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6,592자) · 2024년 1월 2일~10일, 부산 가덕도와 서울
살려주신 목숨
이재명의 삶 · 네오
2023년 4월쯤, 충남 아산에서 부동산업을 하던 김진성이 등산용 칼 한 자루를 샀다. 그는 칼의 양날을 뾰족하게 갈았고, 손잡이를 흰색 테이프로 감았다.
6월, 그는 부산 서면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반대 규탄대회에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을 처음 따라간 자리였다. 7월에는 서울 중구까지 그를 따라갔다. 9월부터는 나무둥치의 사람 목 높이쯤에 목도리를 묶어 두고,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찌르는 연습을 했다. 12월에는 부산 수영구와 서울 용산구에 나타났다. 해가 바뀐 1월 1일, 그는 경남 김해에 있었다. 다섯 번째 추적이었다.
*
2024년 1월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대항전망대였다. 이재명은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리를 옮기는 중이었다. 그날 일정은 원래 경남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점심을 함께하는 것으로 이어질 참이었다.
하루 전인 1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년사를 내고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고 했다. 10시 24분쯤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에워쌌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를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과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을 묻는 말이 오갔다. 그는 차분하게 답했다. 신년사를 두고서는 이렇게 말했다. “패권 이권 카르텔보다 중요한 건 우리 국민들의 어려운 민생을 어떻게 챙길 것이냐가 중요하다.” 거부권 이야기에는 국민 중심의 사고를 좀 하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현장에는 부산 강서경찰서 기동대 1개 제대 23명과 형사 등 26명, 모두 50여 명의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어서 그를 따로 맡은 경호팀은 없었다. 사람들이 바짝 붙어 왔다. 당대표 비서실장 천준호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위험하니까 조심해달라.”
그 사람들 사이에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쓴 남자가 있었다. 왕관에는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혀 있었고, 남자는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그는 종이와 펜 한 자루를 내밀며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사인 하나만 해주세요.”
이재명이 답했다. “네.”
오전 10시 27분쯤, 주변이 조금 느슨해진 순간이었다. 남자가 갑자기 오른손을 들어 그의 왼쪽 목을 찔렀다. 길이 18센티미터의 칼이었다. 영상에는 「악」 하는 비명과 “뭐야, 뭐야, 뭐야” 하는 소리가 남았다. 이재명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남자는 곧바로 주변 사람들과 경찰에게 붙들렸다. 충남에 사는 1957년생이었다. 경찰은 그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지도부와 당직자들은 손에 잡히는 대로 휴지와 손수건을 꺼내 그의 목을 눌렀다. 누군가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의식이 있었다. 피를 흘리며 바닥에 누운 채로 구급차를 기다린 시간은 이십여 분이었다. 처음에 경찰과 소방은 목에 1센티미터 열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했다.
곁에 있던 한 목격자는 그 남자가 머리에 「내가 이재명」이라고 쓰고 돌아다녀서 열혈 지지자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덧붙였다. “너무 깜짝 놀라 목소리가 다 떨리고, 이 대표가 피를 많이 흘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한 당직자는 행사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에 비명이 들려 모두가 놀랐다고 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칼이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갔으면 큰일이 났을 것이라고 했다.
*
10시 47분, 구급차가 왔다. 11시 16분께 헬기가 그를 싣고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날았다. 양산 평산마을로 가는 점심 일정은 취소됐다. 부산대병원 앞에서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기자들을 만났다.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부산대 의료진은 목의 정맥이 다쳤을 가능성을 봤다. 낮 12시 40분경 그는 다시 헬기에 실려 서울로 향했다. 헬기는 한강 노들섬에 내렸고, 구급차가 그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오후 3시 20분, 담요를 덮고 마스크를 쓴 채 들것에 누운 그가 응급실로 들어갔다.
수술은 오후 3시 45분에 시작했다. 한 시간으로 잡았던 수술은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내경정맥이 손상돼 혈전을 걷어 내고 혈관을 다시 잇는 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오후 6시 30분께 정청래 최고위원이 기자들 앞에 섰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고 도전이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덧붙였다. “부산대 의료진에 따르면 경동맥이 아니라 경정맥이라고 한다. 천만다행이다.”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대통령이 이 대표의 안전을 깊이 걱정했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그날 말을 냈다. “이재명 대표님의 피습 소식에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폭력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폭력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를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해 폭력이 다시는 자행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날 대전에 있었다. 비대위원장이 된 뒤 첫 방문지였다.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 들어가기 앞서 그는 기자들에게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이 생겼다고 했다. 이 대표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했고, 수사 당국이 엄정하고 신속하게 전말을 밝혀 책임 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한 뒤 신년인사회 자리에서는 우리 사회가 이것보다 훨씬 더 나은 사회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날 잡혀 있던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 가지 않았다. 문병을 묻는 기자들에게 한동훈은 이렇게 답했다. “치료하는 상황을 보고 그쪽 일정을 잘 맞춰보겠다.”
부산 강서경찰서로 끌려간 남자는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를 죽이려 했다.” 그가 아산에서 운영하던 부동산 사무소 근처의 이웃들은 고개를 저었다. 한 부동산업소 관계자가 말했다. “성품이 온순한 분인데 이번 사건의 범인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
그 밤 중환자실의 그를 만난 사람은 아내 김혜경 한 사람이었다. 면회는 배우자에게만 제한적으로 허락됐고, 김혜경은 한 차례 그의 곁에 들어갔다.
1월 3일 오전 11시 15분경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그는 이 대표에게 가해진 정치테러가 어렵게 지키고 키워 온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했다. “일단 수술은 잘 끝난 것 같다.” 중환자실에서 다른 병실로 옮기더라도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하루빨리 이 대표께서 쾌유해서 총선 100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이 어려운 상황, 엄중한 상황을 잘 수습해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왔다.”
그날 오후 5시쯤, 이재명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의식은 돌아왔지만 당분간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했고, 입으로 넘길 수 있는 것은 물뿐이었다. 이튿날 점심, 그는 처음으로 미음을 넘겼다.
그 사이 병원을 두고 다툼이 붙었다. 부산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환자가 헬기로 서울까지 간 일이었다. 앞서 정청래 최고위원은 잘하는 병원에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시의사회가 성명을 냈다.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 버린 민주당을 규탄한다.” 지방 의료 붕괴와 필수 의료 부족을 민주당이 논할 자격이 있느냐고도 물었다.
1월 4일 오전, 집도의인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민승기 교수가 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브리핑을 열었다. 그는 상처부터 설명했다. “목빗근 위로 1.4cm의 칼로 찔린 자상이 있었다.” 깊이는 2센티미터에서 2.5센티미터였다. “근육을 뚫고 근육 내에 있는 동맥이 잘려 있었고 많은 양의 피떡이 고여 있었다.” 내경정맥은 앞쪽이 9밀리미터, 둘레의 60퍼센트가 끊겨 있었다.
부산에서 서울로 옮긴 까닭도 그가 설명했다. “속목정맥의 손상이 의심됐고, 기도 손상이나 속목동맥의 손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목정맥이나 목동맥을 다시 잇는 혈관재건술은 난도가 높은 수술이었다.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병원은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승기는 한 가지를 바로잡았다. “서울대병원에 외상센터가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
1월 10일 오전 10시경, 부산 연제경찰서 문을 김진성이 나섰다. 부산지검으로 넘겨지는 길이었다. 그는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고 했고, 검찰청사 앞에서 다시 말했다.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혼자 계획했느냐는 물음에는 “네”라고 답했다. 공범이 있느냐고 묻자 이걸 누구와 같이 계획하겠느냐고 되받았다. 범행 전에 써 둔 8쪽짜리 「남기는 말」을 두고서는 내용을 참조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날 오후 부산경찰청 수사본부가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그는 사법당국이 이 대표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을 것 같다고 여겼고,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 사법부 안의 종북 세력 때문에 재판이 늦어지고 나라가 좌파 세력에 넘어갈 것을 저지하려 했다는 것이 경찰이 밝힌 동기였다. 8쪽 문건에는 범행으로 자신의 뜻을 알려 자유인의 구국 열망과 행동에 마중물이 되고자 했다는 취지도 적혀 있었다.
*
같은 날 오전, 피습 여드레 만에 이재명이 서울대병원 문을 나섰다. 왼쪽 목에는 밴드가 붙어 있었다. 그는 병원 앞에서 사 분 동안 말했다. 말하는 사이 몇 번 목을 가다듬었고, 손으로 상처 자리를 만졌다.
“국민 여러분께서 살려주신 목숨이라 앞으로 남은 생도 오로지 국민들을 위해서만 살겠다.”
그는 정치를 이야기했다.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이 정치를 이제는 종식해야 한다.” 우리 정치가 어느 날인가부터 절망을 잉태하는 죽임의 정치가 되고 말았다고 했다. 희망을 만드는 살림의 정치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자신부터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번 일이 존중하고 상생하는 정치로 돌아가는 이정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도 했다.
그는 부산을 향해서도 말했다. 여드레 전 가덕도 바닥에 누워 있던 이십여 분, 그 곁을 지킨 사람들과 구급차와 헬기, 부산대병원 응급실을 거쳐 그는 이 자리에 서 있었다.
“생사가 갈리는 위급한 상황에서 적절하고도 신속한 응급조치로 제 목숨을 구해주신 부산의 소방, 경찰, 그리고 부산대 의료진께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는 질문을 받지 않고 차에 올랐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논평을 냈다. “당무에 복귀하시면 측근 비호, 내 편 지키기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부탁드린다.” 그는 존중과 공존을 말하는 이 대표의 진심이 욕설과 혐오의 언어를 내놓는 그분들에게 닿기를 바란다고 했다. 같은 날 민주당 의원 세 명이 이재명 체제를 비판하며 당을 떠났다. 이튿날에는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이 예정돼 있었다. 총선은 아흔 날 남짓 남아 있었다.
출처 · 경향신문, 2024년 1월 29일, 「검찰 “이재명 피습 당시 사망 가능성 있었다…공범·배후 없어”」 · MBC, 2026년 7월 16일, 「‘18cm’ 흉기인데 ‘커터칼’‥“의도적 축소” 김상민 송치」 · 조선비즈, 2024년 1월 1일, 「尹 신년사… “이권·이념 기반 둔 패거리 카르텔 반드시 타파” (종합)」 · 연합뉴스, 2024년 1월 2일, 「이재명, 부산서 흉기 피습…의식있는 상태서 병원 이송(종합2보)」 · 한국일보, 2024년 1월 2일, 「〔영상〕“사인해달라”고 돌진한 뒤 갑자기 흉기 휘둘러...이재명 피습 긴박했던 순간」 · 연합뉴스, 2024년 1월 2일, 「이재명 피습 현장에 경찰 50여명 배치…전담 경호 대상은 아냐」 · 국민일보, 2024년 1월 3일, 「‘내가 이재명’ 파란색 왕관 쓰고 접근해 순식간에 범행」 · 서울신문, 2024년 1월 3일, 「“사인해 달라” 웃으며 다가와 일격… “이재명 죽이려 했다”」 · 조선일보, 2024년 1월 3일, 「‘혐오의 정치’ 칼날에 쓰러진 야당 대표」 · 조선비즈, 2024년 1월 2일, 「‘이재명 피습’ 野 “이재명에 대한 테러, 민주주의 위협”」 · 오마이뉴스, 2024년 1월 2일, 「이재명, ‘경정맥 손상’ 2시간 수술...“민주주의에 대한 중대 위협”」 · 조선비즈, 2024년 1월 2일, 「이낙연, 이재명 피습에 “충격·분노 억누를 수 없어”」 · KBS, 2024년 1월 2일, 「한동훈, 이재명 피습에 “절대로 있어선 안 되는 일…쾌유 기원”」 · KBS, 2024년 1월 2일, 「한동훈 비대위원장 첫 방문지는 ‘대전’…“대전은 승리의 상징”」 · 프레시안, 2024년 1월 2일, 「한동훈, 이재명 피습에 “우리 사회는 이것보다 훨씬 더 나은 사회”」 · 매일경제, 2024년 1월 2일, 「한동훈 “이재명 문병 가겠다”…대구·경북 신년인사회 일정 취소」 · 중앙일보, 2024년 1월 3일, 「이웃들 “이재명 습격범, 성품 온순…소식 듣고 깜짝 놀라”」 · 뉴시스, 2024년 1월 3일, 「서울대병원 찾은 김부겸 “이재명 피습 정치테러에 분노·우려”」 · KBS, 2024년 1월 3일, 「이재명 대표, 일반 병실로 이동…현재 상태는?」 · 경향신문, 2024년 1월 4일, 「이재명 집도의 “1.4cm 자상, 어려운 수술···부산대병원서 전원 요청”」 · 중앙일보, 2024년 1월 10일, 「이재명 습격범 “범행 혼자 계획했다, 국민에 걱정 끼쳐 미안”」 · 서울신문, 2024년 1월 10일, 「경찰 “습격범, 이재명 대통령 되는 것 막으려 범행”」 · 경향신문, 2024년 1월 10일, 「퇴원 이재명 “죽임의 정치 끝내야”…당 분열·지지율 당면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