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6,175자) · 2024년 11월 14일~25일, 수원과 서초동

두 개의 법정

이재명의 삶 · 네오

2024년 11월 14일, 수원지방법원 형사13부는 오후 2시에 선고를 잡아 두고 있었다. 피고인은 김혜경이었다. 2021년 8월 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의 배우자 세 명과 운전기사·수행원 세 명이 함께 밥을 먹었고, 그 값 10만 4천 원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치른 일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있었다. 결제한 사람은 수행비서 배씨였고, 김혜경은 자신은 몰랐다고 주장해 왔다. 남편이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서 있던 여름이었다.

선고를 앞두고 이재명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아내에게 쓰는 편지였다. 첫머리에 서른네 해 전의 한 장면이 있었다.

“1990년 8월 9일 잠실 롯데호텔 페닌슐라에서 007미팅으로 만난 붉은 원피스의 아가씨.”

그 아가씨의 말을 듣지 않고 정치에 뛰어든 사람이 자기라고 그는 적었다. 고생해도 내가 하지 네가 하느냐는 철없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대선에서 진 뒤로 보복이 시작됐다고 그는 썼다. “동네 건달도 가족은 건들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은 나의 상식과 달리, 아내와 아이들이 공격 표적에 추가됐다.” 그다음 문장은 이랬다. “반복적이고 집요한 장기간 먼지털이 끝에 아이들은 다행히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아내는 희생제물이 되었다.”

그는 사건을 자기 쪽에서 다시 적었다. 남편 일을 돕는 잘 아는 비서에게 사사로이 음식 심부름을 시킨 게 죄라면 죄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음식값에 조금의 용돈까지 얹어 주었고 그가 썼다는 법인카드는 구경조차 못 했다고 했다. 그리고 남편으로서 본 것을 적었다. “아내가 공개소환 수사에, 법정에 끌려다니는 장면은 남편 입장에서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렵다.”

편지는 이름을 불렀다.

“귀하게 자라 순하고 착한 당신에게, 고통과 불행만 잔뜩 안겨 준 내가 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혜경아 사랑한다.”

“미안하다.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하다.”

1991년 3월 30일 두 사람이 결혼할 때, 예물로 맞춘 반지는 예약금만 걸어 둔 채 돈이 없어 끝내 찾지 못했다. 결혼 25주년을 넘긴 2017년에도 김혜경은 한 인터뷰에서 저희가 지금껏 결혼반지가 없다고 말했다. 남편이 그런 데 돈 쓰는 걸 되게 싫어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남편의 편지에 반지가 있었다.

“언젠가, 젊은 시절 가난하고 무심해서 못 해준 반지 꼭 해 줄게.”

그리고 한마디가 더 붙었다. “우리 힘내자.”

오후 2시, 재판장 박정호가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300만 원의 절반이었다. 재판부는 배씨가 제 이익만을 위해 결제했다고 보기엔 동기가 모호하고, 그런 행위가 선거의 공정성이나 투명성을 해칠 위험이 있었다고 봤다. 선고를 들은 이재명의 대답은 짧았다.

“매우 아쉽습니다. 항소해야죠.”

남편의 선고는 이튿날이었다.

*

11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둘레에는 두 개의 집회가 400미터쯤 떨어져 열렸다.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 지지 집회의 무대에는 국민이 심판한다는 글씨와 정치검찰을 해체하라는 글씨가 걸렸다. 규탄 집회 쪽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흔들렸고, 「재명아 깜빵가자」라고 쓴 손팻말이 올라왔다. 단상에는 「이재명 법정구속」이 적혀 있었다. 법원은 드나드는 사람의 가방을 열어 보았고 손팻말과 태극기, 풍선은 들이지 않았다. 그날 이재명에게 운동화를 던진 남성을 비롯해 두 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법정에는 박찬대 원내대표와 이해식 비서실장, 김민석·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주철현 최고위원, 조승래 수석대변인이 따라 들어왔다. 함께 온 민주당 의원은 마흔 명이 넘었다. 오후 2시 30분, 형사합의34부 재판장 한성진이 판결을 읽기 시작했다. 2022년 9월 기소된 지 2년 2개월 만이었다.

혐의는 둘이었다.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시절에는 몰랐다고 한 말, 그리고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은 국토부의 협박 때문이었다고 한 말이었다.

이재명은 피고인석에 선 채로 이십이 분 동안 주문을 들었다. 재판부는 김문기에 관한 세 발언 가운데 해외 출장 중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말만 유죄로 봤다. 2015년 1월 호주와 뉴질랜드 출장 중, 1월 12일께 멜버른의 골프장에서 그가 유동규, 김문기와 골프를 쳤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발언은 전부 유죄였다. 유죄라는 말이 거듭될 때마다 그는 침을 삼켰다.

“피고인이 이 사건 골프 발언을 하기까지 기억을 환기할 기회나 시간은 충분했다.”

재판부는 그가 백현동 발언 때 미리 패널까지 준비했다고 짚었다. 그리고 죄의 무게를 말했다. “선거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이 공표되는 경우에는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되어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했었다. 형이 확정되면 그는 의원직을 잃고 10년 동안 선거에 나설 수 없었으며, 민주당은 대선 선거비용 434억 원을 돌려줘야 했다.

법정을 나온 그가 카메라 앞에 섰다.

“오늘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에 한 장면이 될 것입니다.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번 더 남아있고, 그리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합니다. 항소하게 될 것입니다.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그런 결론입니다.”

유죄 소식이 법원 밖 지지 집회에 닿는 데는 십 분이 걸리지 않았다. 한 지지자가 울음을 터뜨렸다. “이건 아니야, 어떻게 이렇게 청천벽력이야.” 마흔다섯 살 민주당원 이씨는 판결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규탄 집회 쪽 사람들은 뜀박질을 하며 환호했다. 그 집회에 선 김정식 전 국민의힘 청년대변인은 이 대표의 사법 처리가 실현돼야 정의가 실현된다고 외쳤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페이스북에 썼다. “판사 겁박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법에 따른 판단을 한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경의를 표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사법부가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고 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판결을 명백한 정치 판결이라 불렀다. 윤석열 정권이 검찰을 앞세워 시작한 대선 후보 죽이기에 판결로 화답했다는 것이었다. 한 다선 의원은 이름을 밝히지 않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선거법 재판은 가장 단순하고 승산이 높다고 평가해온 게 사실인데 선고를 보면 재판부의 감정이 느껴진다.” 서울중앙지검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를 정하겠다고 했다. 이튿날 민주당은 전국 지역위원장과 국회의원을 불러 비상 연석회의를 열었고,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었다.

*

열흘 뒤 11월 25일 오후 2시, 같은 법원의 다른 법정이었다. 형사합의33부, 부장판사는 김동현이었다. 이재명은 선고 십여 분 전에 들어와 변호인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옆자리의 공동피고인 쪽으로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이었다. 가덕도의 습격범과는 이름만 같은 사람이었다. 법원 둘레에는 경찰 약 3,800명이 섰고, 같은 시각 위층 법정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생중계를 하러 온 유튜버만 스무 명 남짓이어서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았다.

사건의 뿌리는 스물두 해 전에 있었다. 2002년 변호사 이재명은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을 파고들다 최철호 전 KBS PD의 검사 사칭 사건에 얽혀 벌금형을 받았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 토론에서 그는 그 일을 두고 누명을 썼다고 말했고, 그 말이 선거법 재판으로 갔다. 그 재판을 앞둔 2018년 12월, 그가 김진성에게 여러 차례 전화하고 변론요지서를 건넸다는 것이 위증교사 혐의였다.

검찰은 12월 24일 통화의 한 대목을 들었다.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재판부는 공소장에 없던 대목들을 함께 읽었다. 12월 22일 통화에서 이재명은 이렇게 말했다.

“그냥 있는 대로. 뭐 어차피 세월은 다 지났잖아요.”

그는 김진성이 직접 보지 않은 일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이틀 뒤에는 그때의 사건을 다시 짜 맞추자는 게 아니라고 했다. 재판장은 26분 동안 판결을 읽었다.

“이재명이 김진성에게 위증을 교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재명과 통화한 이후 김진성이 이 사건 증언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재명이 개입했다고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

재판부는 검사 사칭 사건 때 김병량의 핵심 측근이던 사람에게 자신의 의문을 설명하고 변론요지서를 보여 확인하게 한 일이 방어권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재명은 김진성이 위증을 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김진성에게는 위증 일부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피고인 이재명은 무죄라는 말이 나오자 그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방청석에서 작게 탄성이 새어 나왔고, 누군가 되물었다. “무죄 맞죠?” 재판부가 법정을 나설 때 그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열흘 전에는 재판부를 빤히 쳐다보던 사람이었다.

오후 2시 36분께, 서관 2층의 민주당 의원 60여 명 사이에서 함성이 올랐다. 법정을 나선 그의 뒤를 의원들이 물고기 떼처럼 따랐다. 서초동 거리에서는 파란 모자와 목도리, 파란 점퍼를 걸친 중년 여성들이 무죄를 외쳤고, 구속을 외치던 쪽은 조용해졌다.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 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

그는 한마디를 더 했다.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에 비하면 제 어려움은 미미하고,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죽이는 정치보다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하자고 정부 여당에 말하고 싶다.”

한동훈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증한 사람만 유죄이고 위증교사 한 사람은 무죄라는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이 말했다.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나 항소심 과정에서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은 물었다. “이제부터 증언하는 사람들은 변론요지서 보고 와서 증언하나 보다라고 생각하면 그 재판 결과에 다 유불리가 엇갈릴 텐데 재판받는 사람들이 승복할 수 있을까요?” 검찰은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했다. 변론요지서를 건넨 일은 거짓 증언을 종용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열흘 전 유죄 때 아무 말도 내지 않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날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다행입니다. 안심입니다.” 그는 자의적이고 부당한 검찰권의 행사가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고 썼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 줄을 적었다. “이제는 제발 민생이다.”

현실의 법정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날은 2024년 11월 25일 월요일이었고, 그해 달력에는 아직 한 장이 더 남아 있었다.

출처 · 한겨레, 2024년 11월 14일, 「이재명, 김혜경 선고날 “아내 희생제물 돼…미안하고 사랑해”」 · 헤럴드경제, 2024년 11월 14일, 「이재명 “혜경아 사랑한다…죽을만큼 미안” 재판날 공개편지…法 “벌금 150만원” 판결」 · 매일경제, 2024년 11월 14일, 「이재명 “미안하다, 사랑한다”...김혜경 ‘선거법 위반’ 1심서 벌금 150만원」 · SBS, 2024년 11월 14일, 「‘선거법 위반’ 벌금 150만 원…이재명 “아내가 희생 제물”」 · JTBC, 2024년 11월 14일, 「‘법카 유용’ 김혜경 벌금 150만원…“선거 공정성 해칠 위험”」 · 여성동아, 2017년 1월 31일, 「〔#exclusive #interview〕 이재명 성남시장 부인 김혜경」 · 한겨레, 2024년 11월 15일, 「이재명 ‘선거법 위반’ 1심 징역 1년에 집유 2년...의원직 상실형」 · 오마이뉴스, 2024년 11월 15일,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 경향신문, 2024년 11월 15일, 「울음 터트린 지지자, 덩실덩실 춤춘 반대자···이재명 재판 법원 앞 두 풍경」 · 한겨레, 2024년 11월 16일, 「이재명 1심 ‘의원직 상실형’에…여야 ‘사생결단’ 치닫나」 · 뉴시스, 2024년 11월 25일, 「이재명 위증교사 무죄…“거짓증언 요청 아냐, 방어권 행사”(종합)」 · 중앙일보, 2024년 11월 25일, 「무죄 순간, 이재명 옅은 미소…서초동선 “와” 함성 터졌다」 · 한겨레, 2024년 11월 25일,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무죄에 “다행…부당한 검찰권 행사”」 · 연합뉴스, 2024년 11월 26일, 「이재명 ‘위증교사’ 2라운드로…기억 둘러싼 ‘고의’ 놓고 공방」 · MBC, 2024년 11월 26일, 「공소장에 없던 “있는 대로”가 이재명 무죄 근거」 · SBS, 2024년 11월 26일, 「“수긍 어렵지만 존중”…당황 속 반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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