만 되어 있습니다. 2. 그 사람도 보고서에 보고 아닌 문장을 넣었습니다. 이렇게요. 3. “배양조를 마저 만들었습니다. 만든 사람이 돌아왔을 때 여섯 개였으면 해서요.” 4. 저는 그 문장을 읽고 관제에 지원했습니다. 십삼 년 전입니다.

이상입니다.

그 문장을 처음 읽은 날, 순천 작은방은 오후였고 창으로 시장 소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생선 좌판 물 뿌리는 소리, 오토바이가 골목을 긁고 가는 소리. 서린은 모니터 앞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그 문장을 읽었다. 두 번 읽었다. 세 번째에 방바닥에 누웠다. 천장 벽지에 물 자국이 있었다. 그녀는 그 물 자국을 한 시간쯤 봤다. 그리고 일어나서 관제 채용 공고를 찾았다. 그날 저녁 어머니가 「밥 먹었냐」고 물었을 때 서린은 처음으로 「먹을게」라고 대답했다.

보내 놓고 서린은 인사 기록 조회 창을 열었다. 몇 번이나 열어 본 창이었다. 정거장 상주자 명단, 스물세 번째 줄. 「후임 기술자 — 본청 전보로 인한 비공개 처리.」 이름 칸은 비어 있었다. 본청으로 간 사람은 현장 기록에서 이름이 빠진다. 그 규정은 그녀도 알았다. 알면서 해마다 한 번씩 이 창을 열었다.

송신 064. 발신 시각 12:52.

1. 관제님. 2. 그러면 이 온실은 두 사람이 만든 겁니다. 세 개씩. 3. 저는 그 여섯 개에 물을 주고 있습니다. 성한 넷에만, 이 리터씩. 4. 여섯 개를 다 주려면 급수관 둘이 필요합니다. 5. 이제 셋이 되는 겁니까. 만든 두 사람하고 물 주는 사람.

이상입니다.

서린은 5번 줄의 셈을 따라 해 보았다. 열일곱 번째, 스물세 번째, 그리고 이름 없는 번호의 이 사람. 셋. 한 온실에 걸린 사람이 셋이 되는 데 십사 년이 걸렸다.

그녀는 답장 창에 「넷입니다」라고 썼다. 계산기를 빌려주고 식혜를 사다 주는 교대자도 그 셈에 넣고 싶었다. 그러다 지웠다. 그건 아직 그 사람들이 모르는 셈이었다.

수신 064. 수신 시각 13:06.

1. 셋이 맞습니다. 2. 양식은 서두르지 마십시오. 마감은 보급선 열나흘 전입니다. 3. 여섯 번 열었다 닫으셔도 됩니다. 일곱 번째에 표시하셔도 됩니다. 4. 그 칸은 없지만, 없는 칸 앞에서 오래 있는 건 규정 위반이 아닙니다.

이상입니다.

퇴근길에 서린은 순천에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는 세 번째 신호에 받았다.

“왜?”

“기일에 갈게.”

“당연히 와야지.”

“가지 볶아 줘. 아버지 좋아하던 대로, 기름 많이.”

“죽은 사람 입맛 맞춰 줘서 뭐 할라고. 산 사람 먹을 거지.”

어머니는 잠깐 말이 없다가 「그래도 기름은 적게 할란다」 하고 끊었다. 서린은 주차장에 선 채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녁이었다. 서쪽 낮은 곳에서 작은 점 하나가 떠올라 천천히 건너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끝까지 보지 않았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한 번 떨렸다. 민재였다. 「선배 도시락 식어서 제가 먹었어요. 두 개 다 먹은 거 아닙니다. 하나 반입니다.」 서린은 웃으면서 차 문을 열었다. 볼 것은 내일도 열여섯 번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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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배2026.05.27·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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