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6,136자) · 2020년 7월 16일~2021년 7월 7일, 서초동과 수원

숨 쉬는 것조차

이재명의 삶 · 네오

2020년 7월 16일 오전 9시쯤, 경기도지사 이재명은 여느 날처럼 수원 경기도청으로 출근했다. 짙은 푸른색 양복에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를 맸다. 오전에는 코로나19 상황과 이런저런 업무 보고를 받았다. 일정은 평소대로 돌아갔다. 그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그의 지사직이 걸린 선고가 있었다.

사건의 뿌리는 두 해 전 텔레비전 토론회였다. 2018년 5월 29일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가 그에게 물었다.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그는 답했다. “그런 일 없습니다.”

검찰은 그가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에 관여하고도 이를 부인했다며, 이 답을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 공표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1심은 무죄였다. 2심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대로 확정되면 도지사직을 잃는 당선무효형이었다. 그 뒤로 그는 스스로를 「단두대 인생」이라고 불렀다.

점심은 집무실에서 혼자 먹었다. 삼계탕 도시락이었다. 도내 몇몇 시장과 군수가 오후에 집무실로 와서 선고를 함께 보겠다는 뜻을 전해 왔지만, 그는 응하지 않았다. 오후 2시, 그는 집무실 텔레비전 앞에 혼자 앉았다.

*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 선고를 시작했다. 생중계였다. 김선수 대법관은 변호사 시절 이재명의 다른 사건을 변호한 적이 있어 심리를 피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열한 명, 열두 사람이 판단했다. 주심은 노정희 대법관이었다.

결론은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내는 파기환송이었다. 일곱 명이 그쪽에 섰고, 다섯 명이 반대했다. 다수의견은 대법원장의 입에서 나왔다.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허위 사실을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 아닌 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

그는 토론회의 무게도 말했다. “후보자 토론 과정 중 발언에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상호 공방을 통해 후보자 자질 등을 검증하고자 하는 토론회의 의미가 완전히 없어질 위험이 있다.”

반대의견을 낸 다섯 명은 노태악, 박상옥, 안철상, 이기택, 이동원 대법관이었다. 그들은 김영환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이거나 돌발적인 것이 아니었고, 이 지사도 답변을 미리 준비했다는 점을 짚었다. 박상옥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밝혔다.

“피고인은 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에 관여하였음에도 이를 적극 부인함으로써 허위사실을 공포하였다고 판단되므로 다수 의견의 논거와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

판결문 밖의 셈은 더 아슬아슬했다. 대법원장을 뺀 대법관 열한 명은 6 대 5로 갈려 있었다. 대법원장이 유죄 쪽에 섰다면 6 대 6이 되어 다시 심리해야 했다. 법원 안에서는 그해 9월 퇴임을 앞둔 보수 성향의 권순일 대법관이 무죄 취지에 선 것을 눈여겨봤다. 이 사건은 처음에 박상옥·안철상 대법관이 속한 2부에 배당됐는데, 네 명의 대법관이 2 대 2로 갈려 전원합의체로 넘어왔다는 풀이도 나왔다.

대법원 앞에 모여 있던 지지자들이 환호했다. 변호인단은 대법원의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고, 남은 절차에 차분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

선고가 나오고 삼십 분쯤 지난 오후 3시, 그의 페이스북에 1,200자의 글이 올라왔다. 제목은 「고맙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습니다」였다.

「돌아보면 감사한 일 뿐이었습니다. 지금 여기서 숨쉬는 것 조차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는 대법원에 감사한다고 썼고, 끝까지 믿고 기다려 준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썼다. 그리고 집안사람들 이야기로 넘어갔다.

「곁에서 가장 많이 마음 고생한 아내와 가족들에게도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합니다. 함께할 앞으로의 시간동안 사랑과 감사 더 많이 표현하며 살겠습니다.」

다음 문단은 어머니였다. 아들이 지사직을 지킬 수 있을지 판가름 나는 날을 넉 달 앞두고,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이 결과를 보지 못하고 지난 3월 13일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 속 한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습니다.」

이 재판의 한가운데 있던 사람도 이미 곁에 없었다.

「애증의 관계로 얼룩진 셋째형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저희 가족의 아픔은 고스란히 저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남은 삶 동안 그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갈 것입니다. 더이상 저의 가족사가 공적인 의제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희 가족들에게 너무나 잔인한 일입니다.」

글은 경기도 공직자들에게 건네는 인사로 이어졌다. 바깥의 왜곡과 음해가 극에 달했을 때에도 그들은 한결같이 도정에만 매달려 주었다고 그는 적었다. 끝 무렵에는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삶과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을 적었다.

「경제난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소시민들의 고통은 그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깊습니다. 불공정, 불합리, 불평등에서 생기는 이익과 불로소득이 권력이자 계급이 되어 버린 이 사회를 바꾸지 않고서는 그 어떤 희망도 없습니다.」

*

오후 4시 30분쯤, 그가 경기도청 1층 신관 앞에 나와 기자들 앞에 섰다.

“먼저 법과 상식에 따라서 인권의 최후 보루의 역할을 해 주신 대법원에 경의를 표한다.”

그는 국민들의 큰 관심과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말했다. “도지사로서 맡겨진 일을 조금 더 충실하게 하라는 우리 국민의 명령으로 알고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도정에 더 충실하게 임해서 우리 도민들의 삶과 우리 경기도의 발전을 이끌어내는 성과로서 보답 드리도록 하겠다.” 도청 앞에 모여 있던 지지자들이 환호했다. 그는 사방으로 돌아가며 허리를 숙였고, 마스크를 벗고 다시 인사했다. 사진을 찍는 시간에는 엄지를 들어 보였다. 한 지지자는 소리를 마음껏 지르지 못한 사정을 털어놓았다. “최근 민주당에 겹친 악재로 기쁜 티를 내지 말자는 의견이 있어 판결 후에도 소리를 크게 지르지 못했다.” 경기도 소속 공무원 A씨(30)는 이렇게 말했다. “파기환송을 예상했던 게 대다수 분위기였다.” 그의 모교 중앙대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떠들썩했다. 「대선 길 열렸다」는 글 옆에 「중앙대 최고 아웃풋 파란기와집」이라는 글이 붙었고, 대법원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차가운 글도 섞였다.

다음 행보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자신을 정치적 조직도, 계보도, 지연도, 학연도 없는 외톨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지금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다음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주권자인 국민이 정할 일이라고 했다.

반대편의 말은 날이 서 있었다. 미래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이번 판결이 법리적으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유죄라고 했다. 같은 당 권영세 의원이 말했다. “‘토론의 자유’를 위해 허위사실 공표 적용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이번 판결의 해괴한 논리는 수용하기 어렵다.” 검사 출신인 김진태 전 의원은 한 줄로 끊었다. “법도 양심도 없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거들었다. “선거법상 적극적 허위사실과 소극적 허위사실이 있고, 적극적 허위사실만 처벌되고 소극적 허위사실은 처벌되지 않는다는 괴이한 논리도 처음 봤다.”

*

살아난 지사가 3주 뒤 붙든 것은 이자였다.

2020년 8월 7일, 이재명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76명에게 편지를 보냈다. 대부업의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 낮추자는 편지였다. 최고금리는 2010년 44퍼센트에서 2011년 39퍼센트, 2014년 34.9퍼센트, 2017년 27.9퍼센트를 거쳐 2018년 24퍼센트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는 편지에서 박정희 정권 시절을 끌어왔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0.5퍼센트에 이르던 1970년대에도 이자제한법의 최고금리는 연 25퍼센트였다고 했다. 기준금리 0.5퍼센트의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24퍼센트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두 해 전 선거에서 그는 특별사법경찰을 강화하고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겠다고 공약했다. 도가 손댈 수 있는 것은 단속이었고, 금리를 정하는 법은 국회의 몫이었다. 국회에는 이미 20퍼센트 안과 10퍼센트 안이 나와 있었다. 김철민·박홍근 의원이 20퍼센트를, 문진석 의원이 10퍼센트를 냈다.

반발은 금융권에서 나왔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출을 신청한 100명 가운데 승인을 받는 사람이 10~12명꼴이라고 했다. 금리를 10퍼센트로 묶으면 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줄 곳이 없어진다는 반론이었다. 정부의 서민 정책대출인 햇살론도 금리가 17.9퍼센트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 지사의 주장대로라면 법체계를 바꿔야 하는데, 정책이 아니라 정무적인 판단이 들어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같은 당에서는 뜻과 걱정이 함께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약자들이 금융에서 밀려나는 현실부터 짚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특히 금융으로부터 약자들의 소외가 더 심해진다.” 그는 이 지사의 제안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하면서도 한마디를 덧붙였다. “금융이라는 것이 흐름이 있다. 무조건 더 이자를 낮추면 공급이 더 줄어들 수 있다.”

*

2021년 3월 31일,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 김영수 단장이 브리핑을 열었다. 2020년 10월부터 이어 온 불법 사금융 기획수사의 결과였다. 미등록 대부업자 등 21명을 적발해 17명을 검찰에 넘겼다. 이들이 빌려준 돈은 119억 4,900만 원, 피해자는 38명이었다.

수법은 영세 건설업체를 노렸다. 일당은 업체 네 곳에 65차례에 걸쳐 117억 원을 빌려주고, 4년 동안 이자로 57억 3,000만 원을 받아 냈다. 가장 높은 이자율은 연 226퍼센트였다. 기업어음을 담보로 잡고 선이자를 떼어 낸 뒤 나머지만 송금했고, 갚을 날이 오면 지급일을 미룬 새 전자어음을 받아 빚을 이어 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영세 사업자․저신용 서민 등 자금이 필요한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불법사금융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

김 단장은 불법 사금융을 전방위로 집중 단속하겠다고 했다.

그해 6월, 이재명은 페이스북에서 법정 금리를 11퍼센트대까지 낮춰야 한다고 다시 주장했다.

“기준금리는 0.5%인데,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서민들에게 20% 이자를 강요하는 것은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그는 국민 모두에게 최대 1,000만 원을 연 2퍼센트대로 오래 빌려주는 길도 내놓았다. 그러면 18퍼센트에 해당하는 이자 차액이 대부업체 배를 불리는 대신 국민의 복리에 쓰인다는 셈이었다.

2021년 7월 7일,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내려갔다. 10퍼센트에는 닿지 않았다. 같은 날 머니투데이에는 「대부업체는 마녀가 아니다」라는 칼럼이 실렸다. 금리를 내리면 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난다는 주장이었고,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대부업 이용자가 39만 명가량 줄었다는 숫자가 근거로 붙어 있었다. 국회에는 연 15퍼센트로 더 낮추자는 송재호 의원과 민형배 의원의 법안이 올라가 있었다.

출처 · 중앙일보, 2020년 7월 16일, 「이재명에 행보 묻자 “이낙연은 존경하는 분, 내가 어떤 역할 할지는 국민이 정할 것”」 · 중앙일보, 2020년 7월 16일, 「〔전문〕이재명 “숨쉬는 것조차 감사..앞으로 불공정 사회 바꾸겠다”」 · 연합뉴스, 2020년 7월 16일, 「이재명 “숨 쉬는 것조차 감사..거짓이 진실 이길수 없어”(종합)」 · 서울신문, 2020년 7월 16일, 「지옥에서 살아난 이재명...대법원 선고 막전막후」 · 데일리안, 2020년 7월 17일, 「7대5, 아슬아슬했던 판결…“이재명, 의도적 사실 왜곡” 소수의견 주목」 · 뉴스토마토, 2020년 7월 16일, 「(이슈&현장)이재명 “대법원에 경의…경기도 발전 성과로 보답”(영상)」 · 뉴스토마토, 2020년 7월 16일, 「통합당, 이재명 무죄 판결에 “정치적으론 유죄”」 · 뉴시스, 2020년 8월 11일, 「대부업계 “최고금리 10%? 정부 정책대출도 10% 중후반”」 · 뉴스토마토, 2020년 8월 9일, 「이재명 제안에 다시 불붙는 대부업 금리 인하」 · 파이낸셜뉴스, 2021년 3월 31일, 「117억원 빌려주고 이자로 57억여원 갈취한 사채업 일당 검거」 · 머니투데이, 2021년 7월 7일, 「〔현장클릭〕대부업체는 마녀가 아니다」 · 연합뉴스, 2018년 5월 30일, 「〔공약비교:경기〕 “심화발전 경기퍼스트” vs “확대성장 광역서울도”」 · 오마이뉴스, 2018년 6월 8일, 「경기도지사 공약 비교, 이재명 ‘지역화폐 유통’, 남경필 ‘일자리 70만개’ 〔6·13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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