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7,102자) · 2014년~2024년 6월, 양산과 서울
신라젠과 유시민의 사과문
이재명의 삶 · 네오
2015년, 경남 양산의 부산대병원에서 신라젠이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의 기술설명회를 열었다. 축사를 맡은 사람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이었다. 축사에서 그가 말했다.
“대한민국 기업이 글로벌 임상을 직접 한다는 건 참 놀라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장관 시절의 기억도 꺼냈다. 7년 전 보건복지부에 있을 때는 외국 제약사가 하는 임상시험을 큰 병원에 유치하는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겼다는 이야기였다. 또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글로벌 3상까지 갔다는 것 자체가 효과가 상당 부분 이미 입증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를 그 자리에 부른 사람은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로 보였다. VIK는 신라젠 지분 14%를 가진 최대 주주였다. 노사모에서 활동한 이철은 2010년 유시민이 국민참여당 후보로 경기도지사에 나섰을 때 같은 당 의정부 지역위원장이었다. VIK를 세운 직후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그는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김수현 교수, 이재정 교수, 변양균 전 장관, 도종환 의원 같은 이들을 회사로 불러 강연을 들었고, 2014년에는 유시민도 그 회사에서 강연했다.
그날 설명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은 함께 저녁을 먹었다. 당시 신라젠 이사회 의장이던 이용한 전 대표는 몇 해 뒤 그 저녁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날 행사 참석자들이 함께 저녁식사를 했는데 유 이사장이 나에게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줬다.” 그는 그 뒤로 유시민을 따로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철은 1조 원에 가까운 투자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징역 12년이 확정된 사람이 됐다. 김창호 전 처장에게 불법 정치자금 6억 2,900만 원을 건넨 사실도 드러났고, VIK의 돈이 다른 정치권 인사에게도 흘러 들어갔을 것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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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4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에 「유시민의 알릴레오 라이브」 열두 번째 방송이 올라왔다. 재단 이사장 유시민이 카메라 앞에서 말했다.
“어느 경로로 확인했는지 지금으로선 일부러 밝히지 않겠지만 노무현재단의 주거래은행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본 사실을 확인했다.”
자기 계좌와 아내의 계좌도 들여다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알릴레오 때문에 자기 뒷조사를 한 것 아니냐고 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공개 질의를 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곧바로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노무현재단과 유 이사장, 그 가족의 범죄에 대해 계좌 추적을 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문자의 끝은 이랬다. “법집행기관에 대한 근거 없는 악의적 허위 주장을 이제는 중단해 주시기 바란다.”
이튿날 유시민은 KBS와 통화하며 재단 계좌 일부에 금융거래 통지유예가 걸려 있다고 근거를 댔다. 은행에 물었더니 사실 확인 자체를 못 해 준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검찰이 재단 계좌를 들여다본 게 99%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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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한국일보가 신라젠과 정권 인사들의 인연을 짚었다. 신라젠 축사를 두고 유시민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국민참여당 지역위원장이었던 사람이 요청해 뜻있는 행사라고 생각했고, 거절하지 못하고 덕담하고 돌아온 게 전부라고 했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무슨 의혹인지 몰라도 그런 게 있으면 박근혜 정부 검찰이나 윤석열(검찰총장) 사단이 나를 그냥 놔뒀겠느냐.”
3월 31일, MBC 뉴스데스크가 단독 보도를 냈다. 채널A 법조팀 이동재 기자가 서울남부구치소에 갇힌 이철 전 대표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내, 유시민 이사장의 비위를 제보하라고 강압적으로 다가갔다는 내용이었다. 보도는 이 기자가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 검사장과의 통화 녹취를 보여 주며 제보를 종용했다고 했다. 보도에서 익명이던 그 검사장은 한동훈이었다. 「검언유착」이라는 말이 그렇게 붙었다.
4월 3일, 유시민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왔다. 진행자가 검찰이 표적으로 삼은 동기가 조국 사태 때의 검찰 비판이냐고 묻자 그는 그것 말고 뭐가 있겠느냐고 답했다. 그리고 의혹 하나하나에 선을 그었다.
“인생에서 주식을 한 주도 소유해본 적이 없다.”
이철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는 아니지만 공적 활동 속에서 만나 서로 존중하고 격려하는 관계라고 했다. 그 회사에 가 보니 함께 당 활동을 하다 정치를 그만둔 친구들을 많이 채용했더라며, 굉장히 기특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자기가 받은 것은 두 시간 강연하고 받은 현금 70만 원과 축사를 하고 받은 기차표가 전부라고 그는 주장했다. 야당 쪽에서는 본인 명의로만 투자하는 게 아니니 차명 투자도 추적해 봐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인터뷰 끝에 그는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자기는 「의문의 1패」를 당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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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2층 브리핑룸에서 금융조사1부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융위원회의 긴급조치 요청을 받은 지 약 10개월 만이었다. 검찰이 말했다.
“신라젠 계좌에서 유 이사장이나 노무현재단과 관련된 자금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다.”
보도자료에는 언론에서 제기된 정·관계 로비 의혹은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혔다.
계좌를 둘러싼 말은 그 뒤에도 이어졌다. 7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채널A 사건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같은 달 이동재 기자가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7월 24일, 유시민은 같은 라디오에 다시 나왔다.
“지난해 11월 말, 12월 초순쯤이라고 본다.”
“그 당시 한동훈 검사가 있던 (대검)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튿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썼다. 여섯 달이 지났으니 검찰이 계좌를 봤다면 은행에서 통보가 갔을 것이라고, 누가 들여다봤는지 말하라고 했다. 8월,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가 유시민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금융실명법이 정한 통지 유예는 길어야 1년이었다. 검찰이 정말 계좌를 열람했다면 그해 12월에는 재단에 통지가 왔어야 했고, 재단은 그 통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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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2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이사장의 글이 올라왔다.
2019년 12월 24일, 저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검찰이 2019년 11월 말 또는 12월 초 사이 어느 시점에 재단 계좌의 금융거래 정보를 열람하였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누구나 의혹을 제기할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를 행사할 경우 입증할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기한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그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로 검찰이 저를 사찰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검찰의 모든 관계자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 사과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책임 추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노무현재단의 후원회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저는 입증하지 못할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노무현재단을 정치적 대결의 소용돌이에 끌어들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모든 강물을 받아 안는 바다처럼 품 넓은 지도자로 국민의 마음에 들어가도록 노력해야 할 이사장의 책무에 어긋나는 행위였습니다. 후원회원 여러분의 용서를 청합니다.
‘알릴레오’ 방송과 언론 보도를 통해 제가 제기한 의혹을 접하셨던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정부·여당이 추진한 검찰 개혁 정책이나 그와 관련한 검찰의 행동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어떤 경우에도 사실을 바탕으로 의견을 형성해야 합니다. 분명한 사실의 뒷받침이 없는 의혹 제기는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제가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을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비평의 한계를 벗어나 정치적 다툼의 당사자처럼 행동했습니다.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마화’ 했고 공직자인 검사들의 말을 전적으로 불신했습니다. 과도한 정서적 적대감에 사로잡혔고 논리적 확증편향에 빠졌습니다. 제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단편적인 정보와 불투명한 상황을 오직 한 방향으로만 해석해, 입증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고 충분한 사실의 근거를 갖추지 못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말과 글을 다루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기본을 어긴 행위였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와도 책임을 나눌 수 없고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습니다. 많이 부끄럽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저의 잘못에 대한 모든 비판을 감수하겠습니다. 저는 지난해 4월 정치비평을 그만두었습니다. 정치 현안에 대한 비평은 앞으로도 일절 하지 않겠습니다.
2021년 1월 22일 유 시 민
글 끝의 이름은 한 자씩 띄어 적혀 있었다. 노무현의 이름을 단 재단의 이사장이 그 재단의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였고, 그 안에서 그는 노무현을 모든 강물을 받아 안는 바다라고 불렀다.
사과문이 나온 뒤 한동훈 검사장이 입장을 냈다. “유 이사장은 지난 1년간 저를 특정한 거짓 선동을 반복해왔고 저는 이미 큰 피해를 당했다.” 그는 유 이사장이 잘 몰라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해 자신을 음해했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그런 구체적인 거짓말을 한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누가 허위 정보를 제공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미 생긴 피해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누구에게서 무슨 말을 듣고 계좌를 확인했다고 했느냐는 서울경제의 물음에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이렇게만 답했다. “제가 그거에 대해 말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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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한동훈은 유시민을 상대로 5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5월 3일,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가 유시민을 라디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7월 16일, 이동재 전 기자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무죄가 나오기까지 474일이 걸렸고, 그 가운데 202일을 그는 구속된 채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적지 않은 말로, 특종 욕심에 수감 중인 피해자를 압박하고 가족의 처벌 가능성까지 거론했다고 짚었다. 검찰 고위 간부를 통한 선처 가능성을 들어 취재원을 회유하려 한 행위는 명백히 기자로서 취재 윤리를 위반했다고도 했다. 2022년 4월 6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한동훈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공모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2023년 1월 19일 항소심도 이동재 전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무죄는 그달 확정됐다.
2022년 6월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정철민 부장판사가 유시민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은 징역 1년이었다. 유시민은 눈을 감고 손깍지를 낀 채 선고를 들었고, 이따금 판사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부는 그의 발언으로 피해자가 부정한 목적을 위해 수사권을 남용한 검사로 인식되며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검찰의 표적 수사는 국민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어 피해자도 의혹 제기와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법정을 나선 그가 말했다.
“판결 취지를 존중한다. 항소해서 무죄를 다퉈보겠다.”
“저도 그렇고 한동훈 씨도 그렇고 오류를 저지를 수 있는데 그럴 때는 좀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날 선고에 앞서 정부과천청사에서 법무부 장관 한동훈은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말을 아꼈다. “저는 장관으로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 개인 소송의 문제는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2023년 12월 2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는 양쪽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2020년 4월 발언은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봤다. 2020년 7월 발언은 달랐다. 서울남부지검이 신라젠과 관련해 그의 계좌를 들여다본 적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고, 녹취록이 공개돼 피해자가 그를 수사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는 이유였다. 유시민은 재판 결과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2024년 6월 17일, 대법원 3부는 항소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벌금 500만 원을 확정했다.
출처 · 한국일보, 2020년 2월 5일, 「신라젠 의혹에 처음 입 연 유시민 “그런 게 있으면 윤석열 사단이 놔뒀겠느냐”」 · 중앙일보, 2020년 4월 3일, 「檢 표적수사 주장한 유시민..“강연료·기차표 받은게 전부”」 · 뉴시스, 2020년 6월 9일, 「“유시민, 신라젠 의혹과 관련없다”..검찰, 종지부 찍다」 · 연합뉴스, 2019년 12월 24일, 「유시민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 들여다봐”..檢 “허위 주장”(종합)」 · 머니투데이, 2019년 12월 26일, 「유시민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 들여다 본 것, 99% 확실”」 · 조선일보, 2021년 5월 17일, 「유시민, 계좌사찰 비공식 확인했다더니..검찰 조사선 “확인 안해”」 · 중앙일보, 2021년 7월 17일, 「법원 “검언유착 없다” 무죄..채널A 논란, 474일간 무슨 일」 · 서울경제, 2021년 1월 22일, 「“檢 계좌열람 의혹, 사실 아니었다” 유시민 사과에..한동훈 “허위정보 제공자 밝혀야”」 · 뉴스1, 2020년 7월 25일, 「진중권 “유시민, 어서 말을 해..檢이 계좌 봤다면 은행에서 연락 왔을텐데”」 · 이데일리, 2021년 1월 22일, 「응답했다 유시민..“검찰 계좌사찰 사실 아냐” 사과 (전문)」 · 동아일보, 2021년 1월 22일, 「유시민 “檢, 盧재단 계좌 사찰 사실 아냐..정치 입닫겠다”〔전문〕」 · 아시아경제, 2021년 1월 22일, 「〔전문〕 유시민 “檢, 盧재단 계좌 사찰 사실 아냐.. 모든 말 돌아볼 것”」 · 뉴스1, 2021년 3월 9일, 「한동훈, 유시민에 5억 손배소..“거짓말 경위 밝혀야”(종합)」 · MBC, 2021년 5월 3일, 「검찰, ‘한동훈 명예훼손’ 혐의 유시민 기소」 · 연합뉴스, 2022년 4월 6일, 「〔2보〕 ‘채널 A사건’ 한동훈 2년만에 무혐의..‘검언유착’ 없었다」 · 뉴시스, 2023년 1월 19일, 「이동재, 2심도 무죄…“MBC·김어준·유시민·최강욱 끝까지 책임 물을것”(종합)」 · 한국일보, 2023년 1월 25일, 「검찰, 이동재 전 기자 ‘취재원 강요미수’ 무죄에 상고 안 하기로」 · 연합뉴스, 2022년 6월 9일, 「유시민 ‘한동훈 명예훼손’ 유죄..1심 벌금 500만원(종합)」 · 뉴스1, 2023년 12월 21일, 「‘한동훈 명예훼손 혐의’ 유시민, 항소심도 벌금 500만원(종합)」 · 조선비즈, 2024년 6월 17일, 「유시민, 한동훈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500만원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