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6,033자) · 2026년 9월 22일~23일, 뉴욕

곡절

이재명의 삶 · 네오

2026년 9월 22일 오후, 유엔총회 연설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은 뉴욕 주유엔대표부의 반기문홀로 옮겨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마주 앉았다. 지난해 주요 7개국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이은 세 번째 회담이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벌인 전쟁이 두 나라의 에너지 길을 흔들어 놓은 가을이었다. 두 나라는 액화천연가스와 석유제품 같은 에너지를 서로에게 기대는 사이였다. 그가 먼저 말했다.

“호주도 이번 호르무즈 전쟁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테고 우리 대한민국도 에너지 공급망 때문에 약간의 혼란은 있었다.”

그는 호주가 많이 도와주고 함께 협력한 덕분에 대한민국의 에너지 시장이 그런대로 안정적이라고 했다. “호주의 도움에 감사드린다.” 앨버니지는 호주와 대한민국은 좋은 우방국이라고 받았다. 그는 두 나라가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다자기구와 안보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가치관이 비슷하다고 했다. 에너지 수급에서 호주가 특히 한국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는 말도 보탰다. 그리고 초대를 건넸다. “내년 초에 가능하실 때 호주에 와주시기를 초청드린다.” 핵심광물과 청정에너지, 방산 협력이 테이블에 올랐다. 앨버니지가 말했다. “한국이 핵심광물, 청정에너지 등 분야에서 호주의 신뢰할 만한 파트너이며, 한국의 제조업 역량과 호주의 풍부한 자원을 결합하여 양국 간 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잠재력이 크다.”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은 회담 뒤 두 정상이 그간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대통령은 호주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재생에너지를 쓰게 하는 정책과 에너지 가격 동향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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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의 회담은 사흘 전까지만 해도 잡히지 않은 약속이었다. 9월 18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주 앉아 대미 투자 약속을 서둘러 이행하라고 했고,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같은 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그날 발표하려던 대미 투자 양해각서가 미뤄진 사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구체적인 투자 협의를 시작하니까 상업적 합리성이 또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파병을 두고는 선을 그었다. “전쟁에 관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 그러면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 무렵을 이렇게 돌아봤다. “투자 관련 협의가 막바지에 이르렀었고 상당히 곡절이 있었다.” 그는 이어 말했다. “투자 협의의 전망이 확실치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았었다.” 협의가 풀리기 시작한 것은 출국 직전이었다. 청와대는 21일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미국에 회담을 타진했고, 미국이 화답해 22일 오전에야 회담이 확정됐다. 조율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맡았다. 서울의 청와대는 그 무렵 흔들리고 있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물러나 자리가 비었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사의를 밝힌 채였다. 대통령은 강 실장의 사의를 받아들일지 정하지 않고 비행기에 올랐다. 출국 전 청와대는 미국과 호주 등 주요국 정상들과 다양한 방식의 별도 접촉이 있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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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롯데팰리스 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유엔총회에 온 정상들을 초청해 리셉션을 열었다. 이재명은 먼저 그 자리에 들렀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알라르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과는 방산 협력을 이야기했고,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는 한국 기업의 투자와 원전 협력을 나눴다. 그날 총회에서 자기보다 앞 순서로 연설한 오흐나 흐렐수흐 몽골 대통령도 만났다. 7월에 국빈으로 찾아가 정상회담을 한 상대였다. 시시르 커날 네팔 외교장관에게는 대홍수 피해에 대한 위로와 연대의 뜻을 전했다.

오후 7시 20분께 그는 리셉션장 옆에 마련된 별도의 방으로 옮겼다. 한국 쪽에서는 위성락 실장과 조현 장관이 따라 들어갔다. 양쪽이 두 명씩 앉기로 한 합의대로였다. 미국 쪽에서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나왔다. 그날 하루 여러 정상을 만난 트럼프의 마지막 양자회담이었고, 2025년 8월 워싱턴과 10월 경주에 이은 두 사람의 세 번째 정상회담이었다.

회담장에 들어선 트럼프의 첫마디는 안부였다.

“아름다운 영부인은 잘 계시느냐.”

그가 이어 말했다. “골프 한번 해야 하는데.” 석 달 전 프랑스 에비앙의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주고받은 골프 약속이었다. 회담은 처음부터 끝까지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투자 이야기가 나오자 두 정상은 함께 러트닉 장관을 바라봤다. 미국 쪽에서 협상을 맡아 온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쉽지 않은 협의였는데 결과적으로 잘 되었다고 했고, 서로 환영하며 후속 협의를 해 나가자고 했다. 트럼프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은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조선 협력, 마스가였다. 양쪽은 그 후속 협의를 서두르기로 했다.

대통령은 시간의 상당 부분을 전시작전권 전환에 썼다. 두 정상이 전작권 전환을 직접 논의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조건을 충족해 가면서 가급적 빨리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를 위한 고위급 협의를 하자고 했다. 핵잠 논의도 빨리 가속화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함께 전했다. 트럼프는 북한과 대화할 뜻을 다시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로 잘 지낸다는 취지였고, 남북은 지금 접촉이 거의 없으니 미국이 일을 풀어 주면 좋겠다는 말이 오갔다. 대통령은 이틀 뒤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한중 관계를 포함한 역내 정세에 중요하다며 성공을 빌었다.

회담이 끝나기 직전, 그가 골프 이야기로 돌아갔다.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린다고 짚은 그가 말했다.

“거기서 골프를 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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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뉴욕의 프레스센터에서 위성락 실장이 브리핑에 섰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저녁 7시 20분부터 약 30분 동안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는 이어 말했다. “양 정상은 양국 간 전략투자 사업 논의가 큰 진전을 이룬 것을 환영했다.” 두 정상은 2025년 11월 발표한 공동설명자료를 토대로 핵잠 연료와 농축·재처리, 조선 협력, 전작권 전환에서 협력을 더 깊게 하자는 공동의 의지를 확인했고, 후속 협의는 워싱턴에서 하기로 했다.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

빈칸도 함께 적혔다. 대미 투자의 세부 내용과 발표 시점은 그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았다. 텍사스 복합화력발전소 같은 구체적인 사업은 거론되지 않았고, 상업적 합리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원전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사업에 대한 트럼프의 언급도 없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고위 관계자는 투자 협의의 대강을 두고 말했다. “거의 큰 틀은 다 된 걸로 알고 있다.”

회담 뒤 대통령은 엑스에 글을 올렸다. “최근 치열한 협상 끝에 한미 양국의 ‘전략 투자’ 사업 논의가 큰 진전을 이뤘다.” 그는 이어 썼다. “무엇보다 북미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님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 뜻깊다.” 그는 에비앙에서 나눈 골프 약속을 트럼프가 다시 꺼냈다고 적고, 연말 마이애미에서 다시 만나 못다 한 이야기를 이어 가길 기대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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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오전, 뉴욕의 한 호텔에서 「대한민국 투자서밋 2026」이 열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겸 최고경영자,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 오바마 행정부의 재무장관을 지낸 티모시 가이트너 워버그 핀커스 회장이 앉았다. 블랙스톤의 존 그레이 사장과 핌코의 엠마누엘 로만 최고경영자도 있었다. 1997년 처음 한국에 투자한 뒤 30년 가까이 사업을 이어 온 프랭클린 템플턴의 제니 존슨 최고경영자도 왔다. 한국 쪽에서는 존 림 삼성바이오 사장과 유정준 SK 부회장, 성 김 현대차그룹 사장이 자리했고, 현신균 LG CNS 사장과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송용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도 함께했다.

대통령은 서두를 이렇게 열었다. “대한민국 경제에 대해서 양론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대한민국 경제가 새로운 지점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 그해 6월 한국의 월간 수출이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었고, 주요 글로벌 기관들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3퍼센트 후반 이상으로 잇달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와 차세대 성장동력을 위한 7대 시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7대 시드 프로젝트에는 소형모듈원자로와 핵융합, 재생에너지가 들어 있었다. 5년 안에 메모리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리고, 미래대응기금을 새로 만들어 미래 산업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전날 트럼프와 나눈 군함 건조 등 조선 협력 이야기도 꺼내며 한국의 도약에 함께해 달라고 했다. 대선 때 10대 공약의 첫 줄에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강국」을 적고,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을 약속한 사람이었다. 그는 세 차례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들였다고 설명한 뒤 월가를 향해 말했다.

“여러분께서도 대한민국 주식시장 하면 ‘저기는 원래 저평가된 곳이야’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이제는 그 저평가를 벗어나고 있다고 판단이 된다.”

외환시장을 24시간 거래 체계로 바꿔 외국인 투자자가 런던과 뉴욕 시간대에도 원화를 편하게 거래하게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 그때 왜 투자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게 거의 확실하다고 했다.

월가의 답은 조건과 함께 왔다. 래리 핑크가 말했다. “한국의 장기적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엠마누엘 로만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했고, 존 그레이는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휴머노이드를 꼽았다. 제인 프레이저는 씨티가 60년 동안 이어 온 협력을 이어 가길 바랐다. 브룩필드의 브루스 플랫 최고경영자는 네이버와 손잡은 인공지능 인프라를 비롯해 이미 한국에서 하고 있는 투자를 들며 파트너십을 이어 가고 싶다고 했다. 돈이 들어올 길에 대한 주문도 함께 나왔다. 라자드 자산운용의 크리스 호그빈 최고경영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시장 개혁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이어져야 더 많은 해외 자금이 한국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버나드 멘사 국제부문 사장은 투자자들이 주주환원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이행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리셉션에서 만난 정상들의 사진을 엑스에 올리며 그는 이렇게 적었다.

“세계 각국 정상과 대표를 반갑게 만나 공식 회담과는 또 다른 편안한 자리에서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우의를 더욱 깊이 했다.”

글의 끝은 이랬다.

“외교는 곧 사람 간 신뢰에서 시작된다.”

출처 · 뉴시스, 2026년 9월 23일, 「이 대통령,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긴밀 협력”(종합)」 · 동아일보, 2026년 9월 21일, 「李, 인사 후폭풍 속 방미…트럼프와 대미투자 조율 등 외교도 첩첩」 · 이데일리, 2026년 9월 23일, 「투자 진전에 회담 급물살…위성락 막판 조율로 李·트럼프 마주 앉았다」 · 중앙일보, 2026년 9월 23일, 「李, 트럼프와 ‘깜짝 회담’…북미대화·핵잠·조선·전작권 다 꺼냈다」 · 노컷뉴스, 2026년 9월 23일, 「李대통령, 트럼프와 전격 회담…정상 차원 첫 전작권 논의〔영상〕」 · 뉴스1, 2026년 9월 24일, 「李대통령, 트럼프 리셉션서 방산 세일즈…‘대홍수’ 네팔엔 위로 전해」 · KBS, 2026년 9월 23일, 「이 대통령, ‘대한민국 투자서밋’ 참석…월가 투자자들에 메가프로젝트 등 소개」 · 뉴시스, 2026년 9월 24일, 「이재명 대통령, ‘대한민국 투자 서밋 2026’」 · 서울경제, 2026년 9월 24일, 「李대통령, ‘월가 큰손’ 한자리에 모았다…뉴욕서 ‘대한민국 투자 서밋’ 주재」 · 이데일리, 2026년 9월 25일, 「李 “왜 한국에 투자 안했나 후회할 것”…월가 거물 “한국의 장기적 파트너”(종합)」 · 헤럴드경제, 2025년 5월 12일, 「이재명 1호 공약은 ‘경제 강국’…AI 등 신산업 집중 육성」 · 남도일보, 2025년 5월 12일, 「〔21대 대선 10대 공약〕 이재명 “AI 등 집중육성 새 성장기반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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