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6,285자) · 2026년 9월 23일~24일, 멕시코시티
오빠 생각
이재명의 삶 · 네오
뉴욕을 떠나기 직전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에 글을 올렸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16년 만의 국빈 방문이라고 적은 그는 만날 사람을 소개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과학자 출신이다.” 지난해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났고, 올해는 전화로 양국 관계의 미래를 논의했다고 했다. “지난 5월에는 BTS와 함께 소칼로 광장에 올라 시민들과 만났다.” 그는 2005년 수립된 두 나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 발전시키고,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잇겠다고 썼다. 그리고 이렇게 적었다. “이번에는 멕시코에서 다시 마주 앉습니다.”
2026년 9월 23일 오후 7시 34분쯤, 공군 1호기가 멕시코 펠리페 앙헬레스 국제공항에 내렸다. 로베르토 벨라스코 외교장관과 마리아 테레사 메르카도 외교부 차관, 카를로스 페냐피엘 주한 멕시코 대사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짙은 회색 정장의 대통령은 영접 인사들과 차례로 악수하며 말을 나눈 뒤 도열한 멕시코 의장대 사이로 걸어 의전 차량에 올랐다. 연한 아이보리색 투피스를 입은 김혜경 여사가 곁에 있었다. 한국 대통령의 멕시코 국빈 방문은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 뒤로 처음이었다. 인구 1억 3천만 명의 멕시코는 한국의 중남미 최대 교역·투자 상대국이었고, 한국 기업 560여 곳이 그 땅에서 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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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방길에도 서울의 일은 따라왔다. 그의 엑스에는 국내 이야기가 이어졌다. 23일에는 김혜경 여사의 생가 복원이 추진되고 있다는 게시물이 온라인에 퍼지자 그 글을 공유하며 반박했다. 아내의 생가터 복원 이야기는 2025년 7월 3일에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했고, 없어진 사실을 지금 일인 것처럼 만드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남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라고 했다. 24일 새벽에는 농지를 꺼냈다. “농지투기 방지와 제대로 된 농지활용을 위해 농지전수조사는 꼭 필요하다.” 그는 지지율이 떨어지면 개혁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적었다. 방해가 많아지고 반발이 커져도 할 일은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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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첫 일정으로 그는 멕시코시티 차풀테펙 공원의 애국영웅탑에 꽃을 바쳤다. 1847년 미국이 멕시코를 침공했을 때 맞서 싸우다 숨진 육군사관학교 생도 여섯 명을 기리는 곳이었다.
대통령궁 팔라시오 나시오날에서 공식 환영식이 열렸다. 벽면에는 태극기와 멕시코 국기가 엇갈려 걸렸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그를 맞아 악수했고, 그는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재명은 멕시코 국기 앞에, 셰인바움은 태극기 앞에 나란히 섰다. 군악대가 두 나라 국가를 연주했다. 짙은 감색 정장에 빨강과 하양, 파랑이 엇갈리는 사선 무늬 넥타이를 맨 그는 애국가가 흐르는 동안 가슴에 손을 얹었다. 연주가 끝나자 두 정상은 기념사진을 찍었고, 셰인바움이 그를 궁 안으로 안내했다. 한국 쪽에서는 조현 외교부 장관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뒤따랐다. 멕시코 쪽에서는 벨라스코 외교장관과 마르셀로 루이스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 등이 자리했다.
회담은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2025년 5월 대선 후보 이재명이 낸 10대 공약의 넷째 줄은 「세계질서 변화에 실용적으로 대처하는 외교안보 강국」이었고, 그 안에 국익을 최우선하는 전략적 통상정책이 들어 있었다. 첫째 줄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강국」 아래에는 K-방산을 국가대표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그날 대통령궁의 테이블에는 그 두 줄이 함께 올랐다. 멕시코가 추진하는 군 현대화를 두고 한국산 경공격기 FA-50과 군용차량 이야기가 정상 사이에 오갔고, 후속 협의는 두 정부가 이어 가기로 했다. 항공우주 협력 양해각서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산업은 FA-50과 무인기, 위성의 운영과 정비 기술을 협력하고 현지 공급망을 꾸리기로 했다. 대통령은 한국의 방산 기술이 멕시코 현지 생산으로 이어지고, 두 나라가 제3국 시장에 함께 나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청했다. 그는 지난 5월 통화 뒤 한국 기업에 원유 물량을 더 내준 셰인바움에게 고맙다고 했다.
공동언론발표 직전, 두 정상은 대통령궁에서 기업인 간담회를 함께 주재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등 한국 기업인 아홉 명을 비롯해 두 나라 고위 인사 30여 명이 앉았다. 대통령은 두 나라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전략적 파트너라고 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공급망이 급변하는 지금이 협력을 한층 더 키울 적기라고 했고, 셰인바움 정부의 산업 육성 구상인 플랜 멕시코에 동반자로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최태원 회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멕시코의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참여하고 백신 품질 관리 역량의 이전도 돕겠다고 했다. 한국 기업인들은 걱정도 꺼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곧 USMCA를 다시 들여다보는 협상 때문에 멕시코 안에서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멕시코 정부가 안정을 지켜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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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언론발표에서 셰인바움이 먼저 회담을 평했다. “굉장히 생산적이고 따뜻한 회담을 진행했다.” 그는 지난해 두 나라 교역이 270억 달러를 넘었다고 소개했다. 한국은 멕시코의 5대 교역국 가운데 하나이고, 멕시코는 한국의 중남미 최대 교역국이었다. “한국의 산업 역량과 멕시코의 전략적인 지리적 위치를 결합하면 양국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재명이 성과를 하나씩 불렀다.
“양국은 7년 간 진행된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드디어 성공적으로 타결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그 내용을 풀었다. 투자를 받는 나라의 정당한 규제 권한을 분명히 하면서도, 한국 기업의 투자 회수와 손실 보상에 관한 권리 보호는 강화했다. 페이퍼컴퍼니가 무분별하게 소송을 걸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새로 생겼고, 외환위기 때에도 투자 자금을 옮길 수 있게 보장했으며, 과도한 조세 조치로부터 투자자를 지킬 근거가 들어갔다. 두 나라 수출입은행 사이에 1억 달러 규모의 전대금융이 새로 생겼고, 원유와 핵심 자원을 논의할 부처 간 대화 채널도 출범하기로 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의 공동행동계획과 AI 협력 선언이 채택됐고, 국방과 문화, 인공지능을 아우르는 양해각서 17건이 오갔다. 그는 지식재산권 보호와 불법 통관 물품 정보 공유라는 제도의 틀도 새로 마련했다고 했다. 온라인 사기와 인신매매, 마약 같은 초국가범죄에 함께 맞설 공조의 틀도 생겼다. 셰인바움은 한국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에 지지와 협력의 뜻을 밝혔다. 대통령은 서명과 국회 비준동의 같은 절차를 거쳐 개정 협정이 서둘러 발효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닫히지 않은 문도 하나 있었다. 그가 말했다. “양국 간 교역, 투자를 확대하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무역협정 체결’이 긴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렸다.” 합의는 무역협정이 아니라 통상 당국이 공동의 이익을 연구하는 데까지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사정을 털어놨다. “우리의 선호는 거기(FTA 협상 재개)에 있지만 지금 멕시코가 그렇게 응할 준비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한국 기업들은 한국에서 자재와 부품을 들여와 멕시코에서 가공하고 조립해 미국 시장에 팔아 왔다. 그 원산지를 어떻게 정하느냐를 두고 미국이 멕시코에 터프한 조건을 내밀고 있었다. 멕시코는 그 문제가 USMCA에서 가닥이 잡혀야 다른 나라와 무역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처지였다. 두 나라는 국장급 공동위원회를 두고 서로의 이익을 따져 보며 다음 단계를 정하기로 했다. 고위 관계자는 그것도 꽤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발표는 노래 이야기로 기울었다. 대통령이 말했다. “K팝을 넘어 K뷰티와 K푸드까지 한국 문화에 대한 멕시코 국민의 애정은 남다르다.” 멕시코에 K컬처를 체험할 시설을 짓는 일을 계속 논의하겠다는 말에 셰인바움이 답했다.
“내일 스트레이 키즈의 공연이 진행이 되고, 2027년에 또 한번 BTS 방문을 저희가 기대하고 있다.”
그는 두 나라 관계의 출발점으로 120여 년 전 멕시코에 닿은 한인 이민자들을 꺼냈다. “한인 사회가 멕시코 사회에 통합돼 사회·문화·경제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이재명은 앞날을 이렇게 정리했다. “이제 양국은 통상, 개발 협력, 지식재산권, 우주, 문화유산, 교육 등 모든 방면에서 협력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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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멕시코시티의 한 호텔에 동포 150여 명이 모였다. 재멕시코한인회와 한인시민경찰대, 사랑의손길 같은 단체 사람들과 경제인, 한글학교 관계자, 문화·예술·체육계 인사들이었다. 정상구 재멕시코한인회장이 동포사회를 대표해 대통령 부부를 맞았다. 그는 한국 대통령이 10년 만에 멕시코를 찾은 일이 동포들에게 뜻깊다며, 동포들의 안전과 권익, 한인 차세대의 교육과 정체성에 계속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
대통령은 1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때 멕시코로 건너온 한인들은 열악한 에네켄 농장에서 일했고, 그 어려운 여건에서도 스스로 독립운동 자금을 모았다. 그는 그 정신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고, 여러 세대에 걸쳐 한국인의 뿌리를 지켜 온 한인후손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동포들이 차례로 말했다. 웨스트힐국제학교 한국어 교사 장혜란은 한인 이민의 역사 속에서 우리 말과 역사와 문화를 가르쳐 온 한글학교의 자리를 소개했다. 아이들이 한국의 뿌리를 기억하면서 멕시코 문화를 존중하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가르친다고 했다. 강광진 케레타로한인회장은 동포 청년들이 현지 한국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건의했다. 마르타 김 멕시코시티 한인후손회장은 후손들이 한국과 멕시코라는 두 정체성을 함께 지키며 산다고 했다.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게 관심을 가져 달라는 부탁이 뒤따랐다.
격려사 끝에서 대통령이 말했다.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그는 타지에서 본국을 보면 여러 가지 안타까운 점들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조국에 대한 그리움이나 사랑이나, 오죽하겠나.”
그가 이어 말했다.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을 걱정하지 않도록 최소한 제가 재임하는 동안에는 대한민국이 여러분들을 잘 챙기도록 하겠다.” 그리고 서울에서 야권이 제기해 온 연임 개헌 의혹을 두고 한마디를 보탰다.
“혹시라도 2030년 6월 2일을 넘기는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 혹시라도 그런 걱정하시는 분들은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동포들의 이야기를 다 들은 뒤 그는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의 나라,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날 간담회에서는 재멕시코한글학교 학생들의 공연도 있었다. 아이들은 먼저 「오빠 생각」을 합창했다. 노래가 끝나자 「아리랑」 가락에 맞춰 탈춤을 추었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 2026년 9월 24일, 「李대통령, 멕시코 16년 만 국빈방문…‘AI·항공우주·방산’ 정상회담」 · 중앙일보, 2026년 9월 24일, 「한·미정상회담 마친 李, 멕시코 도착…내일 셰인바움과 회담」 · 시사저널, 2026년 9월 28일, 「몸은 해외, 눈은 국내에…순방 내내 이어진 李의 ‘X 정치’」 · 연합뉴스, 2026년 9월 25일, 「李대통령, 멕시코 공식환영식 참석…한·멕 정상회담 이어져」 · 연합뉴스TV, 2026년 9월 25일, 「이 대통령, 멕시코 공식환영식 참석…애국영웅탑 헌화도」 · MBC, 2026년 9월 25일, 「이 대통령 “멕시코와 모든 방면에서 협력 지속”‥연임 가능성 재차 일축」 · 뉴시스, 2025년 5월 12일, 「이재명 10대 공약 발표…“포괄임금 금지하고 세종의사당 임기 내 건립”」 · 헤럴드경제, 2025년 5월 12일, 「이재명 1호 공약은 ‘경제 강국’…AI 등 신산업 집중 육성」 · 인천일보, 2025년 5월 12일, 「제21대 대선 정당별 10대 공약···이재명 ‘경제 강국’·김문수 ‘기업하기 좋은 나라’·이준석 ‘일 잘하는 정부’」 · 매일경제, 2026년 9월 25일, 「7년 끈 투자보장협정 난제…李·셰인바움, 일괄 타결」 · 한국일보, 2026년 9월 25일, 「멕시코 셰인바움, 李와 정상회담 뒤 “내일 스트레이 키즈 공연...내년 BTS 재방문 기대”」 · 이데일리, 2026년 9월 25일, 「李 “멕시코와 무역협정 체결 긴요”…셰인바움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종합)」 · 세계일보, 2026년 9월 25일, 「“한·멕시코 FTA 당장 추진은 어려워”… USMCA 협상 지켜보며 공동 연구 착수키로」 · 정책브리핑, 2026년 9월 25일, 「멕시코 동포 만난 이 대통령 “다음 세대 위한 희망의 나라 만들겠다”」 · 머니투데이, 2026년 9월 25일, 「李대통령, 멕시코 동포간담회서 “임기 넘기는 일 없을 것” 발언, 왜」 · 매일경제, 2026년 9월 25일, 「이재명 대통령 “2030년 6월2일 넘기는일 절대없어” 멕시코 동포간담회서 연임 의사 거듭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