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7,241자) · 2025년 9월~2026년 10월, 국회·청와대·남원

지역에 남는 사람

이재명의 삶 · 네오

2025년 9월 2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출입기자들과 마주 앉았다. 지역과 필수, 공공의료를 묶어 부르는 「지·필·공」을 어떻게 살릴지 묻는 자리였다. 장관은 응급실 이야기부터 꺼냈다.

“국민 입장에선 응급 상황에 진료를 못 받는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공공의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올해 안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국립의대를 새로 세우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넉 달 전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로 낸 10대 공약 5번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에는 지역의사와 지역의대, 공공의료사관학교를 새로 만들겠다는 약속이 들어 있었다.

그 약속에는 앞선 사연이 있었다. 2018년 전북 남원의 서남대가 문을 닫으면서 의대 정원 49명이 사라졌다. 정부는 그 자리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세우겠다고 했지만, 법안은 국회에서 몇 번이고 보류되고 폐기됐다. 그사이 남원의 시민들은 성명을 내고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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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나라가 학비를 대고, 졸업해 의사면허를 딴 사람은 15년 동안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한다. 의무복무를 어기면 정부의 시정 명령을 거쳐 최대 1년 동안 면허가 정지되고, 세 번 이상 정지되면 면허를 잃을 수도 있다. 경실련과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모인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가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키라고 했다.

“의사를 구하지 못해 병상을 줄이는, 비정상적 진료 축소가 벌어지는 현실은 의료가 시장에만 맡겨질 수 없음을 확인시킨다.”

이틀 뒤 대한의사협회가 맞섰다. 김성근 대변인이 말했다.

“의료 인력 양성의 근본 원칙과 헌법적 가치,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의협은 15년 동안 복무를 강제하는 것이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했다. 졸업생은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까지 나라가 정한 곳에서 일해야 하고, 재정 부담이 크며, 가르칠 교수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의료 인력을 기르는 일이 교육이 아니라 단순한 인력 수급의 수단으로 떨어질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의사를 기르는 길을 누가 쥐느냐를 두고, 나라와 의사단체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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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모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공공의료 인프라 강화가 이제 시대적 과제라며, 3월 본회의 통과와 정부의 신속한 추진을 요청했다. 본회의 통과는 4월로 넘어갔다. 4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립의전원법이 재석 166명 가운데 찬성 158명, 반대 4명, 기권 4명으로 통과됐다. 해마다 100명을 뽑고, 수업료와 기숙사비는 나라가 대며, 졸업생은 15년 동안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일한다.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학비를 돌려내고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남원·장수·임실·순창이 지역구인 박희승 의원이 다시 말했다.

“위기 때마다 임시방편에 의존하는 구조를 넘어 선발부터 양성, 배치까지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이 법을 도민과 함께 8년 넘게 노력해 온 결실이라고 불렀다. 최경식 남원시장은 정부와 협력해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남원시는 예정 부지 6만 4,792제곱미터 가운데 55.1퍼센트를 이미 손에 넣어 두고 있었다.

법이 통과된 뒤에도 학교가 들어설 자리는 정해지지 않았다. 7월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은경 장관이 중앙캠퍼스 부지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인근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수련병원과 가깝다는 이유였다. 남원이 들끓었다. 8월 10일 남원시의회는 보건복지부에 성명서를 냈고, 13일과 14일에는 전남 곡성과 구례, 경남 함양의 군의회를 찾아다녔다. 한명숙 남원시의회 의장은 국립의전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을 남원에 함께 유치하는 일이 지리산권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했다. 7월 말에는 중앙과 지방으로 캠퍼스를 나누는 이야기가 이미 2025년 12월 보건복지부 업무계획 보고 때부터 나왔다는 사실이 군산·김제·부안을 지역구의 박지원 의원을 통해 알려졌다. 남원의 한 사회단체 관계자가 말했다. “이미 7개월 전에 국립의전원과 관련해 중앙과 지방의 캠퍼스 이원화가 확정됐다면 전북 정치권은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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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여름, 다른 문 하나가 열리고 있었다. 8월 5일, 교육부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업무보고에서 하반기 계획을 올렸다. 이르면 2027학년도부터 전국 30개 지방 국립대 신입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주는 방안이었다. 대상은 6만 명쯤이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가 셈을 내놓았다. 지방 국립대 학생 상당수가 이미 국가장학금을 받고 있어 2,000억 원 안쪽의 돈을 더 들이면 전액 장학금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역이 필요한 인재를 길러 내도록 지역협약정원제와 인재양성신속트랙제를 새로 만드는 계획도 함께 올라왔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은 지역 대학이 입시에서 자율성을 갖게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선 때 그가 내건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강원대와 충북대, 충남대, 경북대, 부산대, 경상국립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아홉 거점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의 30퍼센트 수준에서 70퍼센트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약속이었다. 학교에 돈을 넣겠다던 약속 곁에, 학생의 등록금을 지우는 계획이 하나 더 붙었다.

8월 25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이듬해 예산안을 협의하며 그 계획을 굳혔다. 이튿날 지방 사립대들이 들고일어났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황인성 사무총장이 말했다. “다음 달 수시 모집부터 직격탄을 맞게 됐다.” 그는 이 정책을 학령인구 감소로 존폐 위기에 몰려 있던 지역 사립대를 고사시키는 정책이라고 불렀다. 같은 협의회의 전민현 회장은 국립대 육성을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지역균형 장학금을 국립과 사립을 가리지 않고 열어야 한다고 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은 거꾸로 무상교육을 지역 사립대와 전문대학까지 넓히라고 요구했다. 부산의 국립대 평균 등록금은 331만 원에서 451만 원, 사립대는 747만 원이었다. 한 지역 사립대 관계자는 유학생을 데려와도 국립대로 편입해 가는데 싼 등록금이 주된 까닭이라며,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8월 28일, 청와대에서 「청년 예산 언박싱 2027」이 열렸다. 9월 1일 공개될 이듬해 예산안을 청년들에게 먼저 풀어 보이는 자리였고, 정부가 예산 발표 전에 한 세대만 따로 불러 설명한 것은 처음이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18~29세의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는 31퍼센트로 다른 연령대보다 낮았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세부를 풀었다. 의대와 치대, 약대, 수의대와 외국인 유학생은 빼고, 지방 국립대 30곳의 신입생은 첫 학기에 성적과 상관없이 등록금을 전액 지원받는다. 그다음부터는 B학점 이상, 12학점 이상을 따야 한다. 반수를 하거나 자퇴하면 장학금을 돌려내야 했다. 2027년에 1학년부터 시작해 2030년에는 네 학년 모두로 넓힌다. 국립대 몫이 2,130억 원, 지방 사립대 학생 1만 명에게 한 해 800만 원씩 주는 몫까지 합치면 3,280억 원이었다.

대학생 6만 명에게 한 달 230만 원의 실습비를 주며 첫 경력을 쌓게 하는 사업도 함께 발표됐다. 최교진 장관은 등록금과 취업 걱정 속에서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삶을 직접 바꿔 주는 현실적인 도움이라고 했다.

청년들 앞에 선 대통령이 먼저 말했다. “청년들에게 노력하라고 말하기에 앞서 노력한 만큼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고는 스스로를 돌아봤다.

“가끔 우리 젊은 세대들과 얘기하다 보면, ‘나 역시 아무리 그래봐야 꼰대를 못 벗어나는구나’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리고 정부 쪽을 향해 말했다. “정책 하나를 만들더라도 내 아들, 딸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수백번 고민해야 한다.”

숫자는 양쪽으로 나왔다. 같은 날 종로학원이 수험생과 학부모 660명에게 물었더니, 등록금이 0원이어도 비수도권 국립대에 갈 생각이 없다는 사람이 63.9퍼센트였다. 그 가운데 54.9퍼센트가 지방에 가기 싫거나 남기 싫다고 했다. 전액 지원을 받아도 그 지역에 정착하겠다는 사람은 13.9퍼센트였다. 9월 22일에는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이 받은 교육부 자료가 공개됐다. 지방 국립대 30곳 가운데 17곳은 이미 재학생 절반 넘게 등록금을 내지 않고 있었다. 국립목포대는 재학생의 76.6퍼센트인 4,336명이 등록금을 내지 않았다. 그래도 9월 수시 원서가 마감되자 다른 숫자가 나왔다. 진학사 조사에서 지방 국립대 지원자 1,511명 가운데 42.2퍼센트가 등록금 정책의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고, 11.8퍼센트는 이 정책 때문에 새로 지원했다고 했다. 지방 국립대 12곳은 지원자가 12.6퍼센트 늘었다. 금오공대는 58.2퍼센트, 경국대는 42.1퍼센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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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인제대 의대 김새롬 교수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실었다. 국립의전원이 서울에 중심을 두면 학생들이 결국 서울에서 지역을 내려다보는 시선을 나눠 갖게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공공 서울의대를 만드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경고였다.

이튿날인 10월 1일, 보건복지부가 결론을 냈다. 국립의전원은 남원에 세운다. 전문위원회가 사업의 목적과 추진 효율, 정책 신뢰, 확장성과 연계성 네 가지를 따진 끝이었다. 2029년에 문을 열고 2030년에 첫 수업을 시작하며, 정원은 100명, 졸업생은 15년 동안 의무로 일한다. 남원의료원은 국립중앙의료원 남원병원으로 바뀌어 나라가 직접 운영하고, 500병상까지 단계적으로 커진다. 설립준비위원회 위원장인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번 결정이 그동안 이어 온 정책에 대한 신뢰를 지키면서, 전문위원회의 검토로 교육 여건과 사업 추진 가능성을 확인한 결과라고 했다. 그리고 한 문장을 보탰다.

“마음은 급하지만 공공의료 분야 전문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모처럼 활짝 웃으며 이번 결정에 15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소재지가 정해진 가장 큰 의미는 지난 8년의 준비가 본격적인 설립 단계로 넘어간 데 있다고 그는 말했다. 조국혁신당 전북도당 강경숙 위원장은 다른 쪽을 짚었다. “8년 만에 장소가 정해졌다. 이제 건물이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 차례다.” 박희승 의원은 서남대가 문을 닫던 해를 떠올렸다.

“2018년 서남대가 문을 닫을 때 정부는 공공의대를 약속했는데 이제야 그 약속이 지켜졌습니다.”

그는 남은 시간도 셈했다. “2030년 입학이니까 4년 뒤인 2034년에 첫 의사가 배출되는 것입니다.”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이 사라진 해부터 세면, 남원에서 첫 의사가 나오기까지 열여섯 해가 걸리는 셈이었다.

출처 · 중앙일보, 2025년 9월 23일, 「정은경 “공공의대 만들고, 국립의대 신설 검토”…‘지·필·공’ 속도전 나선다」 · 뉴시스, 2025년 5월 12일, 「이재명 10대 공약 발표…“포괄임금 금지하고 세종의사당 임기 내 건립”」 · 남도일보, 2025년 5월 12일, 「〔21대 대선 10대 공약〕 이재명 “AI 등 집중육성 새 성장기반 구축”」 · 프레시안, 2026년 10월 1일, 「남원 오기까지 돌고 돌아 8년…“이제 남은 질문은 ‘어떤 국립의전원을 만드느냐’”」 · 프레시안, 2026년 10월 1일, 「국립의전원 남원 확정이 남긴 것…서남대 폐쇄 이후 8년, 멈추지 않은 지역 노력의 ‘결실’」 · 서울경제, 2026년 1월 13일, 「‘15년 의무복무’ 국립의전원법 발의···시민·환자단체 “조속히 국회 통과해야”」 · 머니투데이, 2026년 1월 15일, 「의사협회 “15년 복무 강제한 국립의전원 설립, 기본권 침해” 반발」 · 뉴스1, 2026년 2월 27일, 「남원 ‘공공의전원’ 설립 법안, 국회 법사위 통과」 · 경향신문, 2026년 4월 23일, 「국립의전원법 통과···전북, 하반기 설립 절차 착수」 · 뉴스1, 2026년 4월 23일, 「‘국립의전원법’ 국회 통과…남원시 “환영…후속 준비 만전”」 · 뉴스1, 2026년 4월 24일, 「국립의전원법 국회 통과…전북도, 남원 유치 후속 조치 마련 착수」 · 프레시안, 2026년 7월 28일, 「국립의전원 ‘중앙·지방 캠퍼스’ 이원화, “이미 작년 말부터 얘기 나왔다” 파문」 · 시사저널, 2026년 8월 14일, 「국립의전원 남원 유치 ‘지리산권’ 공동 전선 구축」 · 경북매일, 2026년 8월 5일, 「내년부터 3세도 무상보육·교육…지방국립대 ‘전액 장학금’ 검토」 · 울산매일UTV, 2026년 8월 5일, 「지방국립대 ‘등록금 0원’ 추진…정부, 지역 인재 유출 막는다」 · 주간경향, 2025년 7월 21일, 「‘10개의 서울대’는 우리 아이들을 구할 수 있을까」 · 국민일보, 2026년 8월 26일, 「지방 국립대 ‘등록금 0원’ 정책에 지방 사립대 ‘문 닫으라는 것’ 반발」 · 국제신문, 2026년 8월 31일, 「〔와이라노〕 지방국립대 등록금 ‘0원’ 초강수…비상 걸린 사립대」 · 경향신문, 2026년 8월 28일, 「지방국립대 신입생 등록금 ‘한 푼도 안 낸다’…반수·자퇴 땐 장학금 환수」 · 뉴스1, 2026년 8월 28일, 「내년 지방 국립대 신입생 등록금 ‘0원’…대학생 6만명 ‘첫 경력’ 지원」 · 한겨레, 2026년 8월 28일, 「이 대통령, 이례적 ‘청년 예산 언박싱’ 행사…2030 민심 붙잡기」 · 한국일보, 2026년 8월 28일, 「李 “나도 ‘꼰대’란 생각 들어… 청년 정책, 내 자식 일이라 생각하고 고민”」 · 뉴시스, 2026년 8월 28일, 「〔단독〕지방 국립대 ‘등록금 0원’에도…64% “진학 의사 없어”」 · 조선일보, 2026년 9월 22일, 「〔단독〕 지방 국립대 30곳 중 17곳, 재학생 절반 이상이 등록금 0원」 · 부산일보, 2026년 9월 16일, 「지방국립대 수시 지원자 42% “등록금 0원 정책 영향”」 · 매일신문, 2026년 9월 29일, 「지역 국립대 ‘등록금 0원 효과’ 지원자 12%↑…사립대 6곳 감소」 · 오마이뉴스, 2026년 9월 30일, 「국립의전원, ‘공공 서울의대’ 만들기로 끝낼 건가」 · 프레시안, 2026년 10월 1일, 「우여곡절 끝 ‘국립의전원’ 남원 품으로…남원의료원도 국가 병원 격상」 · 파이낸셜뉴스, 2026년 10월 1일, 「국립의전원 ‘남원’ 설립 확정… 남원의료원은 국립병원 전환」 · 뉴시스, 2026년 10월 1일, 「국립의전원, 남원 설립 확정…2029년 개교·정원 100명(종합)」 · KBS, 2026년 10월 1일, 「〔이슈K〕 국립의전원 남원 설립 확정…의미는?」 · 프레시안, 2026년 10월 1일, 「〔인터뷰〕 모처럼 활짝 웃은 이원택 전북지사 “8년 기다린 국립의전원, 이제 제대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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