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7,041자) · 2022년 5월 2일~2023년 3월 22일, 성남·인천·서울
영원한 밤은 없다
이재명의 삶 · 네오
2022년 5월 2일 오전 9시 10분, 경기 분당경찰서 수사관들이 성남시청에 들어섰다. 정책기획과와 도시계획과, 건축과, 체육진흥과, 정보통신과까지 다섯 부서였다. 성남시장 이재명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두산과 네이버 같은 기업에서 성남FC 후원금 160억여 원을 끌어오고, 그 기업들이 건축 인허가와 토지 용도 변경에서 편의를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증거가 모자라다며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 고발인이 곧바로 이의를 냈고,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2월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대선이 끝나고 두 달이 지나지 않은 때였다.
같은 날,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에서는 공원 하나가 문을 열었다. 옛 성남 제1공단 터에 들어선 제1공단 근린공원이었다. 1974년 광주대단지 시절 주민들의 생활권을 만들려고 세운 성남의 첫 공단이었고, 공장이 떠난 뒤 시행사의 자금난과 법정 다툼 속에 15년 넘게 빈터로 남은 땅이었다. 4만 6,617제곱미터에 2,762억 원이 들었다. 야외 공연장과 폭포, 보행 육교와 바닥분수가 놓였다. 2017년 봄, 성남시장 이재명은 대장동 택지개발에서 거둔 이익으로 이 공원을 짓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
열하루 뒤 방송 카메라가 공원을 찾았다. 주민 김복순은 보기가 좀 흉하던 땅에 공원이 들어서고 나니 자연친화적인 분위기가 생겼다고 했다. 신흥2동에 사는 이창구가 말했다.
“정말 신흥2동의 주민으로서 이렇게 꾸며졌다는 게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
첫 공단이 문을 열고 마흔여덟 해가 지난 땅이었다. 그 땅 곁에 사는 사람이 고맙다고, 행복하다고 했다. 시는 2025년에 성남역사박물관도 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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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봄, 인천 계양을의 국회의원 자리가 비게 됐다. 시작은 송영길이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에서 물러난 지 스무 날 남짓 지난 4월 1일, 그는 페이스북으로 서울시장에 나서겠다고 알렸다. 사흘 전인 3월 29일에는 이재명계 핵심인 정성호·김남국 의원이 그를 찾아가 출마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길은 이렇게 말했다.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대나 전략공천은 제 머릿속에 없다.”
반발은 안팎에서 왔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이 스무 날 남짓 전에 왜 대표직에서 물러났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말이 있느냐고 했다. 조응천 비상대책위원도 말을 보탰다. “지역 연고 기반이 인천인데 갑자기 서울로 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자연스럽진 않다.” 인천시장 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안상수 예비후보는 더 거칠었다. “인천 먹튀 송영길 전 대표, 옆 동네로 주소 옮긴다고 당신의 실체가 세탁되지 않는다. 꿈도 꾸지 말라.”
4월 29일, 송영길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되자 곧바로 의원직 사퇴서를 냈다. 그는 이번 선거를 윤석열 검찰공화국 정부에 맞서 시민의 인권과 민주주의와 재산권을 지키는 한판 승부라고 불렀다. 당대표직에 이어 국회의원직까지 연달아 내려놓은 셈이었다. 2000년 16대 총선 뒤로 민주당 후보들이 의석을 싹쓸이해 온 계양구에서, 6월 1일 지방선거와 함께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5월 6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상임고문 이재명을 계양을에 전략공천하고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겼다. 성남 분당갑도 검토했지만 거기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나섰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결론을 설명했다. “성남 사수가 정치적 고향을 지키는 ‘이재명의 명분’이라면, 계양 차출은 지방선거 승리로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는 ‘민주당의 명분’이라고 결론 내렸다.” 한 재선 의원은 대선 패배 두 달도 안 돼 연고 없는 곳에 나서는 것을 좋게 볼 국민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했다.
이튿날 이재명은 페이스북에 출마의 변을 올렸다. “민주당의 상황과 지방선거의 어려움 또한 대선 패배에 따른 저의 책임이고, 이를 타개하는 것 역시 전적으로 저의 책임임을 통감한다.” 그리고 이렇게 맺었다. “언제나처럼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고 민심의 바다에 온전히 저를 던지겠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방탄 국회를 열 심산으로 아무 인연 없는 계양에 온다고 몰아붙였다. 성남FC 압수수색과 아내 김혜경의 법인카드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던 때였다.
5월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온 한마디가 불을 붙였다. 상대인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를 두고 그가 말했다. “내세울 게 연고밖에 없으니까 자꾸 연고를 따진다.” 그리고 인천이 원래 외지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대표가 페이스북에 받아쳤다. “20일 전에 날아온 사람이 몇십 년씩 눌러사는 인천 사람들을 싸그리(깡그리) 외지인 취급했다. (이 후보는) 오늘 또 설화로 혼 좀 나시라.” 국민의힘은 윤형선을 25년 동안 계양에서 일하며 지역에 기여해 온 사람이라고 내세웠다. 정치 신인을 상대로 여론조사에서 확실히 앞서지 못한 이재명은 선거운동 내내 인천에 발이 묶였다.
6월 1일 저녁 7시 30분, 출구조사에서 이재명이 8.2%포인트 앞섰다. 6월 2일 0시께, 계양구 임학동 선거사무소에 이재명이 들어섰다. 그는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고개를 숙였다. 무거운 얼굴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카메라 앞에 섰다.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
그는 55.24%를 얻어 44.75%의 윤형선을 이겼다. 같은 밤 송영길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39.22%에 그쳤다. 59.06%를 얻은 국민의힘 오세훈이 첫 4선 서울시장이 됐다. 송영길은 캠프에서 승복했다. 서울에 대한 비전을 알리려 최선을 다했지만 시민의 마음을 얻기에 부족했다고 했다. 계양을 비우고 떠난 사람은 서울에서 지고, 그 자리를 넘겨받은 사람은 계양에서 이긴 밤이었다. 보궐선거 일곱 곳 가운데 민주당이 이긴 곳은 계양을과 제주을 두 곳이었고, 지방선거도 민주당이 졌다. 이원욱 의원은 이재명의 당선에 이렇게 적었다.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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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가 열렸다. 이재명이 77.77%를 얻어 22.23%의 박용진을 넘었다. 일반당원 여론조사는 86.25%, 일반국민 여론조사는 82.26%였다. 2020년 이낙연의 60.77%를 넘는, 민주당 대표 경선 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이었다. 다만 권리당원 투표율은 37.09%로 내려앉아 있었다. 대선을 거치며 권리당원은 80만 명 정도에서 110만 명 가까이로 불어나 있었다. 그 상당수가 「개혁의 딸」이라 불린 그의 지지자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는 두 팔을 들어 인사했다.
수락 연설에서 그는 정부·여당에 협력을 제안했다. “국민의 삶이 단 반발자국이라도 진전된다면 먼저 정부·여당에 협력하겠다. 영수회담을 요청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만들겠다.” 퇴행과 독주에는 결연히 맞서 싸우겠다는 말이 그 뒤에 붙었다. 대통령실은 김은혜 홍보수석의 서면 브리핑으로 축하를 전했다. 그를 겨눈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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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26일, 대장동의 셈을 두고 두 숫자가 맞섰다. 이재명 측은 5,503억 원을 시민의 몫으로 거뒀다고 했다. 임대아파트 부지 배당금 1,822억 원에 제1공단 공원 2,561억 원, 서판교 터널 같은 기반시설 1,120억 원을 더한 셈이었다. 검찰은 공사가 받은 배당금 1,822억 원만 공공의 이익으로 쳤다.
이틀 뒤인 1월 28일 오전 10시 19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이재명이 파란 풍선을 흔드는 지지자 수천 명에게 인사했다. 체감온도는 영하 11도였다. 8차선 반포대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우리가 이재명이다」 「표적수사 중단하라」는 손팻말이, 맞은편 인도에는 「뇌물 이재명 규탄」 현수막이 섰다. 한쪽에서 「이재명 힘내라」가 나오면 건너편에서 「윤석열 정부 힘내라」가 돌아왔다. 경찰 기동대 2,500여 명이 그 사이에 늘어섰다. 대장동 수사가 시작된 지 1년 4개월 만이었다. 그는 한 쪽짜리 A4 용지를 들고 포토라인에 섰다.
“국민 여러분 오늘 이 현장을 기억해주십시오. 오늘 이곳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법치주의를 그리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현장입니다.” 그는 이어 말했다. “이제 이 나라가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의 나라가 돼가고 있습니다.”
청사 6층에서 검찰이 준비한 질문지는 100여 쪽이었다. 그는 30여 쪽의 서면 진술서로 답을 갈음했다. 서문에는 이런 문장들이 있었다. “참나무숲인지 소나무 숲인지는 산에 올라 눈으로 보면 압니다.” “가짜뉴스와 조작 수사로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진실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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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헌정사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올라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동의를 요청하는 이유를 십오 분 동안 설명했다. 역대 가장 긴 설명이었다. 그는 위례·대장동 사업이 시민에게는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 아니라 최대 손해라고 했다. 100만 원짜리 휴대폰을 영업사원이 주인 몰래 아는 사람과 미리 짜고 10만 원에 판 것과 같다는 비유도 내놓았다. 그동안 이재명은 본회의장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신상발언대에 선 그는 같은 숫자를 다르게 셌다. “돈 버는 게 시장의 의무도 아니지만 적극행정을 통해 5503억을 벌었음에도, 더 많이 벌었어야 한다며 배임죄라 한다.” 성남FC 후원금이 늘면 세금 지원이 줄어 시가 혜택을 볼 뿐 누구도 사익을 취한 적이 없다고 했다. 수사가 사건이 아니라 사람을 향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리고 의원들을 향해 말했다.
“아무리 깊어도 영원한 밤은 없다. 매서운 겨울도 결코 봄을 이길 수 없다.”
재석 297명,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였다. 가결에 필요한 149표에 모자라 부결됐다. 169명의 민주당 의원이 모두 자리에 있었는데 반대는 138표였다. 당 안에서 적어도 31표가 다른 쪽으로 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가 내려졌다고 했다. 이재명은 검찰의 영장 청구가 매우 부당하다는 것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3월 22일, 서울중앙지검은 그를 배임과 뇌물 등 다섯 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대장동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입은 손해를 4,895억 원, 민간업자가 얻은 이득을 7,886억 원으로 적었고, 성남FC 후원금 133억 5,000만 원을 뇌물로 보았다.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도 공범으로 함께 기소됐고, 수사기록은 500권이 넘었다. 428억 원 지분 약정 의혹과 8억 원대 불법 정치자금 의혹은 공소장에 담기지 못했다. 검찰은 성남시민에게 돌아가야 할 막대한 개발 이익을 민간업자들이 독식하게 한 사건이라고 했다. 같은 날 이재명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말했다.
“검찰의 시간이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될 것이다.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결국 명명백백하게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다.”
출처 · 연합뉴스, 2022년 5월 2일, 「경찰, ‘성남 FC 의혹’ 수사 관련 성남시청 압수수색(종합)」 · 한국일보, 2022년 4월 29일, 「성남 경제 이끈 제1공단, 시민공원으로 조성.. 2일 개장」 · SBS, 2022년 5월 13일, 「옛 ‘성남 제1공단’, 쾌적한 근린공원으로 문 열었다」 · 서울신문, 2017년 3월 7일, 「이재명 “대장동 택지개발 이익 환수 1공단 부지 공원 조성사업 추진”」 · 연합뉴스, 2022년 4월 1일, 「전면 복귀 송영길, 서울시장 출마 승부수..민주 시끌」 · 경향신문, 2022년 4월 1일, 「송영길, 서울시장 출마 결단..당내선 “명분·민심 저버려”」 · 뉴시스, 2022년 4월 1일, 「송영길 서울시장 출마에 당 안팎 비판..안상수 “인천 먹튀”」 · 매일경제, 2022년 4월 29일, 「돌고돌아..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송영길」 · 연합뉴스, 2022년 4월 4일, 「‘서울시장 출마’ 송영길 지역구 인천 계양을 향배 주목」 · 경향신문, 2022년 5월 6일, 「이재명 ‘인천 계양을’ 출마를 보는 시선」 · 한겨레, 2022년 5월 7일, 「이재명 인천 계양을 출마 첫일성…“대선패배 제 책임, 타개도 제 책임”」 · 연합뉴스, 2022년 5월 26일, 「이재명 “인천, 원래 외지인 사는곳”…與 “망언” “혼좀 나시라”」 · 연합뉴스, 2022년 6월 2일, 「이재명 “국민의 엄중한 질책 겸허하게 수용하겠다”」 · 뉴스1, 2022년 6월 2일, 「〔뉴스1 PICK〕이재명, 침통한 당선인사 “국민 질책 겸허히 수용..혁신하겠다”」 · 연합뉴스, 2022년 6월 2일, 「〔6·1 지방선거〕 이재명, 지역구서 이겼지만…웃을 수 없는 ‘홀로생환’」 · 뉴시스, 2022년 6월 2일, 「보궐선거, 與 5곳·野 2곳 당선…安·李 나란히 국회 입성(종합2보)」 · 뉴시스, 2022년 6월 2일, 「첫 ‘4선 서울시장’ 오세훈, 당선 확정..오늘 업무 복귀」 · 뉴스1, 2022년 6월 2일, 「‘어려운 싸움’ 나섰던 송영길의 석패..정치 행로 ‘안갯속’」 · 한겨레, 2022년 8월 28일, 「민주당 새 대표에 이재명…역대 최고 득표율 77.77%」 · 경향신문, 2022년 8월 28일, 「이재명, 민주당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대표 선출···‘친이재명’ 지도부 막 올라」 · 경향신문, 2022년 8월 28일, 「대통령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협력 기대···대통령 축하난 전달 예정”」 · 뉴시스, 2023년 1월 26일, 「이재명 “5503억” vs 검찰 “1822억”…‘대장동 공공이익’ 계산 달라」 · 오마이뉴스, 2023년 1월 28일, 「‘검찰 출석’ 이재명, 지지자 수천명에 인사... “검사 독재정권에 당당히 맞서겠다”」 · 한겨레, 2023년 1월 28일, 「‘대장동 의혹’ 이재명 검찰 출석 “검사독재정권의 정적 제거”」 · 오마이뉴스, 2023년 1월 28일, 「“조작 수사로 잠시 속일 수 있어도, 진실 영원히 감출 수 없어”」 · 조선비즈, 2023년 2월 27일, 「한동훈 “李 대장동 사업, 단군 이래 최대 치적 아닌 최대 손해”…역대 최장 15분 설명(종합)」 · 이데일리, 2023년 2월 27일, 「이재명, 체포안 신상발언…“오늘 韓 민주주의 앞날 달렸다”」 · 뉴시스, 2023년 2월 27일, 「체포동의안 표결 앞둔 이재명 “국민과 역사의 힘 믿겠다” 〔뉴시스Pic〕」 · 한겨레, 2023년 2월 27일, 「민주당 최소 31명 이탈 ‘가까스로 부결’…“이재명 향한 경고”」 · 경향신문, 2023년 3월 22일, 「검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이재명 기소···“지자체권력 농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