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6,220자) · 2025년 5월~2026년 8월, 진안·장수·청양

이제 둘째도

이재명의 삶 · 네오

2025년 5월 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은 전북 진안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그가 목소리를 높였다.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하면 경제성장이 멈춘다.”

그는 지자체 재량 예산을 늘려 지역화폐를 대량으로 찍고 농어촌 기본소득을 주면 인구가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날 기사 제목에는 농어촌에 지역화폐로 한 달 20만 원이라는 숫자가 붙었다. 퍼주기라는 지적에는 선을 그었다. 모두 국민이 낸 세금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국민 버릇이 나빠진다는데 그게 할 말이냐고 되물었다. 그러고는 한 문장을 더 내리쳤다.

“자기들이 도둑질하고 훔쳐먹는 데 쓰면서,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아까워한다.”

닷새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낸 10대 공약에는 기본소득이라는 말이 없었다. 기본소득 빠지고 경제강국이 전면에 섰다는 기사가 나왔다. 기본소득은 공약집의 맨 앞이 아니라 유세장의 마이크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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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이 지나 그 말이 예산이 됐다. 8월 29일 정부가 내놓은 이듬해 예산안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2,000억 원이 잡혔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 가운데 공모로 6곳을 고르고, 그 주민 24만 명에게 한 달 15만 원씩을 준다는 계획이었다. 유세장의 20만 원은 15만 원으로 줄었다. 시범사업 결과를 보고 넓힐지를 따지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었다.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123대 국정과제가 확정됐다. 개헌과 권력기관 개혁, AI 3대 강국과 나란히 농어촌 기본소득이 그 목록에 올랐다. 공약집에서 빠졌던 말이 나라의 할 일 목록에 들어갔다. 대통령이 국무위원들 앞에서 말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주권자의 뜻이 담긴 123대 국정과제를 나침반 삼아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꼭 만들겠다.”

막아선 쪽의 목소리도 분명했다. 10월 1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김태흠 충남지사가 시범사업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공모 마감을 열이틀 앞둔 때였고, 충남에서는 부여와 서천, 청양, 예산 네 군이 이미 손을 들어 둔 참이었다.

“평소 보편적 복지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는데, 같은 맥락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도 그렇다.”

소득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주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소외계층을 촘촘히 돕기 어렵고, 지방에 빚만 늘어난다고 그는 말했다. 도내 4개 군만 참여해도 한 해 도비가 1,157억 원이 든다고 셈을 내밀었다. 공모 방식은 지자체끼리 갈등과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길 뿐이라고 했다. 다만 공모에 뽑히는 군이 나오면 그 군과는 따로 협의하겠다고 했다. 돈은 중앙정부가 다 대지 않았다. 국비가 40퍼센트, 나머지 60퍼센트는 도와 군이 나눠 져야 했다.

10월 20일, 1차 시범지역 일곱 곳이 정해졌다. 경남 남해군이 그 안에 들었다. 발표 뒤 50일 만에 남해로 1,400명이 넘는 사람이 옮겨 왔다. 옮겨 온 사람 가운데 10대와 20대가 32.0퍼센트, 50대와 60대가 42.9퍼센트였다. 젊은 쪽은 기숙형 학교를 보고, 나이 든 쪽은 은퇴한 뒤 머물 곳을 찾아 왔다는 분석이 따랐다. 2025년 12월 말 남해 인구는 4만 770명, 한 해 전보다 938명이 많았다. 남해 인구가 한 해 동안 늘어난 것은 2011년 이후 14년 만이었다. 돈을 받으려고 주소만 옮기는 위장 전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처음부터 따라붙었다. 받으려면 일주일에 사흘 이상 그 지역에 실제로 살아야 했다. 남해군의 한 관계자는 처음 걱정했던 위장 전입이 빠르게 가라앉아 사업 전체를 흔들 만큼은 아니라고 했다. 충북 옥천군에서는 지급이 결정된 뒤 12월 한 달에만 인구가 1,192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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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26일, 전북 장수군청 앞에 판매 부스가 늘어섰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처음 지급되는 날이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장수까지 내려와 제1호 수령자에게 지역사랑상품권을 직접 건넸다. 받는 사람은 장수읍에 사는 김기준, 박해진 부부였다. 남편은 마흔넷, 아내는 마흔하나였고, 둘은 세 남매를 키웠다. 상품권은 한 사람에게 한 달 15만 원어치였고, 사는 읍과 면 안에서만 쓸 수 있었고, 읍에 사는 사람은 석 달, 면에 사는 사람은 여섯 달 안에 써야 했다.

기본소득을 어디에 쓰겠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부부가 먼저 꺼낸 것은 아이들 이야기였다.

“그동안 첫째만 학원에 보내 미안했는데 이제 둘째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세 남매 가운데 첫째만 학원에 보내는 동안, 부부는 둘째에게 미안했다. 학원비와 생활비 부담이 큰데 이제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부부는 말했다. 국토 균형이니 지역 소멸이니 하는 큰 말들이 그날 장수에서는 둘째 아이의 학원비로 내려앉았다.

같은 군에서 스마트팜을 함께 꾸리는 마흔 살 안태환 씨도 아이들 이야기를 했다. “10살과 12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사교육비 부담이 적지 않다.” 상품권이 흘러갈 가게 쪽도 기다리고 있었다. 장수군 어울림센터 푸드코트에서 카페 어울림을 꾸리는 이정민 대표가 말했다. “도시재생센터 내에 새로 자리 잡은 만큼 손님이 더 늘기를 바란다.” 그는 기본소득이 시행되면 소비가 지역 안에서 돌 수 있어 매출이 오를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마닐라 키친의 김수경 대표는 상품권이 지역 가맹점에서만 쓰이니 작은 가게들에 실제로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숫자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2025년 12월 1일 2만 445명이던 장수 인구가 2월 말에는 2만 1,015명이 됐다.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은 676곳에서 726곳으로 늘었다. 이정우 장수군 부군수가 말했다. “1995년 이후 10년 이상 지속된 인구 감소와 위축된 상권 분위기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송미령 장관은 농어촌 소멸 위기가 짧은 시간에 풀 수 없는 구조의 문제라고 했다. “지역 내 소비 기반을 회복시키지 않으면 인구 유입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는 이 사업을 국토가 균형 있게 발전하고 사람이 머물 수 있는 농어촌을 만들기 위한 정책 실험이라고 불렀다. 이 사업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지역의 활력을 되살리려는 구조적 실험이라고 그는 거듭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미리 인정했다.

“초기에는 시행 과정에서 보완할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장 의견을 반영해 제도를 개선하고, 청년 창업과 귀농·귀촌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

같은 날 순창과 영양이, 이튿날에는 연천과 정선, 옥천, 청양, 신안, 남해가 첫 지급을 했다. 곡성은 3월 말에 두 달 치 30만 원을 한꺼번에 주기로 했다. 남해에서는 주민등록 인구 4만 770명 가운데 3만 6,805명이 신청서를 냈다. 옥천은 1월에 2022년 2월 이후 약 4년 만에 인구 5만 명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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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대통령은 벨기에를 방문하던 중에 SNS에 글을 올렸다. 장수에서 첫 상품권이 건네진 지 석 달 남짓 지난 때였다.

“농어촌 기본소득 2년 한시 도입인데도 이 정도 효과인데, 이를 영구적으로 도입하고 금액을 상향하면 훨씬 효과가 크겠지요.”

그는 돈이 나올 자리도 짚었다. 주식시장이 살아나면서 농어촌에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농어촌특별세가 수조 원대로 불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 돈을 예전처럼 농로와 교량을 놓는 데 쓰지 말고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돌려 사업을 계속 이어 가고, 한 달 15만 원을 그 이상으로 올리자고 했다. 그러면 귀농과 귀어가 늘고 지역 소멸을 막고, 수도권 집값 문제도 덜고 행복한 노년도 보장하는 일석다조의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적었다.

7월 14일, 송미령 장관이 충남 청양군 대치면을 찾았다. 청양은 아홉 달 전 충남지사가 포퓰리즘이라 부른 사업에 충남에서 들어간 군이었다. 청양 인구는 2만 9,078명에서 3만 51명으로 973명 늘어 3만 명을 되찾았다. 지역화폐 가맹점은 1,097곳에서 1,323곳이 됐고, 새로 생긴 가게 가운데 18곳은 청년이 차린 곳이었다. 청양에서는 기본소득에 집수리와 배달, 청소 서비스, 경로당 무상급식, 교통이 불편한 마을의 이동 지원 같은 생활서비스가 붙어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장관은 간담회를 마치고 집수리가 필요한 고령 주민의 집에 들어가 전등을 직접 갈아 끼웠다. 그는 청양을 기본소득과 생활서비스가 결합한 좋은 사례라고 불렀다. 열 개 군을 다 돌아본 그가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에 반영해 지역소멸을 극복하고 연내 기본소득 법제화를 추진하겠다.”

계산서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8월 5일 뉴시스는 전남의 시범지역 네 곳에만 기본사업비 약 4,100억 원이 들고, 대상자가 12만 8,700여 명이라고 전했다. 그 지역들의 인구는 4.9퍼센트 늘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2년 동안 2,000억 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한데 그 가운데 군이 부담할 몫이 500억 원을 훌쩍 넘는다고 했다. 지방재정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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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부터 일곱 개 군이 더 첫 지급에 들어갔다. 전남 구례와 보성, 강원 화천, 충북 보은, 경북 청송, 그리고 전북의 무주와 진안이었다. 대상자 18만 5,000여 명 가운데 92.7퍼센트가 신청을 마쳤고, 7월분을 거슬러 얹어 주는 돈까지 모두 567억 원이 풀렸다. 기본은 한 달 15만 원이었지만 구례와 보성, 청송은 군의 돈을 보태 20만 원을, 보은은 16만 원을 주기로 했다. 열다섯 달 남짓 전 유세장에서 나온 20만 원이 몇몇 군에서는 그대로 돌아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가 말했다. “기본소득이 농어촌 주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나가겠다.”

진안은 그해 추경으로 시범지역에 새로 들어온 군이었다. 8월 31일 오전 10시, 진안읍 로컬푸드 직매장 앞 광장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첫 만남의 날」이 열렸다. 진안 주민들은 7월과 8월 두 달 치 30만 원이 든 선불카드를 받았다. 진안읍에 사는 사람은 군 어디서나 쓸 수 있지만, 열 개 면에 사는 사람은 읍을 뺀 면 지역에서만 쓰게 했다. 편의점과 주유소에서는 한 달 5만 원까지만 쓸 수 있었다. 광장에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차린 부스 열다섯 개가 「우리동네 빠망장터」로 늘어섰고, 1만 원 이상 결제한 주민 400명에게 무항생제 달걀이 돌아갔다. 송미령 장관과 전춘성 진안군수는 장터를 돌았고, 진안로컬푸드직매장에 「농어촌 기본소득 가맹점」 스티커를 직접 붙였다. 전춘성 군수는 이 돈이 소상공인과 주민이 함께 살며 지역경제를 살리는 든든한 마중물이 될 거라고 했다.

열다섯 달 남짓 전, 대선 후보는 바로 이 진안에서 지역화폐로 농어촌 기본소득을 주면 사람이 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날 그 질문을 들은 군에, 그 답이 카드 한 장으로 돌아왔다.

출처 · 매일경제, 2025년 5월 7일, 「기본소득 다시 꺼낸 이재명…“농어촌, 지역화폐로 月20만원 지급”」 · 머니투데이, 2025년 5월 12일, 「‘기본소득’ 빠지고, ‘경제강국’ 전면에…이재명의 ‘10대 공약’ 보니」 · 동아일보, 2025년 8월 29일, 「농어촌 6곳 주민에 월 15만원…‘이재명표 기본소득’ 시험한다」 · 데일리안, 2025년 9월 16일, 「4년 연임제 개헌부터 권력기관 개혁까지…李정부 ‘123대 국정과제’ 확정」 · 쿠키뉴스, 2025년 9월 16일, 「‘4년 연임 개헌’…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 확정」 · 쿠키뉴스, 2025년 10월 1일, 「김태흠 지사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 선정 시 협의”」 · 부산일보, 2026년 1월 20일, 「〔영상〕 농어촌 기본소득 통했다… 남해 인구 14년 만에 ‘쑥’」 · 경향신문, 2026년 2월 20일, 「농어촌 기본소득, 남해군 등 10개 지역서 27일 첫 지급」 ·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2026년 2월 26일, 「지역 소멸 위기 탈출 정조준, 농어촌 기본소득 첫 지급」 · 서울경제, 2026년 2월 26일, 「“이제 둘째도 학원 보낼 수 있어요”…농어촌 기본소득 첫 지급에 장수군 활기」 · 경향신문, 2026년 6월 10일, 「“농어촌 기본소득 영구 도입을” 이 대통령, 농특세 활용 제안」 · 헤럴드경제, 2026년 7월 14일, 「청양 인구 3만명 회복…송미령 장관 “농어촌 기본소득 법제화 추진”」 · 뉴시스, 2026년 8월 5일, 「농어촌 기본소득 “효과 톡톡” 전면론 vs “재정 부담” 신중론」 · 머니투데이, 2026년 8월 25일, 「농어촌 기본소득 추가 7개 군, 28일부터 첫 지급…총 567억원 규모」 · 뉴스1, 2026년 8월 26일, 「월 15만원 농어촌 기본소득 첫 지급 진안군, ‘첫 만남의 날’ 기념 행사」 · 뉴스1, 2026년 8월 31일, 「진안군 ‘기본사회 가는 첫걸음’…농어촌 기본소득 지급 시작」 · 프레시안, 2026년 8월 31일, 「진안군, ‘농어촌 기본소득’ 첫발…송미령 장관 참가 속 ‘첫 만남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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