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6,304자) · 2026년 9월 21일~23일, 비무장지대와 뉴욕 유엔본부

비어 있던 자리

이재명의 삶 · 네오

2026년 9월 21일 오전 10시 50분쯤, 서부전선을 맡은 육군 25사단 구역의 비무장지대 안에서 간부 세 명이 군사분계선 쪽으로 길을 내고 있었다. 군은 얼마 전 군사분계선 가까운 곳의 지형이 달라진 것을 알아챘고, 북한이 선 남쪽에 지뢰를 묻었을 가능성을 두고 유엔군사령부와 협의해 왔다. 유엔사의 현장 조사는 다음 주 초로 잡혀 있었다. 조사단이 걸어 들어갈 수색로를 먼저 내는 것이 그날의 작전이었다. 세 사람은 방호복을 입고 발에는 지뢰 덧신을 신었으며, 지뢰탐지기를 들고 수색로를 열어 나갔다.

폭발이 일어났다. 세 사람 가운데 두 사람이 크게 다쳤다. 수색대대장은 발목이 잘려 나갔고, 다른 간부는 뼈가 부러졌다.

이튿날 합동참모본부 장도영 공보실장이 정례 브리핑에 섰다. 그는 그 작전이 유엔사 현장 조사를 하기 전에 여건을 만드는 수색로 개척 작전이었다고 설명했다. 폭발 지점이 어디냐는 물음에는 군사분계선 근접 지역이라고만 답했다. 그는 말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 그리고 부상을 입은 장병들과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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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 21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은 출국 직전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했다. 5박 7일 동안 뉴욕 유엔총회에 가고, 한국 정상으로는 16년 만에 멕시코를 국빈으로 찾는 길이었다. 비무장지대의 폭발은 그가 공군 1호기에 오르기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출국 행사 무렵인 오후 5시께, 그는 엑스에 부상 장병을 위로하고 치료 지원을 약속하는 글을 올렸다. 그가 참모들에게 말했다.

“쉬운 것 하나도 없지만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 대한민국의 국익을 최우선 원칙으로 차분하게 고민하고, 또 판단하고 결정해 간다면 지혜로운 해법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

연설문에는 아직 정하지 못한 문구가 하나 남아 있었다. 북한이 반발하는 「북한 비핵화」라는 문구를 넣을지를 두고 정부 안의 의견이 갈려, 결정은 대통령의 몫으로 남아 있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출국에 앞서 연설의 방향을 밝혔다. “평화 공존 방향을 담은 청사진을 유엔총회 무대에서 제안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적 차원의 동력을 마련하겠다.” 같은 날 국회에서는 군사전문기자 출신인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정통한 소식통을 들어, 폭발이 난 곳이 북한군이 지난해부터 올해 초 사이 군사분계선 남쪽에 만든 지뢰지대 근처라고 주장했다. 북한군이 묻은 지뢰인지, 예전부터 있던 미확인 지뢰인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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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 오전,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81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의 일반토의가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로 연단에 올랐다.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는 나오지 않았지만, 북한 외교관 두 사람이 본회의장에 앉아 그 연설을 들었다.

본회의장 좌석은 해마다 유엔 의전 절차에 따라 정해진다. 추첨으로 첫 자리를 차지할 나라를 뽑고, 나머지는 영어 알파벳 순서대로 채운다. 그 원칙대로라면 북한의 자리는 연단에서 봤을 때 왼쪽 끝 분단의 앞에서 열 번째 줄이었다. 이날 북한 대표단은 오른쪽 끝 분단의 맨 끝에서 두 번째 줄로 옮겨 앉았다. 유엔 측에 자리를 바꿔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3시 43분께, 짙은 감색 정장 옷깃에 태극기 배지를 단 이재명이 단상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유엔총회 연설이었다. 김혜경 여사가 회의장에서 남편을 지켜봤고, 조현 외교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차지훈 주유엔대사가 자리했다. 북한 대표단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오전에 트럼프의 연설을 듣던 두 사람은 오후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유엔의 처지부터 짚었다. 네팔의 홍수와 우크라이나·중동의 전쟁,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그 앞에 차례로 불려 나왔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을 개척해 왔던 유엔의 역사가 지금 엄중한 시험대 위에 서있다.” 당장의 생존을 두고 다투는 분절의 시대에는 협력과 연대가 공허하게 들릴지 모른다고 했다. 그래도 전쟁의 포화를 겪으며 유엔을 설계한 선각자들처럼, 위기가 깊을수록 유엔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문화 영역에서 확인한 공감과 연대의 힘을 인류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는 힘으로 확장해 나가겠다.”

“오늘 이 자리에서 국제사회의 연대를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이 유엔 정신을 복원하고 세계를 다시 연결하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담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다.”

그가 내놓은 K-이니셔티브는 세 갈래였다. 첫째는 글로벌 AI 기본사회였다. 따라가기 벅찬 변화의 속도 때문에 전 세계 청년들이 일자리와 미래를 불안해한다고 짚은 그는, 기술 발전의 혜택을 모두가 함께 누리는 사회를 새 시대의 기준으로 내세웠다. 국제기구와 다자개발은행, 산업계와 학계가 함께하는 글로벌 AI 허브를 만들겠다고 했다. 둘째는 녹색 대전환이었다. “기후 위기를 흔히 ‘80억 인류가 함께하는 조별 과제’라고 한다.” 그는 성장을 포기하는 방식으로는 많은 나라를 끌어들일 수 없다며, 탄소중립이 일자리로 이어지는 길을 열겠다고 했다. 셋째는 에너지 공급망을 위한 연대였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거세게 압박하던 때였다. 그는 호르무즈와 홍해의 해상 봉쇄를 들며 말했다. “상선을 공격하고 선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역량과 의지를 갖춘 나라들이 먼저 손을 맞잡자는 구상에 그는 건설적 기여국 연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모든 국가가 하나의 해법에 합의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 없다.”

그 뒤에 한반도가 왔다. 2025년 5월 대선 후보 이재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낸 10대 공약의 넷째는 「세계질서 변화에 실용적으로 대처하는 외교안보 강국」이었다. 그 넷째 칸을 이어, 2026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세 가지 평화공존이 총회장에 나왔다. 첫째는 서로를 존중하는 포용적 평화공존이었다. 남북이 상대의 체제를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며, 보건과 재난과 기후 위기에서 함께 일할 길을 찾자고 했다. 둘째는 싸울 필요가 없는 안정적 평화공존이었다. 위기를 막고 갈등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며 그가 말했다.

“기본적인 소통 채널부터 복원하며,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이 안정적인 평화공존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셋째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공존이었다.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이끌겠다고 했다. 그리고 단계를 밝혔다.

“우선 북측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축소를 거쳐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해 이 연단에서 그는 이른바 END 이니셔티브로 비핵화라는 말을 적었다. 이번 연설문에는 그 자리에 「핵 없는 한반도」가 들어갔다. 그는 북미대화를 꺼내며 트럼프의 이름을 불렀다. “다행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변화의 가능성이 어렵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멈춰 있던 북미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고,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 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이자 페이스메이커로서 대화의 길을 열고 또 이어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

연설의 끝에서 그는 갈라진 세계를 다시 잇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미래를 만들겠다고 했다. “평화 공존의 한반도를 향해 대한민국이 맨 앞에서 담대하게 전진하겠다.”

그는 35년 전 한반도 평화공존의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 낸 유엔과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번에도 책임 있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연설은 십칠 분쯤 이어졌다.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스무 번, 평화가 열일곱 번, 한반도가 열네 번 나왔다. 연설이 끝나자 회의장 안에서 박수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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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을 마친 그는 호주 총리와 마주 앉은 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다. 2025년 6월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그해 9월 유엔총회에서 면담한 데 이은 세 번째 만남이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유엔헌장과 국제법 원칙을 지켜 온 사무총장의 리더십을 높이 샀고, 대한민국을 유엔의 지원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나라라고 소개했다. 그런 나라가 올해 유엔총회 주제인 「모두를 위한 성과를 내는 유엔」이 현실에서 가능하다는 산 증거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라는 인식 아래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함께 성장하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테흐스가 답했다. “한국 정부의 제반 외교정책, 특히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 그는 이어 말했다. “또 이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유엔도 가능한 역할을 계속 모색해 나가겠다.” 국제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깊어지는 때일수록 한국 같은 중견국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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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밤이 서울의 아침이었다. 9월 23일 국민의힘의 말들이 잇따라 나왔다.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이 뉴욕타임스 서면 인터뷰에서 한 말을 끌어왔다.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않은 대북 제재와 추가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개발의 중단을 맞바꾸는 거래에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는 대목이었다. 그는 이것이 북한 김정은의 발언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 이재명의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비무장지대를 들었다.

“DMZ(비무장지대)에서 북한 지뢰가 폭발해 우리 군 대대장이 발목을 잃었는데도 대통령은 미국까지 가서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 그는 덧붙였다. “진짜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

탈북민 출신인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흥정 테이블에 올렸다.” 그는 대통령이 말한 동결의 범위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그치고, 대한민국을 직접 겨누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은 논의에서조차 빠졌다고 짚었다. 대통령이 미국에 머무는 동안 백령도 인근 상공에서 북한 추정 항공기의 움직임이 감지된 일도 그는 함께 들었다. “평화를 구걸하는 사이 안보에는 구멍이 뚫리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과 장병의 희생으로 돌아오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또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냐고 물으며 완전한 비핵화의 원칙부터 밝히라고 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장병의 발목을 적었다. 북한이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지뢰에 우리 장병의 발목이 잘려 나갔는데 유엔 연설에서 도발 규탄 대신 체제 존중과 평화 구걸을 했느냐고 따졌다. 그는 단계적 구상이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용인해 주는 꼴이라고 했다.

“강력한 힘과 자위권적 억제 없는 평화는 허상이다.” 그는 이어 적었다. “적이 비무장지대를 요새화하고 군사분계선 코앞까지 지뢰를 심어 우리 장병의 다리를 앗아갔다.”

그 시각 비무장지대의 폭발 지점에는 유엔사의 조사단이 아직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수색대대장이 방호복을 입고 내던 그 길은 다음 주 초 조사단이 걸어 들어갈 길이었다.

출처 · 시사저널, 2026년 9월 22일, 「군 간부 발목 절단된 DMZ 폭발…‘北지뢰 의심 지역’ 조사 수색로 개척 중 발생」 · 동아일보, 2026년 9월 21일, 「李, 인사 후폭풍 속 방미…트럼프와 대미투자 조율 등 외교도 첩첩」 · 시사저널, 2026년 9월 28일, 「몸은 해외, 눈은 국내에…순방 내내 이어진 李의 ‘X 정치’」 · 파이낸셜뉴스, 2026년 9월 23일, 「트럼프 연설 지켜본 北외교관…李대통령 연설 때는 ‘자리비움’」 · 연합뉴스, 2026년 9월 23일, 「李대통령, 파병 압박 속 다자협력 강조…유엔서 17분 기조연설」 · 뉴시스, 2026년 9월 23일, 「이재명 대통령 유엔 총회 기조연설, ‘한반도 평화공존 세가지 청사진 제시’」 · JTBC, 2026년 9월 23일, 「이 대통령 “핵 없는 한반도” 강조…‘평화공존 청사진’ 제시」 · 더팩트, 2026년 9월 23일, 「李, 유엔 총회서 ‘K-이니셔티브’ 제안…한반도 평화공존 청사진도 제시」 · 뉴시스, 2025년 5월 12일, 「이재명 10대 공약 발표…“포괄임금 금지하고 세종의사당 임기 내 건립”」 · 한겨레, 2026년 9월 23일, 「이 대통령, UN 사무총장 면담…“한반도 평화 위해 유엔과 적극 소통”」 · 세계일보, 2026년 9월 23일, 「李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확실한 안보”… 유엔 사무총장 “적극 지지”」 · 연합뉴스, 2026년 9월 23일, 「국힘, 李대통령 유엔 연설에 “안보 구멍인데 北과 평화 타령”」 · 뉴시스, 2026년 9월 23일, 「나경원 “DMZ 폭발에도 ‘체제 존중’ 평화 구걸” 李대통령 연설 비판」 · KBS, 2026년 9월 23일, 「이 대통령, 유엔 기조연설 ‘K-이니셔티브’ 비전 발표…‘글로벌 AI 기본사회’ 강조」 · 경인일보, 2026년 9월 23일, 「이재명 대통령, 유엔 기조연설서 “평화공존 한반도 향해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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