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5,347자)

독 검사

강호 배달 라이더 · 하로운

반 토막 향은 숨 한 번에 한 마디씩 줄었다⁠.

사월 초사흘⁠, 반 시진 배달 사흘째였다⁠. 풍운 라이더 열둘이 골목으로 들어올 때마다 다들 개처럼 혀를 내밀고 있었다⁠. 장대팔은 돼지뼈 국을 나르다 지붕에서 국물을 반쯤 흘렸는데⁠, 향은 겨우 맞췄다⁠. 손님은 반만 남은 국을 받고 별패를 반만 줄 수는 없어서 둘을 줬다⁠. 진보덕은 국물 흘린 만큼 품삯에서 깎을지 말지 한참 고민하다가⁠, 국물은 할멈 것이라며 할멈한테 떠넘겼다⁠. 할멈은 국자로 진보덕 정수리를 쳤다⁠.

“⁠부름 왔다⁠! 백제 청풍객사⁠, 무당파 거처⁠. 만두 스무 개⁠.⁠”

백제는 서호 북쪽을 가로지르는 둑길이다⁠. 청하방에서 가자면 지붕 스물을 넘고 다리 하나를 건너야 했다⁠. 반 토막 향으로는 숨 쉴 틈도 없었다⁠. 나는 찜기를 받아 들고 담장을 짚었다⁠.

*

청풍객사 대문 앞에는 무당파 젊은 도사 하나가 문지기로 앉아 있었다⁠. 얼굴이 보름달처럼 둥글고 도포 앞섶에 깨 부스러기가 붙어 있었다⁠. 나는 향꽂이를 보여 주며 숨을 몰아쉬었다⁠.

“⁠풍운배달입니다⁠. 반 시진 안에 왔습니다⁠. 들여보내 주십시오⁠.⁠”

“⁠무당의 현진이오⁠. 대회 동안 거처에 드는 음식은 모두 독 검사를 하오⁠.⁠”

현진은 찜기 뚜껑을 열더니 만두 하나를 집어 반을 베어 먹었다⁠. 오래 씹었다⁠. 하늘을 한 번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음 만두를 집었다⁠.

“⁠잠깐요⁠, 도장님⁠. 독 검사는 하나면 되잖아요⁠.⁠”

“⁠독이 하나에만 들었으면 어쩌오⁠. 스무 개에 다 들었는지 하나에만 들었는지는 다 먹어 봐야 아는 것이오⁠.⁠”

“⁠다 먹으면 손님은 뭘 드시는데요⁠?⁠”

“⁠반씩 드시면 되오⁠. 반은 내가 목숨을 걸고 지킨 것이니⁠.⁠”

현진은 스무 개를 하나도 빼지 않고 반씩 베어 물었다⁠. 다 끝나자 트림을 한 번 하고 엄숙한 얼굴로 찜기를 안에 들여보냈다⁠. 나는 대문 밖에서 향이 다 타는 것을 지켜봤다⁠. 향은 맞췄다⁠. 그런데 반 시진 뒤 돌아온 빈 찜기 바닥에는 별패가 딱 하나 굴러다녔다⁠.

풍운 벽 「⁠한 줄 평⁠」 판에 새 줄이 생겨 있었다⁠. 「⁠만두마다 이빨 자국⁠. 반쪽 만두는 처음 봄⁠. 별 하나⁠.⁠」

진보덕이 판 앞에서 팔짱을 꼈다⁠.

“⁠별 하나면 다음 부름은 비룡한테 간다⁠. 무당 거처 사십 명이 하루 세 끼 시키면 한 달에 은자가 얼마냐⁠. 알겠냐⁠?⁠”

“⁠그 도사가 먹은 거예요⁠, 제가 아니라⁠.⁠”

“⁠손님 눈엔 풍운 만두가 반쪽인 거지⁠. 누가 먹었는지는 손님이 안 궁금해한다⁠.⁠”

*

골목 건너 비룡 지점에서 떡 시루가 건너왔다⁠. 곽만금이 직접 들고 왔다⁠. 배가 불룩하고 웃는 얼굴인데⁠, 시루를 받쳐 든 손등에 굳은살이 엽전처럼 박혀 있었다⁠. 철권 곽만금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시루 떡 한가운데 향 한 대가 꽂혀 타고 있었다⁠.

“⁠어제 진 사장이 향 꽂아 보내라 하지 않았소⁠. 다 타기 전에 왔소이다⁠.⁠”

진보덕은 떡을 받지도 안 받지도 못하고 시루 끝만 붙들었다⁠. 곽만금은 가게 안을 한 바퀴 둘러봤다⁠. 벽에 걸린 찜기 서른⁠, 놋쇠 향꽂이 열둘⁠, 「⁠한 줄 평⁠」 판의 별 하나짜리 줄에서 눈이 멈췄다⁠.

“⁠장사는 장사고⁠, 내 말 한마디만 하리다⁠. 풍운 라이더 열둘⁠, 찜기 서른⁠, 이 골목 자리까지 내가 통째로 사겠소⁠. 진 사장은 지점장으로 앉고⁠. 전당포에 잡힌 집문서도 내가 찾아 드리지⁠.⁠”

진보덕의 얼굴이 하얘졌다⁠. 집을 잡혔다는 말은 라이더 누구도 처음 듣는 말이었다⁠. 장대팔이 내 옆구리를 찔렀고⁠, 나는 못 들은 척 떡만 봤다⁠.

“⁠우리 라이더는 지붕을 탑니다⁠. 비룡은 뭘 탑니까⁠?⁠”

내가 끼어들자 곽만금이 나를 내려다봤다⁠.

“⁠짚신이 말을 하네⁠. 비룡은 다 탄다⁠. 표사는 지붕을⁠, 마차는 큰길을⁠, 짐꾼은 골목을⁠. 한 집 음식을 셋이 이어 달리니 일각이면 닿지⁠.⁠”

셋이 이어 달린다⁠. 찜기가 세 번 남의 손을 탄다는 말이었다⁠. 곽만금은 떡 시루를 계산대에 내려놓고 문을 나갔다⁠. 향은 아직 반이 남아 있었다⁠. 진보덕은 떡에 꽂힌 향을 뽑아 바닥에 비벼 껐다⁠.

*

할멈이 제사 초를 만들고 남은 밀랍을 녹이고 있었다⁠. 노란 밀랍이 작은 냄비에서 꿀처럼 끓었고⁠, 할멈은 그걸 대나무 주걱으로 저어 초 틀에 붓고 있었다⁠. 나는 냄비 앞에 쪼그려 앉아 손가락으로 밀랍 방울 하나를 찍어 봤다⁠. 뜨거웠다가 금방 식었고⁠, 식으면 손톱으로 긁어도 자국이 그대로 남았다⁠.

“⁠할멈⁠, 이거 찜기 뚜껑 틈에 바르면 어때요⁠?⁠”

“⁠그럼 뚜껑이 안 열리지⁠.⁠”

“⁠그러니까요⁠. 손님 말고는 아무도 못 열게요⁠. 그리고 식기 전에 위에다 우리 도장을 꾹⁠.⁠”

진보덕이 계산대에서 고개를 들었다⁠.

“⁠밀랍 한 덩이에 두 닢이다⁠.⁠”

“⁠별 하나 받으면 은자가 날아가는데 두 닢이 아까워요⁠?⁠”

진보덕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한참 짚어 보더니 나무 도장을 하나 던져 줬다⁠. 「⁠풍운⁠」 두 글자가 거꾸로 새겨져 있었다⁠. 저녁이 되자 찜기 뚜껑마다 밀랍 띠가 둘러졌고⁠, 띠 위에 붉은 「⁠풍운⁠」 도장 자국이 박혔다⁠. 장대팔이 이름을 붙였다⁠.

“⁠안심 봉인⁠. 손님 안심하시라고⁠.⁠”

“⁠라이더도 안심이지⁠. 문지기가 손을 못 대니까⁠.⁠”

라이더 열둘이 계산대에 줄지어 앉아 밤늦도록 도장을 찍었다⁠. 장대팔은 도장을 거꾸로 쥐고 찍어서 「⁠운풍⁠」을 열 개나 만들었다⁠. 진보덕은 「⁠운풍⁠」 열 개를 버리지 않고 따로 모아 두었다가⁠, 단골 아닌 손님한테만 보내라고 했다⁠. 밀랍 두 닢이 아까운 사람다웠다⁠.

*

이튿날 청풍객사 대문 앞⁠. 현진은 찜기를 받아 들고 밀랍 띠를 손톱으로 툭툭 건드렸다⁠. 냄새를 맡았다⁠. 귀에 대고 흔들어 봤다⁠.

“⁠이것이 무엇이오⁠?⁠”

“⁠안심 봉인입니다⁠. 이게 멀쩡하면 풍운에서 나온 뒤로 아무도 손을 안 댄 겁니다⁠. 독을 넣으려면 이걸 뜯어야 하는데⁠, 뜯으면 표가 납니다⁠. 뜯는 건 손님이 하시라고요⁠.⁠”

“⁠그러면 독 검사는⁠?⁠”

“⁠손님이 하시죠⁠. 드시면서⁠.⁠”

현진의 둥근 얼굴이 처음으로 쓸쓸해졌다⁠. 무당 거처 문지기가 하루 종일 하는 일이 독 검사뿐이었구나 싶었다⁠. 나는 등짐 옆주머니에서 기름종이에 싼 만두 하나를 꺼냈다⁠.

“⁠이건 검사용입니다⁠. 봉인 없는 걸로 하나 더 쪄 왔어요⁠. 도장님 몫⁠.⁠”

현진은 기름종이를 받더니 대문 뒤로 돌아서서 몰래 먹었다⁠. 등이 행복해 보였다⁠. 다 먹고 돌아서서는 엄숙하게 말했다⁠.

“⁠독은 없소⁠.⁠”

반 시진 뒤 무당파 사형이 직접 빈 찜기를 들고 대문까지 나왔다⁠. 별패 다섯 개가 바닥에서 달그락거렸다⁠.

“⁠대회 끝날 때까지 우리 거처 세 끼는 풍운으로 하겠소⁠. 봉인한 것으로⁠.⁠”

사형은 말을 마치고 대문 뒤를 흘끗 봤다⁠.

“⁠어제 반쪽 만두는 현진이 그런 것이오⁠?⁠”

대문 뒤에서 현진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도덕경을 외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못 봤다고 했다⁠. 단골 문지기는 손님만큼 귀하다⁠.

돌아오는 길에 지붕 위에서 소리를 질렀다⁠. 한 집 처마에서 빨래 널던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혀를 찼다⁠. 사흘 만에 처음으로 향이 반이나 남아 있었다⁠.

*

해 질 녘⁠, 매화 가지 하나가 풍운 뒷골목에 툭 떨어졌다⁠. 할멈 지붕 위로 누가 던진 것이었다⁠. 가지에 묶인 쪽지는 낯익은 비뚤배뚤한 글씨였다⁠. 「⁠만두 열⁠. 몰래⁠. 세 번째 창⁠. 위 공자⁠.⁠」

화산파 거처는 비룡 전속이 됐다⁠. 담 안에 발을 들이면 안 된다⁠. 나는 쪽지를 두 번 읽고⁠, 담 안에 발만 안 들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혼자 결론을 냈다⁠.

취선객잔 동쪽 별채는 세 번째 창이 골목 위로 나 있었다⁠. 나는 맞은편 지붕 처마에 무릎을 걸고 거꾸로 매달렸다⁠. 찜기를 두 손으로 받쳐 창 앞에 내밀자⁠, 창이 손가락 한 마디만큼 열렸다⁠. 볼이 동그란 얼굴이 반쯤 보였다⁠.

“⁠늦었어⁠.⁠”

“⁠향은 반 넘게 남았는데⁠.⁠”

“⁠배가 늦었다고⁠. 비룡 건 빨리 오는데 식어 있어⁠. 빨리 오는데 왜 식지⁠?⁠”

곽만금 말이 떠올랐다⁠. 표사가 지붕을⁠, 마차가 큰길을⁠, 짐꾼이 골목을⁠. 찜기 하나가 세 사람 손을 거치는 동안 뚜껑은 몇 번이고 열렸다 닫혔을 것이다⁠.

“⁠손이 많아서 그래⁠. 우리는 한 손으로 끝까지 가⁠.⁠”

설매는 찜기를 안으로 당겨 가며 봉인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뭐야⁠?⁠”

“⁠안심 봉인⁠. 우리 사부님도 못 뜯어⁠.⁠”

“⁠우리 사부님은 이런 거 손가락 하나로 뜯어⁠. 그러니까 들키면 안 돼⁠.⁠”

설매가 봉인을 손톱으로 따고 만두 하나를 입에 넣었다⁠. 씹는 동안 말이 없다가⁠, 삼키고 나서야 길게 말했다⁠. 성미 급한 사형 둘이 어젯밤 몰래 육포를 씹다가 사부한테 들켜 물구나무로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 비무 연습 끝나고 받는 밥이 맹물 죽에 소금 한 꼬집이라는 이야기⁠, 배가 고프면 검끝이 왼쪽으로 반 치 흔들린다는 이야기⁠. 만두 셋을 먹는 동안 이야기가 셋 지나갔다⁠.

“⁠이름이 뭐야⁠, 라이더⁠?⁠”

“⁠육차돌⁠.⁠”

“⁠차돌⁠? 돌이 이름이야⁠?⁠”

“⁠사부가 길에서 주운 애들한테 돌 이름을 붙였어⁠. 사형은 반석⁠.⁠”

설매의 손이 멈췄다⁠. “⁠반석이면⁠, 비룡 그 사람⁠?⁠”

복도 안에서 느린 발소리가 들렸다⁠. 설매가 창을 탁 닫았다⁠. 내 손가락이 아직 창틀에 있었다⁠. 나는 처마에 거꾸로 매달린 채 소리 안 나게 비명을 질렀다⁠. 창 너머에서 송학 진인의 하오체가 들렸다⁠.

“⁠설매야⁠, 방에서 무슨 냄새가 나는고⁠?⁠”

“⁠매화 냄새입니다⁠, 사부님⁠. 가지를 하나 꺾어 꽂았습니다⁠.⁠”

*

정자사 저녁 종이 울릴 무렵⁠, 남쪽 호숫가가 시끄러웠다⁠. 비룡의 고수 라이더 하나가 일각 배달을 맞추려고 정자사 대웅전 지붕을 가로지르다 기와 열댓 장을 박살 냈다는 것이었다⁠. 스님들이 깨진 기와를 들고 관아로 몰려갔고⁠, 저녁밥 때가 끝나기도 전에 포두 하나가 망치를 들고 풍운 골목에 나타났다⁠.

포두는 우리 문짝에 방을 탕탕 박았다⁠.

「⁠정자사와 관아 지붕⁠, 서호 남쪽 길 지붕을 밟는 자는 곤장 스무 대⁠. 단 관아 통행패를 지닌 자는 예외⁠. 항주부⁠.⁠」

“⁠포두 나리⁠, 기와 깬 건 비룡인데 방은 왜 우리 문에 박습니까⁠?⁠”

“⁠너희 문이 제일 가까워서⁠.⁠”

“⁠비룡 문은 길 건너에 있는데요⁠.⁠”

“⁠비룡 문엔 이미 통행패가 걸려 있다⁠.⁠”

포두가 턱으로 길 건너를 가리켰다⁠. 비룡 지점 처마 끝에 놋쇠 통행패 넷이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반석이 그중 하나를 떼어 허리에 차고 지붕 위로 올라갔다⁠. 남쪽으로⁠, 정자사 지붕으로⁠, 방에 적힌 지붕 위로 거침없이⁠.

“⁠사형⁠! 그 방⁠, 비룡이 기와 깨서 붙은 거잖아⁠!⁠”

반석이 용마루 끝에서 돌아봤다⁠.

“⁠깬 놈은 따로 있다⁠. 나는 안 깬다⁠.⁠”

“⁠통행패는 어디서 났는데⁠?⁠”

“⁠국주가 관아에 은자를 얼마나 냈는지는 나도 모른다⁠. 짚신⁠, 규칙은 통행패 가진 놈 편이야⁠. 너도 하나 사⁠.⁠”

“⁠얼만데⁠?⁠”

“⁠풍운 라이더 열둘 품삯을 한 해 모아도 모자라⁠.⁠”

반석의 가죽 신이 정자사 기와를 밟았다⁠. 기와는 소리 하나 안 냈고⁠, 스님들은 지붕 위를 올려다보며 합장만 했다⁠.

진보덕이 방을 한참 읽다가 나를 봤다⁠.

“⁠남쪽 손님은 이제 어떻게 가냐⁠?⁠”

나는 머릿속으로 항주를 접었다 폈다⁠. 정자사 지붕을 빼고 관아 지붕을 빼고 남쪽 길 지붕을 빼면⁠, 남쪽으로 가는 길은 하나 남았다⁠. 호수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소제 둑길 위⁠. 내일부터 비무대회 예선이 열리는 자리였다⁠.

2화는 어땠나요?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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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차승객2026.11.06· 2화

    독 검사한다며 만두마다 한 입씩 먹는 현진 너무 웃겨요. 밀랍으로 안심 봉인 만드는 차돌이 진짜 배달 기사 같았고요. 위설매가 세 번째 창으로 몰래 만두 받는 장면에서 웃음 터졌습니다.

    • 하로운작가2026.11.06

      강호에도 배달 기사를 의심하는 손님은 있어요. 지붕 길이 막힌 다음 차돌이 어디로 뛰는지 지켜봐 주세요.

독 검사 · 강호 배달 라이더 · 나오늘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