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7,026자) · 2025년 3월 28일~2026년 9월 28일, 서초동

조희대 대법원

이재명의 삶 · 네오

2025년 3월 28일, 대법원이 사건 기록을 받았다. 이틀 전 서울고법 형사6-2부는 대선 후보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1심의 유죄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다른 합리적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에만 맞게 해석하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가 지닌 헌법적 의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골프 발언은 김문기와의 교유 행위를 두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백현동 발언은 의견 표명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튿날 상고장을 냈다. 항소심이 1심에서 오랜 심리 끝에 배척한 피고인의 주장만 받아들였고, 그 판단이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 동떨어져 경험칙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검찰의 상고 이유였다. 공직선거법 270조는 3심을 2심 선고일로부터 석 달 안에 반드시 하라고 정해 두었다. 그 셈으로 대법원은 6월 25일 전에만 선고하면 그 원칙을 지킬 수 있었다. CBS노컷뉴스는 그 규정이 법원 실무에서 사실상 지켜지지 않아 왔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뒤에 보도자료에서 그 무렵을 설명했다. 1심 공소제기일인 2022년 9월 8일부터 상고 접수까지 2년 6개월이 걸려 혼란과 사법 불신의 강도가 유례없다는 인식 아래, 사건이 들어오자마자 1심과 원심 판결문, 공판 기록으로 사실관계와 쟁점 파악에 착수했다는 것이었다. 4월 10일 검찰의 상고이유서가, 4월 21일 이재명 측의 답변서가 들어왔다. 기록은 6만 쪽에서 7만 쪽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 22일 오전, 이재명은 서울중앙지법의 대장동·성남FC 사건 1심 재판에 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같은 오전, 그의 다른 사건은 대법관 넷이 앉는 소부인 2부에 배당됐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었다. 두 시간쯤 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대법원은 뒤에 국회 답변서에서, 이 사건이 내규상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에 해당해 접수 직후부터 대법관 전원이 전원합의 방식으로 검토했고,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국정농단 사건처럼 사회적 중요성이 큰 사건은 소부 심리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하던 노태악 대법관은 이해충돌을 우려해 회피를 신청했다. 그날 오후 2시, 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한 첫 합의기일이 열렸다. 통상 한 달에 한 번 열리던 합의기일은 이틀 뒤인 24일에 한 번 더 열렸고, 대법관들은 그 두 번째 기일에 평결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4월 29일 대법원은 선고를 5월 1일 오후 3시에 한다고 밝혔다. 그날도 대장동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던 이재명은 선고일이 정해졌다는 말에 짧게 답했다. “법대로 하겠지요.” 대법원은 이튿날 대법정 안의 TV 생중계를 허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의 생중계는 2019년 국정농단 사건, 2020년 경기지사 이재명의 허위사실 공표 사건에 이어 세 번째였다. 다섯 해 전 그 사건에서 전원합의체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답하다 나온 부정확한 말은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선고일에서 6월 3일 대선까지는 서른세 날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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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오후 3시,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들어서 장내 정돈을 선언했다. 대법관들이 자리에 앉았다. 대법원장이 판결 요지를 읽어 나갔다.

“발언의 의미를 확정할 때는 사후적으로 개별 발언의 관계를 치밀하게 분석·추론하기보다는 발언이 이뤄진 당시의 상황과 전체적 맥락에 기초해 선거인에게 발언이 어떻게 이해되는지 기준으로 살펴야 한다.”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친 사진이 조작됐다고 한 발언, 백현동 부지의 용도를 바꾼 것이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이었다는 발언을 다수의견은 허위사실의 공표로 봤다. 원심은 허위사실공표죄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대법원장이 주문을 읽었다.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심리에 관여한 대법관 열두 명 가운데 열 명이 다수의견에 섰다. 그 가운데 서경환·신숙희·박영재·이숙연·마용주 대법관은 보충의견에서 신속한 절차가 필요했다고 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반대의견은 이흥구·오경미 대법관 두 사람이 냈다. 두 사람은 사실을 드러낸 것인지 의견을 밝힌 것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표현은 원칙적으로 의견 표명으로 보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흐름이라고 했고,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은 죄형법정주의나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속도에 대해서도 적었다. 신속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했다. 대법원이 신속한 재판의 원칙을 내세워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심리를 마치고 결론을 내놓으면서, 당사자와 국민의 눈에 비치는 법원의 공정성과 심리의 충실성에 대한 신뢰가 어느 만큼인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했다.

두 대법관은 반대의견 끝에 이솝 우화 한 편을 끌어왔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세찬 바람이 아니라 해님이었다는 이야기였다.

“대법관들 상호 간의 설득과 숙고의 성숙 기간을 거치지 않은 결론은 외관상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도 문제이지만 결론에서도 당사자들과 국민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전원합의체의 심리와 재판이 해님의 무기인 온기와 시간을 적절히 들여 숙고와 설득에 성공한 경우인지 아닌지를 물었다. 열두 명 가운데 소수였던 두 사람이 남긴 물음이었다. 국회가 뒤에 대법원에 보낸 질의서에는 다수의견이 38쪽, 반대의견이 49쪽이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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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가 끝나자 해석이 갈렸다.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판결을 명백한 정치 재판이자 졸속 재판이라 규정하고, 12·3 내란에는 입을 닫던 대법원이 대선은 방해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판결이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21에 말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빠르게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촉박하게 선고 기일을 잡아서, 라이브로 방송까지 하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직 판사들 사이에서도 서른 해 넘게 법관으로 일하며 보지도 듣지도 못한 초고속 절차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튿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온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들이 형사기록 전자 스캔으로 기록을 모두 본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대법관들은 수많은 재판연구관과 유기적 일체가 돼서 기록을 검토한다.” 그는 한 문장을 덧붙였다. “사건의 결론 여하를 떠나 최고 법원의 판결과 법관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필요하다.” 같은 날 오후 대법원 앞에 선 민주당 의원 50여 명 가운데 박주민 의원은 7만여 쪽을 9일 동안 잠을 안 자고 24시간 내내 읽어도 한 시간에 278쪽을 읽어야 한다고 셈했다.

대법원은 직접 형을 정하는 파기자판 대신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선고 날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한겨레21에 이렇게 내다봤다. “물리적으로는 하늘이 두 쪽이 나도 6월3일 이전에 서울고법이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5월 2일 서울고법은 오전 10시 50분께 대법원에서 기록을 넘겨받았다. 오후 4시 50분께 사건은 형사7부에 배당됐고, 재판부는 곧바로 첫 공판을 5월 15일 오후 2시로 잡았다. 파기환송 하루 만이었다. 공식 선거운동은 12일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주말 동안 시민들이 법원 사법정보공개포털에 몰렸다. 대법관들이 이 사건의 전자기록을 언제, 어디까지, 몇 쪽을 열람했는지 그 로그를 공개하라는 청구가 5월 4일 오후 1시 30분까지 이틀 만에 2만 5,000건에 다가섰다. 법원이 2004년 11월부터 공개한 청구 목록은 모두 3만 4,000여 건이었다. 스무 해 동안 쌓인 청구의 세 배 가까운 숫자가 이틀 사이에 들어왔다. 그달 말 대법원은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라며 로그 공개를 거부하는 통지를 보냈다. 천대엽 처장은 법사위에서, 법관의 심증 형성은 합의의 일부이고 합의 과정은 법원조직법 65조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답했다.

그 말들 위에 더 센 이름이 붙었다. 5월 3일 민주당 초선 모임이 회견을 열었다. “사법 쿠데타에 대해 즉각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 절차에 돌입하겠습니다.” 같은 날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한덕수·최상목이 사퇴한 것처럼 사법 내란 조희대도 사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후보 이재명은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만 했다. 5월 5일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이 말했다. “이제 윤석열 내란 세력은 일부 사법 카르텔과 야합해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 이재명을 죽이려고 한다.” 국민의힘은 죄가 있으면 벌을 받는 것이 법치국가의 상식이라며,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을 위해 이성마저 잃었다고 했다.

5월 7일, 서울고법 형사7부는 첫 공판을 대선 뒤인 6월 18일로 미뤘다.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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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국회가 연 대법원장 청문회에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은 나오지 않았다. 대법원장은 사유서에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하는 자신으로서는 출석할 수 없다고 적었고,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공세를 야만적 의회 쿠데타라고 불렀다. 9월 16일 민주당 부승찬 의원이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의 회동설을 대정부질문에서 꺼냈고, 대법원장과 거론된 사람들은 모두 부인했다. 고발 사건이 경찰로 갔지만 2026년 9월까지 그 회동은 수사로 확인되지 않았다. 10월 12일 대법원은 국회에 88쪽의 답변서를 냈다. 사건 접수부터 선고까지 35일이 걸렸는데, 법원행정처 집계로 2024년부터 2025년 6월까지 공직선거법 상고심의 평균은 3.1개월이었다. 대법원은 법률심에서는 기록의 모든 부분을 세세히 열람할 것이 요구되지는 않는다고 했고, 대법원장이 외부 세력과 공모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주장은 아무런 합리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공격이라고 했다.

2026년 2월 26일부터 사흘 동안 국회는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는 사법개혁 3법을 차례로 통과시켰고, 3법은 3월 12일 공포됐다. 그날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을 이 파기환송 판결로 법왜곡죄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이 경기 용인서부경찰서에 배당됐다. 시행일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대법원장은 한마디만 했다. “수고 많으십니다.” 50억 클럽 재판에서는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의 벌금 1,500만 원 하나만 확정됐고, 곽상도·박영수·권순일의 사건은 상급심에 있었다.

8월 18일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와 사전 협의 없이 대법관 후보 두 사람을 서면으로 제청했다. 청와대가 한 사람을 돌려보내며 재제청을 요청하자, 9월 22일 그는 요청에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며 응할 수 없다고 했다. 이튿날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그 거부에 본질적인 내란적 성격이 있다고 했고,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이재명 정권이 왕 행세를 하려 한다고 했다. 9월 28일 출근길에서 대법원장은 그런 내용들을 국정감사를 통해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출처

· 연합뉴스, 2025년 5월 1일, 「〔일지〕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파기환송 선고까지」 · 동아일보, 2025년 4월 22일, 「대법, 이재명 상고심 전원합의체 회부…당일 바로 심리」 · KBS, 2025년 4월 29일, 「이재명 선거법 위반 상고심 모레 오후 3시 선고」 · 뉴스1, 2025년 4월 30일, 「이재명 운명 가를 대법원 판단 하루 앞으로…TV 생중계 허용(종합)」 · 연합뉴스, 2025년 5월 1일, 「‘일반인 관점에서’ vs ‘다양한 해석여지’…10대 2 나뉜 대법원」 · 한겨레21, 2025년 5월 2일,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대법원 떠넘기기로 혼란 가중”」 · 노컷뉴스, 2025년 5월 3일, 「대선 앞 ‘졸속 논란’ 휩싸인 대법…숙고·일관성 놓쳤다」 · 한겨레, 2025년 5월 4일, 「“대법 열람기록 보자” 정보공개청구 폭발…이틀간 20년치 3배」 · JIBS, 2025년 5월 30일, 「‘봤다’는 말은 있지만, ‘봤다는 증거’가 없다.. 대법, 이재명 상고심 로그 전면 비공개 “왜?”」 · KBS, 2025년 5월 2일, 「민주당 의원들, 대법 항의 방문 “사법카르텔이 진짜 사법리스크”」 · 한겨레, 2025년 5월 2일, 「이재명 파기환송심 하루 만에 배당, 15일 첫 공판」 · 뉴스1, 2025년 5월 2일, 「이재명 파기환송심 5월15일 시작…대선 전 결론 내나(종합)」 · MBC, 2025년 5월 3일, 「민주당 초선들 “조희대 탄핵하겠다”‥이재명 “당이 알아서 할 것”」 · 뉴시스, 2025년 5월 5일, 「박찬대 “내란 세력, 사법 카르텔과 야합해 李 죽이려…방심 말아야”」 · 연합뉴스, 2025년 5월 7일, 「〔2보〕 서울고법, 이재명 파기환송심 첫 재판 연기…대선 뒤 6월18일」 · 동아일보, 2025년 5월 14일, 「조희대, 청문회 불출석…“사법부 독립 보장한 헌법 취지에 반한다”」 · 연합뉴스, 2025년 9월 17일, 「조희대 “李대통령 사건, 한덕수 등 누구도 논의 안해” 정면반박(종합)」 · 뉴스1, 2025년 9월 23일, 「경찰, ‘조희대 회동설’ 제기 민주당 의원 고발건 공공범죄수사대 배당」 · 중앙일보, 2025년 10월 14일, 「대법 “파기환송, 35일간 대법관 전원 검토”…졸속 주장 반박」 · 연합뉴스, 2026년 2월 27일, 「재판소원제법 與주도 본회의 통과…대법관증원법 내일 표결(종합2보)」 · 한국일보, 2026년 2월 28일, 「대법관 14명→26명 증원한다…대법관증원법 국회 본회의 통과」 · MBC, 2026년 3월 12일, 「재판소원 첫날 16건 접수, 조희대도 ‘법왜곡죄’로 고발돼」 · 조선일보, 2026년 7월 15일, 「“아들뻘 남욱에 구걸하겠나”... ‘50억 클럽’ 박영수 항소심 결심」 · 한국일보, 2026년 8월 28일, 「청와대, ‘조희대 서면 제청’ 손봉기 반려... 대법원에 재제청 요구」 · 중앙일보, 2026년 9월 22일, 「조희대 “대법관 재제청 응할 수 없어”…靑 “헌법 위배 인식”」 · 뉴스1, 2026년 9월 23일, 「김민석, ‘조희대 재제청 거부’ 특검 거론…“희대의 내란 잔불 정리”」 · 중앙일보, 2026년 9월 23일, 「한동훈 “조희대 탄핵 검토? 그거 하면 이재명이 탄핵된다”」 · 뉴스1, 2026년 9월 28일, 「조희대 “靑 재제청 하라고만…국감 통해 이야기하겠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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