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6,573자) · 2021년 5월~10월, 서울과 수원
2층 거사
이재명의 삶 · 네오
2021년 5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임시전국대의원대회가 열렸다. 이상민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이 당대표 선거 결과를 읽었다. 기호 2번 송영길 의원이 35.60퍼센트로 1위였다. 기호 1번 홍영표 의원이 35.01퍼센트, 기호 3번 우원식 의원이 29.38퍼센트였다. 1위와 2위의 차이는 0.59퍼센트포인트였고, 송영길에게는 2016년과 2018년에 떨어진 뒤 세 번째 도전에서 얻은 자리였다.
5선의 새 대표는 이듬해 대통령 선거까지 당을 이끌어야 했고, 그 앞에는 대선 후보 경선이 놓여 있었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경선의 심판으로서 할 약속을 내놓았다.
“우리 당의 자랑스러운 대선주자들과 소통하고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겠다.”
그는 열정과 헌신, 지혜를 가진 모든 사람을 하나로 모아 원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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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달 뒤인 10월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경선의 마지막 결과가 나왔다. 서울 지역 순회경선과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함께 발표하는 날이었다. 코로나19가 이어지던 때라 실내 경기장의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경기도지사 이재명의 누적 득표는 71만 9,905표, 50.29퍼센트였다. 과반이었고, 결선투표는 없었다. 열한 번의 순회경선 가운데 전남과 광주를 뺀 열 곳에서 과반을 얻었지만, 2017년 문재인 후보가 얻은 57퍼센트에는 크게 못 미쳤다. 송영길 대표가 그를 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자로 선포하고 후보 추천서를 건넸다.
그날 발표된 숫자 가운데 다른 하나가 있었다. 일반당원과 국민 30만 명이 참여한 3차 선거인단에서 그가 얻은 표는 28.30퍼센트였고, 이낙연 후보는 62.37퍼센트였다. 3차 선거인단을 모으던 9월 12일, 국민의힘 장기표 김해을 당협위원장이 성남 대장동 개발을 두고 「대장동 게이트」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10월 3일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배임 혐의로 구속됐고, 투표 첫날인 10월 6일에는 「화천대유 50억 클럽」 명단이 보도됐다.
수락연설을 앞두고 이재명은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연설을 하려고 마스크를 벗었다.
“이번 대선은 부패 기득권과의 최후 대첩입니다. 미래와 과거의 대결, 민생개혁세력과 구태 기득권 카르텔의 대결입니다. 당선 즉시 강력한 ‘부동산 대개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없애버리겠습니다.”
연설에서 그는 함께 뛴 이낙연, 추미애, 박용진 후보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 고맙다고 했다. 3차 선거인단 결과를 묻는 기자들에게는 이렇게 답했다.
“국민의 뜻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하라는 회초리라고 생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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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경선의 셈법 자체가 싸움이 됐다. 경선 도중에 물러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표를 당 선관위는 특별당규에 따라 무효로 처리해 왔다. 이낙연 캠프의 셈으로는 그 표를 유효표에 넣으면 이재명의 누적 득표율이 49.32퍼센트로 내려가 과반에 못 미쳤고, 2위 이낙연과 결선투표를 치러야 했다. 이낙연 캠프의 설훈·홍영표 공동선대위원장이 입장문을 냈다. 다섯 달 전 당대표 선거에서 송영길에게 0.59퍼센트포인트 차로 진 그 홍영표였다.
“캠프 소속 의원 전원이 긴급 회의를 갖고 당 대선후보 경선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 제기를 규정된 절차에 따라 당 선관위에 공식 제출키로 했다.”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은 그날 밤 통화에서 선을 그었다. “이의제기 사유는 살펴봐야겠지만, 무효표 처리는 특별당규에 따라 선관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이튿날 아침, 송영길은 새 후보의 첫 공식 일정인 국립대전현충원 참배에 함께 갔다. 참배를 마친 그가 기자들 앞에 섰다. 먼저 진 쪽의 마음을 꺼냈다.
“선거라는 게 사실 결과를 수용하는 데 상당히 마음이 아프고, 저도 두 번 떨어지고 세 번째 당 대표가 되었기에 그런 아픔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다음은 규칙이었다. “대한민국이 헌법에 따라 운영되는 것처럼 대한민국 집권여당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운영된다.” 그는 문제가 된 특별당규가 자기가 대표일 때 만든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이해찬 전 대표 때 만들어졌고, 지난해 8월 이낙연 전 대표를 당대표로 뽑은 전당대회에서 전 당원 투표로 통과된 당규라고 했다.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말을 골랐다. “그렇게 표현하기보다는, 저희는 어제 이재명 후보를 20대 대통령 후보자로 선포했고, 추천장을 공식적으로 수여했다는 말씀을 드리겠다.” 그는 민주당이 이 과정을 함께 겪어 왔기에 원팀이 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개개인을 넘어 민주당에 주어진 소명이라고 했다. 그리고 민주당이 분열했을 때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당의 지난 역사를 꺼냈다. 이재명도 기자들에게 상식과 원칙, 당헌·당규에 따라 당에서 잘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날 오후 이낙연 캠프의 최인호 의원이 여의도 중앙당사에 「특별당규 59조 1항 유권해석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냈다. 캠프의 김종민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의도했다면 부정선거이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실수 착오인데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정작 무효 처리된 표의 주인들은 다른 말을 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 원칙을 지키는 일이 승리의 시작이라며 이재명 후보에게 축하를 보냈다. 김두관 의원은 정한 규칙대로 셈했을 때 이재명 후보가 최종 승자로 정해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적었다. 오후 4시, 국회에서는 송영길이 주재한 지도부와 후보의 간담회가 열렸다. 송영길이 말했다. “바로 뒤에 백드롭 로고도 이재명 후보의 얼굴이 그려졌다.” 참석자들은 구호도 외쳤다. “민주당 화이팅! 이재명 화이팅! 송영길 화이팅!” 이낙연을 도운 한 의원은 이러다 본선에서 지면 다 송영길 탓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10월 13일, 당무위원회는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시간쯤 뒤 이낙연이 페이스북에 승복의 글을 올렸다. “기필코 대선에서 이기자. 여러분과 함께 강물처럼 끈기 있게 흘러 바다에 이르겠다.” 이재명이 답했다. “서로 경쟁하던 관계에서 이제 손을 꽉 맞잡고 함께 산에 오르는 동지가 됐다.” 송영길 대표도 말을 보탰다.
“상실감과 상처를 안으로 여미면서 더 큰 승리를 향한 우리 모두의 열망에 힘을 보태셨다.”
10월 24일 오후, 이재명과 이낙연이 서울 종로구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경선이 끝나고 두 주 만이었다. 이낙연이 먼저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 이재명은 이렇게 받았다. “우리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에 이어서 같은 DNA를 가진 하나의 팀원이라 생각한다.” 삼십여 분의 만남 끝에 이낙연은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을 맡기로 했다. 찻집 앞에서는 이낙연 지지자들이 「사사오입 철회하라」를 외쳤고, 이재명 지지자들은 「원팀」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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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인 10월 25일 아침, 이재명은 수원 경기도청으로 마지막 출근을 했다. 출근길에 기자들이 소감을 물었다.
“맡긴 일을 마지막까지 다 하지 못한 느낌이라 매우 아쉽고 도민들께 죄송하다.”
그는 한마디를 더 보탰다. “제가 원래 성남시장 3선이 목표였는데 성남시장도 도지사 선거 때문에 마지막에 일찍 사퇴했고, 성남시민분들께 매우 죄송스러웠는데, 이번에 또 (경기지사) 초선조차도 8개월여 미리 그만두게 돼서 정말 아쉽다.” 이낙연 전 대표가 상임고문을 맡기로 한 일을 묻자 그는 원팀이 아니라 드림팀이 돼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고는 짧게 덧붙였다. “잘 되겠지요.”
오전 11시, 그는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8년 7월 태풍 때문에 취임식을 건너뛰었던 지사는 퇴임식도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회견으로 대신했다.
“오늘은 도민 여러분께 영광스러운 민선7기 경기도지사 임명장을 받은 지 1,213일째 되는 날입니다. 그동안 도지사의 1시간은 1,380만 시간과 같다는 각오로 도민의 뜻을 받들었습니다.”
그는 성적표를 내밀었다. “이 자리를 빌려 지난 6월 기준, 경기도 공약이행율 98%를 달성했다는 기쁜 소식을, 경기도민 여러분께 자랑스럽게 보고 드립니다.”
그 숫자 뒤에는 긴 셈이 있었다. 민선7기 경기도의 공약은 365개였고, 그 가운데 2개를 주민배심원단의 승인을 받아 빼서 363개가 남았다. 2020년 말 도가 스스로 점검했을 때 349개가 완료되거나 정상적으로 이행되고 있었다. 이행률 96.1퍼센트였다. 청년기본소득과 지역화폐 확대 발행이 이행 후 계속 추진하는 공약에 들었고, 통일경제특구 유치 지원처럼 때가 오지 않은 공약은 일부 추진에 머물렀다. 바깥의 잣대는 달랐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2021년 평가에서 경기도의 공약 이행 완료도는 81.37퍼센트였다. 15개 시·도 가운데 1위였고 전국 평균은 61.96퍼센트였다. 경기도는 기준이 달라 다소 차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규칙을 지켜서 손해 보지 않고, 규칙을 어겨 이익을 볼 수 없다는 믿음이 확고할 때 나라가 흥성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도 말했다. “저에게 있어 공직은 권세가 아니라 책임입니다.” 회견문의 끝은 두 줄이었다. “이재명은 했습니다. 이재명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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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쯤 그는 마지막 확대간부회의를 열었다. 자치경찰 운영을 두고는 이렇게 주문했다. “인사권 위임하지 말고 경찰청에서 올라온 것을 결재사인이라도 하라. 권한을 포기하는 건 옳지 않다.” 경기도의회에서는 장현국 의장이 그에게 감사패를 건넸다. 그는 의장이 자기가 경기도를 떠난다고 했지만 그게 아니라 경기도의 공직을 떠나는 것이라고 고쳐 말했다.
도청으로 돌아온 그는 남은 전자 결재를 마저 했다. 마지막 결재 가운데 하나가 일산대교 무료통행이었다. 일산대교는 한강 다리 가운데 유일하게 통행료를 받는 다리였고, 운영사 일산대교㈜의 지분 100퍼센트를 국민연금공단이 갖고 있었다. 그해 3월 운영사는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안이면 협의하겠지만 자금 재조달은 할 수 없다고 회신했고, 협의는 거기서 끊겼다. 이날의 결재로 경기도는 이튿날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는 공익처분 통지서를 보내고, 27일 낮 12시부터 무료통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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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쯤, 이재명은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경기도청을 나섰다. 청사를 나오는 길에 간부 공무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2018년 7월부터 3년 3개월여, 지사로서의 공식 일정이 그렇게 끝났다.
그는 떠나기 전 도청 내부 통신망에 편지 한 통을 남겼다. 편지에서 그는 모두가 총력을 다해 이뤄 낸 성과를 혼자 독차지하는 것 같아 늘 미안했고, 지금도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이렇게 썼다.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여러분들과 같은 동료와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1,213일 동안 경기도지사였던 사람은, 그 편지 끝에 직함 대신 이렇게 적었다.
「2층 거사 이재명 드림」
출처 · 중앙일보, 2021년 5월 2일, 「〔속보〕민주당 새 대표에 5선 송영길..홍영표와 0.59%p 차」 · 뉴스1, 2021년 5월 2일, 「‘혁신 방점’ 송영길, 3수 끝 민주당 새 당대표에 선출(상보)」 · 연합뉴스, 2021년 10월 10일, 「이재명 대세론, 대장동에 막판 제동…3차 선거인단 대패 쇼크」 · YTN, 2021년 10월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선출...최종 득표율 50.29%」 · 한국일보, 2021년 10월 10일, 「이낙연, 사실상 ‘경선 불복’... “무효표 이의 제기할 것”」 · 노컷뉴스, 2021년 10월 11일, 「이재명 ‘아슬 과반’…‘민주당 원팀 선대위원장’은 누가」 · 세계일보, 2021년 10월 11일, 「이재명 “경제와 민생에 파란색, 빨간색이 무슨 상관인가”」 · 서울신문, 2021년 10월 11일, 「이재명, ‘턱걸이’ 본선 직행… 이낙연 사실상 ‘경선 불복’」 · 시사저널, 2021년 10월 11일, 「선 그은 송영길 “이재명 후보 확정..원팀은 소명”」 · 뉴시스, 2021년 10월 11일, 「이재명, 송영길과 대전현충원 참배..與 후보 논란에 ‘쐐기’(종합)」 · 뉴시스, 2021년 10월 11일, 「멀어지는 ‘원팀’ 與 경선..이재명 ‘턱걸이’ 과반에 무효표 내홍 커져」 · 중앙일보, 2021년 10월 11일, 「송영길 대표 “이재명 화이팅”..이낙연측 “깔아뭉개나” 격앙」 · 서울신문, 2021년 10월 13일, 「승복 선언한 이낙연 “정권재창출 돕겠다”」 · 경향신문, 2021년 10월 24일, 「이재명과 이낙연 회동 “정권 재창출 위해 힘 모으자”..이낙연은 선대위 상임고문 맡는다」 · 연합뉴스, 2021년 10월 25일, 「이재명, 도청 떠나며 “맡긴 일 다 못해 아쉽고 도민께 죄송”(종합)」 · 뉴스토마토, 2021년 10월 25일, 「(전문)이재명 “전세계 부러워하는 선도국가 대한민국 만들겠다”」 · 세계일보, 2021년 10월 25일, 「이재명, 일산대교 무료통행 ‘마지막 결재’.. “성과 독차지 늘 미안”」 · 오마이뉴스, 2021년 3월 11일, 「이재명 공약이행률 ‘96.1%’... 349개 정상이행 중」 · 경기도뉴스포털, 2021년 3월 11일, 「이재명, 도민과의 약속 지켰다. 자체조사 결과 공약이행률 96.1% 기록」 · 국민일보, 2021년 5월 26일, 「‘이재명 1위’ 한국매니페스토 공약 이행 완료도 81%로」 · 동아일보, 2021년 10월 27일, 「일산대교 무료통행 시행 첫날..운영사는 ‘불복 소송’ 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