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7,055자) · 2025년 12월~2026년 9월, 청와대
대한민국을 만든 손
이재명의 삶 · 네오
2025년 12월 29일 오전 9시 13분께,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처음 출근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9일 퇴임한 뒤 1,330일 만에 대통령이 청와대로 돌아온 날이었다. 그는 빨간색과 흰색, 남색 줄이 번갈아 들어간 넥타이를 맸고, 청와대는 그 넥타이를 소통과 통합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집무실은 본관이 아니라 여민1관에 차렸다. 강유정 대변인은 그 자리를 국민과 함께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국민주권 정부의 철학이라고 했다.
본관에서 참모들과 차담회가 열렸다.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이 그해 누적 수출 성과를 보고했다. 대통령이 주문 하나를 얹었다.
“경제 성장의 성과가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흘러갈 방안을 모색하라.”
그날 오후 1시 3분, 산업통상부와 관세청의 집계에서 그해 누적 수출액이 7,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18년 6,000억 달러를 넘긴 지 7년 만이었다. 미국과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넘은 고지였다. 6월부터는 여섯 달 내리 그달 기준 역대 최고 수출액을 갈아 치우고 있었다. 1948년 정부가 세워진 직후 1,900만 달러였던 한 해 수출이 77년 만에 3만 6,000배가 됐다.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인 서강대 허정 교수는 이 숫자를 한국 경제의 회복력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성과라고 불렀다.
그 한 해는 순탄하지 않았다. 상반기에는 미국발 관세의 불확실성이 수출을 짓눌렀다. 대선 때 그는 상호 이익을 균형 있게 조정하며 관세를 협상하겠다고 약속했고, 10월 29일 경주에서 후속 협상이 타결됐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매우 강경하고 뛰어난 협상가라고 불렀다. 수출액 숫자를 정한 목표는 10대 공약 어디에도 없었다. 7,000억 달러는 공약이 아니라, 관세의 해를 버틴 결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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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인 12월 30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그 김정관 장관이 수출과 투자 유치 성과를 보고했다. 수출 7,000억 달러를 넘겼고, 외국인 직접투자도 35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했다. 보고를 들은 대통령의 대답은 피자였다. 부서 직원들에게 피자를 쏘겠다고 했다.
그날 오후, 피자 20판쯤이 산업통상부에 도착했다. 상자는 무역정책국과 투자정책국으로 먼저 갔다. 김 장관의 건의로 반도체과와 자동차과, 조선해양플랜트과를 비롯해 수출을 늘리는 일을 맡은 10여 개 과에도 나뉘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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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1일, 산업통상부가 「2025년 연간 및 12월 수출입 동향」을 내놓았다. 한 해 수출은 7,097억 달러로 한 해 전보다 3.8퍼센트 늘었다. 수입은 6,317억 달러, 무역수지는 780억 달러 흑자로 2017년 이후 가장 컸다. 12월 한 달 수출은 696억 달러로 13.4퍼센트 늘었다.
판을 끌어올린 것은 반도체였다. 반도체 수출은 1,734억 달러로 22.2퍼센트 늘어 역대 최대를 찍었다. 자동차는 720억 달러로 1.7퍼센트 늘었다. 화장품 수출이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었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1,308억 달러, 미국이 1,229억 달러, 아세안이 1,225억 달러였다. 2018년 26.8퍼센트였던 대중국 수출 비중은 18.4퍼센트로 내려앉았다. 김정관 장관이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해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수출 7000억 달러 시대를 열어준 우리 기업인과 노동자 여러분의 헌신적인 땀과 열정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같은 표에 그늘도 있었다.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 가는 수출은 각각 3.8퍼센트, 1.7퍼센트 줄었다. 미국의 관세에 자동차와 철강, 기계의 대미 수출이 줄었고, 중국발 공급과잉이 겹쳤다. 철강은 303억 달러로 9.0퍼센트, 일반기계는 469억 달러로 8.3퍼센트 뒷걸음쳤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4.4퍼센트로, 2018년의 최고치 20.9퍼센트를 넘어 사상 가장 높았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한 줄을 그었다.
“수치만 보면 나무랄 데 없지만,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의존한 ‘착시’가 경제 회복으로 포장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사설은 기업들에도 가격 경쟁력에 기댄 수출은 한계가 있음을 똑바로 보라고 했다. “지금은 눈앞의 실적에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 같은 날 머니투데이는 반도체 말고 다른 품목도 넓혀야 한다는 주문을 기사 제목에 달았다.
일자리 쪽의 경고도 나왔다. 1월 23일 이투데이는 반도체가 10억 원어치를 만들 때 생기는 일자리가 2.1명쯤으로, 자동차의 7.4명에 견줘 3분의 1 수준이라고 짚었다. 공장은 대부분 자동화돼 있어 일자리를 거의 만들지 않았다. 제조업 취업자는 18개월째 줄고 있었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그 그늘을 짚었다. “일부 대기업 중심의 성장을 넘어 중소·벤처와 국민 모두가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경제 구조로 전환하겠습니다.” 김정관 장관은 제조 AI 전환을 앞세워 수출 산업의 체질을 근본부터 고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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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의 숫자는 더 가팔랐다. 7월 1일 산업통상부는 6월 수출이 1,022억 5,000만 달러로 한 해 전보다 70.9퍼센트 늘었다고 발표했다. 한 달 수출이 1,000억 달러를 넘은 것은 처음이었고, 독일과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였다. 2025년 6월부터 13개월 내리 그달의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운 끝이었다. 반도체는 448억 달러를 넘겨 단일 품목으로 처음 한 달 400억 달러를 넘겼고, 무역수지 흑자도 361억 5,000만 달러로 처음 300억 달러를 넘었다. 상반기 누적 수출은 4,967억 달러로 한 해 전보다 48.4퍼센트 늘었다. 김정관 장관이 말했다. “미국 관세, 중동 전쟁,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은데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강감찬 무역투자실장은 연간 수출 1조 달러를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9월 1일 발표된 8월 수출은 982억 5,000만 달러로 한 해 전보다 68.7퍼센트 늘었고, 석 달 내리 900억 달러를 넘었다. 반도체는 466억 5,000만 달러로 209퍼센트 늘어 월 기준 역대 최대를 다시 썼다. 하이퍼스케일러라 불리는 빅테크들이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수요가 끊기지 않았다. 미국으로 가는 수출은 165억 달러로 89.3퍼센트, 중국으로 가는 수출은 241억 달러로 119.3퍼센트 늘었다. 컴퓨터 수출은 62억 4,000만 달러로 419.5퍼센트 늘었고, 화장품과 바이오헬스도 함께 올랐다. 무역수지는 347억 5,000만 달러 흑자였다. 산업통상부는 수출의 저변이 넓어지는 것을 반가워하면서도,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지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나흘 뒤인 9월 5일, 대통령이 엑스에 관세청장의 보고를 올렸다. 첫 줄은 이랬다. “이종욱 관세청장님 보고입니다.” 관세청 집계로 그해 누적 수출은 7,094억 달러였다. 역대 최대였던 한 해 전 연간 수출 7,093억 달러를 248일 만에, 117일 앞당겨 넘어선 것이었다. 보고에는 전망도 담겼다.
“현재의 견조한 수출 흐름이 이어진다면 12월 초쯤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전망된다.”
경고는 그해에도 이어졌다. 7월 정부는 반도체 수출을 등에 업고 그해 성장률 전망을 2.0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올렸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같은 숫자를 다른 쪽에서 봤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주요 경제지표의 개선은 분명한 기회요인이지만 동시에 극복해야 할 과제도 상존한다.” 충남대 정세은 교수는 1~2년 반짝 3퍼센트 성장하는 것과 떨어지던 잠재성장률을 거꾸로 끌어올리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했다.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의 숫자도 같은 겨울에 기록을 썼다. 1월 29일 한국관광공사는 2025년 한 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1,894만 명으로, 코로나 전인 2019년의 108.2퍼센트에 이르렀다고 집계했다. 중국에서 548만 명, 일본에서 365만 명이 왔다. 그보다 앞선 12월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는 1,850만 번째 손님으로 싱가포르의 샬메인 리가 환영을 받았다. 그는 한국을 열 번 넘게 찾을 만큼 좋아한다며, 12월 24일 생일을 맞아 한국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겠다고 했다. 같은 해 해외로 나간 국민은 2,955만 명이었다. 2월 25일 청와대에서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를 주재한 대통령은 외국인 관광객의 80퍼센트가 서울에 몰리는 현실에 만족하면 관광 산업은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다고 했다. 그 옆에 선 이부진 한국방문의해위원장이 말했다. “이제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는 단순히 가보고 싶은 나라를 넘어 한국이라는 나라를 느끼고, 한국인처럼 살아보고 싶은 멋있는 나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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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억 달러가 넘어서기 25일 전인 2025년 12월 4일, 청와대 영빈관의 행사에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대한민국을 만든 손, 그 손을 맞잡다」. 무역의 날을 맞아 대통령이 산업 현장의 일꾼 90여 명을 점심에 불렀다.
1973년 포항 제1고로에서 첫 쇳물이 나오던 현장을 지킨 이영직이 그 자리에 있었다. 1975년 국산 차 포니를 비롯해 자동차 34종을 개발한 이충구 전 현대자동차 사장, 파독 광부였던 심극수, 방산 제품의 국산화를 이끈 김기하 명장, 선박 도장 기술을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대물림한 백종현·백승헌 부자, 선박설계 명장 1호 정운곤도 있었다. 1980년대 구로공단의 여성 노동자였고 그날까지도 현역 미싱사로 일하는 강명자도 그 탁자에 앉았다. 대통령은 그들을 이 나라를 위대하게 만든 영웅들이라고 불렀다. “그 중심에는 여러분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위대한 노동자들, 산업 역군들이 있다.” 이 경제를 받치는 산업 역량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힘 그 자체이고, 그 속에 여러분이 있다고 했다.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룬 나라는 딱 한 나라, 대한민국뿐이라고 했다. 성실하고 영민한 국민들이 현장에서 처절하게 일한 덕분이라고 했다. 가진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부모 세대가 소 팔고 밭 팔고 논 팔아 자식을 가르친 덕분에 과학기술 강국으로 평가받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숫자 하나를 내려놓았다.
“제가 모든 산재 사망 사고는 다 보고하라고 해서 매일 보고 있는데, 매일 죽었다는 소리가 올라온다.”
다른 건 다 선진국인데 산재 사망에서는 후진국이라고 그는 말했다. 요즘도 한 해에 1,000명씩 일하다 죽어 간다고 했다. 그해 3분기까지 일하다 사고로 숨진 사람은 457명이었다. 일터에서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기여한 만큼 몫이 보장되는 공정한 성장을 이루겠다고 그는 약속했다.
같은 날 용산 대통령실의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그는 지난달 수출이 한 해 전보다 8.4퍼센트 늘었다며,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 7,000억 달러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말했었다. 점심에 마주 앉은 사람들은 쇳물을 받고, 차를 설계하고, 배를 칠하고, 미싱을 돌려 그 숫자를 밑에서부터 쌓아 온 사람들이었다. 스무 날 남짓 지나 7,000억 달러의 고지를 넘을 때, 그 숫자 맨 밑에는 그들의 손이 있었다.
출처 · 한국경제, 2025년 12월 29일, 「1330일 만에 靑 복귀한 李, 통합 넥타이 매고 출근」 · 한국경제, 2025년 12월 29일, 「韓수출 사상 첫 7000억 달러 넘었다」 · 한국경제, 2025년 12월 29일,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뚫고…韓수출액, 77년 만에 3.6만배 늘었다」 · MBN, 2025년 5월 26일, 「이재명 “한미동맹 복원·남북 대화 재개”…외교안보 4대 공약 발표」 · 동아일보, 2025년 10월 29일, 「트럼프, 한국측에 “강경한 협상가들”…훈장받고 “당장 착용하고 싶다”」 · 서울신문, 2025년 12월 30일, 「“수출 7000억 달러 고생”… 산업부에 피자 쏜 李대통령」 · 뉴시스, 2026년 1월 1일, 「‘역대 최대’ 반도체·車 쌍끌이…수출 7000억弗 시대 열었다(종합2보)」 · 한국경제, 2026년 1월 1일, 「한국 수출 첫 7000억달러 돌파…반도체 1734억달러 ‘역대 최대’」 · 머니투데이, 2026년 1월 1일, 「‘사상최초·역대최대’ 7097억불 수출…“반도체 이외 품목 다변화도”」 · 한국경제, 2026년 1월 1일, 「韓수출 새 역사 썼지만…반도체 의존 ‘사상 최고’」 · 세계일보, 2026년 1월 1일, 「〔사설〕 작년 수출 7000억달러 돌파, 올해는 내실 다져야」 · 경기일보, 2026년 1월 2일, 「병오년 새해 신년사 〔2026 신년특집〕」 · 이투데이, 2026년 1월 23일, 「공장은 멈추고 연구소만 돈다⋯현실화된 ‘반도체 착시’ 〔고용 없는 성장〕」 · 서울신문, 2026년 7월 1일, 「6월 수출 사상 첫 1000억 달러 돌파…반도체 최초 400억 달러 뚫었다」 · CBS노컷뉴스, 2026년 7월 15일, 「반도체 호황이 만든 기회…한국 경제 체질 바꿀 수 있을까」 · 이투데이, 2026년 9월 1일, 「8월 수출 3개월 연속 900억불 상회⋯반도체 467억불 ‘역대 최대’ 경신〔상보〕」 · SBS Biz, 2026년 9월 5일, 「李대통령, ‘수출 역대 최대’ 관세청장 성과보고 SNS에 올리며 홍보」 · 헤럴드경제, 2026년 1월 29일, 「6년만에 코로나 탈출, 작년 외래객 1894만명, 회복률 108%」 · 헤럴드경제, 2025년 12월 23일, 「외국인 관광객 1870만 명 ‘사상 최다’… “뒷심부족 아쉽다”」 · 뉴시스, 2026년 2월 25일, 「이 대통령 “관광산업 성장 과실 골목상권 함께 누려야…지역관광 활성화·바가지 근절 중요”」 · 뉴시스, 2026년 2월 25일, 「李대통령 옆에 선 이부진 “한국, 외국인에게 멋진 나라됐다”」 · 뉴시스, 2025년 12월 4일, 「이 대통령 “수출 1조 달러 시대 열자”…물가 안정 대책도 주문(종합)」 · 연합뉴스, 2025년 12월 4일, 「포니 수출주역·공단 미싱사…소년공 李대통령 산업역군 만나다」 · 경향신문, 2025년 12월 4일, 「첫 쇳물·포니 개발·미싱사 ‘산업역군’ 만난 이 대통령···‘어제는 민주화·오늘은 산업화’」 · 한겨레, 2025년 12월 4일, 「이 대통령 “죽는 사람 왜 이리 많냐…산업 현장 여전히 참혹”」 · 아시아경제, 2025년 12월 4일, 「소년공 출신 李대통령, ‘1세대 미싱사·포니 개발 주역’과 오찬…‘나라를 위대하게 만든 영웅’」 · KTV, 2025년 12월 4일, 「이 대통령, 미싱사 등 ‘산업역군’ 만나···‘산재 줄여야’」 · 한국경제, 2025년 12월 4일, 「李 “산업 역군, 이 나라 만든 영웅”...무역의 날 맞아 산업 주역과 오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